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6일 화요일

고수의 생각법

휴가 중 읽은 책인데 나는 너무나도 재밌게 읽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나는 내가 미숙하게나마 투자 혹은 트레이딩을 해왔었기 때문에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과연 이 책이 보통의 자기계발서 이상으로 다가왔을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뭔가 대단해서 나만 이 책을 재밌게 읽었을 것이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그저 투자와 바둑의 속성이 너무도 닮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문장들이 나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 아무래도 휴가였다 보니 정신없게 정리했다.


-1-
저자는 '벽에 부닥쳤을 때 포기하지 말고 생각속으로 들어가면 좋은 생각이 반드시 답을 찾고, 그런 좋은 생각은 좋은 사람에게서만 나온다' 라고 말한다. 결국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며,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좋은 생각이 나올 수 없고 좋은 수도 나올 수 없다. 바둑을 어떤 식으로 놓는다는 것은 세상을 어떤 식으로 살아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투자자도 마찬가지. 어떤 식으로 투자하고 매매한다는 것은 세상을 어떤 식으로 살아가겠다는 선언이다.
(p33)


-2-
바둑에는 '가르칠 수는 있되 전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나는 투자를 하며 접한 다양한 사람과 글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내 투자는 그들의 투자와는 같지 않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고수에게 가르침을 받더라도 난 그렇게 될 수 없다. 역시나 내가 그 사람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좋은 사람에게 최대한 배우고 동화되려다 보면 또 다른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프로바둑기사들은 어렸을 때부터 스승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승의 삶 전체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3-
속기와 장고 중에 무엇이 옳으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프로 기사라면 두 가지 다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바둑은 감각과 실력 모두를 요한다. 가치투자나 모멘텀 투자 중에 뭐가 옳으냐는 질문도 의미가 없다. 어차피 투자로 먹고 살려면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가치가 있는 것에 장기로 투자하면서, 모멘텀 플레이도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가끔 데이트레이딩도 해야 한다, 추세와 비추세에서 살아남는 법을 둘 다 익혀야 하고, 거래하는 대상도 다양한 것이 좋다.
(p144)


-4-
프로 바둑 기사에게 이기고 지는 건 그냥 밥 먹는 것과 같다. 승부 결과에 초연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이만큼 지키기 어려운 것도 없다. 나는 아직도 졌을 때 심기일전이 필요하고, 이겼을 때 너무 좋아한다. 밥 먹는 것 같은 레벨엔 도달하지 못했다.
(p66)


-5-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 그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집중해서 생각 또 생각해야 한다. 전에 같은 회사에 계시던 스승님이 정확히 이와 똑같은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p43)


-6-
악수인지 알면서도 놓아야 할 때가 있다.생각과 행동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좋은 손절, 즉, 뭔가 배울 수 있었던 손절에 관한 이야기다. 언젠가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 손절.
(p157)


-7-
수읽기는 직관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식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더 발전하는 길은 오로지 공부 뿐이다. 100% 공감한다. 직관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무식한 찍기, 경험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허송세월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p160)


-8-
인간의 두뇌는 무제한의 시간을 준다고 해서 더 위대하게 발휘되지 않는다. 맞다. 오히려 바쁠수록 좋은 리서치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시간이 많으면 시간이 많다는 사실을 뇌가 인지해 버려서 머리를 천천히 굴리게 된다.
(p166)


-9-
실수는 우연이 아니고 나의 어설픔과 미숙함이다. 실수에 패턴이 있고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복기를 성실히 하지 않는 편인데 다시 시작해야겠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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