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7일 월요일

1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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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델타를 다 없애고 플래트너만 가지고 가다가, 목요일 CPI 부진에도 미국채가 강세를 보이지 못한 부분이 불편해 약간의 숏을 잡았다. 금요일 미국채 10년은 3.0%에서 마감. 수급상 숏이 많다는 증거는 아직 없고, 레벨은 이제 롱을 가 볼만한 구간에 도달했고, 강세를 유발할 수 있는 특별한 요인이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조합이라면 롱을 가거나 또는 적어도 숏은 접어야 맞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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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스타일대로라면 FOMC 전까지는 약세 관점을 유지하고, 발표 직전 즈음에 반대 포지션을 고려해야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 요즘에는 가격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일단 한 번 행동한 뒤, 가격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추가로 행동하는 스타일을 시도해 보는 중. 가격에 대한 가중치를 가장 높게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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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를 정리하다보니 재료라는 부문 내에서 가장 영향력과 승률이 높은 것은 역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지표나 경기를 주제로 하는 포지션들로 버는 것이 제일 난이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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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사실화된 방향으로 베팅을 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의 미국채 2년물 숏 만큼은 다른 이야기 같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접고 2년 숏을 가져갔던 사람이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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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무엇에 대해 물어보고 대화할 것인지 슬슬 정리해 보는 중. 일단 당장 떠오르는 것들은,

1) 지금 미국 경제가 late cycle인가?
2) 작년은 글로벌 호황 동조화 국면이었고 지금은 미국이 독주하는 구도. 이 다음은 미국이 둔화될까, 아니면 미국 독주가 더 연장되다가 오히려 나머지 국가들이 회복될까.
3) 중국이 무엇을 내 놓아야 미국이 만족할까. 환율? 또는 기술 유출 중단?
4) 트럼프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프라 확대안을 미리 부각시킬 것인가? 아니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뒤에야 인프라 확대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5)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4회 인상하는 것, 그리고 연중 내내 동결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서프라이즈일 것 같나.

2018년 9월 11일 화요일

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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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오랜만에 홍팀장님을 뵀다. 중상위 레벨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증명했는데, 10%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 운용 컨셉을 바꿔보고 있다는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매니저만큼 실컷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직업이 없다는 생각으로 매니저를 해오셨지만, 압도적인 수익을 내는 일도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과연 그런 게임을 해보지 않아도 정말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셨다고 한다.

나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이 결국은 큰 수익을 내는 것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일을 즐기는 것 만으로는 불충분해서가 아니라, 큰 수익을 내는 일의 난이도가 워낙에 높아 달성했을 때 가장 즐겁기 때문이다. 일에서 흥미를 느낄 정도로 호기심이 충만한 사람이라면, 돈을 버는 메커니즘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기가 어렵다. 리서치하고, 읽고, 쓰고, 대화하는 것 모두 즐겁고 흥미롭지만, 돈이 되는 콜을 하거나 매매를 하는 것이 훨씬 흥미롭다(가장 어려우니깐). wclee형이 언젠가 편하게 즐기며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즐겜유저' 라고 지칭한 것이 생각난다. 스터디나 리서치 모두 이런 맥락에서 보완할 점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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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는 미국채 롱을 가지고 있다가 완전히 틀려버렸다. 이미 연준이 긴축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정 확장 이슈가 부각되지 않는 이상 임금이나 고용이 호조를 보이더라도 10년물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배경이었다. 생각의 로직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임금이 잘 나와서 기대인플레가 자극되어 금리가 상승했다' 라는 식의 풀이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스팁이 되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 문제는 가격과 수급이었다고 생각. 고용 발표 전일 금리가 미국 주식의 조정을 빌미로 4bp 정도 하락했는데, 강세가 된 상태로 고용을 소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2.90% 수준이 상단' 이라는 근거 없는 레벨 설정을 했다. 그리고 수급적으로 롱이 가볍지 않다는 단서들도 계속 있었다. 리스크오프성 요인들이 등장할 때 미국채 강세 탄력이 거의 없었던 것 (심지어 전주에 회사에서 미국채는 숏이 아니라 롱이 무거워 보이지 않냐는 이야기까지 했었다).

최근에 과거 매매 기록들을 정리하며 역시나 중요도는 가격, 수급, 재료 순서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중인데, 이 때문에 가격과 레벨대응이라는 명제에 어설프게 빠져 불편한 신호들을 너무 가볍게 봤던 것 같다. 아직 outright long의 유입이 적극적이지는 않겠지만 플래트너는 재구축되기 시작할 듯. CPI나 소매판매, 장기물 발행을 플래트너로 맞는 것은 리스크가 낮아 보인다. 다만, 수요일 BOJ의 장기물 매입과 목요일의 ECB가 오히려 플래트너 입장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2018년 9월 3일 월요일

1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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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로 휴가를 다녀왔다. 한국보다 덥긴 했지만 충분히 먹고 마시고 쉬면서 재충전을 했다. 회사를 옮기고 해외로 휴가를 간 것은 처음인데, 9월에는 일 때문에 캐나다에 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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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전 2.80% 부근까지 내려갔던 금리는 지난주 다시 2.90% 근처로 반등한 뒤 지금은 다시 2.86%으로 내려 온 상황. 특별히 장기물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 없다는 생각으로 롱을 캐리 중이지만, 파웰이 완화적이었음에도 2.80%을 하회하지 못하고 레인지를 유지하는 흐름은 조금 불편하다. 호재에서의 가격 반응으로 미루어 보건데 회자되는 만큼 시장에 미국채 10년 숏 포지션 누적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CFTC 포지션 데이터는 개인적으로 신뢰하자 읺는 지표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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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에 내가 가장 신경쓰였던 뉴스 플로우는 이 것. 우리 시간으로 28일 새벽이었다. 짧은 한 마디였고 시장 영향력은 없었다.

TRUMP: WORKING ON MAJOR INFRASTRUCTURE PROJECT, MASSIVE ROADWAY: B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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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무역 이슈가 미국 금리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미중 무역 문제가 격화된다고 금리가 크게 하락할 것 같지도 않고, 무역 이슈 해결이 금리 상승 요인이 될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무역 이슈를 일단락 시킨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라는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아예 다른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엣지로 삼을만한 일정이 없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인프라 이야기를 꺼낼 것이다' 라는 전망은 가능하지만 이를 근거로 포지션 아이디어를 짜기엔 아직 막연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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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경기가 좋았을 때 금리를 올렸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쳐 경기가 하강하여 이제는 금리를 못 올리게 되었다. 중앙은행이 실기했다' 라는 주장은 들을 때마다 당혹스럽다. 만약에 작년에 금리를 올리지 않아서 지금 경기가 과열되고 인플레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이 실기한 것이 맞다. 그치만 작년에 금리를 올리지 않았는데 지금 경기가 엉망이라면 작년에 올리지 않은 것이 맞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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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스탠스가 완화적으로 공식 전환될 가능성을 FOMC 전후로 대비하는 것이 기존의 생각.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들과 잭슨홀에서의 미묘하게 완화적인 파웰 발언으로 인해, 9월 FOMC가 완화적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일찍부터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 그래서 9월에 FOMC 경계감을 근거로 채권 숏이나 달러 롱을 가는 것은 별로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