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8일 월요일

1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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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 금리는 다시 2.90% 초반으로 내려와 결과적으로 20bp짜리 round trip을 완성. 특별한 재료 없이 가격과 수급만으로 이런 움직임이 가능했던 것은, 금리가 3%라는 빅피겨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격 그 자체가 재료였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기술적 지점은 마치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그 말은 곧, 돌파에 대한 기대나 우려를 거래하거나, 돌파나 지지 이후에도 가격이 사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잘 움직이지 않을 때를 노리는게 안전한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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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금리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는 펀더멘털적 요인은 없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지금 펀더멘털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은 금리의 흐름이 아닌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간의 금리차의 흐름. 이 theme이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 이번주의 지표밀집 기간이 아닐까 싶다. 지역연은지수들이 호조였고 고용지표가 악화될 이유도 없기 때문에, 미국의 독주라는 theme은 주중에 더 강화되다가 지표 발표에서는 실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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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페스티벌을 처음으로 다녀와봤다. 콘서트나 운동경기 관람을 가면 나름 에너지가 응집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은 반면 페스티벌은 완전히 에너지의 발산 그 자체였다. '음식과 술과 음악을 줄테니 남아도는 에너지를 왕창 쓰고 가' 라는 자리가 마련된 느낌. 뭔가 사람들의 연령대가 낮아보인다 싶었는데, 이 페스티벌의 경우 주요 타깃 연령대가 20대 초중반이라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비슷한 모 페스티벌의 경우 VVIP 부스가 열개 남짓 설치되어 있고 부스 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데 주최측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 중국인들이 차지해 놀다 간다고 한다. 어린 사람들이 가는 곳이네, 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나에게도 있다는 점과, 그런 말을 하면서도 꼭 가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는 점이 신기.

2018년 5월 22일 화요일

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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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개된 2.70% 근방에서 3.00%까지의 미국 금리 상승, 그리고 다시 2.90% 근방에서 3.13%까지의 금리 상승을 보며 오랜만에 매매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들이 다시 떠올랐다. 요인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가격의 변화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즉, 가격이 2.70% ~ 2.85%라는 레인지를 벗어날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임에도 벗어난다면, 그것을 일탈로 간주해 가격의 회귀를 노릴 것인가 아니면 이탈로 간주해 체이스할 것인가.

기본적으로 레인지의 유지를 가정하되,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관련 센티멘트 변화를 수반하는 레인지 돌파는 따라잡고, 가격과 수급이 엇갈리는 신호를 보낼 때(예를들어 가격은 전저점인데 수급이 여전히 약해 보일 때)에는 가격을 선택한다는 것이 기존 원칙이었다. 그러나 가격과 수급이 시사하는 방향이 일치하지 않으면 수급을 따르는 편이 승률을 더 높이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번에 했다. 첫번째 금리 상승에서는 2.80% 초반에서의 영국 CPI 부진이, 두번째 상승에서는 미국 시간당임금과 CPI 부진이 수급적 단서를 제공했었다고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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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금리 상승에서는 수급적 경고들을 간과하지 않고 대응을 했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금리의 상승 리스크가 커 보인다면 플래트너를 접고 델타를 축소시켰어야 했는데, 플래트너는 유지한 채 다른 구간으로 숏을 갔던 것. 플래트너는 길게 가져갈 포지션이니 유지하고 숏은 따로 가야겠다, 라고 나이브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만큼 방향에 대한 확신이 강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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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망 보고서들을 읽기 시작했다. 업로드는 못했지만 작년말에 썼던 올해 연간전망의 제목은 '선반영된 통화긴축, 반영되지 않은 재정확장' 이었고 내용은 '정책 목표를 발표하는 연초, 그리고 중간선거 직전에 재정확대 기대감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고, 파웰 임명 이벤트의 리스크는 호키시 보다는 도비시 쪽이 더 커보인다' 정도였다. 재정확장이 단기금리 교란요인이 될 수 있다는 디테일은 예상하지 못했고, 파웰은 아직까지 무난히 기존 경로를 따르겠다는 스탠스. 하반기의 관찰 포인트는 무역과 북한 문제를 대략적으로 마무리한 트럼프의 인프라 확대 정책 추진 여부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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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D money market의 기초를 정리한 MS의 리폿을 오늘 읽었다. 대형 기관에 대한 FDIC의 추가 premium 징수가 2018년 말까지 사라지게되면 EFFR-IOER 차익거래로 EFFR은 점차 IOER에 가까워진다, 와 같은 문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금시장의 구조를 친절히 설명해주는 보고서.

2018년 5월 14일 월요일

1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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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을 봤다. 세 남매의 첫째인 장은 수 년 동안 외면해온 고향의 가족들을 직시하는 과정을 통해, 둘째인 줄리엣은 아버지의 양조법에서 탈피해 본인만의 와인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 셋째인 제레미는 처가살이에서의 탈출을 통해 각자의 자아를 찾아간다. 사실 가족적인 관계성이 자아를 옭아맨다는 설정에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고향을 떠나거나, 가업을 잇지 않는 것이 별로 대단하거나 어려운 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역시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가문이나 전통에 꽤나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도 아직 잔존하고 있는 문화인데, 그래서인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 라는 식의 영화 후기가 많이 보였다. 나에게는 은은한 영상미와 편안한 유쾌함을 즐길 수 있는, 다 보고 나면 와인이 마시고 싶어지는 휴가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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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의 경기회복과 통화긴축기 진입을 반영했던 달러 강세, 미국 뿐 아닌 타 지역의 경기 호조와 통화 긴축을 반영했던 달러 약세가 각각 지나간 후, 지금은 미국 외 지역의 경기 둔화에 따른 달러 강세가 진행 중인 국면. 그렇다면 향후에는 1) 미국의 지표가 타 지역을 따라 둔화되거나, 2) 미국 외 지역의 지표가 재반등할 경우에 달러 추세 반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최근의 지표들은 후자 보다 전자가 먼저 전개될 것 같은 인상을 남기는 중인데, 문제는 그 경우 큰 폭의 달러 약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synchronized global slowdown으로 컨셉이 잡힐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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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수급, 재료로 매매의 세 요소를 구분지었을 때, 중요도의 순서는 가격, 수급, 재료. 가격만 보거나 가격과 수급만 보며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은 있어도, 펀더멘털만 보며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은 없다.

수급과 재료에 대한 단서가 없을 땐 가격만 보고 접근한다. 가격과 수급에 대한 뷰 없이 재료만 보고 매매하지 않는다. 가격과 수급이 매력적이면 재료가 없어도 해본다. 가격 없이 재료와 수급만으로는 하지 않는다. 가격과 수급이 상충되면 가격을 따르거나 또는 관망한다. 셋이 다 갖춰지는 기회는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작년부터 만들고 수정하는 것을 반복 중인 원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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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확실히 쓰기 보다는 읽기에 집중도 되고 더 흥미를 느끼는 중인 듯.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재밌는 글을 읽으며 잠기운을 떨쳐냈다.

2018년 5월 8일 화요일

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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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는데 정말로 PC on/off 제도라는 것이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조만간 적용되어, 이제 특정 시간대가 아니면 PC를 아예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정부에서 강제한 결과. 간밤의 시황 정리 등의 업무를 주로 일찍 출근해서 처리하고, 일요일에 잔업이나 리서치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다. 애니웨어를 신청해 집에서 일을 하다 출근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회사 PC와의 파일 교류가 자유롭지 못해 분명 한계는 있을 듯. 야근을 한 명이라도 하면 눈치가 보이니깐 이렇게 해야한다, 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그건 '한 명이라도 하루에 다섯시간 이상 데이트하면 나머지 커플들이 눈치를 봐야하니 데이트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라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생각인 것 같다. 라이프와 사랑에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심지어 정 그렇게 데이트를 더 하고 싶다면 솔로인 다른 상대를 만나라는 것이 정부의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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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벨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과 라이프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업이 지닌 속성을 인정하면서, 각자 맞는 직장과 직업을 찾아 일을 하면 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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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스터디를 하는 멤버들이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핏의 주총에 참석했다. 나는 휴가를 쓰기 애매해 불참. 주총 자체 보다도 그 멤버들과 미국을 가지 못한 부분이 아쉬운 것 같다. 아쉽지만 같이 여행할 기회는 앞으로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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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는 가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아주 근사하고 즉흥적인 휴일을 보냈다. 도시 속 휴양과 자연 속 휴양 중 나는 전자를 선호하는 타입이라고 확신해왔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점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만으로 하루 정도 쉬었을 뿐임에도 심신의 피로가 상당히 풀렸다. 휴식에 있어서조차 장소나 컨텐츠 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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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의 관심은 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