2015년 12월 30일 수요일

12월 금통위 의사록

역시나 위원 매칭은 임의로 해본 것. 전반적인 톤이 미약하게나마 완화적인 쪽으로 기울어졌다. 특히 대부분의 위원들이 하방리스크, 성장경로 불확실성 확대 등을 언급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한은의 근거없는 경기 개선 자신감에 드디어 금이 가기 시작한 듯.



위원 1 - 함준호 or 장병화
국내 경제는 내수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세. 성장률은 10월 전망수준을 대체로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향후 성장경로에 대한 하방리스크는 확대. 물가는 오름세가 확대될 전망이나 유가 때문에 당초 전망보다 완만할 가능성은 있음.

위원 2 - 함준호 or 장병화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겠으나 수출 부진으로 하방 리스크는 다소 증대. 물가는 점차 높아지겠으나 상승 압력은 당분간 미약. 10월 전망경로에 대체로 부합하고 있으나 대외수요 회복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매우 높음.

위원 3 - 하성근
소비 중심의 완만한 개선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소비진작 정책효과 소멸, 수출 부진, 재고 조정 압력으로 성장경로의 하방위험의 점증. 물가는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 재고 조정으로 평균가동률이 큰 폭 하락하는 등 제조업의 유휴생산력이 재확대되는 중. 기존의 전망경로를 유의하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이후 전망 경로 실현에 대한 불확실성과 잠재적 위험은 한층 높아짐. 필요 시 적시적이고 유연한 정책대응 대비할 필요.

위원 4 - 문우식
내수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 다만 신흥국 성장 둔화, 세계 교역 회복세 지연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음. 물가는 오름세가 확대되겠지만 속도는 더딜 것. 10월 전망경로에서 성장과 물가의 하방리스크가 다소 증대된 것으로 보이나 경기 회복 흐름은 이어질 것.

위원 5 - 정순원
내수 개선은 정부정책 및 부동산 활황에 의존한 것이므로, 소비 개선의 향후 추이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하방 리스크가 존재. 미약한 내수 회복과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압력 등으로 저물가 리스크는 지속될 것. 글로벌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 경제는 내수 중심의 회복세가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전례 없는 수출 감소세라는 역풍에 직면. 통화, 재정, 거시건전성 정책의 최적정책조합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성이 높아짐.

위원 6 - 정해방
소비 개선과 물가 반등으로 경기개선 기대감은 살아 있지만, 수출 부진과 설비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가시지 않은 다소 불안정한 국면. 글로벌 경기흐름 및 주요국간 통화정책 차별화 등에 내재된 리스크에 유의하면서 내수 개선세가 유지되도록 해 나가야. (근데 뒤에 읽어보면 내수 개선세를 유지되도록 해 나가는 방법이 완전 뜬구름 잡기)


----------------------------------------- 30일에 추가한 글
어제 의사록에서 위원별 통화정책 의견 개진만 보고 정리했는데, 오늘 아침에 출근해보니 의사록 서두의 위원간 토의 내용이 더 관심을 받는 분위기. 관심을 받은 부분은 아래와 같다.

-만약 당행이 내년 초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조금이라도 하향조정하면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요즘과 같이 대외 여건이나 구조적 요인에 크게 기인하여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내수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거시경제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강화에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 유의하여 통화정책 추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장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하였음.

이 문단 때문에 의사록은 오히려 호키시하다는 평이 많은 듯. 늘 그냥 지나쳤었는데 앞으론 의사록 앞 부분도 대략은 읽어야겠구나 싶다. 아마도 함준호, 장병화 위원 또는 정해방 위원 중 한 사람의 발언이었을 것으로 추측.

2015년 12월 28일 월요일

뮤지컬 베르테르

매우 오랜만에 뮤지컬을 봤다. 뮤지컬 티켓 가격은 결코 낮지 않다.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보다 훨씬 비싸고, 대략적인 가격대가 거의 오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제일 안 좋은 좌석 기준으로는 오페라보다 뮤지컬이 두 배는 비싸다. 생목소리를 듣는 오페라는 무대랑 멀어질 수록 소리의 편차가 큰 반면, 음향장비를 활용하는 뮤지컬은 상대적으로 편차가 작아서가 아닐까 싶다. 학생 때는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뮤지컬을 늘 3층에서만 관람했었다. 물론 좋아하는 공연을 배우를 바꿔가며 여러번 관람하기 위해 싼 좌석을 애용한 부분도 있다. 이번에는 1층에서 봤다. 열 번째 열에서 봤는데, 역시 맨 앞열이 아니라면 꼭 1층에서 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들의 얼굴이 너무 작아서 1층에서도 세세한 표정은 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뮤지컬 배우의 표현력은 노래와 제스쳐만으로 대부분 결정된다는 개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봐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다.

나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지 않고 이 뮤지컬 '베르테르'를 봤다. 관람 내내 왜 여주인공 로테가 알베르트와 베르테르 사이에서 갈등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극 초반에는 알베르트가 성격이 모나고 로테에게 사랑을 줄 수 없는 한심한 인물로 그려지나 싶었다. 그런데 실제로 알베르트는 매우 자상하고, 출장 중 꽃씨들을 로테에게 보내는 로맨티스트고, 베르테르와 로테의 '썸'을 이해해 줄 정도로 너그러우며, 직업은 법관이다. 반면 베르테르는 소설에서는 변호사라지만 뮤지컬에서는 공원에서 그림 그리고 펍에서 술에 취하는 낭인에 가까웠고, 로테의 집에서 권총을 들고 난동을 부릴 정도로 무례하다. 베르테르는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것 같지만 그건 알베르트도 마찬가지다. 배우가 더 잘생겼다는 점을 제외하면 샤로테가 남편 알베르트를 두고 베르테르와의 썸을 유지하는 이유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

아마도 괴테는 이처럼 표면적이고 통념적이고 세속적인 합리성이 없음에도 가능한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런 사랑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모순을 이 작품에 투영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에 알베르트에게 조금이라도 부족하고 모난 점이 있었더라면 로테의 갈등에는 일종의 당위성이 부여된다. 알베르트가 일만 하고 낭만을 모르는 인물이었다면, 로테는 '내가 이러니깐 베르테르에게 끌리지' 라고 말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뻔하디 뻔한 불륜 드라마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다. 완벽한 알베르트를 두고도 로테는 베르테르에게 끌린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역시 크리스틴은 완벽한 라울을 두고도 팬텀에게 끌린다. 로테와 크리스틴은 너무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다수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로테와 크리스틴이 베르테르와 라울에게 끌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이지 않기에 아름다워 보인다. 두 케릭터 모두 다수의 여성 관람객들로부터 '양다리 걸치는 나쁜 여자'라는 빈축을 산다. 만약 현실에서 로테 또는 크리스틴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베르테르나 팬텀에게 애초부터 매혹되지 않았을 관람객들이다.

꽤 몰입해서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후에 딱히 기억나는 넘버가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흐름이 강조된 뮤지컬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틱함을 입힌 넘버가 하나쯤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지. 무려 괴테의 작품을 한국에서 창작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긴 하다. 엄기준은 티비로 볼 땐 준수하고 수수한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미소년 이미지에 키도 엄청 크다. 노래만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캐시 역의 송나영이었고, 로테 역을 맡은 이지혜의 음색은 지킬앤 하이드의 엠마를 해도 잘 어울리겠다 싶었는데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이미 연기했던 바가 있다. 뮤지컬쪽 주연급 배우 풀도 참 좁은 듯.

2015년 12월 23일 수요일

15/12/22

-1-
적어도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는 '능력은 없지만 나이스한 사람' 같은 것은 없다. 소위 말하는 '나이스함'을 유지하는 데에는 나름의 비용이 든다. 그리고 그 비용의 지불 능력이란 대개 그 사람의 일적, 인간적 능력에 비례한다. 결국 능력이 탁월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나이스한 사람이 되는 것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사소하고 저렴한 나이스함을 평소에 보일 수는 있어도, 막상 진짜 나이스함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스스로 무너져내리며 바닥을 드러낸다. 하지만 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중요한 시점에 진짜 나이스함을 소비할 수 있다. 군 복무 시절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상병으로 진급할 때 쯤 새로 부임한 미군 상관이었는데, 그는 독보적인 업무능력과 그것을 배경으로 한 나이스함으로 내가 있던 오피스를 단숨에 휘어잡았다. 그는 거의 모든 문제의 해결법을 알고 있었고, 공정했으며, 늘 팀원들의 편에 서 있었다. 당시 나와 내 선임에게 오피스 지휘 전권을 맡겼었는데, 그땐 정말이지 오피스 내 구성원들 모두 이 상관과 함께라면 전쟁도 두렵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가끔 이메일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여튼, 같이 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많은 가르침과 조언을 최근 듣고 있었는데, 마침 어제오늘 그것을 피부로 느끼는 일을 회사에서 경험했다.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있는 곳에 스스로를 위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하루.


-2-
리서치는 우연으로 보이는 현상들 사이에서 필연을 찾는 과정이다.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길을 찾을 때까지 생각을 거듭해야한다. 언제든 뷰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은 꼭 필요하지만, 그 유연함이란 것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 는 애매한 리서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리서치의 결론을 애매하게 열어두면 살 수도 팔 수도 없고, 행여 사더라도 언제 팔고 나와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 결론을 내릴 때 만큼은 전재산을 베팅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완전히 설득시키되, 틀렸을 땐 생각을 빠르게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what the market says (8) - 12월 FOMC, BOJ 그리고 한국의 금리와 환율

지난 목요일 새벽, 연준이 드디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퇴근 후 잠깐 눈을 붙인 후 새벽에 일어나서 관전했다. 월초 11월 논팜이 발표될 때와 비슷한 시장 반응을 예상했는데,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때보다 임팩트는 작았던 편. 미국 금리는 갈팡질팡 했지만 플랫되었고, FX는 방향성이 거의 없었고, 미국 주식은 발표 당일엔 올랐지만 그 후에 상승분을 전부 토해냈다.

FOMC 이후 가장 뚜렷한 방향성을 보인 것은 한국 금리. 목요일 아침부터 꾸준하게 하락해서 금요일엔 마침내 1.70%를 하회했다. 원화는 역시 위안화에 연동되어 절하 압력이 컸다. 마지막으로 특징적인 것은 엔화. BOJ의 깜짝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발표에 순간적으로 약세를 보였으나, 30분 내로 전부 회복해 오히려 강세로 마감했다.

여기까지가 FOMC이후부터 금요일까지 인상적이었던 자산들의 흐름이고, 이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커머디티는 공부가 좀 부족한듯 해서 잠시 논외로)


1) 엔과 유로는 롱이든 숏이든 당분간 애매. 특히 BOJ 이후 엔의 움직임은 거의 12월 ECB 이후 유로를 연상케 했다.

2) 미국 주식도 방향성 없음. 유가 하락 등 아주 짧게는 하방 압력이 더 거세지만, 미국 지표가 망가지면 언제든 bad news is good news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3) 미국 금리는 역시 하락에 무게. 커브 예상은 쉽지 않다.

4) 달러/원 환율은 상승 압력이 우세. 대기 후 하락에서 살 것인지, 따라 살 것인지의 문제.

5) 한국 금리는 1.65%까지의 하락 가능성은 열어두고, 1.70%를 금리 박스 상단으로 볼 것. 아마도 내일 시장에는 '외국인이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을 미리 알고 금요일에 왕창 샀던거네' 라는 바보같은 시황이 돌겠지만, 그보다는 한국 채권시장에 더 이상 악재가 없기에 랠리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일시적 호조를 보였던 국내 경제지표와 연준 인상에 대한 센티멘트 악화가 한국 금리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인데, 이제 두 요소 다 사라졌다고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


생각들을 조합해보면, 현 시점에서 노려볼 만한 것은 달러/원 long. 그리고 당분간 편안해 보이는 것은 JPY/KRW long, 또는 한국 자동차 섹터 long 정도.

2015년 12월 16일 수요일

15/12/15

-1-
점심 약속이 시내에서 있어 여의도에서 택시를 탔다. 11시에 대우증권 앞에서 탔는데 차가 마포대교가 아닌 원효대교로 향한다. 네이버 길찾기의 추천경로가 마포대교길래 조금 불안했는데, 다리를 건너자마자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서울역 고가도로 폐쇄로 숙대입구부터 시청까지 엄청난 정체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박원순 시장에게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는 버려진 철길에 조성된 것이지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철길을 버린 것은 아니었다. 박원순 시장이 나에게 '나 때문에 약속에 늦게 되어 죄송하다' 라고 사과하면 묵묵히 콜라 한 캔을 따서 벌컥벌컥 마시며 사과를 받지 말고 지나쳐야지, 라는 상상을 하며 분을 삭혔다. 11시 38분에 도착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공원이 조성되면 가지 말아야 하지만, 나를 포함해 고가도로 공원 건설에 회의적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공원이 막상 완성되면 가서 구경하고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재밌게 놀 것이다. 박원순 시장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공원 만들기를 밀어붙였다. 좋은 정치인이 등장해서 민도를 끌어올릴 가능성 보다는, 민도가 먼저 높아진 것의 결과로 좋은 정치인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2-
오늘 뵙게 된 김상무님과의 점심에서 배우고 생각한 내용들.

- 직장 선택의 기준에는 금전적 보상, 배울 수 있는 사람의 존재 여부가 있을텐데 아무래도 주니어 시절엔 후자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

- 뷰가 틀렸는데 버는 트레이더가 정말 잘하는 트레이더. 생각해 보면 난 틀렸을 때 손실을 최소화하며 나오는 것만 집중했는데, 틀리면 뒤집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좋은 진입은 보통 틀려도 잃을만한 폭이 크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행하게 된다. 틀렸을 때 뒤집어서 번다는 것은, 틀린 방향으로 시세가 꽤 분출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곧 애초에 진입의 컨셉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시사. 즉, 단순한 가격의 스윙이 로스컷을 건드렸을 때 거꾸로 잡는 것이 아니라, 진입의 컨셉을 뒤엎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거꾸로 잡아야 하는 것. 뷰가 뒤엎어지는 경우까지 미리 염두에 두고 이 가격이 오면 뒤집겠다는 것을 사전에 생각해 두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일 듯하다.

- 가장 가깝게 지내는 다섯의 평균을 넘기 힘들다. 그만큼 좋은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중요. '글로벌 머니매니저들의 아침회의(Inside the house of money)'에서 봤던 내용이라 하셨는데 집에와서 보니 내 북마크에는 없다. 이 책을 읽은 것이 2008년이었는데, 버냉키 책을 다 읽고 이 책을 오래간만에 다시 읽어보기로.

- 평상적인 시장에서가 아니라, 큰 기회가 있는 순간에 큰 포지션으로 벌어야 한다. 그런 기회가 있는 순간들을 제외한 시간을 무포로 기다리는게 제일 어렵다. 무포는 (심리적으로)올라도 내려도 깨지는 포지션.

- 이 일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물으셨는데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잘 맞는지는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말씀드렸고,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렇다.

일과 취미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리서치하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재밌다. 그런데 트레이딩이 나에게 잘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투자나 트레이딩을 시작한지는 어언 10년이지만, 기관에 속해 각잡고 트레이더로 일해 본 적은 없으니, '잘 맞는다'라는 생각을 쉽게 하기는 어렵다. 나는 투자가 나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보다는, 투자 말고는 내 인생을 바꿀만한 수단이 없어 보인다는 필요에 의해 투자를 시작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선천적으로 투자가 잘 맞는 인간이었다면 10년 동안 수익이 쌓여 애초에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투자를 시작한지 1년 반 정도 만에 주식만으로 한 번 계좌의 바닥을 봤고, 파생 거래에서는 2년간 잘 벌어 놓은 수익의 대부분을 전역 직후 6개월간 토해냈다. 그 뒤로 지금까지의 투자와 트레이딩을 통해 과거의 수업료를 복구하고도 남는 수익을 누적시키긴 했지만, 언제든 정신줄을 놓으면 망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늘 두렵다. 앙드레코스톨라니가 진짜 투자자가 되려면 세 번의 파산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두 번 해봤으니 세 번째는 하지 않고 진짜 투자자가 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써 놓고 보니 역시나 나는 선천적으로 투자가 잘 맞는 유형의 사람은 아닌 듯. 잘 해 보려고 애쓰고 있을 뿐.


-3-
금융사의 임직원은 내년 1월부터 사전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파생상품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때문에 8년을 동고동락한 개인 파샐 계좌를 지난주에 닫아야만 했다. 기분이 묘하다. 결국 그 계좌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2015년 12월 13일 일요일

통계 유감, 그리고 11월 광공업생산 예상

한국 수출입 데이터는 크게 두 번에 거쳐 발표된다. 먼저, 매월 첫 영업일에 통관기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전월의 잠정치를 산통부에서 발표한다(20일까지의 수출입은 당월 중 발표되지만 말일 기준치와 차이가 많이 난다). 전체 수출입 잠정치는 전월 말일을 기준으로 추정되지만, 품목별 잠정치는 20일까지를 기준으로 추정된다. 품복 분류는 MTI 3단위 분류를 따르고, 13대 품목 위주로 증감률과 금액을 공개한다. 이 잠정치는 오전 9시 엠바고로 기자들에게 먼저 전달되고, 보도자료 파일은 산통부 홈페이지에 오전 11시경 업로드된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전화로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냥 원래 그렇단다.

다음으로, 확정치는 월 중순(15~16일 경)에 발표된다. 무역협회나 관세청 두 곳에서 모두 확인 가능한데, 잠정치보다 훨씬 세분화된 raw data를 엑셀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속보치에서 발표되는 통관기준 수출물량 raw data는 없다는 것. 관세청에 수출입화물통계라는 것이 있긴 한데 속보치의 물량 수치와는 꽤 차이가 나며, 한은의 수출물량지수는 수출 품목 중 변동성이 큰 항목들을 제외하고 산출되는 core 지수에 가깝기 때문에 proxy로 쓰는 것은 무리다. 이 부분 때문에 GDP내 수출입을 추정해 보는 데에서 꽤 애를 먹었었다. 지엽적인 이슈긴 하지만, 통계의 일관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산통부 보도자료에서 수출입 물량 수치는 올 하반기 들어서부터 공개되기 시작했고, 매월 발표되던 전력판매는 3월부로 분기 발표로 변경되어 버렸다. 이러면 나 같은 사람은 '수출 부진을 어떻게든 해명해 보고자 물량을 이제사 발표하기 시작했나', '생산 부진을 덮으려 전력판매를 분기로 묶어 버렸나' 와 같은 삐딱한 생각을 품게 된다. 올 4월경 전력판매가 업로드 되지 않아 전화 문의를 했을 땐, 발표 담당자가 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대직자도 자리를 비워 이번 달에는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담당자 분들이 늘 친절하고 자세하게 전화를 받아 주시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구성원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 내 생각.

여튼, 이 수치들을 가지고 수출입 상황을 가늠해 봄과 동시에 대략적인 생산 동향도 추정해 볼 수 있다. 아래는 품목별 데이터를 가지고 리그레션을 돌린 예상치.

(source : 통계청, 산통부)


지금 예상으론, 11월 광공업생산은 적어도 -2%YoY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정 방법의 리스크는, 예상 외로 재고가 확 쌓이거나 줄어들 때 수치가 크게 엇나간다는 것(수출을 기반으로 추정할 뿐이니깐). 그러나 11월 자동차산업동향에서 생산이 2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 아직은 미약하지만 미국에서도 재고조정이 관찰되려 한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11월 생산이 긍정적일 가능성은 낮지 않나 싶다. 11월 금리가 떴던 시발점이 10월 말 발표되었던 9월 광공업 생산의 호조였는데, 이번 생산이 부진하면 다시 1.70%을 상단으로 하는 박스로 회귀하지 않을지.

2015년 12월 12일 토요일

나의 스승님들

내가 투자(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라이프 전반)의 스승님으로 생각하는 분이 두 분 계시다. 스승님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존중을 넘어 존경을 한다는 의미고, 내 능력으로 드릴 수 있는 것에 비해 받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그런 존재를 둘이나 만나뵐 수 있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탁월한 사람이 본인의 탁월함을 타인에게 나눠주려는 의지까지 가진 케이스가 워낙에 드물기 때문이다.

한 분, 홍팀장님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뵙게 되었다. '나는 매니저란 투자자가 되는 길에 거치는 단계라고 생각해' 라는 말씀과 함께 각종 자료와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다. 나와 회사의 주니어급 동료 몇을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점심을 같이 하며 소화해 내기 힘들 정도의 영감을 매번 주셨는데, 우리는 그것을 버핏과의 점심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다른 회사에 계시고, 이제 주기적으로 하는 그 식사 자리는 버핏과의 점심이 아닌 버핏과의 저녁이 되었다.

다른 한 분, 김이사님은, 우연히 접했던 책이 웹상의 인연으로 발전해 뵙게 되었다.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문장들에 이끌리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팬이 되어 있었다. 책은 물론이고 과거에 쓰셨던 글들을 모조리 출력해서 읽고 다녔다. 각 잡고 카페에서 읽었던 적도 있고, 여행다닐 때도 몇 편씩 챙겨서 들고 다녔다. 뭔가 살짝 죄송스럽지만, 화장실에서도 종종 읽는다. 12월부로 지금 계신 곳에서 나와 독립하신다고 한다. 건승하시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홍팀장님께서 기업분석의 틀과 아이디어를 잡아주셨다면, 김이사님은 경제를 보는 방법과 마켓을 해석하는 사고방식을 만들어주셨다. 두 분이라면 어떻게 해석하고 예상하실까, 라는 문장이 내 생각들의 출발점에 늘 위치해 있다. 내가 그 분들과 같은 뷰를 가지게 되었을 때, 또는 내가 드린 글을 재밌게 읽어주실 때면,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의 정답을 맞힌 기분이라 늘 그것을 다음 공부를 할 원동력으로 삼았다. 지난 10월에 홍팀장님께서 따로 전화로 '앞으로 금리는 너에게 물어볼게' 라고 해주실 때 기분이 좋았는데, 김이사님께서는 이번에 쓴 내 연간전망을 재밌게 읽으셨다며 지인분들께 공유까지 해주셔서 거의 날아갈 뻔 했다. 덕분에 내 실력에 비해 과분한 관심과 멘션을 받았다.

김이사님의 공유를 계기로,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이 공간의 손님들이 조금은 많아진 듯 하다. 이 블로그는 애초에 주변 지인들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한편, 나의 글쓰기를 좀 더 습관화시키기 위한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방문자가 늘었다고 완전한 비공개 블로그로 돌려버릴 이유는 딱히 없는 듯 하다. 방문자 수가 높아진 것을 보고 조금 부담이 되어 회사와 관련된 포스팅을 몇 개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공개해도 무방한 글이 비공개 글보다는 많다. 오히려 이메일로 지인들과만 나누던 마켓 관련 이야기 중에 문제가 없는 것들은 이곳에 더 공유할 생각이다.

아무튼, 내 블로그 포스팅의 컨텐츠, 로직, 아이디어, 문체 등 거의 모든 것의 지적 저작권은 스승님들께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을 알린다. 특히나 트레이딩에 관심이 많고, 채권시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나로선 블로깅을 함에 있어서 김이사님의 영향력이 지대했다. 내년엔 더 많은 스승님들과 동료들을 만나게 될 것만 같다. 올해를 넘기기 전에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좋은 모티베이션을 충전하게 되어 기쁘다.

2015년 12월 7일 월요일

what the market says (7) - 밀도가 높았던 한 주

지난주는 그야말로 1년 중 가장 밀도가 높았던 한 주였다. 월요일 위안화 SDR 편입 여부, 화요일 ISM제조업지수, 수요일 옐런 의장 발언, 목요일 ECB, 금요일 비농업 고용까지. 매월 첫 주는 늘 이 정도 수준의 지표밀집도를 자랑하지만, 12월 첫 주가 각별했던 것은 역시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마지막 지표밀집기였기 때문이다.

시장의 흐름도 당연히 격렬했다. 특히 목, 금요일의 변동성은 매우 높았다. 목요일의 주인공은 EUR/USD long. 'ECB의 조치가 시장기대를 하회해서 급반등 했다' 라는 코멘트는 반만 맞는 얘기다.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 전 예금금리 20bp 인하가 발표되었을 때, 그것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이미 강세로 달리기 시작했다. 즉, ECB의 조치가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켰더라도 유로화는 강세를 보였을 것이다. 통화정책 디커플링이라는 것이 가격에 이미 너무 많이 반영되어 있었다. '가격에 많이 반영되어 있었다' 라고 말하는 근거는? 1) 테크니컬리 하방경직성을 보였고, 2) 수요일 유로존 CPI가 시장 기대를 하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거의 약세를 보이지 않았다. 가격이 갈 때까지 가 있었다는 뜻이다.

금요일의 주인공은 미국 주식 long. 논팜이 시장 기대수준으로 발표되면, 12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확실시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1) 달러가 조금 더 약세로 진행되거나, 2) 미국 채권금리가 오히려 하락하거나, 3) 미국 주식이 상승할 것이라고 봤는데, 셋 다 맞았지만 3번이 압도적이었다. 한 가지 배운 점은, 미국 주식 선물은 현물 개장 타임 이후의 흐름이 진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 논팜 발표 직후 S&P선물이 밋밋한 흐름을 보이길래 별 볼일 없을 줄 알았는데, 현물시장이 개장하자마자 큰 폭의 랠리를 시작했다. 미국 주식 선물을 볼 땐 현물시장 개장 시장에 유의하자.

아무튼, 일련의 가격 흐름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1) 연준은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그러나 인상 속도는 매우매우 더딜 것이다.

2) 지금의 달러 레벨은 이미 연준의 12월 인상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달러 강세가 더 진행되려면 중앙은행의 액션이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한다.

FOMC가 있는 16일까지는 시장이 꽤 한산할 것 같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완화적 기조 자체는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한다는 전망에 동의한다면, 한국 채권은 long을 구축해 놓기에 편안한 한 주. 근 2주간 일평균 수면 시간이 4시간 남짓인데다 운동도 제대로 못해 몸이 꽤 상했는데, 이제 다시 체력을 비축해 놓아야 할 시기.

2015년 12월 4일 금요일

2016년 한국경제전망

지난번 업로드했던 자체 전망 자료를 재업로드. 이곳을 클릭.

아래는 요약 부분 내용을 첨부했다.




• 한국정부와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3%대 성장률이 2016년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2014년부터 진행된 재고 위주의 성장은 수출 부진의 본격화로 한계에 봉착했다. 미국 산업경기 둔화로 선진국 경기 개선에 따른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며, 중국 경기 침체는 이미 변수가 아닌 상수에 가깝다. 2016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주저앉을 것이다.

• 한국의 기준금리는 상 하반기 각각 25bp씩 인하되어 1.0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첫 인하는 수출 부진을 투자와 소비로 상쇄하겠다는 한국은행의 기대가 무너지는 3~4월경에, 두 번째 인하는 성장률 부진이 한층 가시화되는 10월경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방관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한국 채권금리의 장단기 스프레드는 극도로 축소될 것이다.

• 연준은 미국의 제조업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고용 회복을 근거로 점진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조업 경기 부진의 심화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며, 이는 소비와 서비스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시차는 다소 존재하겠지만 금번 기준금리 인상은 고용지표의 둔화와 물가 하락을 야기할 것이고, 결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많아야 2~3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 중국의 과잉부채 위기론은 수년간 제기되어 왔으나 특별히 실체화 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간과되어왔다. 그러나 경제지표의 전방위적인 하락과 8월의 위안화 절하로 중국 위기론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미래는 1)경기 부진을 방조하며 부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빠지거나, 2)통화 완화 시도에 따른 자금유출로 자산가격이 폭락해 밸런스시트 불황에 빠지는 두 스토리 중 하나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 경기 흐름 상 코스피 지수는 1~2분기에 마지막 반등을 보인 뒤, 근 4년간 형성한 박스권을 하향 이탈할 개연성이 있다. 한국 채권금리는 전 구간에 거친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며, 한-미 10년물 금리 역전이 일상화 될 것이다. 원화는 한국 경기 부진을 배경으로 꾸준히 절하되어 1,300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

• 보고서 말미에는 통화정책과 관련된 7가지 단골질문들과 답변을 첨부했다. 대부분이 엉터리 경제 칼럼 등이 형성해 놓은 잘못된 통념에서 비롯된 의문들이다. 잘못된 통념만 바로잡아도 어처구니 없는 매크로 전망은 피할 수 있게 된다. 아니, 어쩌면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는 것 자체가 매크로 전망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2015년 12월 1일 화요일

2016년 한국 경제 전망 (수정 계획)

2016년 경제 전망 자료의 드래프트 버젼. 게으름으로 인해 작성이 늦어졌다. 도표와 출처 등을 수정한 완성본은 이번주 내로 업로드할 계획.

다운로드 링크

2015년 11월 28일 토요일

지인과의 대화 (1)

Q :
Article I read that kind of scares me with the short KRW position is this.  Is this ‘structural demand for Korean bonds’ something that could affect fx rates in the near-term?


A :
Here is my very short commentary for attached article regarding 'structural demand for Korean bonds'.

As the article pointed out, considering the structural sluggish aspects of Korean economy like Japanifiaction, Korean bond rates is kind of attractive and it will cause money inflow to the Korean bond market. So it's the fact that the Japanifiaction could be pressure on USD/KRW through the bond market channel.

However, if the Korean economy is in the structural downward trend, there should be so much money outflow from Korean stock market also. None of the investors want to buy the stock of the nation heading into "lost twenty years'.

There should be some time gap between the money inflow to the bond market and the money outflow from the stock market. But in the long-run, if the Korean economy slowdown is structural, the money inflow to the bond market is definitely offset by the money outflow from the stock market, in my view.

2015년 11월 19일 목요일

what the market says (6) - 10월 FOMC의사록 & 11월 BOJ미팅

지난번 닛케이 long 또는 닛케이 long + 미국주식 short 페어를 본 것은 나쁘지 않았다. 이 아이디어의 기본 배경은 연준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엔화를 완만하게나마 약세로 짓누를 것이라는 점. 페어를 짰던 이유는? 연준의 인상이 미국 주식에 호재일지는 불분명해서.

그런데 어제 나온 FOCM의사록, 오늘 발표된 BOJ의 자산매입규모 동결에 따른 시장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지난 글의 컨셉은 이제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FOMC의사록은 hawkish한 편이었고 12월 인상 가능성을 한층 더 높여주는 내용에 가까웠는데, 미국 주식은 상승하고 엔과 유로는 오히려 소폭 강세를 보였다. 그리고 BOJ의 자산매입규모 동결 이후에는 역시 엔화는 소폭의 강세를 보이고 닛케이는 약세로 반전했는데, 미국주식선물은 별로 밀리지 않았다.

이러한 가격 움직임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미국 주식은 12월 인상 정도는 충분히 감내해 낼 수 있다. 즉, 당분간은 지표가 잘 나올 때 주식은 조금씩 오를 가능성이 높다.

2) 12월 인상 자체가 달러강세를 심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인상이 단행된 직후 엔과 유로는 일시적으로 큰 폭의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Fait Accompli.



그렇다면 미국 지표가 부진하면 미국 주식이 하락반전할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쉽게말해 미국 주식은 지표가 좋든 안좋든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국면에 진입했다. 폭 자체가 많이 남은것은 아니지만, 미국 주식은 전고점 부근까지 추가적인 랠리를 보일 것으로 예상.

아마도 이 컨셉은 위안화 SDR편입 여부가 결정나고, 미국의 주요지표 발표가 시작되는 12월초가 되면 재반전될 것.

2015년 11월 9일 월요일

what the market says (5) - 10월 비농업고용

미국의 10월 논팜은 271K로 예상치인 180K를 크게 상회했다. 이제 12월 인상은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 미국 금리는 꽤 올랐고, 유로와 엔은 약해졌고, 닛케이와 닥스는 오르고 미국 주식은 우왕좌왕하다 보합으로 끝났다. 올 상반기 논팜 호조 시 관찰되었던 전형적인 패턴을 답습.

가격들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1) 금리 인상이 코앞이다. 그리고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을 견뎌낼 수 있을 것도 같다. (미국 금리의 상승, 베어 스팁, 우왕좌왕하는 미국 주식으로 미루어 볼 때)

2) 미국 주식은 금리 인상이 악재인지 호재인지 헷갈려 한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 주식에게는 호재다.

상해지수가 3500선에 안착하며 중국 경기 부진 우려를 당분간 불식시키고 있다는 조건 하에, 미국주식short+닛케이long 페어 또는 닛케이long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위안화 SDR편입 여부 결정 전까지는 편안하게 노려볼만한 포지션.

2015년 11월 4일 수요일

Questions that I have been asked (7) -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에서는 통화정책 대응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이 질문은 아마도 크루그먼과 서머스의 구조적 장기침체론(secular stagnation)을 오독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독한 자들은 장기침체론을 교묘하게 꼬아서 통화정책 방관론에 도달시킨다. 이들은 지금의 저성장은 노령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지, 경기가 나빠서 저성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통화정책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예전에는 5%대 의 성장률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2%대의 성장률이 일상이 되었으니, 성장률이 2%로 발표되더라도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경기 부양책을 펼치지 말고 구조개혁을 하자는 소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그러나 실제로 크루그먼이나 서머스가 주장하는 맥락은 위와 다르다. 일단, 고령화와 소득불평등 심화로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부분 까지는 맞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통화정책을 중립 혹은 긴축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통화완화만 해서는 소용이 없으니 재정정책도 쓰자'라고 주장하는 것이지, '통화정책은 쓸모가 없으니 재정정책만 쓰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나라의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그 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 나라의 중립금리가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들어 잠재성장률이 4%인 나라의 중립금리가 2.5%라고 해 보자. 그런데 이 나라의 성장률이 3%로 떨어졌다. 이것이 마이너스 GDP 갭이라면 금리를 인하해서 경기를 부양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구조적인 변화로 그 나라의 잠재성장률이 3%가 된 것이라면 어떨까? 수정된 잠재성장률만큼의 경제 성장을 이루어 냈으니 통화정책 대응을 하지 말아야 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잠재성장률이 3%라면 그 나라의 중립금리도 낮아져 1.5%가 된다(예를 든 것이니 수치 자체에는 의미를 두지 않길 바란다). 만약 잠재성장률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2.5%의 금리를 유지하면 그 나라의 통화정책은 자동으로 긴축적인 것이 되어 경기를 망가뜨린다. 결국 중앙은행은 낮아진 잠재성장률 수준에 맞춰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된다.

쉽게말해,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다면 금리도 구조적으로 낮아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지금 미국의 명목중립금리는 대략 0%근처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0%까지 내려도 통화정책은 중립적인 것이 되는데, 기준금리를 0% 이하의 마이너스로 대폭 내릴 수는 없으니 재정정책을 펼쳐 불황 타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구조적 장기침체론의 요지다. 크루그먼과 서머스의 논리는 몇몇 부분에서 차이가 나지만, 대략적인 맥락은 위와 같다고 보면 된다.

2015년 11월 3일 화요일

Questions that I have been asked (6) - 통화정책을 하지 말고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일부 칼럼니스트들의 글에서 종종 발견되는 논리다. 금리를 사상 최저까지 낮췄으니 이만하면 됐고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하자는 것인데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대단히 허술한 주장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은행 총재가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상호 보완 및 상충 효과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금리를 낮춰 민간수요를 간접적으로 자극해도 좀처럼 수요가 창출되지 않을 때, 재정지출을 확대시켜 수요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정책은 보완적이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중립적으로 운용하며 재정 확장에만 집중하면 국채 발행량 증가로 금리는 상승하고 민간 투자는 구축된다는 점에서는 상충적이기도 하다. 때문에 통화완화가 없는 재정정책이란 사실상 존재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한국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일까? 통화정책이 완화적인지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1) 주변국과의 실질기준금리를 비교하는 방법, 2) 중립명목금리를 추산해 명목기준금리와 비교하는 방법, 2) 그냥 단순하게 민간신용의 증가세를 확인하는 방법, 의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주변국과의 실질기준금리 측면에서 한국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이지 않다. 일전에 포스팅에서도 인용했던 노무라의 차트를 보면, 한국의 통화정책은 여타 무역대상국과 비교했을 때 긴축적인 편에 속한다.


중립금리 면에서도 한국의 통화정책은 중립적이거나 혹은 긴축적이다. 역시나 노무라의 추정치를 인용. 중립금리 산출에는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지만, 한국의 명목중립금리는 지금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봤자 명목기준금리 근처의 값이 산출된다.



마지막으로 민간신용의 증가세를 살펴보자. 가계 신용에서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의 전년비 증가율과 제조업 대출의 전년비 증가율을 비교해 그려보았다.

(출처 : 한국은행)

위 차트의 주담대 외 가계대출의 증가세 추이를 보면, 네 번의 금리 인하로 소비가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한국은행의 입장이 일정 부분 이해는 간다. 14'년 1분기 이후 꺾일뻔 했던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금번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된 2분기부터 다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조업의 신용 증가세다. 한국의 제조업 경기 둔화가 시작된 2012년부터 지금까지 기업의 신용은 수 차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별로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1) 기업이 신용을 확대시킬만큼 충분히 금리가 낮지 않거나, 2)기업이 이미 부채 부담이 커서 더 이상 신용을 확대시킬 여력이 없다는 뜻인데, 두 경우 모두 추가적 기준금리 인하를 필요로 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된다. 즉, 기업입장에서는 현재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이지 않다. 이렇게 방치한 기업경기 침체가 가계의 소득 감소로 연결되면 가계 신용 증가세도 조만간 꺾여버리고 말 것이다.

결국 현재 한국의 통화정책은 백번 양보해봤자 중립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동결하고 재정확대에 나서봤자 민간투자는 구축되고 재정 여력만 갉아먹게 된다(물론 한국의 재정정책이란 것이 그렇게 화끈하지도 않겠지만). 심지어 전세값 상승이 우려되니 금리는 올리고 재정정책만 사용하자는 칼럼도 있었는데 그것은 지구에 존재할 수 없는 정책 조합이다. 재정정책 중시론자인 래리 서머스조차 통화를 긴축하자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끝으로 통화정책 없이 구조개혁을 하자는 논리는 별로 길게 설명할만한 가치가 느껴지지도 않는다. 경제의 구조개혁이란 상당한 시간과 성장통을 수반하며, 그것은 절대 경기 부진 국면에서 이뤄낼 수 없다. 지난 3월에 쓴 글이 이와 관련된 글이었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구조개혁을 하자는 말은, 의사가 메르스에 걸린 환자를 놓고 '이 환자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 개선으로 면역력을 증강시켜야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구조개혁은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한 후에야 다룰 수 있는 문제다.

2015년 10월 30일 금요일

what the market says (4) - 10월 FOMC

지난 글에서, 통화완화의 기대를 중앙은행들이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드라기총재의 완화적인 코멘트로 지난 예상은 틀린 것이 되었다. 완화적인 ECB에 미국, 유럽 주식들은 랠리했고, 중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상승 추세를 강화시켰다.

여기까지는 시장의 스토리가 나름 잘 맞아떨어졌는데, 어제 FOMC statement 직후의 시장간 흐름은 조금 특이했다. 예상보다 꽤 hawkish했던 statement가 공개된 후, 유로와 엔화는 약세로 가고 미국 금리는 구간별로 대략 6~7bp정도 하락했다. 그런데 잠깐 하락했던 미국 주식은 다시 상승하여 고가를 재경신하는 수준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최근 미국 주식의 랠리가 각국의 추가적인 통화 완화에 기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hawkish한 FOMC에도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조금 이상한 흐름이다.

아마도 이러한 흐름은 아래 두 논리 중 하나를 배경으로 할 것이다.

1) 미국이 tightening을 시작한다는 것은 미국 경기가 강하다는 의미이므로 주식에는 강세 채권에는 약세 요인이다. 즉, 미국 주식은 연준의 금리 인상을 견뎌낼 수 있다.

2) FOMC가 hawkish해봤자, 어차피 근시일 내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완화 기조는 당분간 유지된다.


1번의 논리가 더 매끄럽기는 하지만, 미국 금리의 하락폭이 별로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2번의 가능성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오늘 나오는 3분기 GDP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면 당분간의 시장 논리가 어떤 쪽일지 판명 가능할 것. 1번이면 Good news is good news, 2번이면 Bad news is good news.

2015년 10월 28일 수요일

Questions that I have been asked (5) -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전세값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이 폭증하지 않나

역시나 정치적 용도로 즐겨 활용되는 문장이다. '금리인하는 전세값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켜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킨다' 라고 연결하면 더욱 그럴듯 해 보인다. 하지만 이 논리에는 많은 오류가 내포되어 있다.

먼저, 주거비라는 개념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주거비란 무엇인가? 집을 보유 중인 사람의 연간 주거비는 간략하게 '연간 세금지출+{(금리*연초 집값)-연간 집 가치의 상승폭}'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식이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일단 넘어가자. 물론,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했다면 이자비용도 주거비에 포함시켜야 한다. 월세로 사는 사람의 주거비는? 아주 쉽게 월세지출 그 자체가 곧바로 주거비가 된다.

문제는 전세다. 전세의 주거비는 어떻게 구해야 할까? 예를 들어보자. 전세보증금 1억에 금리가 4%라면 기회비용 관점에서 그 전세의 주거비는 연 400만원이 된다. 만약 전세보증금이 2억이고 금리가 2%라면? 마찬가지로 그 전세의 주거비는 연 400만원이 된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전세의 주거비는 '전세보증금'을 뜻하지 않는다. 전세보증금이 두 배로 뛰어봤자, 금리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면 주거비용은 조금도 상승하지 않는다. 내가 전세로 살던 집의 전세값이 두 배로 올랐다 하더라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금리로 그 만큼을 대출 받아 보증금을 내면 주거비용은 그대로다. 단순히 전세보증금이 상승했다고 주거비 부담이 폭증했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번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된 작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세보증금은 얼마나 상승했고 대출금리는 얼마나 하락했을까? KB전세가격지수는 107.1에서 113.5로 약 6% 상승했고, 신규대출 기준 kofix금리는 2.48%에서 1.54%로 약 38% 하락했다. KB전세가격지수를 믿기 힘들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금리의 하락률이 38%에 달했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이 60%상승했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해도 주거비는 여전히 flat하게 된다.

저금리가 월세시대를 앞당기고, 전세보증금을 높이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전세보증금 지불을 위해 받은 대출을 원리금균등상환으로 갚아 나가면, 원금을 갚는 금액 만큼 강제로 저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소비가 소폭 줄어들 수는 있겠다. 그러나 높아진 전세보증금이 곧바로 주거비의 폭증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주거비'와 '전세보증금'을 혼동하지 말자. 두 개념을 혼동하면 자칫 전세보증금의 상승을 기준금리 인하 저해 요인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고, 결국 통화정책을 이해하거나 예상할 수 없게 된다.

2015년 10월 24일 토요일

Questions that I have been asked (4) - 통화완화 정책은 실물경기 부양 효과 없이 양극화만 초래한다

통화완화 정책이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문장이 가진 논리 흐름은 다음과 같다. 1)통화완화 정책은 실물경기에 효과는 없이 자산가격만 상승시키고, 2)따라서 자산을 들고 있는 부유층의 부만 더욱 공고해진다는 것.

먼저 통화완화정책이 실물경기에 효과가 없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면, 첫 번째 글인 '왜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하는가'를 다시 읽어 보는 것이 좋다. 통화완화를 하면 가계나 기업은 돈을 빌려 소비나 투자에 나서게 되고, 소비나 투자를 한다는 것은 곧 실물경기가 부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첫 번째 글에서 언급했듯이 금융위기와 같은 극심한 불황 후에는 위의 메카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 때는 통화완화를 해도 경제주체들이 좀처럼 돈을 빌리지 않으며, 풀려나간 돈들은 금융시장 안에 머물며 자산가격을 상승시킨다. 이 부분을 지적하며 '그것봐라 자산가격만 부양시키지 않나?' 라는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일차원적인 의문에 불과하다. '통화완화를 해도 경제주체들이 돈을 빌리지 않고, 자산가격이 부양되는 경우'의 불황이란 바로 경제주체들의 밸런스시트가 훼손되는 불황을 뜻한다. 밸런스시트 불황은 자산가격이 폭락하여 발생하는 불황을 의미하는데, 이 때는 통화완화를 해서 자산가격을 부양시키는 것 만으로도 불황의 심화가 저지된다. 바꿔말해, 통화완화가 자산가격 붕괴를 저지해주기 때문에, 가계와 기업은 부채비율의 추가 악화를 피할 수 있으며, 밸런스시트를 복구해 나가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해 끝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통화정책을 예상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그러한 의문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통화정책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 어떤 나라의 통화정책회의 멤버로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투자전략회의에서 '열심히 해봤자 베타를 이길 수 있을까' 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듯이,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내리거나 올려봤자 경기가 바뀔까'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통화완화정책이 자산가격을 상승시켜 양극화가 초래된다'는 문장은 어떨까? 일견 타당해 보이는 문장이지만, 이 역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폭증한다'와 더불어 정치적 목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말일 뿐이다.

만약에 중앙은행이 경기침체를 방조하며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고 해 보자. 경기침체에 따른 기억이익 악화로 임금이 줄어 중산층 이하의 가계소득은 감소하겠지만, 자본소득이 많은 부유층들은 임금 하락에서 매우 자유롭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다. 만약 자산가격, 이를테면 주택 시장의 붕괴를 중앙은행이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던 중산층은 붕괴되고, 전세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도 못해 길거리에 나앉게 될 것이다.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 가장 먼저 망하게 되는 전세민들이 주택 가격 폭락을 염원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 오히려 부유층들만이 염가에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며, 향후 가격이 회복하면 막대한 수익을 누릴 것이다.

애초에 양극화 문제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올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양극화는 정치와 사회 시스템의 문제다. 통화완화를 하면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정치권의 책임회피적 목소리에 호도되어서는 통화정책을 전망할 수 없다.

2015년 10월 23일 금요일

what the market says (3)

어제의 글로벌 주식시장 흐름은 매우 흥미롭다.

일단 상해지수가 기술적으로 의미 있다고 보던 레벨인 3,400pt 안착에 실패하며 무너져 내렸다. 코스피도 따라 내려가고, 한국 채권금리는 하락하고. 그런데 닛케이는 이를 무시하고 상승폭을 확대해 나가더니 장 막판에도 별로 밀리지 않았다. 닥스가 이어 받아 상승 마감했고, 미국 주식은 정체.

글로벌리 중국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꽤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흐름들은 조금 어색한 면이 있는데, 결국 내가 읽은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1) 중국 리스크는 아직도 시장에서 인지 중이다. 특히 한국같은 인접국은 피해가 막심할 것.

2) 그러나 추가 금융완화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은, 그에 대한 기대감이 중국 우려를 압도하고 있다. 때문에 유럽과 일본 주식은 비교적 견조.

마침 오늘 ECB를 시작으로 다음주까지 주요국의 통화정책 회의가 밀집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2번의 기대를 중앙은행들이 충족시켜줄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만약 금융완화 기대감이 지워지면 아마도 상해시장의 하락은 글로벌 주식시장으로 재전염될 것.

2015년 10월 20일 화요일

Questions that I have been asked (3) -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자본이 유출되지 않는가

기준금리를 인하해서 한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자본이 유출된다는 논리는 겉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제로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먼저 '미국 채권 금리가 2.5%인데 한국 채권 금리가 2.0%면 한국 채권을 아무도 사지 않는다'는 문장의 오류부터 짚어보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외채권투자의 기본적인 메카니즘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채권투자의 수익률은 '이자수익+자본이득'으로 나눌 수 있다. 2.5%에 거래되는 채권을 매입하게되면 일단 연 2.5%의 이자수익은 확보되는 셈이고, 매입 시점 이후 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자본이득도 얻게 된다.

만약 해외채권투자도 위와 같은 단순한 논리만을 따른다면, 세상에 해외채권투자보다 쉬운 투자도 없을 것이다. 무조건 국내 채권 대비 수익률이 높은 타 국가의 채권을 찾은 뒤, 매입해서 들고있기만 하면 된다. 한국의 1년만기 통안채 수익률이 1.5%인데, A라는 국가의 1년만기 정부채 수익률이 2.0%라면, 1년 내에 망하지만 않을 나라라면 그냥 사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외채권투자가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환율 때문이다. 위의 예에서 A국가의 정부채를 매입했는데 그 국가의 통화가 한국 대비 크게 절하되어버리면, 이자수익을 훌쩍 넘어서는 환손실을 입게 된다. 가끔 증권사에서 판매했다가 큰 손실을 보는 신흥국 채권 상품들이 이러한 경우다. 이자수익은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환율 절하 폭이 더 어마어마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그렇다면 환 헷지를 걸면 어떻게 될까? 해외 채권을 매입하며 환 헷지를 걸면 이자수익이 정확히 본인 국가의 채권 수익률로 수렴한다. 다시 위의 A국가의 예에서, A국가의 정부채 수익률이 2.0%로 한국의 1.5%보다 높지만, FX hedge cost가 두 국가의 이자율 차인 0.5%이므로, 결과적으로 A국가의 정부채 수익을 사고 환 헷지를 걸었을때의 이자수익은 1.5%가 된다. 금리가 더 높은 어떤 나라의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해외채권투자는 다음 두 가지 형태로 나눠 볼 수 있다.

1) 해외채권을 사고, 환헷지를 걸지 않는 투자. 경우에 따라 국내 채권을 샀을 때보다 높은 이자수익을 누릴 수도 있지만, 해당 국가에 대한 통화 강세 뷰도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2) 해외채권을 사고, 환헷지를 거는 투자. 이 경우 국내 채권을 매입하는 것 대비 이자수익의 메리트는 제로다. 즉, 이러한 투자는 해당 국가 금리의 하락으로 자본이득이 기대될 때 행하게 된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면, '미국 채권 금리가 2.5%인데 한국 채권 금리가 2.0%면 한국 채권을 아무도 사지 않는다'는 논리는 1번의 해외채권투자 형태에만 해당하는 논리라고 볼 수 있다. 1번과 같은 성격의 해외 자금은 한국 채권을 팔고 떠나겠지만, 2번의 투자형태와 각국 중앙은행으로부터의 한국 채권 매입은 꾸준히 유지될 것이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한국 채권 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몽땅 팔고 나갈거야' 라고 말하는 것은 '한국 주식의 배당 수익률이 미국보다 낮으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몽땅 팔고 나갈거야' 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를바 없다.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 유입이 단순히 배당수익률로만 결정되지 않듯이, 외국인의 채권 매수세 유입도 단순히 이자수익의 차이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외국인 매수세를 감안하면, 미국과의 기준금리 혹은 시장금리 역전 시 일정 부분의 자금 유출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이 몽땅 유출되어 위기가 올 것이라는 논리는 허망하기만 하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채권을 일부 매도하는 것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자본유출이 아니다. 진짜 자본유출은 잘못된 통화정책 대응이나 정책의 실패로 해당 국가의 잠재적 경쟁력이 훼손되어 국가의 신뢰도가 낮아질 때 발생한다. 역시나 내 필력의 부족으로 한-미 기준금리와 자본유출간의 관계 이해가 어렵다면, SK증권 이은택 위원님이 8월 6일에 발간하신 '미국 금리인상이 자본유출을 부른다?'를 참조하면 좋다.

Questions that I have been asked (2) -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확대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돈을 빌리는 부담이 줄어들어 가계나 기업이 빚을 내 소비나 투자를 하게 된다. 즉,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당연히 가계부채는 확대된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확대된다는 것 자체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 애초에 돈을 싸게 빌려서 쓰라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가계부채가 확대된다는 것은 그 나라의 통화정책이 아주 잘 작동한다는 뜻일 뿐이다. 오히려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인하했는데도 가계나 기업의 신용이 확대되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통한 통화정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 때 중앙은행은 QE나 마이너스 금리 등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펼치게 된다.

바꿔말해, 한국은 기준금리를 통한 통화정책이 아직까지 매우 잘 작동 중인 나라다. 문제는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가계부채의 확대를 부작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부채를 거의 죄악시하는 한국의 통념이 배경이 되어 이러한 집단적 몰이해를 낳는 것일 듯 싶은데, 이 부분에서 생각이 꼬이면 매크로 정책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첫 글에서도 썼지만, 민간 신용의 증대를 유도하는 것이 통화정책이고 정부 신용을 증대시키는 것이 재정정책이다. 인류가 가진 거시정책적 경기 조절 수단은 이 두 가지 밖에 없다.

물론, 현재 한국의 가계신용이 꽤 높은 수준이므로 가계신용의 총 규모를 낮추는 디레버리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디레버리징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경기가 부진하면 통화정책은 완화적인 쪽을 택하게 된다. 예를들어 지금 약 1,000조를 기록 중인 가계부채를 축소시키려는 것이 정책적 목표라고 해 보자. 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1)헤어컷을 하거나 2)빚을 갚게 만드는 방법 말고는 없다. 헤어컷이 극단적 부실 상황에서만 고육지책으로 행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가계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돈을 벌어 빚을 갚게 만드는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정책은 금리를 인하해 가계의 이자부담과 실질부채 부담을 줄여주면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가계의 무리한 추가 레버리징을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 것이 된다. 금리인하로 부진했던 경기가 부양되면 가계는 돈을 벌어 부채를 갚아나갈 수 있다. 차악의 정책은 기준금리를 동결해 가계의 추가 신용 확대만을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기가 부진한 국면에서 금리를 동결하면,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둔화시킬 수 있어도 경기 부양 및 명목 소득 증대를 통한 부채 상환은 요원해지게 된다. 최악의 정책은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며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1,000조원의 가계부채와 경기 부진 조건 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가계의 이자부담과 실질부채 부담이 증가하고, 경기 침체로 명목 소득 증대는 불가능해지며, 자산가치 하락으로 아예 가계의 밸런스시트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다행히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며 경기 부진 국면에서 금리를 인상했던 중앙은행은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기준금리를 인하해서 가계부채가 증가했다'는 비판은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문장일 뿐이지 경제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부채를 증가시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 기준금리 인하다. 경기 부진 국면에서의 완만한 디레버리징 역시 기준금리 인하를 필요로 한다. 즉, 한국은 여전히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Questions that I have been asked (1) - 왜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하는가

각국 중앙은행이 명시하는 통화정책 목표의 디테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거나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한다. '물가 허용범위 내에서'라는 조건이 붙는 경우도 있으나, 그 허용 범위라는 것이 결국 '성장률을 해치지 않는 물가 허용 범위' 이기 때문에 사실상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목표는 '경기 대응을 통한 성장 경로 조절' 하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화정책은 '신용'을 통해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돈을 빌리는 부담이 줄어들어 가계나 기업이 빚을 내서 소비나 투자를 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돈을 빌리는 부담이 커지므로 가계나 기업은 빚 내는 것을 멈추고 소비와 투자도 줄이게 된다. 즉,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대응을 한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신용(부채)을 컨트롤한다는 뜻이다.

위와같은 기준금리 변경을 통한 경기 대응은 대부분의 경기 국면에서 아주 잘 작동한다. 그러나 1929년의 대공황,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큰 위기 직후에는 문제가 생긴다. 슈퍼부채사이클, 혹은 밸런스시트 불황 등으로 표현되는 이러한 디레버리징 국면에서는,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가계나 기업이 돈을 새로 빌리지 않는다. 자산가격 급락으로 망가진 밸런스시트를 복구하느라(빚을 갚느라) 새로 돈을 빌릴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가계와 기업의 '새로 돈을 빌리지 않으려는 태도'는 밸런스시트를 완전히 복구한 뒤에도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공황 이후 미국의 민간 부문이 돈을 새로 빌리기 시작한 시기는 무려 30년이 지난 1959년이었고, 버블로 망가졌던 일본의 밸런스시트는 2000년대 중반 복구되었지만 일본 민간의 신용 증가는 여전히 미약하기만 하다.

이처럼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낮췄는데도 기업과 가계의 신용이 증가하지 않으면, 중앙은행은 QE를 통해 본원통화를 찍어내기 시작한다. 신용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통화 유동성의 감소를 의미하므로, 이를 상쇄하기 위해 돈을 새로 찍어내는 것이다. 만약 QE를 통해 통화량을 유지하지 않으면 시중 유동성은 메말라 버리고, 이는 자산 가격의 하락을 가속화시켜 가계와 기업의 밸런스시트를 더욱 망가뜨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통화량을 유지하면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라는 통화주의적 시각에까지 동의하지 않더라도, QE는 자산 가격 급락을 저지하는 역할 그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QE를 통해 통화량을 유지시키더라도 가계와 기업의 신용이 증가하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다. 통화량의 유지는 경기회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통화를 찍어낼 수는 있지만, 찍어낸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자산을 매입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이 때 정부가 나서게 된다. 기업과 가계가 빚을 지지 않으려 할 때, 정부가 빚을 내서 투자를 하면 유효수요가 창출된다. 알다시피, 이것이 케인지언들의 주장이며 미국에서는 현재 크루그먼이나 래리서머스가 이러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표적 인물에 속한다. 그들은 '통화완화만 해서는 소용이 없고,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이 불황을 끝낼 수 있다' 라고 주장한다.

위 내용들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대한 정말 기초적인 내용들이지만, 내가 받았던 질문들의 상당 부분은 위 내용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파생된 것들이었다. 따라서 위 내용을 차분하게,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내 필력의 부족함으로 이해가 어렵다면, 레이 달리오의 동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4rn0kYeoZLo)을 참조하기 바란다.

2015년 10월 14일 수요일

My technical views (8) - 상해지수



상해지수의 테크니컬 포인트는 대략 다음과 같다.

- 지난 7월 약 3번의 지지 경험이 있는 200일 이평

- 최근 하락의 추세를 반영하는 45일 이평 (내 마음대로 설정한 것)

- 연초의 고점, 그리고 7월의 저점인 3,400pt 지지를 무너뜨린 하락 갭 (8/24 발생)


당분간 관전 포인트는 갭이 발생한 3,400pt~3,500pt대를 넘는 반등이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라고 생각한다. 갭을 메우면 200일 이평까지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고(①), 메우지 못하면 다시 하락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②).

이런 상황에서 만약 상해지수를 거래한다면,

1) 갭 하단인 3,400pt에서 적절한 스탑(갭 상단을 스탑으로 해도 됨)을 걸고 short을 잡는다. 하락하면 포지션 유지, 스탑에 닿으면 로스컷.

2) 갭이 메워질 때 (시세가 3,500pt를 상회할 때) long을 잡는다. 갭 중단 또는 하단을 스탑으로 잡고, 목표치는 200일 이평 근처.

느낌상 상해지수는 갭을 메우지 못하고 다시 하락할 것 같지만, 아직은 지켜봐야할 듯.

2015년 10월 12일 월요일

My technical views (7)

지난 번에 기술했던 Andrew's pitchfork와 달러원 환율에 대한 차트를 업데이트.


HTS에 기존에 설정되어 있던 지표들이 있어서 복잡해 보이지만, 초록색 선만 보면 된다. 아주 강력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pitchfork의 상단 (또는 하향하는 pitchfork의 하단)을 시세가 뚫고 나가버리는 일은 잘 없다. 특히나 pitchfork의 기울기가 가파르면 가파를수록 더 그렇다. 8월 위안화 절하로 촉발된 원화 약세 기조가 pitchfork의 상단을 돌파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위안화가 비교적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이자 결국 저항을 맞고 돌아와 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middle line마저 훼손되었고, 보통 기술적 분석가들은 이럴 때 pitchfork 하단, 또는 전고점까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코멘트한다. 

이런 상황에서 long view를 가지고 있다면, technical한 매매 포인트는 1)시세가 다시 middle line을 상회 했을 때, 2)시세가 충분히 하락하여 bottom line에 닿았을 때가 된다. 1)의 경우 middle line을 재 하회시 손절하며, 2)의 경우 bottom line을 하회하면 손절한다. 꼭 Andrew's pitchfork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어찌됐건 진입은 이익 potential은 상당하고 손절은 가까운 지점에서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

1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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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모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들.

갑 위치의 어떤 사람이 동석한 을 위치의 타사 직원에게 은근슬쩍 취업 청탁을 한다. 그 직원은 '추천'이라는 제도가 회사에 있으니 가능할 것이라고 답한다. 이어서 그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출신 대학을 한 명씩 물어보더니, 한 여직원에게 'ㅇㅇ여대 출신이 아직 시집을 잘가' 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내 경험상 이렇게 시작되는 말들은 거의 안하는게 나은 말들) 오래간만에 20대 여성분들과 술을 먹으니 참 좋네' 라고 첨언하니, 옆 사람이 신나서 '제가 아까 형님 앉으시라고 그 자리(여직원 옆자리)를 비워 놨었어요' 라고 외친다.

나는 그 술자리에서 신조어인 '개저씨'가 무엇인지 아주 제대로 목격했다. 아니, '개저씨' 뿐 아닌 한국의 미개한 단면들을 집약해서 경험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최소 10년 안에는 이딴 불편한 술자리를 언제든 박차고 나올 수 있을만큼 자유로워져야 할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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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제2롯데월드 몰에서 쇼핑을 했다. 안전 우려만 해결되면 코엑스보다야 롯데몰 쪽이 좀 더 잘 될 수도 있을 듯.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하며 입점해 있는 음식점 곳곳에서 10%정도 할인을 해 주고 있었는데, 소비를 어떻게든 밀어보려는 정책 당국의 부질없는 노력이 느껴져 한숨만 나왔다. 한국은 가계와 기업이 경기 부진의 고통을 맨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나라다. 참 대단하기도 하지만, 대단하다는 점을 온 몸을 불사르며 증명해 내고 있다는 점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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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중국과 관련된 레폿들을 다 정리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글들을 읽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 많이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자랑할 거리가 되지 못한다. 연말까지의 스케쥴 흐름상 이번주는 좋아하는 글 보다는 필요한 글을 공부했어야 했다. 가장 하기 싫은 일부터 손을 대야한다는 것을 머리로만 알고 아직도 잘 행하지는 못한다.

2015년 10월 9일 금요일

what the market says (2) - 휴장을 끝낸 상해지수

지난 한 주 동안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스몰 랠리가 관찰되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기술적으로 전저점 부근이었고, 논팜이 미묘하게 주식에 좋게 해석되었다. 한국과 일본 주식이 꽤 오르고, 원화의 강세가 진행된 것을 보면 상해지수 휴장에 따른 안도랠리의 성격도 강했던 듯하다.

문제는 오늘 상해지수 개장에 따른 시장의 반응들. 코스피는 비교적 강했지만, 그에 비해 국고채 금리의 상승은 상당히 제한되었고, 특히 한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글로벌 주식시장들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달러원 환율도 1,155원 부근에서는 추가 하락에 아직까지 탄력이 붙지는 못하는 중. 1,155원은 지난 8월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하기 전의 레벨이다.

오늘의 가격들이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1)  시장은 휴장을 끝낸 상해지수가 최소 5%정도는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3% 상승은 불충분하다.

2) 9월부터 최근까지 중국발 쇼크가 많이 진정된 것은 맞다. 그런데 중국이 쇼크가 아닌 연착륙만 하더라도 한국 경기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쇼크는 아니라는 안도감에 코스피가 탄력적 반응을 보였으나, 국채금리는 좀 더 솔직하게 경기 부진을 반영 중인 것.

3) 미국 10년물은 논팜 발표 전 레벨로 돌아왔다. 논팜이 미국 주식에 미묘하게 좋게 해석되는(지난번에 포스팅한) 짧은 국면은 이제 다 지나갔다.


종합하면 '논팜+중국우려의 일시적 해소' 라는 미국 주식의 강세요인이 지워진 셈. 주식시장의 초 단기 랠리는 슬슬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S&P보다 나스닥의 탄력이 떨어지는 것도 꽤 거슬린다. 지금부터 미국 주식이 더 오르려면 실적랠리에 기대는 수 밖에 없는데 그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

2015년 10월 6일 화요일

고수의 생각법

휴가 중 읽은 책인데 나는 너무나도 재밌게 읽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나는 내가 미숙하게나마 투자 혹은 트레이딩을 해왔었기 때문에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과연 이 책이 보통의 자기계발서 이상으로 다가왔을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뭔가 대단해서 나만 이 책을 재밌게 읽었을 것이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그저 투자와 바둑의 속성이 너무도 닮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문장들이 나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 아무래도 휴가였다 보니 정신없게 정리했다.


-1-
저자는 '벽에 부닥쳤을 때 포기하지 말고 생각속으로 들어가면 좋은 생각이 반드시 답을 찾고, 그런 좋은 생각은 좋은 사람에게서만 나온다' 라고 말한다. 결국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며,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좋은 생각이 나올 수 없고 좋은 수도 나올 수 없다. 바둑을 어떤 식으로 놓는다는 것은 세상을 어떤 식으로 살아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투자자도 마찬가지. 어떤 식으로 투자하고 매매한다는 것은 세상을 어떤 식으로 살아가겠다는 선언이다.
(p33)


-2-
바둑에는 '가르칠 수는 있되 전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나는 투자를 하며 접한 다양한 사람과 글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내 투자는 그들의 투자와는 같지 않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고수에게 가르침을 받더라도 난 그렇게 될 수 없다. 역시나 내가 그 사람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좋은 사람에게 최대한 배우고 동화되려다 보면 또 다른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프로바둑기사들은 어렸을 때부터 스승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승의 삶 전체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3-
속기와 장고 중에 무엇이 옳으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프로 기사라면 두 가지 다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바둑은 감각과 실력 모두를 요한다. 가치투자나 모멘텀 투자 중에 뭐가 옳으냐는 질문도 의미가 없다. 어차피 투자로 먹고 살려면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가치가 있는 것에 장기로 투자하면서, 모멘텀 플레이도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가끔 데이트레이딩도 해야 한다, 추세와 비추세에서 살아남는 법을 둘 다 익혀야 하고, 거래하는 대상도 다양한 것이 좋다.
(p144)


-4-
프로 바둑 기사에게 이기고 지는 건 그냥 밥 먹는 것과 같다. 승부 결과에 초연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이만큼 지키기 어려운 것도 없다. 나는 아직도 졌을 때 심기일전이 필요하고, 이겼을 때 너무 좋아한다. 밥 먹는 것 같은 레벨엔 도달하지 못했다.
(p66)


-5-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 그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집중해서 생각 또 생각해야 한다. 전에 같은 회사에 계시던 스승님이 정확히 이와 똑같은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p43)


-6-
악수인지 알면서도 놓아야 할 때가 있다.생각과 행동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좋은 손절, 즉, 뭔가 배울 수 있었던 손절에 관한 이야기다. 언젠가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 손절.
(p157)


-7-
수읽기는 직관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식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더 발전하는 길은 오로지 공부 뿐이다. 100% 공감한다. 직관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무식한 찍기, 경험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허송세월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p160)


-8-
인간의 두뇌는 무제한의 시간을 준다고 해서 더 위대하게 발휘되지 않는다. 맞다. 오히려 바쁠수록 좋은 리서치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시간이 많으면 시간이 많다는 사실을 뇌가 인지해 버려서 머리를 천천히 굴리게 된다.
(p166)


-9-
실수는 우연이 아니고 나의 어설픔과 미숙함이다. 실수에 패턴이 있고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복기를 성실히 하지 않는 편인데 다시 시작해야겠다.
(p175)

2015년 10월 5일 월요일

what the market says (1) - US nonfarm payrolls for september

투자자는 시장을 예상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와 생각을 활용하지만, 시장 그 자체가 시장 예상을 위한 훌륭한 정보가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어떤 사건이 가격에 주는 임팩트가 클수록, 사건 발생 후의 가격 흐름이 향후 시장의 논리를 보다 뚜렷하게 시그널링하게 된다. 앞으로 시장 흐름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을 아주 짤막하게나마 이곳에 기록해 둘 계획.

지난 금요일밤 9월 비농업 고용이 시장 예상치인 200K수준을 하회한 142K로 발표되었다. 8월 수치도 173K에서 136K로 하향. 미국 금리는 상당폭 하락 후 반절 정도 되돌렸고, FX는 변동이 컸지만 제자리, 그리고 미국 주식은 오히려 꽤 크게 반등해버렸다. 결국 9월 비농업 고용에 대해 시장이 생각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

1) 실업률이 5%에 붙어있기 때문에 비농업고용이 200K 이하가 나올 수도 있다. 즉, 9월 비농업 고용의 예상치 하회가 경기 둔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농업 고용의 부진은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을 이연시킬 수 있다. 제로금리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마디로 '경기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통화완화는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금리 하락, FX 보합, 주식 상승 이라는 시장 반응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이 스킴이 맞다면 아마도 미국 10년물은 조금씩 재상승하고, 미국 주식은 하루이틀 정도의 추가 단기 랠리가 가능할 것.

2015년 10월 3일 토요일

추석 휴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추석연휴 직전에 휴가를 썼다. 사실 좀 더 정확하게는 자의가 타의보다 컸다. 미국이나 일본 주식 long view를 강하게 가져가기 위해 근 6개월 이상 칼을 갈며 기다리던 시점이 9월이었는데, 경제정황과 가격이 뜻 밖의 길로 엇나가 버렸다. 지난 7월 23일 포스팅에서 '나를 가장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금리 인상을 내년 초 정도로 재연기하면서 경기판단을 애매하게 만드는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썼는데 그렇게 되었다. 다행히 스스로 염두에 두던 상황이었고, 그래서 재미는 못봤어도 다치지는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이 새고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드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휴식이 필요했다.

나는 여행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힌다'와 같은 문장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년에 홍콩과 뉴욕 등을 둘러본 것도 그 도시들의 분위기가 궁금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지 견문을 넓히기 위함은 아니었다. 여행자 신분으로 접하는 여행지의 모습들은 너무도 단편적이어서 견문을 넓혀줄 수가 없다. 여행은 그냥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며 즐기면 된다. 그래서 이번 휴가의 여행지인 일본에서는 그런 것들에 충실했다. 먹고, 걷고, 생각하고, 읽었다. 하나 추가하자면 사슴들이랑 놀았다.

일본의 음식이 훌륭하다는 것을 익히 듣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식당들에서 충격을 받았다. 음식 가격이 한국보다 10%~20%정도 비싸긴 하지만 퀄리티는 3배 정도 높다. 초밥, 튀김음식, 유제품 쪽이 특히 그런 경향이 강했다. 도톤보리 근처에서 대충 찾아간 바의 바텐더는 피트향이 강한 위스키 하이볼을 첫 잔으로 마시는 나를 보더니, 두 번째로 주문한 러스티 네일을 탈리스커로 만들어 주었다. 식도락 여행을 즐기는 나에겐 일본이 최적화된 여행지 중 하나일 듯.

글은 내가 즐겨 구독하는 블로그들의 글들과 조훈현의 고수의 생각법을 읽었다. 바둑은 많은 부분에서 투자와 맞닿아 있다. 바둑과 투자 모두 인간으로 하여금 상반된 속성을 한꺼번에 가지길 강요한다. 침착해야 하지만 때론 의사결정이 빨라야 하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해야 한다.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튼,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며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 거취에 대한 생각, 시장에 대한 생각도 대략 정리해 볼 수 있었고, 앞으로 생각을  더 하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도 어느 정도 충전되었다. 아마도 4분기에는 9월에 가졌던 수준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야할 것만 같다.

2015년 9월 23일 수요일

한국은행의 생각은 무엇일까 - (3) 한국은행의 전망은 또다시 틀릴 것

개인적으로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어서 포스팅이 늦었다. 결론은 단순하다. 앞서 포스팅했던, 한국은행이 기대하는 2013년식 경기반등은 dead cat bounce에 그칠 것이고, 결국 그것을 확인한 후에야 한국은행은 추가적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다. 수출의 부진을 투자와 소비의 개선으로 상쇄 가능하다는 한은의 기대는 6개월 내로 무너질 것.

지난 포스팅에 언급했던 2013년이라는 시기의 GDP성장률 기여도를 살펴보자.

(source : 한국은행)

1분기와 2분기에는 수출의 절대적인 숫자가 좋지 않았지만, 수입이 감소해 순수출의 기여도가 높았다. 지금 한은이 기대하는 것은 2013년 3분기~2014년 1분기의 흐름. 동 기간 민간소비 기여도는 0.5%p 상승하고, 투자의 기여도는 -1.4%에서 최고 2.6%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경기반등이 향후에 불가능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기간을 좀 길게 보면, 대부분의 한국 경제지표가 그렇듯 민간소비는 2012년 이후 쭉 정체상태다. 부진했던 기업 경기가 뚜렷한 소득 개선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한국은 디레버리징을 통한 가계 대차대조표의 정리를 경험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물론 디레버리징이 반드시 소비 개선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14'년도 3,4분기 민간소비 숫자가 좋지 않았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 메르스로 이연되었던 소비의 반등, 추경효과 등을 감안하면 올 3~4분기 최종소비지출이 반등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반등일 뿐 폭과 지속력은 매우 미약할 것. 기업 경기 개선과 명목소득 증대를 통한 디레버리징 없이 외치는 '소비 중심의 경제 성장'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


실질 기준 GDP, 최종소비지출, 민간지출의 YoY증가율
(source : 한국은행)

관건이 되는 것은 투자다. 첫 표에서 확인되듯, 소비보다 투자의 기여도 변동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투자 역시 9월에는 상당히 망가진 숫자를 보일 듯 하고, 11월부터는 본격적인 하향트렌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왜 11월인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설비투자지수라는 월별 지표를 통해 생각해 보자. 금융위기에서 유로존위기까지 연결된 경기부진으로 2012년의 설비투자지수는 좋지 않았고, 그것이 2013년 설비투자지수 개선의 배경이 되었다. 2013년에 투자가 좋았던 것은 기저효과 때문이란 얘기. 문제는 금년도 6월부터 설비투자지수가 반등한 이유도 단순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것. 14'년 6월의 설비투자지수는 +2.23%YoY, 7월은 +2.77%YoY로 부진했다. 설비투자지수의 세부 항목 중 지수의 헤드라인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수산업용기계 지수(총 지수에서 약 28%를 차지)를 떼어놓고 보면 그 움직을 보다 선명하기 확인 가능하다.

(source : 통계청)

여기서 14'년 8월의 설비투자지수가 -9.84%YoY였고, 8월 자본재 수입이 +9.6%YoY라는 점에서 8월의 설비투자지수도 기저효과에 의해 상당한 플러스 숫자를 보일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전년도 9월의 숫자가 +12.85%로 높고, 11월부터는 상당한 폭의 플러스 숫자가 지속되었다는 것(10월 -8.94%YoY, 11월 +10.40%YoY, 12월 +15.17%YoY, 1월 +13.73%YoY). 결국 수출 부진과 가동률 하락으로 위축 중인 설비투자의 민낯은 올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될 공산이 크다. GDP항목 기준 총 투자의 30%수준을 차지하는 설비투자의 부진은, 건설투자의 견조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아마 늦어도 연말쯤부터는 왕창 깨지는 투자,수출지표와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 사이에서 한은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위의 정황들을 조합하면, 8월 숫자를 9월말에 확인하고 진행되는 10월 금통위에서는 금리가 또 다시 동결되고(9월 수출은 깨지겠지만 8월의 투자와 소비가 그럭저럭 나올테니), 추가적인 인하는 빨라야 내년 1월(11월 지표가 확인된 후)에 단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꽤 유력.

결론적으로, 수출 부진을 투자와 소비로 상쇄한다는 한국은행의 전망은 틀릴 것이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인하 자체는 거의 확정적이고, 인하를 늦추면 늦출수록 한국은행은 '인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하게 될 것. 난 사실 한국은 이미 많이 늦어버렸다고 생각한다.

2015년 9월 14일 월요일

한국은행의 생각은 무엇일까 - (2) 2013년식 경기반등을 기대하는 한국은행

직전의 포스팅에 이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도저히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성장률이 왕창 깨지면서 본인들의 전망이 빗나가는 것이 확인되는 상황이 한국은행을 다시 움직이게 할 것이다. 결국 추가적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서는 한국의 성장률이 더 깨지게 될지를 판단해 보아야 한다.

일단, 한국은행이 2분기부터 금번 금통위까지 밀고 있는 논리는 '수출 부진을 견조한 투자와 소비가 상쇄하여 기존 성장경로를 유지할 수 있다' 는 것. 가능한 주장일까? 실질, YoY기준 한국의 GDP성장률과 GDP항목 내 수출의 성장률을 비교해보자.


2000년대 들어 수출이 별로인데도 한국의 GDP성장률이 반등했던 국면은 2013년에 딱 한 번 있었다(음영으로 표시된 부분). 그 때는 어떻게 경기반등이 나타났을까? 차트를 몇 장 더 보자. 이번에는 GDP성장률과 GDP항목 내 총자본형성(투자)와 민간소비를 비교.



두 차트를 보면 동일 국면에서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성장률 반등을 이끌었다는 것을 확인 가능하다. 즉, 한국은행이 소망하는 것은 위와 같은 2013년식 경기 반등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패턴이 2015년 하반기부터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투자와 소비 항목을 쪼개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음 포스팅에 계속.

한국은행의 생각은 무엇일까 - (1) 진심으로, 금리를 내리기 싫다

지난 금요일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의사록과 한국 경제지표를 보며 최소 1~2명의 소수의견을 예상했던 나는 틀렸다. 소수의견은 커녕 이주열 총재의 기자회견은 매파적이기까지 했다. 재밌는 점은 그토록 매파적이었던 금통위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는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다행히도 금통위 전망은 틀렸지만 시장 전략은 틀리지 않은 셈이 되었다. 이 날 배운 점은 세 가지.

1) 가격은 너무나도 영리하다. 매파적 금통위조차 이미 거의 다 pricing되어 있었고, 향후의 추가적인 지표 부진도 아마도 이미 pricing 중.

2) 앞으로 의사록을 크게 공들여 읽을 필요는 없겠다. 역시나 한국은행은 도저히 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만 내린다.

3) 이주열 총재는 금리를 내리는 것이 진심으로 싫다. 그리고 그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신빈성 높은 시그널링을 한다. 표정이 비교적 밝고 목소리가 당당하면 동결, 썩은 표정에 맥아리 없는 목소리면 인하일 가능성이 꽤 높다. 일부러 하는 시그널링은 당연히 아닐 것이고, 금리인하가 세상에서 제일 싫고 끔찍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이 반응하는 듯.


이번 기자회견에서 나의 헛웃음을 이끌어 낸 이주열 총재의 대표적 발언은,

1) 7월 전망했던 성장 경로에서 크게 이탈하고 있지 않다.

2) (현재의 금리 상황이 경제 성장을 충분히 지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실물에 영향을 주는 것은 기준금리가 아니라 시장금리다. 우리나라의 장기시장금리와 대출금리 등은 제로 금리 수준인 미 연준보다 같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10년만기 채권 금리, 우리나라 모기지 대출금리는 미국의 금리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다.

1번 발언은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고, 이 포스팅에서는 2번 발언의 모순만 언급하겠다.

먼저, 한국의 10년만기 금리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한국 10년물은 2.24%, 미국 10년물은 2.19%쯤 된다. 그리고 고정 기준 30년만기 한국의 모기지 금리는 3%대 중후반, 미국의 모기지 금리는 4%대 초반. 즉, 팩트만 놓고 보면 이주열 총재의 발언 자체에 틀린 점은 없어 보일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한국 시장금리는 무려 제로금리인 미국보다도 낮거나 같다', '지금의 통화정책은 충분히 완화적이다' 라는 문장들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 금요일 기준 한국과 미국의 일드커브를 비교해보자. 일드커브니깐 당연히 이주열 총재가 한껏 강조한 '시장금리' 이다.



한국의 시장금리가 미국보다 낮거나 같은 것은 10년 이상의 만기에서만 국한되는 현상이라는 점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시장금리를 미국과 비교해 보라는 이주열 총재의 주장에 입각해 보면, 한국은 10년 이상에서는 완화적이고 그 이하에서는 모조리 긴축적이다.

그렇다면 10년 이상에서 완화적인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한국 회사채의 만기별 발행잔액을 보자.

(source : Infomax)

만기가 10년 이상인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8%남짓. 그나마도 여기서 은행채와 공사채를 빼고 나면 실제로는 5%도 될까말까한다. 채권발행을 통한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은 대부분 단기(10년 이하)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간접금융 역시 채권보다 장기일리는 없다. 즉, 이주열 총재의 '시장금리론'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높은 시장금리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가계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가계대출 잔액 현황을 보자.

(source :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주담대의 규모가 15'년 2분기 기준 470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총 가계대출의 규모가 1,070조쯤 되니깐, 이 주택담보대출 전부가 10년 이상의 만기를 가졌다고 가정하더라도 가계 대출에서 만기 10년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 수준. 주담대가 아닌 가계대출이 10년 이상의 만기를 가질리는 없으니 나머지 절반은 10년 이하라고 볼 수 있다. 역시나 한은 총재의 '시장금리론'에 따르면, 한국 가계대출의 약 50%는 높은 시장금리를 적용받는 중.

물론 이것은 총재의 논리가 엉터리임을 이야기하기 위한 기술일 뿐, 애초에 미국과의 시장금리 비교를 통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평가할 수는 없다. 보통은 실질중립금리를 추정 후 실질정책금리와 비교해 보거나, 주요무역국과의 통화완화 정도를 비교하는 등의 정상적인 방법들이 활용된다. 아래는 지난주 화제가 되었던 노무라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님의 레폿 중 관련 자료들. 실질중립금리나 무역가중평균정책금리 측면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이지 못하다.



꼭 이런 접근이 아니더라도, 10년물 시장금리를 운운하며 통화정책이 완화적임을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오류 투성이다.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변경은 기본적으로 모든 만기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로 갈수록 그 영향력은 급감한다. 때문에 '내가 기준금리를 이만큼이나 내려줘서 10년물 시장금리가 미국보다도 낮다'는 말은 정말 뜬금없는 것이다. 한국 경기가 부진하기 때문에 한국 10년물 시장금리가 낮은 것일 뿐.

이쯤에서 우리는 이주열 총재가 왜 이런 아마추어틱한 발언을 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1) 진짜로 장기시장금리가 낮으면 통화정책이 완화적인 줄 알아서, 2) 그 정도로 무식하지는 않지만 내리지 않은 핑계를 나열하다가 실언. 그래도 나름 중앙은행의 총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확률이 높은건 후자라고 본다. 

즉, 이주열 총재는 공개적인 기자회견에서 엉뚱한 코멘트를 할 정도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이 싫다. 결국 '도저히 인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지 않으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 '상황' 이란 것은 무엇이며, 시기는 언제일까? 다음 포스팅에 계속.

2015년 9월 8일 화요일

옐런과 연준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나의 대응

지난주 크루그먼이 9월에 금리인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썼다. 90년대 말의 예를 드는데, 요점만 말하자면 97년 1회의 섣부른 금리 인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금리가 5%대이던 당시엔 금리를 다시 3번 인하해 대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정책금리가 0%이기 때문에 그러한 대응이 불가능 하다는 것. 즉, 제로금리에서의 normalization 시에는 금리를 섣불리 인상할 때의 리스크가 뒤늦게 인상할 때의 리스크보다 크다는 의미다. 평소 크루그먼이 하던 주장.



크루그먼이 부연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괜히 90년대 말을 예로 든 것은 아닐 것이다. 아시아의 위기와 미국의 독주라는 지금의 경제 상황은 90년대 말의 경제 상황과 맞닿아 있다. 지금은 아시아 위기의 중심에 중국이 있고, 미국이 독주는 하지만 그렇게 건강하지만은 않다는 점 정도가 그 때와 미묘하게 다를 뿐이다. 당시 연준은 결국 금리를 다시 인하하는 쪽을 택했다. 이번엔 어떻게 할 것인가?

주변 여건만 놓고 보면 역시 금리 인상은 9월 이후의 언젠가 쯤으로 연기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미국의 펀더멘탈 자체가 1회의 금리 인상에 무너질 정도로 약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주식시장과  FX시장 등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정성이 너무 커졌다. 만약 지금의 시장 변동성 확대가 단순히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둔 우려'에만 기인했다면 연준은 인상을 해도 문제가 없다. 오히려 연준의 인상이 불확실성을 한층 낮춰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관찰된 금융불안정성 확대의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연준 외 이슈로 출렁이는 시장에 금리 인상을 가한다면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이 차이나 리스크는 단시일 내 마무리될 이슈도 아니다. 오늘 발표된 8월 중국 외환보유고는 전월비 939억 달러 감소한 3조5천57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위안화 절하 압박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source : 's tweeter, Bloomberg)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옐런을 비롯한 몇몇 연준 인사들이 뿌려놨던 '9월 금리 인상 발언' 그 자체다. 엘런 스스로가 9월 인상을 암시해 왔기에, 9월에 인상하지 못하면 이는 자칫 연준이 미국의 경기가 약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릴 수 있다. 물론 옐런은 인상 시의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9월이라는 시점을 암시해 온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자충수가 되어버린 격. 본인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아마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옐런이 '여기서 인상하지 못하면 경기가 나쁘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어'. '연준은 펀더멘탈에 의거해 통화정책을 펼치지 주식시장이 하락했다고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건 아니야' 등의 생각을 하며 과감하게 9월에 금리를 인상해 버리는 것. 단언할 수는 없지만 시장은 패닉할 가능성이 꽤 높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금리 인상을 미루면서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확실하게 시장에 전달하는 것. '미국 경제만 놓고 보면 한 번의 금리 인상 정도는 사실 큰 문제가 없다. 중국의 위기도 미국과 중국의 낮은 trade linkage를 감안하면 미국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다만 financial linkage는 무시할 수 없다. 8월의 주식 폭락에서 보았듯 투자 심리 악화는 때로는 전혀 다른 지역 자산시장의 엄청난 투매를 촉발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그 투매 자체가 실물경제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는 굳이 소나기가 오는 날 새 구두를 신고 나가고 싶지 않다' 정도의 톤으로. 내가 써놓고도 너무 디테일해서 조금 웃기지만 그래도 이것이 최선이 아닐까. 이렇게 된다면 미국 주식시장은 다시 본 궤도(상승)로 회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옐런과 연준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옐런과 연준의 선택에 대해 나는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나는 후자의 시나리오를 기대하지만, 그렇다고 미국 주식을 왕창 사 놓고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지금 시장이 만만하지는 않다. 지금 이건 미리 베팅해서 다칠 필요가 없는 게임이다. 시장의 평균변동성은 이미 상당하다. 면멸히 준비해서 확인 후 대응하더라도 남는게 꽤 많을 게임.

2015년 9월 2일 수요일

8월 금통위 의사록

8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되었다. 9월 금통위에서의 소수의견 등장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보이며, 10월부터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할 듯. 내용 요약은 아래 첨부. 역시나 코멘트별 위원 매칭은 나의 추정일 뿐.


위원 1 – 함준호 or 장병화
성장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졌지만 지난 달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
앞으로 메르스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점차 회복할 것. 물가는 유가 때문에 당분간 낮을 것.


위원 2 – 문우식
수출 관련 하방리스크는 있지만 소비와 투자의 회복세가 지속된다면 지난달 예상한 성장경로 이탈하지 않을 것. 물가도 내년에는 당초 전망대로 2%가까이 상승한다.

7월 중 원하가 절하된 것은 국내 기초여건의 변화보다는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것.
(이 사람은 환율을 완전히 잘못 보고 있음. 5월부터 진행된 EM통화 약세는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펀더멘털의 약화를 반영.)


위원 3 – 함준호 or 장병화
확장적 거시정책과 메르스 사태 소멸로 회복될 것이다.
중국과 유가 때문에 성장과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아졌지만, 7월의 전망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è  위원1 ~ 3은 여전히 경기를 오판 중. 성장이 7월에 예상한 흐름대로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실제 7~8월 지표 흐름상 10월 수정경제전망은 재하향될 가능성이 높음.



위원 4 – 하성근
경기 전반에 대한 뷰는,
1)소비가 회복은 되었지만 이전의 회복세에 미치지는 못하고 수출 부진 지속. 하반기 성장경로를 둘러싼 상하방 불확실성 확대.
2)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은 수요측 요인 보다는 환율, 공공요금 등의 공급 요인에 기인.
3)설비투자 수요압력은 개선되었으나 재고출하비율이 다시 상승하면서 유휴생산력 개선은 없음.
-결론적으로 성장과 물가경로 불확실성 확대. 다만 추가 인하가 필요한 유의미한 상황 변화가 없음.

동결하며 다음 리스크 요인에 유의.
1)자본유출 가능성 완전 배제는 불가능하니 대비책 필요
2)위안화 평가절하 영향에 대한 점검 필요. 단기적으로 부정적,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음.
3)가계부채가 실물보다는 주택경기에 대해 높은 경기순응성 보임. 거시건전성 규제 감독 강화 필요.


위원 5 – 정해방
성장경로 불확실성 여전하고, 미국과의 경기동조가 약화되는 것이 문제.

나머지는 불필요한 시황 설명 + 또 이상한 소리.


위원 6 – 정순원
중국경기 부진과 위안화 절하는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만만치 않은 역풍.
설비투자는 증가 중이지만, 수출 감소세를 고려하면 회복의 강도와 속도는 당분간 미약할 듯.
향후 수출입은 당분간 상당한 수준의 감소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음.

담뱃값 인상효과를 감안할 경우 현 수준의 근원인플레는 여전히 미진한 수요를 반영.

가계부채 증가라는 정책비용은 통화정책 보다는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

지금의 저물가, 저성장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 따라서 통화당국은 중앙은행이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점검하고 그 구체적인 사용계획과 실행방안을 적극 강구해 두어야 함.



결론
7월 광공업생산의 부진, 8월 수출 부진으로 미루어 볼 때 기존 예상대로 가고 있다는 위원 1~3의 설득력은 상당히 약화.

FOMC를 앞두고 한은이 선제적 인하에 나서지는 않겠으나, 9월 금통위에서의 1~2인 인하 소수의견 등장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진 것이 사실.

9월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하든, 하지 않든 한은은 10월부터 추가적 금리 인하를 고려할 것.

연준의 9월 인상 후 시장 패닉이 없다면 -> 패닉이 없음을 확인한 한은은 인하가 편해지고,
연준의 9월 인상 후 시장이 패닉하면 -> 한은의 인하는 당연히 더욱 편해지며,
연준이 인상 시기를 12월이나 내년으로 연기하면 -> 연준에 대한 부담이 이연되어 한은 입장에서 인하할 시간이 생기기 때문.

2015년 8월 31일 월요일

15/08/30

-1-
소로스가 정교한 재귀이론으로 주식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피력한 후 주가는 오히려 폭등했다. 반대주장을 편 사람이 소로스에게 그때의 논쟁을 기억하느냐 물었다. '당연하지. 도중에 생각을 바꿔 큰돈을 벌었으니'

from 이영두 전 회장 트윗.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91페이지.



-2-
주말에 접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북한의 대남접촉시도 배경에 중국 경기의 부진이 있다'는 뷰. 북한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호주 이상으로 절대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주장.



-3-
나는 의미 없는 과음과 폭음은 질색이지만 재밌는 술을 즐기는 것은 좋아한다. 이것을 꽤 오랜 시간 잊고 살았는데, 한국에 잠깐 나온 유학생 친구가 훌륭한 동네 바를 소개시켜줘서 다시 발동이 걸릴 뻔 했다. 라프로익 하이볼이 그렇게 좋을 줄이야.

의식주와 관련된 디테일을 추구하는 것은 즐겁다. 미식을 하고, 멋진 옷을 입는 것에서 사람은 어느정도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셋 중에 압도적인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은 주거 공간. 이유는 주거가 가장 비싸기 때문일 것이다.

신기주 기자님의 신간 '생각의 모험' 인터뷰에서 건축가 황두진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건축에 관심을 가지려면 다른 것들이 꽤 충족된 상태여야 합니다. 음식이나 옷이나 자동차 정도는 자기 자신을 속이고도 선택할 수 있어요'



-4-
한국 경기에 대한 몇몇 긍정적인 전망에서 제시하는 문구는 단 하나 뿐이다. 중국 경기가 다시 부스팅을 받아 고성장을 유지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 그만큼 긍정적 시나리오를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5-
몇년 전 동아리 후배 기수인 동갑내기 친구가 내 종목 레포트를 읽고는 '너는 리서치 쪽인가 보네. 난 매매 쪽이야.' 라고 해서 몹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작년부터 올해까지 주위에서 비슷한 말을 네 번정도 들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여전히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참 재밌다. 사실 나의 리서치는 아직도 허접한 편이고, 학생때만 해도 스페셜티는 오히려 기술적 분석과 매매였는데. 나는 아무리 스토리가 좋아도 시세 흐름이 불편하면 매매하지 않고, 심지어 차트에서 먼저 영감을 얻어 리서치를 하는 경우도 꽤 많다.

2015년 8월 28일 금요일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미국 시장의 월요일 변동성은 정말 대단했다. 금융위기 시절 코스피를 매매하며 나름 별별 케이스를 많이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월요일 나스닥과 S&P선물의 움직임은 그 때의 기억을 뛰어넘었다. 특히 나스닥 선물의 경우 개장 전 여러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어 거래가 불가능했을 정도. 화요일과 수요일도 만만치 않았다. 급등 후 급락, 급락 후 급등의 양상을 보이며 시장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엔과 유로의 큰 변동성, 금의 하락, 미국채 10년물 금리의 상승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역시나 금번 조정이 붕괴의 서곡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것은 큰 그림일 뿐 당장 미국주식 long을 가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평균적인 변동성이 높아져 있는 시기에는 중장기적인 뷰와 무관한 가격 흐름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문제는 그러한 가격 흐름에 일일히 의미를 부여하다가는 다치게 된다는 것. 가격 등락의 함의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가치있는 일이지만, 가끔은 아무 의미 없는 가격의 흐름이 관찰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한 움직임에 일일히 의미를 부여했다가는 피곤해질 뿐만 아니라 잘못된 분석 결과를 내놓기 쉽다. 즉,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것들을 의도적으로 간과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해력이 저하될 수가 있는 것. 이것은 비단 마켓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상대방에게 있다 하더라도, '가끔은 이해 불가능한 점이 있다' 라는 부분까지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상대를 오독하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대부분의 오해와 실패는 모든 것을 이해해 보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미국에 대한 생각 - 침체와 번영의 경계에서

지난주 목,금 양일간 미국 주식 시장은 크게 하락했다. 올해 내내 좁은 박스에서 응축되던 시세가 결국 아래로 먼저 뚫렸다.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국 주식이 가격 조정을 보이면 long view를 가지는 것이 기존 계획이지만, 하락의 기울기가 이 정도로 급격하면 사실 두려움이 앞선다. 단순 가격 조정이 아닌 대폭락의 시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장 7년간의 금융완화를 끝내고 정상 궤도에 본격 진입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대침체로 회귀할 것인지. 미국은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큰 그림을 체크해 보아야 할 시점.

먼저 미국을 자금순환표 관점에서 조망해보자.


이 자금순환표는 리처드 쿠가 즐겨 활용하는데, 어느 주체가 0% 위에 있으면 순저축자임을, 반대로 아래에 있으면 순투자자임을 의미한다. 해외가 0보다 높다는 것은 미국이 돈을 해외에서 빌리고 있다는 것. '15년 1분기 기준이며, data를 미세 가공하지 않아서 조금 어지럽지만 큰 추이를 보기엔 문제가 없다.

리처드 쿠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경제는 가계가 맨 위에 순저축자로 위치하고, 기업이 맨 아래 순투자자로 위치하며, 정부와 해외는 0 근처에 위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만약 대공황, 대침체와 같은 자산가격 폭락 위기가 발발하면 기업과 가계의 대차대조표가 크게 손상되고, 이들이 동시에 순저축에 나서게 된다. 위 그래프로 보자면  기업과 가계가 동시에 0% 위에 위치하는 2009년에 해당.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금리를 내리고 QE를 해봤자 기업과 가계가 대출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금융완화는 아무 의미가 없고, 정부가 나서서 수요를 창출해줘야 한다는 것이 쿠의 주장이다. 물론 파란색 선을 보면 미국은 재정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나는 대차대조표 불황 하에서의 금융완화는 기업과 가계의 레버리징을 도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자산 가격 폭락 시 금융완화는 자산 가격의 추가 폭락을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차대조표가 더 망가지지는 않게 시간을 벌어 주는 것이다. 즉, 나는 2008년과 같은 위기에서는 재정과 통화정책을 둘 다 적극적으로 쏟아 부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경제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나의 오리지널한 생각이라기 보다는 크루그먼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해두면 적절할 듯.

여하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금 체크해야 할 것은 두 가지. 1)대차대조표는 다 회복되었는가, 2)자금순환표 상 지금 주체들의 위치는 어떠한가. 일단 일본이 15년이 걸렸던 것에 비해 미국은 5년이 지난 2013년~2014년경 대차대조표를 회복했다(자료는 추후 첨부). 그리고 현재 자금순환표에서 주체들의 위치는 비교적 이상적인 편.

여기서 가계 부문을 한번 들여다 보자. 그래프에서 보면 가계 부문은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말까지 줄곧 하락한다. 대출을 확대해 소비하고 있었다는 의미. 90년대 말 IT버블이 터지지만 이 추세는 이어져서 급기야 2000년대 중반에는 마이너스권에 이른다. 이것은 지속 불가능한 일이었고 결국 금융위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가계는 다시 저축을 하며 망가진 대차대조표를 회복 시킨 것.

이쯤에서 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식의 주식시장 강세에 익숙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제 다시 보라색 그래프가 하락해야, 즉, 가계가 왕창 쓰기 시작해야 강세장이 오는 것이 아닌가' 라고. 그렇다면 가계가 여전히 자본잉여 기조에 있고, 기업과 정부의 투자가 cover하던 60년대  초반에는 주가가 안좋았을까? 그렇지 않다.


중간마다 부침은 있었지만 60년대에는 S&P 500이 60에서 100포인트까지 65%상승하는 약 10년간의 강세장이 연출되었다. 90년대만큼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강세장은 강세장이다. 대공황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기준금리도 normalization 중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과 오버랩 되기도 한다. 가계의 re-leveraging이 관찰되지 않더라도 강세 뷰를 가지는 게 가능한 것이다. 물론 기업과 정부의 순투자가 전제되기에 이 부분은 계속 관찰해야 한다.

아래 조지프 엘리스의 차트를 보더라도, 65년~80년까지 가계의 잉여세가 반드시 부진한 PCE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전제되는 것은 실질임금의 증가인데, 차트의 우측 끝을 보면 현재 실질임금은 견조한 편.

결국 민간 대차대조표 회복과 자금순환표의 정상화, 실질임금과 실질소비자 지출의 추이를 종합해 봤을 때 최근의 미국 주식 폭락은 대침체로의 귀환 보다는 일시적 가격조정에 가까워 보인다. 그것은 결국 조정의 끝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이번 조정이 매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뷰를 유지.

아래는 살짝 손을 본 기술적 지표로 S&P500을 긴 관점에서 바라본 것.


기술적으로는 1,940 포인트 부근 지지가 어렵다면 1,800포인트까지의 조정도 가능해 보인다. 그리는 김에 여러 지수들을 간만에 살펴봤는데, 첨부하진 않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늠한 코스피의 '16년 타겟은 1,450포인트. 틀리길 바랄 뿐.

2015년 8월 15일 토요일

천재들의 실패

세상의 모든 매매는 방향성 매매이다. 일물일가를 전제하는 차익거래조차 사실은 일물이 일가로 귀결될 것이라는 방향성에 베팅하는 매매일 뿐이다. 일전에도 포스팅했듯, 방향성 매매는 결국 평균회귀와 추세추종의 두 가지로 나뉜다. '이제 시장이 제 자리로 돌아갈거야' 또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평균회귀를 '평균으로 회귀할 것에 베팅하는 방향성 매매'로 이해하지 않고, '위험이 거의 없는 차익거래'로 이해하면 망하게 된다. LTCM 처럼.

이 책에서 나를 가장 흥미진진하게 만든 부분은 LTCM의 화려했던 시기도, LTCM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도 아니었다. 간간이 히어로처럼 등장하는 버핏과 소로스가 의자에 구겨져 책을 읽던 나를 고쳐앉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아이언맨과 배트맨이 따로 없다. 다만 이들은 곤두박질 치는 천재들을 돕진 않는다. 책에서 둘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는 내용 일부를 첨부.



1)
"나는 다르게 봅니다" 소로스는 그렇게 말했다. 이 투기꾼은 시장을 유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시장이 진행 중인 사건들과 상호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시장은 불모의 추상적인 시스템이 아니었다. 이 점에 대해 그는 "정상분포 곡선이란 틀린 개념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경험에 근거해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예외적인 현상들이 있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소로스의 펀드가 가까스로 20억 달러를 잃은 러시아는 교수들의 곡선에서 벗어나 있는 그러한 '예외적 현상'의 사례였다.

메리웨더는 조용하지만 설득력 있게 LTCM의 시장들이 원상 회복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본이 풍부할수록 기회는 커진다. 소로스는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드러큰밀러가 메리웨더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소로스가 러시아에서 잃은 손실을 빠른 시일 안에 만회할 기회임을 직감했다. 대담하게도 소로스는 LTCM이 추가로 5억 달러를 끌어들여 그들의 자본을 만회할 수 있다면, 1주일 후인 8월 말에 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의했다.

(천재들의 실패 p231)



2)
10시 25분, 반백의 머리에 눈썹이 짙게 올라간 64세의 거친 시카고 출신 맥도나우가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회의를 1시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아직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덧붙였지만,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CEO들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했다. 나중에 코진과 태인이 맥도나우를 한켠으로 불러 갑자기 새로운 사태 발전을 보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버핏이 입찰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난 우리가 협력하고 있는 줄 알았소!" 솔로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러나 맥도나우는 이 천우신조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는 연방준비은행이 개입하지 않는 해결책을 더 좋아했던 것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는 지금 몬테나의 대목장에 있는 버핏에게 전화를 걸었다. 버핏은 확인을 해주고, 지금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중략)

골드만삭스의 투자 담당인 크로스가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에 버핏은 메리웨더에게 전화를 했다. "존". 그는 특유의 콧소리로 불렀다. "내 이름으로 포트폴리오에 입찰한 것을 보게 될 거요. 그게 나라는 걸 알고 있기 바라오." 메리웨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재들의 실패 p311~p312)

2015년 7월 29일 수요일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무지하다. 오래전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를 읽었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나의 '듣는' 행위가 워낙 대중가요적 보컬에 편중되어 있었기에 클래식에 시간 할애를 많이 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 복면가왕에서 아이돌이나 배우가 아니라면 첫소절을 듣고 거의 가수를 맞힐 수 있고,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들 대부분을 머릿속에서 재생할 수 있는 나지만 클래식 곡을 듣고 작곡가를 떠올리는 일은 잘 하지 못한다. 모르기 때문에 즐길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좋아하는 성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가끔 의도적인 환기를 한다. 6년전에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도 그래서 샀다. 그리고 올 해에는 '음악의 기쁨'을 샀다.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다시 공부해 보려고. 그렇다면 이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는? 그냥 손열음이 좋아서 샀다. 보다 정확히는 손열음의 글이 좋아서.

대부분의 창작가는 본인이 창작하고 싶은 것과 창작물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쓰는 사람이 쓰고 싶은 것과 읽는 사람이 읽고 싶은 것에는 간극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좋은 글에는 그 간극이 없다. 필자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데 독자도 그 글이 읽고 싶고 재밌다. 손열음의 글이 그렇다. 내가 잘 모르는 클래식이 글의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흥미롭다. 재밌으면서도 진지하고, 솔직하다.

애초에 어느 한 인간이 진지함과 솔직함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행위는 글쓰기 외에는 잘 없을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진지하고 솔직했다가는 외로워진다. 심지어는 금융권 종사자 중에서도 진지하고 솔직하게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다수는 그런 대화보다는 그냥 농담으로 도배된 대화를 좋아한다. 혹자는 현재를 경박단소의 키치의 시대로 규정하고, 진지함과 솔직함이 배척되는 배경을 이 시대의 특성에서 찾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역사상 진지하고 솔직한 사람이 인기있던 시절이 있었던가. 늘 사람은 진지함과 솔직함 보다는 재미를 좇아왔다. 결국 평소에는 재밌는 사람으로 살면서 진지함과 솔직함은 같은 진지하고 솔직한 사람들끼리만 공유하는 것이 진지하고 솔직한 사람들의 최선이 된다.

그런데 좋은 글은 그 최선을 뛰어넘는다. 즉, 진지하고 솔직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재밌기까지 한 것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대단한 능력이다. 그러한 능력을 가진 손열음이 부럽다. 보러 갈 예정인 8월의 연주를 기대하며.

The key factor of the KRW's devaluation

In my last article, I noted that there are three factors that made the KRW to be depreciated.

(a) The sluggish exports data caused by economic slowdown in China

(b) A few policies to induce overseas investment

(c) A coming of Fed's rate hike

Seemingly, all those factors are reasonable, however, a following chart suggests that the main factor of the depreciation of the KRW is (a).


According the chart above, the recent currency depreciation across the Asian FX market is highly correlated with the export exposure to China. In other words, the slump in Chinese economy has widespread effects on the Asian emerging market.

The thing is, the Chinese economy can't be bounced back in a short time. A growth rate of the Chinese GDP is projected to fall below 7% in the near future, and stock market bubble should be burst anytime soon.

Hence, as long as the Chinese economy remains stagnant, there is no reason to withdraw my outlook of the KRW depreciation. The depreciation of the KRW is not transient but structural.

2015년 7월 23일 목요일

15/07/23

-1-
오늘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되었다. 1) 대출 시 담보 보다는 갚을 능력을 위주로 평가할 것이고, 2) 고정금리 비중 확대를 유도할 것이며, 3) 원금도 같이 갚아나가는 쪽으로 유도한다는 내용. 방향성 자체는 맞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내 생각도 그렇다.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파격적 금리 할인이 없다면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고정금리로 많이 갈아타지는 않을 것이고, 원금상환을 유도하려면 대출 만기를 40년까지는 확대하는 등의 구체적 방안이 필요할 것. 게다가 오늘 나온 방안들은 16'년 신규대출부터 적용.

결국 실질적인 대출 억제 효과는 미미한 반면(사실 지금 대출 규모 자체를 억제하는 법안을 내놓기는 대단히 어렵다), 대출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게 됨으로써 부동산 시장의 강세 심리를 자극하게 될 듯. 연말까지 부동산 상승세는 한층 더 강화되지 않을까.



-2-
최근 절하 중인 원화를 보고 있으면 역시나 투자의 최선은 필연을 거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기회, 또는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손해볼 가능성이 낮은' 기회는 산재해 있다. 그것을 찾을 수 있는 안목과 더불어 그 기회에서만 움직일 줄 아는 자기관리 능력이 필요한데 둘 다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 특히 후자는 너무 어렵다.



-3-
주말부터는 일본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 일본 회복의 배경에는 미일공조의 강화가 있고, 미일공조 강화의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이 있다. 그런데 중국이 부상은 커녕 넘어져 굴러다니게 된다면 미국 입장에서 미일공조 강화를 유지할 유인이 줄어들지 않을까.

이 고민을 좀 더 자세히 쪼개보면 아래와 같다.
1) 중국은 과연 넘어져 굴러다닐 정도의 위기를 겪을 것인가? 겪게 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2) 일본이 미일공조 없는 경기개선 유지가 가능한 자생적 회복력을 갖추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즉, 세번째 화살은 언제 과녁에 맞을 것인가?

한마디로 이 고민은 '중국이 넘어지는 것과 일본이 세번째 화살을 맞추는 것 중 어느것이 빠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과 같은데, 나도 하는 고민을 일본이 하고 있지 않을리 없다. 여기에 아베의 지지율이라는 타임리밋까지 감안하면 일본은 지금 스피드 게임을 하고 있는 셈. 결국 중국의 부진은 일본의 추가 부양책 촉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민의 첫 로직인 '중국 부진->미일공조 약화->일본 경기 약화'가 '중국 부진->일본의 추가부양' 으로 변경되었다. 만약 중국이 의외로 부진 우려를 훌훌 털고 일어난다면 그건 그것대로 미일공조 강화를 지속시켜 일본에게는 긍정적일 것. 내가 좋아하는 필연적 거래의 기회.

이 모든걸 뒤집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리스크는 미국 경기가 약화되는 것. 경기가 아예 침체로 접어들며 불황이 재시작되면 미국채 롱이라도 가겠지만, 가장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금리 인상을 내년 초 정도로 재연기 하면서 경기판단을 애매하게 만드는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면서, 중-일 동향을 잘 살피는 것이 나의 하반기 미션.

2015년 7월 21일 화요일

My technical views (6)

The Korean currency has depreciated by 6.87% from May and I forecast this trend will be continued for a while. A view of additional devaluation in Korean currency is supported by following factors; (1) a sluggish Korean exports data caused by an economic slow down in China and a weak Yen, (2) a few policies to induce overseas investment, (3) and the coming of Fed's rate hike.

However, even if I keep my view on Korean currency devaluation, how do I trade this currency practically? Here I introduce an useful technical tool for this kind of trading, Andrew's pitchfork.

Definition of Andrew's pitchfork (from investopedia)
A technical indicator that uses three parallel trendlines to identify possible levels of support and resistance. The trendlines are created by placing three points at the end of identified trends. This is usually achieved by placing the points in three consecutive peaks or troughs. Once the points have been placed, a straight line is drawn from the first point that intersects the midpoint of the other two.

A following chart is an application of Andrew's pitchfork on recent Korean currency market.

If I had a fundamental view of Korean currency devaluation(it means I expect the chart should go up more), I can stick to my USD/KRW long position until the middle line is broken. As the middle line is on upward trend, the stop level(the level that long position cleared) also goes up as time goes by.

There are two significant technical implications on Andrew's pitchfork; firstly, the technical approach is quite flexible because the lines are determined by three consecutive peaks and troughs. It implies that the predetermined technical tools like 20-day moving average are meaningless, and every technical tools need to be adjusted in real time. Secondly, to protect traders from fatal loss cut, the stop level has to go up as time passes. Also, it functions as a trailing stop to protect profit.

In conclusion, as long as USD/KRW is placed above the middle line, I see the Korean currency devaluation is likely to be continued, and I will keep my USD long position against the Korean currency.

2015년 7월 20일 월요일

원화의 미래

책의 도입부를 읽을 땐 왜 제목이 '원화의 미래'인지 의아했다. '경제를 보는 법' 정도로 좀 더 포괄적인 제목을 붙여도 될 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읽고서야 제목을 이해했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무려 10년 후를 전망한다. 도입부는 그 전망을 이해시키기 위한 제반 지식의 설명인 것. 많이 배울 수 있는 친절하고 좋은 책.

배운 내용과 짧은 생각들을 섞어서 정리.


1) 고정환율제에서는 통화 완화를 해봤자 환율 유지를 위해 유동성이 재흡수된다. 당연한 내용일 수 있지만 저자의 편안한 설명 덕분에 다시 한번 인지했다. 역시나 머리에 떠오르는 나라는 중국. 고정환율제도 하에서, 특히나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의 각종 통화완화는 대단히 허망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의 주가 부양책들은 실패로 끝날 것이고, 결국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 나는 그 때까지 중국을 거래하거나 예상하지 않을 생각.


2) 기업 설비투자의 대표적 선행 지표는 자본재 수입과 기계류 신규 주문. 그러나 설비투자보다는 재고순환 흐름이 더욱 빠르게 경기를 반영한다. 기업들의 투자 판단은 경기를 확인한 다음 이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 생각해보면 기업의 경영이란 것도 결국은 투자 타이밍의 문제. 경기를 읽고 바닥에서 투자할 줄 아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뷰가 있다면 투자를 확대 중인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일본의 어떤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을까?


3) 원유가격은 수입단가 추세 파악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출단가 추세 파악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간이교역지수(미국 내구재 생산자물가/미국 원자재 생산자물가)를 활용한다.


4) '장단기 스프레드의 역전은 경기 침체의 시그널이다' 라는 문장은 너무도 중요해서 책상 앞에 붙여두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크게 프린트하여 가훈으로 삼아도 좋다.


5) 은행의 예금금리는 일반적으로 정책금리에 연동되는 반면 대출금리는 장기금리에 연동된다. 따라서 커브가 스팁되면 NIM이 개선된다. 미국 은행들이 2007년 서브프라임 대출을 확대했던 것도 커브 역전으로 악화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은 어떠한가?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인상은 당분간 어려워 보이나, 연준의 인상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장기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 따라서 커브 스팁은 지속될 것이고, NIM은 지금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섹터 플레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은행 비중은 중립 이상으로 담아 두는게 편안할 것.


6) 90년대 초반 동아시아의 고성장은 단순한 요소 투입 증가에 의한 사상누각이었다. 결국 유일한 성장의 원천은 요소생산성의 개선. 각주에 기술된 로렌스 라우, 김종일(1994)의 <동아시아 신흥산업국들의 성장 원인>과 <경제 성장에서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의 인적 자본 역할>, 얼윈 영(1992) 교수의 <두 도시 이야기:홍콩과 싱가포르의 요소누적과 기술 변화> 논문을 읽어봐야 겠다.


7) 재고가 해소되면서 주문이 더욱 증가해야 경제 전반에 비용 상승 압력이 나타난다. 지금 미국은 아직 재고 수준이 높다. 나는 하반기 내에 미국에서 주택시장 호황에 따른 인플레 반등이 관찰될 것으로 기대 중이지만, 본격적인 물가 반등은 역시 재고가 소진된 이후 나타날 것이다.


8) 전체 인구 중 도시 인구 비율이 70%선에 근접하면 도시화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2015년 7월 15일 수요일

15/7/15

-1-
지난 토요일 이사를 마쳤다. 집 문제 때문에 루즈해졌던 블로깅, 리서치, 투자, 운동 등의 라이프 사이클 전반을 다시 타이트하게 되돌릴 시간. 새로 옮긴 집은 여러모로 마음에 든다. 평소 다니던 헬스장과 지척이고, 석촌호수와도 3분 거리라 운동하기 좋은 환경. 스타벅스가 가까운 것 역시 장점. 날씨가 좋으면 석촌호수에서, 좋지 않으면 스타벅스에서 책을 자주 보게 될 듯.


-2-
지난주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 소수 의견을 전망했던 나는 틀렸다. 내 생각보다는 하성근 위원의 성향이 강하지 않은 듯. 7월말에 확인되는 6월 산업생산이 전년동월비, 전월비 모두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8월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고, 9~10월은 연준의 눈치를 보느라 관망할 듯. 결국 추가 인하를 할 법한 시기는 빨라야 11월. 만약 연준의 인상이 12월에 시작되면 시나리오를 수정.


-3-
빚이 1억이 있는 고등학생이 있다. 고등학교만 졸업 후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르바이트로 빚을 갚아 나가는 삶이 나을까? 아니면 3천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아 대학에 진학한 후 좋은 일자리를 얻어 1억 3천만원을 갚는 삶이 나을까?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간이 너무도 고통스러울 것이라서, 그리고 빚을 갚은 후의 인생도 그리 밝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 전자의 선택은 비판받는다. 반면에 빚이 1억이나 있는데 추가 대출은 미친 짓이라서,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 봤자 좋은 일자리를 얻는다는 보장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후자의 선택은 비판받는다. 이것은 현재의 매크로 상황이 직면한 문제와 일치하는 문제다. 나는 후자의 선택을 지지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일본과 미국의 주식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4-
원화에 대해서는 1)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통화 완화로 원이 절하되거나, 2) 한국은행의 소극적 대응으로 수출이 깨지고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하기 시작하며 원이 절하되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 중이었는데, 안타깝게도 2번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 특히 중국에 대한 우려가 2번 케이스를 촉진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원화가 절하되었다며 수출 관련주를 낙관하는 것은 넌센스. 지금 관찰되는 원의 절하는 수출을 회복시킬 요인이 아닌 수출 부진의 결과물일 뿐.


-5-
매크로 분석 직무는 현재의 상황이 어떤지 정확히 파악할 줄만 알아도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전망은 고사하고 지금의 상황이라도 잘 설명할 수 있는 매크로 분석가가 의외로 드물기 때문이다.


-6-
다소 엉뚱해 보일 수 있겠지만, 하반기 시장에 대한 생각을 하던 중 도달한 결론은 빠르면 내년 하반기 이후엔 내가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것.

2015년 7월 4일 토요일

6월 금통위 의사록

주 초반 공개되었던 6월 금통위 의사록을 정리해 보았다. 위원별 멘트를 간략히 쓰고 밑에는 내 생각을 첨부. 의사록 순서 그대로이며, 위원 매칭은 내가 임의로 추정해 본 것.


위원1(인하) - 함준호 위원 or 장병화 위원
수출은 부진하지만 물가 하락세는 멈췄다. 금리 인하는 메르스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 추가 인하는 어렵다.

위원2(인하) - 함준화 위원 or 장병화 위원
수출은 부진하지만 물가는 서서히 반등할 것. 금리 인하는 메르스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 인하하여 운용하면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자.

-> 두 위원 나름 현재 금통위에서 매파로 분류된다. 그러나 별로 가치있는 의견을 내지는 못하는 사람들. 메르스 때문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논리는 너무도 조악하다(메르스가 아니더라도 한국 경기는 이미 나쁘다). 그럼 메르스가 마무리되면 금리를 올리기라도 할 것인가. 메르스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기 보다는 메르스에 왜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두려워 본인들을 선제적으로 방어한 것. 다분히 정치적인 사람들.




위원3(인하) - 하성근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되며 생산과 투자가 부진하다. 디스인플레 추세는 안정화되고 있으나 기조적인 저물가는 여전, 재고출하비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가동률도 최저다.

기준금리가 역사적 최저점에 이른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는 상당한 부작용과 위험이 수반될 수 있다. 그러니 미시감독 강화와 거시건전성조치, 외인자본 유출입 모니터링, 구조개혁 가속화와 같은 요인에 유념하여 경제 및 금융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 시 적절한 조치가 적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정책공조를 강화하자.

구조개혁 가속화를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을 방지하고, 구조개혁에 단기적으로 수반되는 총수요와 물가의 하방 위험을 완화적 통화와 재정정책으로 대응하며, 미시감독 및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자.

-> 역시나 현재 상황을 제일 정확히 평가하고 있는 위원. 두번째 문단은 얼핏 읽으면 추가 금리인하는 어렵다는 말처럼 보이지만, 뉘앙스를 잘 보면 추가 금리 인하를 위해서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에 더 가깝다. 따라서 하성근 위원은 7월에도 추가 인하를 주장할 확률이 꽤 높다.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하면 한국 단기 채권 금리는 꽤나 하락할 것. 지금은 추가 인하 기대감이 전혀 pricing되지 않고 있기 때문.

마지막 문단은 읽으면서 속이 다 시원했다. 지금 한은이 가야할 길을 한마디로 제시.




위원4(동결) - 문우식
당초 예상했던 성장 경로로 가고 있다. 1/4분기 실질국민소득 성장률이 증가한 것을 보면 유가 하락에 의한 저물가는 좋은 디스인플레이션. 메르스로 금리 건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금리 인하하면 전세가 상승을 통한 주거비용 증가나 이자수지 악화로 소비를 제약한다. 기업은 금리를 낮춰줘 봐야 투자할 곳이 없어서 투자하지 않는다. 또한 금리 인하와 환율간의 관계는 한 방향으로 결정되지 않으므로,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인하로 대응하려는 것은 논리도 약하며 환정책을 위해 통화정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조개혁을 하자.

-> 당초 예상했던 성장 경로로 가고 있다는 것이 당췌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다. 혼자 3% 이하의 성장률을 미리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그리고 실질국민소득 성장률이 증가한 것을 보니 디스인플레가 좋다는 것도 이해불가. 물가가 낮기 때문에 실질국민소득이 성장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디플레이션은 경제에 아주아주 좋은 것이려나.

두번째 문단의 앞부분은 일견 맞는 부분도 꽤 있다. 그러나 환율 부분 부터는 역시나 오징어 같은 주장. 금리와 환이 한 방향이 아닌 것은 맞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겠다는 스탠스만 명확히 취해도 환은 약세로 간다. 즉, 금리와 환이 한 방향이 아니도록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한은 자신이다.

마지막으로 통화 완화 없이 구조개혁을 하자는 것이 웃기는 소리라는 것은 전에도 포스팅 했었다. 독감 환자에게 약을 주지 않고 '우리나라는 항생제 처방이 과한 나라에요. 그리고 약을 먹고도 독감이 낫지 않는 사례도 있어요.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서 체질개선을 하세요' 라는 말만 되풀이 하는 격. 문장만 놓고 보면 틀린 것 같지 않지만, 말을 뱉는 상황을 같이 고려해보면 이 만큼 바보같기도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위원5(인하) - 정순원 위원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 감소가 생산 등으로 파급되는 기미가 있다. 물가는 담뱃값 제외 근원인플레가 여전히 낮다. 여기에 원화까지 절상 중.

미 연준이 조만간 인상에 나설 것이므로 정책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 지체 없이 추가적 금융 완화를 단행하는 것이 바람직. 가계부채는 명목소득 제고를 통해 부채 상환능력을 키우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 정순원 위원도 팩트를 잘 파악하고 있다. 특히 두 번째 문단은 매우 예리하다. 정순원 위원도 7~8월 중 소수의견을 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위원6(인하) - 정해방 위원
-> 별로 멘트를 정리할 것이 없다. 성장경로의 하방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데, 전반적으로 본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본인 스스로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느낌.




결론적으로 나는 7~8월 금통위의 인하 소수의견을 예상. 그러나 역시 실제 인하는 10월 이후에나 단행될 듯.

2015년 6월 29일 월요일

간략한 하반기 전망

1. 미국

미국 경기는 여전히 좋게 보고 있는데 이유는 소비에 온기가 돌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

5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은 +0.9%MoM을 기록했는데 유가 반등에 따른 gasoline 지출 확대를 제외하면 아직 개선폭이 뚜렷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반기가 유가 폭락의 소비 증대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한 시점이라는 점과, 소매판매를 위시한 각종 소비지표가 잘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소비는 나쁘지 않을 확률이 높다. wage growth의 개선과 꿈틀거리는 주택시장도 하반기 소비 개선 기대에 한층 힘을 실어준다.

내가 '소비'에 포커스를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1)현재 미국의 재고 수준이 낮지 않고, 2)달러 강세로 인한 수출 둔화가 관찰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 경기확장을 위한 전제가 소비의 증대이기 때문. 즉, 수출 둔화를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소비가 올라와줘야 하는 것인데 난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인플레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기준금리를 올려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라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분위기상 연준은 9월에 첫 금리 인상에 나설 듯 하다. 사실 첫 인상 시기가 9월이든 12월이든 별 차이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폭발적이지는 않으나 미국 경기는 앞으로도 강할 것이라는 점.

결국 미국 주식은 하락할 때마다 매수 접근. 특히 Tightening 우려로 조정 받으면 적극적으로 매수. 단, 기대했던 대로 소비가 올라오지 못하면 유보. 미국은 본격적 경기 확장의 시작인지, 침체로의 회귀인지 기로에 놓인 만큼 길게 가지고 갈 수 있는 포지션을 잡을 기회는 미국 주식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일본

주식을 할 때 폭발하는 성장주 못지 않는 수익을 안겨주는 것이 턴어라운드주다. 일본은 턴어라운드 하는 나라였고 그래서 닛케이는 폭등했다.

엔저로 기업이익을 확대시켜 생산과 투자를 활성화 시킨 후 임금을 올려 가계도 덕을 보게 하겠다는 그림은 이미 완성 단계다.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이 과녁에 적중할지 여부는 미지수이나, 활 시위를 당기고 조준할 시간은 확보된 것이 분명하고, 아베의 정책 방향과 추진력으로 미루어 볼 때 세 번째 화살도 적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향식 문화가 뚜렷한 나라에 탁월한 리더가 자리잡고 있다. 낙관적일 수 밖에 없다.

닛케이 롱의 리스크로는, 미국 경기가 다시 어려워지면서 엔저 용인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과 일본이 뜻 밖의 지진을 겪게되는 정도. 하반기 닛케이는 전에 포스팅했던 how to trade bubble의 관점으로 매매하면 될 듯.



3. 유럽

작년에 유로숏을 보내버린 이후로 유럽에 대한 뚜렷한 뷰가 없다. 통화 완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주식을 사자는 주장이 많지만 그런 관점에서 주식을 사려면 일본이 더 편하다. 그리스 때문에 가끔 유로화를 거래할 기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내 관심 밖.



4. 중국

어제 (6/27) 중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있었다. 부동산이 소폭 반등 중임에도 추가 완화 대응을 한 것인데, 어쩌면 부동산이 아닌 주가 부양에 중국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리는 첫 시그널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난 중국 정부의 부양을 믿고 상해주식을 살 것인가?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다. 미국과 일본 진입을 기다리다가 너무 지루하면 심심해서 거래해 볼 순 있어도, 일정 비중 이상을 중국 자산에 투자하지는 않을 듯. 아직도 모든게 너무 불투명한 나라다.



5. 한국

한국은 서서히 유동성 함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수출이 물량 기준으로도 깨지는 것으로 봐서 하반기에는 경기부진이 지표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두 번 연속 인하할 자신이 없는 한은은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8월과 9월에는 연준의 인상이 두려워 또다시 동결할 듯. 추가 인하는 빠르면 10월 정도가 아닐지. 10월, 12월 내려서 연말 기준금리는 1.00%를 기록한다는 것이 나의 베이스 시나리오.

결국 한국 주식은 인덱스는 박스에 갇히며 몇몇 중소형주만 집중적으로 폭등하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이어갈 것. 채권은 단기물 위주의 롱전략이 유효. 단, 7-8월 중 한은이 추가 인하에 나서면 뷰를 수정한다. 미국에서 일하는 지인이 한국시장에 대한 의견을 물어올 때마다 이런 컨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코멘트를 해주는데, 매번 비슷한 코멘트를 줘서 주는 입장서 참 미안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결론적으로, 베이스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면 한국 인덱스는 하반기에 거래하지 않는다. 내가 한국 주식 매니저라면 모르겠으나 굳이 나쁜 시장에서 좋은 종목을 찾으려 애쓸 이유가 없기 때문. 시간 될때마다 달러나 사둘 것.



유구한 지식과 경험의 축적을 기반으로 대침체 터널의 끝을 향하는 미국.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을 것만 같은 일본. 밍기적거리는 한국.

쓰고보니 기존 뷰에서 크게 바뀐게 없는 것들을 되풀이한 것이 되었다. 정기 레폿을 내야하는 입장도 아닌데 반기라는 시기에 맞춰 전망할 필요가 있을까. 뷰를 바꿀만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바꿀 준비를 해야한다. 기왕이면 그게 한국이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