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5일 월요일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생각

근 2주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일본이었다. 아베의 참의원 선거 승리와 버냉키의 방일을 헬리콥터 머니의 전조로 받아들인 일본 금융시장의 반응은 상당했다. 15,000선을 위협받던 닛케이는 10%에 가까운 상승폭을 시현했고, 일시적으로 100엔을 하회했던 엔화도 brexit 충격 직전의 레벨을 회복했다. 일본에서 시작된 risk-on은 사상 최저점을 향해 달리던 미국채 금리까지도 멈춰 세웠다. 일본의 헬리콥터 머니 논의가 글로벌 재정지출 확대 기대감으로 연결된 것이다. 일본이 brexit의 최대 피해국으로 지목되던 것이 불과 몇 일 전인데, 시장은 그런 조롱들을 가볍게 뒤집어 버렸다.

일본의 헬리콥터 머니, 혹은 공격적인 재정확장 정책에 대한 전망이 지난 주에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눈치 빠른 분석가들은 연초 일본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며 통화정책적 한계를 보였을 때 일찍이 재정으로의 정책 선회 가능성을 제시했고, 3월 크루그먼의 일본 방문 녹취록 공개 이후에도 일본의 재정 확장을 전망하는 몇몇 보고서들이 발간되었다. 김대표님이 블로그에 재정 스토리가 기대된다는 코멘트를 쓰신 것도, 미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재밌는 아이디어로 보인다며 일본의 헬리콥터 머니와 perpetual bond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던 것도 이 때 쯤이다. 당시엔 정말 재밌는 아이디어 정도로 생각했는데, 중국 문제로 시작해 brexit까지 상반기 내내 글로벌 이슈가 엔화 강세를 야기해 아베노믹스를 괴롭히자 그 아이디어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진행 중인 정책들에 대한 회의감이 극에 달하자 시장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다음 스토리로 옮겨간 것이다. 일본이니깐 가능한 전개였다.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의 극단에서 탄생했듯이, 이번엔 통화정책의 극단에서 재정정책이 등장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재정정책, 혹은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기대와 의구심이 뒤섞이고 있는데 지인들과의 대화나 리폿에서 언급됐던 내용에 내 생각을 섞어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1. 헬리콥터 머니가 무엇인가?

도이치 리서치에 의하면 헬리콥터 머니의 형태는 대략 네 가지로 분류 가능하다.

1) 지금처럼 QE를 시행하는 동시에 정부의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방법. 중앙은행의 QE가 금리를 낮춰 정부의 조달 비용을 경감시켜 주지만, 정부의 debt/GDP ratio는 증가하게 된다.

2) 중앙은행이 직접 정부에게 돈을 쥐어주는 방법. 정부의 perpetual bond를 중앙은행이 사면 이 형태가 된다. 정부는 debt/GDP ratio의 증가 없이 재정지출을 할 수 있고, 중앙은행은 새로 유입되는 reserve에 지불하는 이자만큼의 손실을 부담한다.

3) 중앙은행이 기존에 보유 중인 국채를 haircut하는 방법. 네거티브 금리의 국채를 QE로 매입하는 것도 일종의 haircut에 해당되나, 그것보다 훨신 더 큰 폭으로 정부부채를 중앙은행이 탕감해 주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debt/GDP ratio가 줄어 재정 여력을 확보하게 되고, 중앙은행은 탕감 분 만큼 equity에서 손실을 계상.

4)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직접 가계에 전달하는 방법. 추가되는 reserve만큼을 역시 negative equity로 계상.

분류는 넷이지만 1은 사실 지금 화제가 되는 헬리콥터 머니가 아닌 통화+재정의 policy mix에 가깝고, 실제로 헬리콥터 머니로 지칭되고 있는 방안들은 2~4라고 볼 수 있다. 정확하게 위의 사례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재무부 특별계정 설치, 또는 QE로 매입한 국채를 영구 보유하겠다고 선언하는 방안 등도 시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


2. 헬리콥터 머니가 시행된 적이 있는가?

헬리콥터 머니는 과거에 일본에서 시행된 적이 있다. 아베노믹스의 롤모델로 여겨지는 다카하시 고레키요의 정책이 그것인데, 다카하시는 쇼와 공황, 대공황, 관동 대지진 등으로 인한 불황에서 일본을 탈출시키기 위해 1930년대 초반 엔의 절하, 금리 인하, BOJ의 국채 직매입을 통한 재정지출(헬리콥터 머니)이라는 정책 패키지를 내 놓는다. 이러한 다카하시의 전격적인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1933년 일본의 실질GNP 상승률은 10%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타 G5 국가에 비해 압도적인 속도로 불황에서 벗어난다.

일본 외에 캐나다의 사례도 존재한다. 캐나다 역시 대공황의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1935년부터 정부채 직매입과 chartered bank을 통한 정부 대출 지원 등 직간접적인 헬리콥터 머니를 시행한다. 이에 그 전 5년간 무려 70%의 GNP하락을 경험한 캐나다 경제는 1935년부터 5년간 77%의 GNP 반등을 시현.



3. 헬리콥터 머니는 위험한가?

헬리콥터 머니 회의론자들은 다카하시가 암살당해 정책이 exit에 실패하고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반대의 근거로 삼는다. 실제로 다카하시는 군비 지출을 축소시키려는 과정에서 1936년 암살당하고, 길을 잃은 정책은 일본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남긴다. 게다가 다카하시의 재정 확대가 군부의 영향력을 키워 40년대 중반까지 발발한 전쟁들의 불씨가 되었다는 것이 헬리콥터 머니 회의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다카하시의 사례를 헬리콥터 머니의 반대 근거로 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이다. 다카하시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헬리콥터 머니를 사용함에 있어서 신중함과 뚜렷한 exit plan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헬리콥터 머니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헬리콥터 머니가 다카하시를 암살시켰다기 보다는, 다카하시 시절 강력한 군부가 존재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는 헬리콥터 머니를 시행하고 exit하기까지 일본과 같은 과격한 군부의 출현은 없었고, 헬리콥터 머니 때문에 은행 시스템이 파국을 맞은 적도 없었다. 7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글로벌 인플레 상승 사이클 대응을 위해 캐나다 중앙은행은 정부채 보유를 축소시키면서 동시에 금리 인상까지 수행해 낸다. 헬리콥터 머니가 필연적으로 하이퍼인플레와 전쟁을 낳는다는 주장을 깨뜨리는 사례인 셈이다.



그 외에 BIS를 위시한 일부 기관들이 지적하는 technical한 한계(헬리콥터 머니를 한 번 사용하면 영원히 제로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 등)들은, 양적완화 시행 초기에 지적되던 exit 불가능론과 비슷한 맥락인데 실제로는 별 유효성이 없는 내용들이다. 쉽게 말해 나중에 경기가 회복되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초과지준 금리도 올려야 하니 중앙은행이 지불하는 비용이 폭증하고, 보유 중인 국채에서도 평가손실이 발생하여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망가지기 때문에 결국 정부의 비용을 증가 시키는 tax financing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주장. 하지만 1) 역레포처럼 초과지준 금리 외에도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고 (연준은 둘 다 활용한다), 2) 백 번 양보해 헬리콥터 머니가 tax financing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금리를 올려야 할 정도로 경기가 회복되면 정부 세입이 증가해 그 정도의 비용은 상쇄되고도 남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헬리콥터 머니는 정치적 불안과 맞물릴 때 무분별한 재정 지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는 있지만, 헬리콥터 머니 자체가 필연적으로 경제적 파멸을 불러 일으키킨다는 주장에는 오류가 많다고 볼 수 있다. 효과가 확실한 약이 남용으로 인해 부작용을 일으켰던 사례가 있다면 규제해야 할 것은 '남용'이지 '약'이 아니다.


4. 제도적으로 헬리콥터 머니 시행이 가능한가?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는데, 대략 '원칙적으로는 불가능 하지만 예외적인 상황에서 제한적으로는 가능한' 상황.

화제가 되고 있는 일본 역시 예외적인 경우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 BOJ의 국채 직매입이 가능하도록 재정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직매입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앞서 언급했던 다른 방법들을 통해 헬리콥터 머니를 시행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perpetual bond를 발행해 시장에서 매입하거나, 정부채를 haircut하거나, 매입 국채의 영구 보유를 선언하는 방법 등은 직매입에 비해 제도적으로 자유로운 편. 결국 강력한 리더쉽 하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공조한다면 제도적인 장벽은 얼마든지 회피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 어떤 나라가 헬리콥터 머니를 쓰게 될까?

역시 일본이 쓰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미국은 최소 대선은 끝나야 하고, 유럽은 구조적으로 재정정책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통화정책 없이 재정정책만 쏟아 내다가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제는 통화정책을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어떻게 쓰는지 알지 못해서 위기를 심화시키는 중. 한국은 통화정책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위기가 발발하지 않는 이상 재정을 의미있는 규모로 쓸 수 있는 정서를 가진 나라도 아니다. 장악력이 높은 리더가 있고, 통화정책을 끝까지 몰아 붙여 이제는 재정을 시도할 수 밖에 없는 일본이 첫 타석에 오를 것.


6. 헬리콥터 머니가 아닌 일반적인 재정 확대는 무의미한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재정확대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리카르도의 불변정리(정부채 확대를 통한 재정 지출은 미래 세금 인상을 우려한 민간의 긴축으로 연결된다는)를 즐겨 활용하지만, 재정 지출의 역사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고려하면 리카르도의 이론을 현실의 경기 분석과 전망에 접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과도한 재정 지출이 경기 과열과 하이퍼 인플레를 초래한 적은 있어도, 완화적 통화정책과 더불어 의미있는 규모의 재정을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개선이 관찰되지 않았던 적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물론 헬리콥터 머니를 활용하게 된다면 보다 큰 임팩트를 줄 수는 있는 것은 사실이나, 완화적 통화정책에 재정 확대를 조합하는 일반적인 policy mix만 시행하더라도 부양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결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헬리콥터 머니가 필연적으로 경제적 파국을 야기한다는 주장은 과장되었다. 다른 거시정책과 마찬가지로 잘 활용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2) 헬리콥터 머니의 제도적, 법적 장벽은 존재하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시행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3) 헬리콥터 머니의 형태가 아닌 일반적인 policy mix라도 경기 부양은 충분히 가능하다.

4) 헬리콥터 머니든, policy mix든 근시일 내 의미있는 규모의 재정확장이 가능한 나라는 일본 뿐.

아무래도 재정에 관련된 사안이다 보니 당장 이번 BOJ에서 움직임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일본 쪽 스토리는 계속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

2016년 7월 22일 금요일

구로다와 달러엔 환율

대체로 방향성과 변동성 모두 없는 시장이지만, 그나마 일본발 재정정책 기대감의 잔존이 시장 전반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오늘 오후 6시경 구로다의 '헬리콥터 머니는 없다'는 보도에 마켓이 잠깐 출렁였는데 생각보다 폭은 미미했다. 게다가 보도되었던 구로다의 인터뷰가 사실은 6월 중순에 취재되었다는 설까지 돌며 시장 영향력은 다소 축소되고 있는 모습.


길게 보면 지난주 100엔에서 어제 107엔 위까지 상승폭을 확대했던 달러엔 환율은 오늘 구로다 보도후 대략 1.5엔정도 하락했다가 낙폭의 일부를 회복 중인 것인데, 그래프에서 보여지듯 지난주부터의 상승폭에 비하면 오늘의 조정폭은 아주 작다.

여러가지 생각과 해석이 가능할텐데,


1) 구로다의 발언은 별다른 엔 강세 요인이 아니다. 안한다고 했다가 했던 것이 BOJ인데 어떻게 믿겠는가, 라는 해석. 25% 정도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

2) 헬리콥터 머니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20조엔의 재정을 쏘지 않겠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즉, 헬리콥터 머니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재정을 하긴 할테니 구로다의 발언을 엔 강세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 라는 해석.

3) 생각보다 헬리콥터 머니에 베팅하는 포지션이 깊게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헬리콥터 머니를 하지 않겠다는 구로다의 발언에 고작 저 정도의 낙폭을 시현했다는 것은, 헬리콥터 머니에 베팅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쪽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뜻일 수 있다. 다음 주 흐름을 봐야겠지만 BOJ 대응 전략은 보도 직후 형성한 저점인 105.4엔을 기준으로 JPY short을 고려하는 것이 나을지도.


헬리콥터 머니의 시행 여부 자체에 관심이 뜨거운데, 사실 협의의 헬리콥터 머니(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재무부에게 전달하는)가 아닌 단순한 QE+재정지출의 policy mix만 하더라도 시장의 반응은 뜨거울 것이기 때문에 헬리콥터 머니 자체에 몰입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대략적인 정리와 생각은 주 중에 글을 쓰는 중에 이미 좋은 포스팅들과 리폿들이 많이 나와 굳이 나까지 업로드 해야할까 싶지만 기왕 썼으니 주말까지 업뎃하기로.

2016년 7월 19일 화요일

16/07/18

-1-
지난주 시장의 주제는 일본발 risk-on이었고, 이번주 역시 지표 일정이 가볍기 때문에 지난주의 분위기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가 시장의 주제가 될 것 같다. 주말 중에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 정리를 해서 포스팅할 생각이었지만 하지 못했는데, 블로깅을 하시는 다른 분들이 헬리콥터 머니와 관련해 많은 포스팅을 해 주셨다. 여러 포스팅 가운데 가장 재밌게 읽은 것은 강대권 CIO님의 글. 마침 나도 다카하시 고레키요 시절의 사례를 중심으로 리서치 중이었기에 특별히 더 와닿았다. 특히 일본이 헬리콥터 머니를 가동할 것이고, 그것이 글로벌 재정확장 기조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거의 100% 동의하는 입장. 다만 정책에 대한 생각과 결론은 나와 다른 점도 있어 그런 내용들 중심으로 주 중에 포스팅을 하게 될 듯.


-2-
지난 주 중에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USDKRW는 전부 정리했다. 지난 4월 1,147원 정도에 진입해 무려 3개월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소폭의 손절로 마무리. 트레이딩이었다면 이렇게 하는건 말이 안되고, KRW short을 유지했던 것은 단지 중국 스토리를 통째로 먹어 보겠다는 신념적인 도전에 가까웠다. 하지만 brexit에 따른 CNH약세가 글로벌 risk-off로 전이되지 않고, 도리어 risk-on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굳이 터져가면서까지 그런 시도를 해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 중국 문제는 별로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KRW는 그 재점화 되기 시작하는 상황을 보고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 같다. 다만 6.48 수준에서 콜했던 CNH short은 유지.

2016년 7월 14일 목요일

6월 광공업생산 예상과 금통위

지난 5월의 광공업생산은 내 예상치인 +1.5%YoY를 훌쩍 뛰어넘는 +4.28%YoY를 기록. 가동률도 반등하고, 재고출하비율도 개선되는 등 세부적으로도 크게 부정적인 면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1) 국내 지표가 주목 받을만한 시기가 아니었고(지금도 아니다), 2) 하강 중인 국내 경기 흐름 상 지표가 한 번 호조를 보여봤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기 때문에 시장 영향력은 없었다. 산생이 매매찬스로 활용되는 경우는 일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듯.

6월 수출과 자동차산업동향으로 추정한 6월 광공업생산은 YoY로는 보합, MoM으로는 -0.2%수준을 예상한다. 작년 6월과 전월치를 고려하면 예상치를 하회할 리스크가 예상치를 상회할 리스크보다 높다고 생각. 6월 수출이 -2.7%YoY로 비교적 호조였던 것처럼 보도가 되었었지만, 디테일 상 반도체와 무선통신 외엔 마이너스 폭이 축소된 품목이 거의 없어 수출 headline만큼의 생산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자동차는 전월과 마찬가지로 내수판매가 해외판매 부진을 커버해 생산은 -6.9%YoY에 그쳤지만, 개소세가 종료되는 7월부터는 자동차 생산의 부진이 산생 지표 전체를 아랫쪽으로 짓누르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6월까지의 예상치를 통해 2분기 성장률을 추정해 보면 대략 +3.2%YoY, +0.8%QoQ가 산출된다. 작년 2분기와 올 1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력이 지대하고, 3분기 성장률은 오히려 박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역시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듯. 이번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은 수정경제전망을 2.8%에서 2.7%정도로 수정하면서 '구조조정 여파를 고려해 성장률 전망을 깎았다. 저번 달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으니 이제 지켜볼 것' 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할 것. 금리가 미리 하락해 있긴 하지만, 금통위가 hawkish하더라도 금리가 의미있게 상승하긴 힘들어 보여서 금통위에 대응할만한 전략은 없다고 본다. 인하 소수의견 여부나 확인하면서 총재의 무능함만 재확인하는 재미없는 금통위가 될 듯.

2016년 7월 11일 월요일

6월 비농업고용 후기

지난 금요일 발표된 미국의 6월 비농업고용은 예상치인 175K를 크게 상회하는 287K로 발표되었다. 제조업(9K) 쪽은 지역 연은 지수들과 ISM제조업 지수 내의 고용 세부지표로 짐작되던 숫자보다는 괜찮았고, 서비스업(256K)의 호조세가 꽤 강력했다. 특히 서비스업 내에서도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증가폭이 확대되어 디테일에서 지표가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는 없었다. 실업률과 임금상승률은 기대치보다 조금 부진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는 정도.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2.6%YoY로 2009년 이후 최고치.

비농업고용이 호조를 보인 것에 비하면 채권과 통화의 흐름은 아주 밋밋했다. 미국채 10년 선물은 35틱 남짓 하락했다가 곧바로 회복해 버렸고, 엔과 유로도 마찬가지. AUD는 회복한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더 강세로 갔다. 가장 일관된 방향으로의 가격 흐름을 보인 것은 주식.  S&P500은 1.53% 상승해 역사적 최고점 수준에 도달.

짧은 시간에 배우고 느낀게 참 많은 이벤트였는데,

1) 미국채 숏 전략 자체가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반응이 약한 것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증거, 라고 김대표님께서 코멘트를 주셨다. 특히 주 중에 나왔던 고용관련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논팜 서프에 대응하는 쪽으로 포지션 구축이 이미 많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지표 발표 전에 포스팅했던 불편함들이 현실이 되었다.


2) 6월 고용이 호조를 보인다고 해서 연준이 당장 hawkish하게 돌변할 만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라는 심리가 상당히 강하고 실제로도 그렇다. 즉, 6월 고용은 애초에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나 우려를 확실하게 자극할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었다. 이것도 미리 염두에 두지 못한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고용 숫자가 좋으면 최소 하루 정도는 채권이 약세로 가겠지' 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1분 동안 약세. 지표를 재료로 매매를 하려면 그 지표가 시장의 주제(이번 경우는 연준의 통화정책)를 건드릴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3) 보고 나서 정리했어야 하는 이벤트, 라는 코멘트도 김대표님께 받았는데 나는 '왜 이 정도 반응 밖에 없는지' 라고 생각하던 중에 이미 가격이 다 되돌아와 버렸다. 가야할 곳에서 더 가지 못하면 일단 정리하고 본다는 문장을 내가 모르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몸과 머리는 아주 느렸다. 연륜과 멘탈이 아직 태부족. 특히 청산 테크닉에 대해서는 갈 길이 멀다.

4) 고용 호조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목요일의 미국채 10년 선물 저점과, 금요일의 저점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의미가 있는 레벨에서 가격이 버벅거리면 뭔가 눈치를 챌 줄 알아야 한다.

5) 가격이 회복해 버리면 롱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종가만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장 중 흐름 상 했더라도 별 수익을 얻지 못했을 것.

6) 지표는 좋았지만 연준은 단시일 내 금리를 올릴 것 같지 않고 중국도 아직 잠잠하다. 단기적으로 EM쪽 주식은 꽤 탄력을 받을 수 있겠다. 코스피를 트레이딩한다면 월요일에는 1.5%수준의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마인드로 접근.

7) 고용 호조에 대한 반응이 이 정도라면, 과연 금리의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이벤트는 앞으로 무엇이 있을까? 지표의 연속적인 호조, 통화정책 담당자들의 스탠스 전환 정도가 있을 텐데 둘 다 최소 7월 마지막주는 되어야 확인 가능. 그 전까지는 일단 현재의 분위기가 유지된다고 보는게 합리적일 것.


이 날 예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통해, 그리고 김대표님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은 것이 많아 주말 내내 기분이 좋았다. 이제 다시 리서치하며 다음을 준비.

2016년 7월 10일 일요일

아가씨 (스포 포함)


영화 아가씨의 주요 인물들은 각자 저마다의 미학관을 지니고 있다. 코우즈키는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변태적 욕망을 통해 표출하고, 백작은 가격을 보지 않고 비싼 와인을 주문하는 태도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그러나 그 둘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타인의 어마어마한 희생을 필요로 한다. 그 누구의 희생도 강요하지 않는 아름다움은 히데코와 숙희의 로맨스에서만 나온다. 그래서 그들이 이루어진다는 결말은 아주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너무 뻔할 정도다.

나에겐 상영시간 내내 몰입할 수 있는 매끄럽고 훌륭한 영화였지만, 이 영화가 불편하고 별로였다는 몇몇 사람들이 왜 그렇게 느꼈는지 이해는 간다. 그러나 바로 그들이 불편함을 느끼도록 만들었다는 것에 이 영화의 대단함이 있다.

2016년 7월 9일 토요일

6월 비농업고용을 앞두고

오늘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미국채 숏이 가장 좋은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금리가 이미 상당 부분 하락해 있고, 그것이 통화완화 기대를 반영한 것이든 경기하강 우려를 반영한 것이든 고용이 서프라이즈를 보이면 금리는 꽤 상승하지 않을까 싶어서. 반대로 고용이 부진해도 금리가 많이 하락할 것 같지는 않다. 김대표님께 여쭤봤더니 가격 레벨, 지표가 바이어스드 된 방향, 그리고 2y 10y중 뭐가 나을지에 대해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그리고 나는 레벨은 전고점에 가깝고, 지표는 버라이즌 감안해 179K면 기대감이 낮아 보이고, 만기는 논리적으로는 2y가 낫지만 가격적으로는 10y가 매력적인 듯 하다고 말씀 드렸다.

그러나 몇 가지 불편한 점들이 있는데,


1) 지표에 대한 기대감이 아주 극단적으로 낮지만은 않다.

2) 게다가 서비스엄 ISM, 주간실업수당청구, ADP가 전부 호조를 보이면서 비농업고용에 대한 기대감이 소폭 더 강화되었다. (개인적으로 세 지표들이 모두 망가지면 참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3) 위의 이유들로 인해 가격이 이미 전고점(선물 가격 기준)에서 조금 멀어졌다.


즉, 비농업 고용에 대한 시장의 생각은 비관 일색이 아니라는 뜻. 이러면 논팜 부진 시 폭이 크지는 않아도 금리가 어느정도 하락할 것이고, 호조 시에는 금리가 상승할 것이다. 선물 트레이딩이라면 작은 포지션으로 트라이하거나 또는 그냥 관망하는게 나을 것이고, 늘 포트를 채워서 가져가야만 하는 원화채 매니저 입장이라면 커브만 소폭 스팁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

2016년 7월 6일 수요일

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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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몬 브라더스의 understanding yield curve를 조금씩 스터디하고 있는데 느끼는 점이 많다. 1) 생각처럼 어렵지만은 않다. 내가 지금 rolling을 중시하는 헤드 밑에서 일하고 있고, 또한 김대표님께 많이 배운 덕이 무엇보다도 클 것이다. 그 동안 커브 테이블 만들고 분석했던 것들이 삽질은 아니었다. 2) 일드커브 스터디를 주식 매니저인 형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커브에 대해 이 정도 깊이로 교류가 가능하고, 스터디할 의향도 있는 사람을 찾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3)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 대학이나 대학원이 과연 있을까 싶다. 4) 이걸 공부하고 적용해서 당장 투자 수익률이 크게 증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커브에 대한 이해 없이 채권을 하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똑같이 하지 않더라도 몰라서 못 하는 것과 알고 안 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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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자산 흐름의 주 축은 역시 장기물 중심의 금리 하락이다. 1)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가 글로벌 통화완화 공조 가능성을 높다는 생각과, 2)브렉시트라는 이벤트를 빼 놓고 보더라도 글로벌리 경기가 좋지 않다는 생각이 얽혀 있는 듯 한데,

만약 1)의 경우라면 글로벌 통화완화 공조가 현실화될 때 장기물 금리는 하락을 멈추거나 오히려 상승 전환할 수 있고, 2)의 경우라면 큰 지표가 의미있게 돌아서면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1)의 컨셉으로 금리가 더 하락하려면 시장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파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필요하고, 2)의 컨셉으로 하락하려면 최소 중국 이슈 재발 수준의 이벤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러한 이유로 금요일 논팜 발표 직전까지도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미국채는 숏이 유효할 것으로 생각 중. 아직 단서가 부족한데 수, 목요일 지표들에 대한 시장 반응을 보면 윤곽이 나오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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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야 할지가 늘 고민스럽다. 리서치는 재밌어 보이지만 특유의 커리어적 비가역성과 타인을 꾸준히 말과 글로만 설득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꺼려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뷰는 그냥 포지션으로 밝히는 것이 가장 좋다. 운용사는 딱히 여기보다 사정이 뚜렷히 좋은 곳도 없고, 운용사에서는 대부분 BM운용을 강조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사실상 패시브 운용에 가깝다. 오늘도 wclee형과 얘기했는데 역시 궁극적으로는 여러 자산을 자율적으로 트레이딩할 수 있는 글로벌매크로 헤지펀드 등을 지향할 수 밖에 없어 보이는데, 알아본 바로는 그런 스타일이 정착된 하우스는 아직 없는 듯. 결국 공부를 하면서 답이 보일 때까지 적극적으로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최악은 뭘 할지 고민스럽다는 것을 이유로 아무것도 안하고 멍때리거나 느슨하게 세월을 보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