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9일 수요일

6월 금통위 의사록

6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되었다. 늘 그랬듯이 위원 매칭은 임의로 한 것.

고승범 위원과 신인석 위원의 색채가 dovish쪽에 가깝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나 중기적 물가 하락 압력을 고용시장을 통해 해석한 위원 1의 코멘트가 인상적.

조동철 위원으로 추정되는 위원 5의 코멘트에는 다시 한번 놀랐다. 지난 금통위에서는 모순 투성이인 이주열 총재의 발언들을 남김없이 무력화시키는 논리와 박력에 감탄했다면, 이번에는 월간 경제지표와 시장 동향까지 꼼꼼하게 체크하시는 모습에서 아주 큰 반가움을 느꼈다. 시장감각까지 있는 이코노미스트라니 이제라도 금통위원이 되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

지금은 시장의 주제가 금통위가 아니기에 의사록이 내일 시장에 주는 영향력은 거의 없을 것. 다만, 브렉시트를 근거로 인하 소수의견이 1~2명 정도는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주열 총재는 '브렉시트는 경기 하방 요인이 아닌 금융 불안정성 확대 요인'이라며 금리는 동결하면서 외환시장과 자금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코멘트를 할 것.






위원 1 – 고승범 or 신인석 (소비와 물가를 강조했던, 지난 의사록에서의 위원 3)
성장의 하방위험이 5월에 비해 확대. 소비와 건설투자가 2분기 들어 감소로 반전된 탓. 실질소득과 가계부채가 같이 증가 했으면 가계의 구매력은 확대된 것인데, 저축률 상승과 평균소비성향 하락으로 소비는 정체. 적시의 대응 없이는 소비회복 및 경기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움. 게다가 기업구조조정이 겹치면 악화될 수도. 브렉시트 논란은 세계경제 성장경로의 하방 위험을 높이는 사건.

중기 물가상승 압력을 가늠하려면 노동시장 여건 분석이 필요.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상승했지만 고령층 고용률이 상승하고 청년층 고용이 정체 내지 악화되는 세부사항으로 미루어 볼 때, 현재 유지중인 명목임금 상승률의 지속성에 의문이 듦. 결국 중기적 관점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생성되는 경로라 보기는 어렵다. 1%내외에 있는 물가를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에 도달시키려면 추가적인 정책대응이 필요.

이를 종합해 볼 때 인하가 적절. 금리 인하로 유발될 수 있는 잠재 위험을 최소화 하려면 여타 경제정책의 보완적 역할이 필요. 1)적극적인 재정정책, 2)미국의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점검 및 대응, 3)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확대 관리
.
-> 소비와 물가에 대한 디테일을 잘 짚어주신 위원. 지난번 코멘트가 짧았는데 첫 금통위라 그랬던 듯 하고, 만약 위의 논리 전개를 유지한다면 향후에도 dovish 진영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임.



위원 2 – 장병화
얕은 시황 나열. 향후 성장 흐름이 4월에 전망한 경로를 다소 밑돌 것으로 예상. 물가는 당분간 목표인 2%를 하회하는 1%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 (꾸준히 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던 위원이었는데, 아무래도 한은의 7월 물가설명회를 앞두고 몸을 사린 것으로 추정).

대내외 여러 하방위험 요인들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을 좀 더 완화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커짐. 인하하면서 금융안정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점검하자. 가계부채를 면밀히 점검하고, 통화정책 만으로는 구조적 요인을 극복할 수 없으므로 구조개혁과 재정 확장이 필요하다.



위원 3 – 고승범 or 신인석
물가 하락은 진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기 목표를 크게 하회. 실물 지표도 뚜렷한 회복 신호가 없으며 구조조정 진행 강도에 따라 당초 전망 경로를 상당 폭 하회할 가능성도 배제 불가능. 민간소비는 정체, 정부소비도 약하고, 건설투자도 동력이 약해질 것이며, 수출이 단기간 내에 회복될 가능성도 높지 않음. 동 여건 속에서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 거시경제의 하방압력을 가중시킬 것.

선제적으로 인하하여 거시경제의 하방위험을 완충하자. 가계부채 문제가 확대되지 않도록, 집단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 주금공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자.

-> 아직도 코멘트가 짧은 편인 신임 위원. 그래도 거시경제 정황 파악 능력이 매파 진영보다 월등하고, 가계부채 역시 거시건전성 규제로 관리하자는 뉘앙스라서 역시나 dovish한 성향으로 분류 가능.



위원 4  – 이일형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이고, 수출은 감소세이나 개선될 것이고, 설비투자는 둔화될 것. 경제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증대되어 4월 전망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 이는 경기적 요인과 더불어 구조적 문제에 기인. 현 시점에서의 구조조정은 매우 바람직하며 잠재성장률 상향을 위해 불가피한 과정.

다만 구조조정 시 성장이 둔화될 수 있고, 재정은 조기집행으로 하반기에 약할 것이니 선제적으로 인하해서 경제를 견인하자. 다만, 저금리로 파생되는 금융 불균형 확대, 유동성 함정, 가게부채 증가, 위험선호 증대 등의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을 고려해야 할 것. 나아가 구조적 문제들은 구조적 해결책을 요구한다는 점을 유념.

-> , 이번에는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내리자고 했지만, 저금리는 위험 요인이 많고, 구조적 문제는 금리로 대응하지 말자는 것. 매우 hawkish.



위원 5 – 조동철
지난 5월 금통위에서 언급했던 성장의 하방리스크 증대 우려가 현실화되는 중. 4월 소매판매는 부진했고, 설비투자는 반등했지만 하반기에는 더 부진할 가능성이 높으며, 건설투자도 증가폭이 둔화될 것. 수출도 부진하고 고용도 제조업 중심으로 취업자수가 감소. 수출 부진과 구조조정 추진 등으로 고용의 하방리스크도 커질 것.
(, 월간지표를 꼼꼼하게 체크하신다)

4월 제시한 성장률 전망과 목표물가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 지난번 지적했듯이, 저성장 저물가가 지속될 경우에 대비해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함.

구조개혁과 동시에 적극적 통화, 재정정책으로 구조개혁을 뒷받침해야 함. 통화 완화로 당장의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더라도 경제주체의 심리에 미치는 효과가 중요.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특히 통화정책의 파급시차를 고려하면 가능한 조기에 대응할 필요가 큼.

가계부채는 감동정책을 통해 대응해 나감으로써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

미국은 4 FOMC의사록 공개와 Yellen의장 발언으로 6~7월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고용지표 부진 이후에 분위기가 변하는 모습. 의사록 공개 이후 신흥국 주가 하락, 환율 상승 등이 감지되기도 하였으나, 연준이 앞으로 인상하더라도 점진적일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장불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 연준의 인상 시점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미국이 인상하기 전인 지금이 우리에게는 인하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
(마켓도 가장 면밀하게 체크하시네)

브렉시트와 연준의 인상 가능성 등의 불확실한 대외여건을 모니터링하며, 부진한 경기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향후의 하방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 인하.

-> 금통위원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원 6 – 함준호
수출과 설비투자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감소세가 다소 둔화된 반면, 내수소비와 건설투자가 전반적으로 약화성장경로의 하방리스크가 유의하게 높아졌고,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도 목표치를 달성하기에 미흡하며, 생산과 고용의 유휴생산력 규모가 확대 중.

위 사항들을 고려했을 때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전월에 비해 금리조정의 필요성이 더 커진 것으로 생각됨. 정책효과 시차를 고려할 때 지금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 다만, 저금리가 지속되면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이 커지므로, 신용순환의 추이, 자본유출 가능성 등에 유의하자. 인하.

2016년 6월 26일 일요일

brexit 후기

어제 오전 출근길에 시황을 체크해보니 미국 주식은 대부분 1% 이상 상승, 파운드는 1% 가까운 강세로 1.50에 근접해 있었고, 미국채 10년 금리는 대략 5.7bp정도가 상승해 있었다. 쉽게 정리하면 bremain을 상당한 수준으로 프라이싱 하고 있었던 셈.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AUD short, KRW short이 좋겠다고 봤고 국내 채권도 long도 유효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로 bremain을 미리 반영했다면 1) 실제 bremain이 되더라도 추가로 risk-on이 전개될 폭은 크지 않을 것이고, 2) 만약 brexit가 된다면 risk-off가 깊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 목요일 점심에 홍팀장님께서 brexit 뷰가 어떻냐고 물으시길래 '잔류 가능성이 높긴 하겠지만 포지션은 어쨌든 risk-off요'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간밤에 risk-on이 한 단계 더 진행되면서 risk-off에 베팅할만한 매력도가 더 높아진 것. 회사 포지션은 이미 그렇게 맞춰져 있었고, AUD만 0.7560에 short으로 본 후 회의에 들어갔다. loss cut을 전일 고점인 0.7620에 두면 부담도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회의를 다녀오니 지역별 개표 상황이 의외로 brexit쪽으로 기울어지며 이미 상당한 폭으로 risk-off가 진행. 이제 remain이 되더라도 본전에서 정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개표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오전 10시반쯤에 wclee형에게서 잉글랜드 쪽 개표 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면 brexit로 간주해야 하지 않겠냐는 메신져가 왔다(나중에 보니 이 형은 그 시간에 실제로 포지션을 brexit 대응 쪽으로 조정). 그리고 몇일 전부터 bremain쪽으로 포지션을 뒀던 지인분들이 본전 수준에서 정리. 11시가 넘으면서 brexit는 점점 선명해졌고 점심시간을 지나 가격의 움직임도 극에 달했다.

마침내 brexit가 확정된 이후에는 대부분의 자산 가격들이 오히려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이때가 brexit 베팅을 청산할 수 있는 최적 포인트였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1) AUD를 고른 것 자체가 brexit 문제가 위안화 리스크를 촉발시키지 않을까 싶은 기대에 기댄 것이었고, 2) 콕스 의원의 피격이 있었던 날의 레벨 보다는 더 가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22일의 저점인 0.7415를 stop으로 두고 관망하기 시작. 이 때  지인 한 명은 거꾸로 미국채 숏을 잡았다. 결국 미국장 초반 위험자산들이 가격을 회복하면서 AUD는 0.7415를 터치했고, 미국채 금리는 상승해서 1.56%에 마감. 결과적으로 AUD를 셀렉해 본 수익폭은 145핍 정도.

배우고 느낀 점이 많은 이벤트였는데,

1) 이번에 내 주위에서 최고의 트레이딩을 한 지인은 콕스 위원의 피격을 듣자마자 GBP long을 해서 대략 4%의 수익을 거둔 후 이 정도면 많이 올랐다며 정리한 친구.

2) 나는 뷰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AUD를 고른 것이 첫 번째 실수. brexit가 이슈였다면 역시 GBP를 생각했어야 했다. brexit가 중국 이슈를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너무 비틀어서 골랐다. 이슈의 중심에 있는 가장 solid한 자산을 먼저 보는게 좋다.

3) brexit 확정 시점을 청산 포인트라고 생각 못하고 관망한 것이 두 번째 실수. 뉴스에는 일단 정리하는 것이 맞다.

4) 역시 큰 이슈가 있을 때 크게 벌어야 한다.

5) 나는 brexit 우려가 점증하는 것에 베팅했다가 콕스 위원의 죽음 이후 접었고, 누군가는 콕승 위원의 죽음 이후 risk-on에 베팅했다가 투표 전에 접었다. 난 다시 투표일에는 risk-off에 걸었다가 나왔고, 누군가는 투표 확정 이후 다시 risk-on에 베팅했다. 재밌다. 그래도 가까운 지인 중에서 '투표 결과가 remain일 것으로 예상 되니깐 투표 당일에 risk-on을 잡자', 또는 'brexit가 확정 되었으니깐 이제 risk-off를 잡자' 라고 말하는 바보는 한 명도 없었다.

6) 미국 주식과 GBP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콕스 의원의 죽음이 있었던 레벨 수준으로 돌아와서 금요일 종가를 형성했다(AUD는 거기까지도 가지 못했다). 어차피 brexit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즉, bremain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금요일 변동성이 극대화 되었을 뿐이지, 실제 brexit 자체가 주는 영향력은 그렇게 높지 않다.

7) 위안화 환율이 드디어 연초 중국 이슈가 불거졌던 레벨을 훌쩍 뛰어넘었다. 당장 중국 리스크가 재확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이제는 언제 갑자기 1월과 같은 난리가 나더라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점심 먹고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가 좀 들떠보였는지 회사 동료가 '형은 예상하셨어요?' 라고 묻길래 '브렉시트를? 아니.' 라고 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예상을 내가 할 수 있으면 베스트겠지만, 잘 모르겠더라도 옳은 포지션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 KRW와 CNH short이라는 긴 호흡의 뷰만 유지하며 다음 흐름을 준비.

2016년 6월 22일 수요일

16/06/21

-1-
6월 시장의 주제는 비농업고용 부진과 fomc를 거쳐 brexit로 이동 중인데 요란한 것에 비해 먹을 것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다시 펀더멘탈을 체크하며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듯.


-2-
6월 나의 주제는 사랑니 발치였다. 첫 주에 두 개를 뽑고 그 다음주에 한 개를 더 뽑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아프고 불편했다. 게다가 운동을 하지 말라길래 거의 3주간 운동을 쉬었더니 온몸이 쑤시고 피로가 몰려온다. 군대를 전역한 이후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운동을 쉬어 본 것이 처음이다.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으니 정신도 늘 붕 떠있었다. 금요일 발치 후 주말 두 번을 날렸더니 리서치도 많이 밀렸다. 오늘에서야 공원에 나가 턱걸이랑 평행봉을 살짝 하고 왔다. 운동을 하지 않고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신기해 보이기 시작했다.


-3-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추가 인상을 하지만 않으면 미국의 리세션 리스크가 해소되는 것일까? 그리고 미국의 추가 인상이 없으면 위안화 리스크가 불거질 일도 없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라는 결론을 미리 내리고 이것저것 들춰보고 있다.


-4-
brexit와 관련해서는,

1) bremain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불확실성 높은 이벤트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본 뒤 risk-on를 잡겠다.

2) bremain이라는 risk-on 재료가 지나가는 것만 지켜본 뒤 risk-off를 잡겠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 투표 결과 공개 직전까지 risk-on이 깊게 진행되면 2가 많아지고, 반대로 risk-off가 깊게 진행되면 1이 많아질 것. 다만 펀더멘탈이 그리는 큰 그림은 2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


-5-
2년 전에 1.8억 수준이던 가양동의 한 아파트가 지금은 2.6억에 거래된다는 것을 회사 동기에게 들었다. 그 동네의 수요층과 금리를 고려하면 오를 룸은 더 있어 보인다.

2016년 6월 20일 월요일

5월 광공업생산 예상

지난 포스팅에서 4월 광공업생산 예상치가 -3%YoY로 나온 것을 보고 실제로 그 정도로 지표가 악화될 것인지 확신은 없다는 멘트를 썼었는데 실제 수치(-2.82%YoY)도 예상치만큼이나 나빴다. 4월 생산이 나빴다는 것은 꽤 의미가 있다. 전년 4월 수치가 -2.23%YoY였음에도 기저효과를 깰 정도로 올 4월 생산이 둔화됐었다는 의미이기 때문. 조업일수 2일차를 감안하더라도 숫자가 부정적인 것은 마찬가지. 2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하회할 수 있음을 암시해 주는 대목.

한편 5월 수출을 통해 예상한 5월 광공업생산은 대략 +1.5%YoY, +1%YoY 수준. 다만, 소재산업의 수출 마이너스폭이 유가 반등으로 인해 상당히 완화되었다는 점(석유화학이 +0.2%YoY로 18개월만에 반등)을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더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광공업생산 역시 가격 효과를 제외한 실질 기준으로 발표되기 때문. 한가지 우려가 되는 품목은 자동차인데 수출의 부진을 내수의 반등과 신차효과가 커버하면서 일단 5월 자동차 생산은 -1.1%에 그쳤다. 그 말은 결국 신차효과와 개소세 인하 효과가 종료되는 하반기가 되면 자동차 생산의 둔화폭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산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 중 하나가 자동차이므로 이는 곧 하반기 성장률 둔화로 직결될 것. 뭘 알고 한 말인지는 의심스럽지만 '하반기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높다'는 최근 한은의 코멘트는 틀린 말은 아니다.

수치 자체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채권에 강세 요인은 아니겠으나, 뚜렷한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지도 않다. 한국 채권은 여전히 언제 더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국면. 하반기 성장률은 둔화될 것이고 기준금리는 아직도 높기만 하다.


2016년 6월 18일 토요일

전부 스퀘어

미국채 10년 long 1.637% -> 1.595%
AUD short 0.7400 -> 0.7369

어제 밤에 글을 남기고 잤을 때가 risk-off의 피크였던 듯. 자고 일어나니 피격 사건으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엊그제부터 마구 포스팅 했던 risk-off는 일단 접고 보는걸로.

brexit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risk-off를 유지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과연 있을지 고민해 보았는데 단기적으로 보이는 것은 없다고 생각. 영국 국민투표 전까지 또 다른 돌발 이슈가 등장할 수는 있어도, 그런 것을 기대하며 risk-off를 붙잡느니 투표 직후 반대 포지션을 노리는게 훨씬 낫다고 본다. 둘 다 진입이 나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청산이 참 아쉬운데 역시 loss cut 뿐 아니라 이익이 날 땐 trailing stop도 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킬 수 있었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다시 CNH와 KRW short 뿐.


2016년 6월 17일 금요일

금리 다음은 환율

지난번 포스팅한 미국채 10년물 long은, brexit가 risk-off의 빌미를 만들어 주고 있는 상황에서 1) FOMC가 hawkish하면 risk-off가 가중되어 장기 금리는 상승이 제한되거나 되려 하락할 것이며, 2) 만약 FOMC가 dovish하면 금리가 더 하락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근거였다. 그리고 어제 FOMC 점도표의 이동과 projection의 하향으로 일단 2)의 시나리오가 전개되었고 금리는 하락했다.



출근길에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던 중 눈에 들어온 부분은 환율. 나름 dovish했던 FOMC에도 불구하고 AUD는 별로 강세를 보이지 않았으며, 달러원 NDF도 고작 3원 하락. AUD와 KRW에 이미 dovish한 FOMC는 반영이 다 끝났 것이 아닌가 싶었고, 그렇다면 최근 형성된 risk-off 분위기에 편승해 오히려 두 통화가 약세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AUD를 주시하던 중, 오전 10시반에 호주의 5월 고용지표(+17.9K)가 예상치(14.9K)보다 높게 발표되었는데 AUD가 20핍 수준의 짧은 강세를 보인 뒤 되돌아오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 때 확신이 들어서 KRW와 AUD short을 같이 봤다. 뚜렷한 강세 재료에 두 번이나 가격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따라서 반대 방향의 포지션을 편안하게 잡아볼 법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그 이후 AUD는 약 100핍 수준의 약세를 보이는 중. 금리와 환율을 통해 각각 risk-off를 잡은 셈.



이제는 여기서 언제 빠져나올 것인가가 문제인데,

1) 브렉시트가 얼마나 risk-off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글을 쓰는 지금 GBP와 다른 자산들을 보니 그래도 꽤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2) risk-off쪽으로 레벨이 꽤 부담스러운데 이것을 더 뚫고 나갈만한 요인이 있는지. 

3) 연준의 인상 우려가 부각될 때 중국 리스크가 재점화 된다는 것이 내 베이스 시나리오였다. 그렇다면 과연 연준이 지금처럼 인상을 보류한다면 중국은 마냥 무사할 수 있는 것일까?

등등의 주제를 가지고 생각 중.

짧은 메모

미국채 10년물 long은 캐리하고, AUD와 KRW 숏 애드가 유효하다고 생각. AUDUSD 0.7400, USDKRW 1170.3원.

dovish한 FOMC와 견조한 호주 고용 발표에도 두 통화가 강세로 가지 못한다는 것은, 더 강세로 갈 룸이 없다는 시그널이라고 생각. AUD는 0.7430, KRW는 1167.5를 loss cut으로. 

자세한 생각은 추후 업데이트.

2016년 6월 14일 화요일

미국채 10년에 대한 짧은 생각

1) 브렉시트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투표일 전까지 시장은 우려감을 반영해 risk-off로 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채 10년도 현재 레벨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하락할 룸이 있지 않을까.


2) FOMC가 hawkish하면 장기 금리가 많이 오를까? 별로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만약 FOMC 당일 10년물이 오른다면 매수 진입찬스로 활용 가능할 것.


3) FOMC가 dovish하면 10년물 금리는 더 하락할 것.


4) 지난 금요일의 CNH 약세와 오늘의 상해지수 하락 역시 risk-off를 편안하게 만드는 요인.


선호하는 차트 흐름은 아니기에 loss cut은 짧게 1.66%에 두고 미국채 10년 매수를 트라이 해 볼 법하다고 생각.





2016년 6월 10일 금요일

6월 금통위 후기

오늘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대략 85%정도가 동결 뷰였고 나머지가 인하였으며, 나도 빨라야 7월과 10월에 한 번씩 인하될 것으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팀에 인하 콜을 넣지 못했다. 전일 3년물 종가가 1.38%이었기 때문에 '인하가 단행되어봤자 3bp정도 밖에 더 하락할 룸이 없다'는 생각으로 전망을 느슨하게 한 영향도 컸다. 3년물에 대해 그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하를 예상했더라면 6개월~1년 쪽을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설령 동결되더라도 금리가 별로 상승할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폭은 작지만 편안하고 확실하게 잘라 먹을 수 있는 기회였다. 반성을 꽤 많이 했던 하루. 3개월은 1.307(-12bp), 6개월은 1.325(-10bp), 9개월은 1.342(-7.3bp), 1년은 1.342(-6.3bp), 3년은 1.342(-3.3bp), 10년은 1.652(-4.3bp)로 마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면 인하한다', '구조조정안의 윤곽이 잡히면 기준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두 내가 했던 말들이다. 따라서 어제 오후 11조의 자본확충펀드 조성이 확정되었을 때 오늘의 인하를 예상했어야 했다. 1) 구조조정이 확정된 이상 총재는 선심쓰듯 하는 금리인하를 통해 지원사격을 한다는 액션을 취해야 '중앙은행이 구조조정을 돕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고, 2) 7월에 수정경제전망이 발표되므로 이번에 인하해야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생색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건너간 연준의 6월 인상 가능성과 조동철 위원의 등장 등 인하하기 좋은 환경은 충분히 조성되어 있었다. 자본확충펀드 조성 확정이라는 새로운 정보가 주어졌을 때 전망을 업데이트하지 못한 내 불찰.

반성문 기록을 마치고, 금통위 후기와 향후 전망을 섞어 기록하자면,

1) 금리를 내리기 싫어하는 한은에게 '구조조정' 이라는 훌륭한 핑곗거리가 생겼다. 이 '구조조정'이라는 핑곗거리는 작년의 메르스, 2년 전의 세월호와도 같다. 이제 경제지표와 성장률이 망가지면 한은은 구조조정의 여파로 성장이 둔화되었다며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이다.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매우 높다.

2)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인가? 한국 경기 흐름은 2분기를 정점으로 3분기에 크게 둔화될 확률이 높다. 3분기 지표 둔화가 진행 중인 9월, 또는 3분기 성장률 둔화가 뚜렷하게 확인되는 10월에 한국은행은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이다.

3) 그러나 시장 금리는 그 전부터 미리 하락할 것이다. 추가 인하를 생각한다면 금일 종가인 3년물 1.34%는 아직 하락의 여지가 꽤 남아 있는 레벨이다. 만약 7~8월에 연준의 인상 우려 등으로 금리가 상승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매수 찬스.

4)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3년-10년 스프레드는 오히려 더 축소되었다. 25bp라는 인하폭은 충분하지 않다는 시그널.

5) 구조조정에 따른 하반기의 하방리스크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인하했다는 총재의 코멘트는 헛소리다. 어제까지 금리는 5년물까지도 기준금리였던 1.50%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그 동안의 인하가 늘 그랬지만 이번 인하는 그 중에서도 아주 늦은 최악의 인하였다.

6) 이번 인하는 서프라이즈도 아니다. 채권시장은 이미 3월부터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다.

7) 위 5~6번의 이유로 오늘의 인하 때문에 KRW가 약세로 간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금리 인하가 통화의 약세로 연결되려면 인하가 선제적으로 깊게 단행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다만, 금리 인하와는 별개로 달러원 환율이 저점 근처에 도달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슬슬 약세 전환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AUD와, 논팜 이후에도 레벨을 유지 중인 CNH 때문에)

8) 역시 위 5~6번의 이유로 오늘의 인하를 코스피 강세로 연결하는 것도 무리라고 본다. 최근 연출된 코스피의 강세는 미국 고용 부진이 빚어 낸 달러 약세와 미 주식의 강세가 핵심 컨셉.

9) 이일형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점은 재밌다.

10) 오늘 이주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또 기축통화 운운하는 것을 보았다. 지난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의 지적을 제대로 못 알아들은 듯.

11) 기준금리가 1%가 되면 과연 한국의 인하 사이클이 끝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아직 그렇게 생각할 만한 단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 때가 되면 지금의 한은은 인하의 보폭을 25bp 이하로 변경하는 바보짓을 할 지도.

2016년 6월 6일 월요일

싸울 기회

1980년대 전까지 미국에서 은행업이란 아주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었다. 고객의 갚을 능력을 평가한 뒤 경쟁 은행들보다 조금 나은 조건의 금리로 대출을 하는 것이 은행 업무의 전부였다. 그러나 1978년 마켓국립은행의 대법원 판결을 시작으로 고리대금 규제가 제거되고, 이것이 경쟁적인 규제 완화 물결로 이어지면서 은행의 업태가 바뀐다. 은행들은 빛을 갚을 능력이 낮은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대출자가 연체를 하면 돈을 더 빌리라고 권한다. 물론 이런식으로 대출을 하면 파산자가 속출하지만, 파산하지 않고 버티는 소수의 대출자들이 내는 높은 수수료와 금리가 파산자들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커버하고도 남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은행은 큰 이익을 거둔다. 이제 은행업은 더 이상 지루하지 않다. 은행들은 파산법을 까다롭게 개정해서 개인의 파산을 어렵게 만들면 이 비즈니스에서의 수익을 한층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인간적인 생각을 한다. 로비스트들을 통해 그 생각을 현실로 옮기려는 은행들의 앞에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파산법을 가르치는 한 교수가 나타난다. 엘리자베스 워런이었다.

그 전까지 휴스턴과 텍사스를 전전하던 워런은 당시 펜실베니아 대학에 정착해 일과 가정 모두에서 간신히 안정을 찾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버드에서 꾸준한 제의가 들어왔지만 어렵게 정착시킨 지금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고 워런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진심이 아니었다. 파산법을 개정하려는 은행들에게 워런은 뼛속깊은 분노를 느꼈다. 워런의 남편 브루스는 분노하는 워런을 보며 '그래서 당신은 그 문제에 대해 뭘 할 것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마침내 브루스는 워런에게 말한다. '하버드로 가'. 브루스는 사람들의 워런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려면 보다 높은 산에서 외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워런은 남편의 그 말을 듣고 싸울 기회를 찾아 하버드로 가고 파산법 검토위원회 멤버가 된다. 어쩌면 워런은 남편의 그 한 마디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워런의 첫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워런의 첫 싸움은 패배로 끝난다. 평소 혐오하던 정치계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그 유명한 '맞벌이의 함정'을 집필하는 등 다양한 전술을 펼치지만 결국 워런의 성과는 파산법 개정을 몇 년 미루는 것에 그친다. '흥청망청 소비하는 자들을 성실한 납세자들이 지원하고 있다' 는 은행측의 언론 플레이와 전방위적인 로비를 워런은 이길 수 없었다. 서민들의 싸울 기회를 찾아주기 위해 싸웠던 워런은 상심한다. 그러나 그녀는 전투에서 졌을 뿐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싸움을 계속한다. 그리고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워런은 의회 감독위원회 멤버의 신분으로 두 번째 싸울 기회를 잡는다.

그렇지만 의회 감독위원회는 금융위기의 중심에서는 할 수 있는게 없는 유명무실한 조직이었다. 조직명은 의회 감독위원회지만 의회는 감독받을 의향이 전혀 없었다. 의회 감독위원회는 구제금융의 규모나 사용처를 결정하는 자리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가이트너의 재무부에게 스트레스 테스트의 세부 내용을 요구했지만 그녀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끝난 뒤에도 그 내용을 받아볼 수 없었다. 버냉키, 가이트너, 서머스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폭과 스피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었고, 시간이 부족했던 그들에게 워런의 목소리는 그저 한 청산주의자의 외침 정도로만 들렸다. 무분별한 대출을 일삼던 은행은 구제를 받고, 평범한 가정들은 무너지는 모순을 보며 워런은 절규하지만 핵심 인사이더들의 신념과 행동을 저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워런은 금융소비자보호국 발족이라는 그녀만의 다른 전술을 택한다.

폭발 가능성이 있는 토스터를 팔면 토스터를 만든 사람이 책임을 지지만, 잘못된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가입자가 책임을 진다. 토스터를 사면서 토스터의 배선도를 소비자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 무리인 것처럼, 복잡한 금융상품 역시 가입자 스스로 위험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때문에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가 존재하듯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정부기구가 필요했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아이디어를 워런은 강력하게 밀고 나가고, 오바마의 비호 속에 결국 발족에 성공한다. 바니 프랭크가 주재한 금융소비자보호국 발족 합의 회의에 참여한 워런은 입법의 자리에 있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선한 싸움을 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목소리만 내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정작 워런은 본인이 발족한 금융소비자보호국의 국장이 되지는 못한다. 용맹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적을 너무 많이 만든 탓이었다. 서머스도 자주 겪었던 문제다. 워런은 슬펐지만 금융소비자보호국이 출범했으니 그래도 두 번째 싸움은 이긴 축에 속했다. 그리고 워런은 지금 정계에 진입해 그녀의 세 번째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워런은 어떤 것이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면 가끔은 아주 강력한 적을 상대로 싸우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가 본인의 이야기에 있다고 자술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나는 가치의 유무와 관계없이 싸울 기회를 찾아 끊임없이 링 위에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용기와 집념이 그녀의 이야기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싸움은 대부분 불공평하고, 삶의 다른 부분을 희생시키며, 싸우는 사람을 때때로 추잡하게 만들지만 싸우지 않는 삶은 결코 싸우는 삶보다 감동적일 수 없다. 때문에 링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링에 오르면 싸워서 이기는 것에 집중해야 하며, 지면 다음에 싸울 기회를 노려야한다. 링 밖에서 아무리 싸워봐야 상대는 샌드백일 뿐이고, 링에 올라본 적 없는 사람이 링 위의 사람을 아무리 지적해봐야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싸우지 않고서는 나를 증명할 길이 없다. 그리고 많이 싸웠을 수록 마침내 이겼을 때 감격적인 승리를 거둔다. 버냉키와 가이트너의 책보다 워런의 이야기가 더 와닿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2016년 6월 5일 일요일

5월 비농업고용

금요일에 발표된 5월 논팜은 38k로 기대치인 159k를 크게 하회했다. 전월 수치 역시 160k에서 123k로 하향조정되었으며 산업별 세부내용도 부정적. 전월 증가분 측면에서 비교해보면, 건설에서 -10k, 제조업에서 -12k, Verizon파업으로 인해 telecommunications에서 -40k, 금융에서 -10k, 관리 서비스직에서 -37K정도의 차이. 교육, 헬스케어, 정부고용은 증가분이 확대되었지만 감소된 섹터들을 커버할 수 있는 만큼은 아니었다. '실업률이 4.7%까지 떨어져 완전고용에 이르렀으니 신규고용이 낮게 나올 수도 있다'는 주장도 꽤 많은 듯 한데, 개선되지 않는 JOLTS의 디테일이나 여전히 정체되어 있는 임금상승률 등으로 미루어 봤을 때 지금 상황을 '완전고용'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나의 생각. 그보다는 제조업 쪽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서비스업까지 전이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쪽이 훨씬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같은 날 발표되었던 ISM서비스업 지수의 부진과, 세부항목 내 고용지표가 50을 하회했다는 점도 그런 해석을 뒷받침 해 준다.

(source : BLS)

연준의 6~7월 인상 가능성에 시장이 민감해져 있던 만큼 가격의 반응도 나름 격렬했던 편이었다. 자산별로 반응이 다소 엇갈렸는데 미국 10년물 금리는 근 2주간의 상승폭 전부를, 2년물은 상승폭의 70%정도를 되돌렸고, AUD는 그간 진행된 약세폭의 30%정도를 되돌렸다. KRW는 NDF에서 19원이 빠지고 CNH도 6.6근처에서 6.54까지 하락. 주식은 장 중에는 -1%근처까지도 하락했었지만 약보합 수준에서 마감. FX에는 1분기에 진행되었던 지나친 달러약세에 대한 되돌림과 연준의 인상 우려가 같이 녹아 있었고, 금리는 이제 막 연준의 인상 우려를 반영하기 시작했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폭은 꽤나 합리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주가는 역시 작년 8월과 올 1월처럼 중국문제가 부각되지 않는 이상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

금번과 같은 지표의 서프라이즈를 미리 예상해서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딱히 한 방향으로 쏠려있는 자산이 없었기 때문에 만약 지표가 반대 방향으로 서프를 보였다면 시장 역시 반대 방향으로 크게 움직였을 것이기 때문. 무포가 답이었고 수익나서 캐리하고 있던 포지션이 있다면 이런 이벤트 앞에서는 wclee형의 평소 말처럼 반은 줄여놓고 보는게 상책. 블로그에 길게보고 KRW와 CNH 숏을 보는건 유효하다고 썼던 레벨이 각각 1,150원과 6.50이었는데 그 관점은 아직 유효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KRW 숏을 이번에 냅둔 이유는 애초에 들어갔던 사이즈가 50%이고, 이건 거의 6개월 이상 보고 캐리하려는 ETF라서.

지금 드는 생각은,

1) 6월 인상은 원래도 가능성이 낮았지만 이제는 더 낮아졌다. 그렇지만 7월 인상에 대한 우려는 아직 잔존할 듯하고, 일단은 월요일 옐런 발언의 톤을 확인. FX는 그 이후 다시 생각해볼 예정이지만 옐런 발언이 특별히 hawkish하지 않다면 달러 약세는 관성만으로도 조금은 더 유지될 것.

3) CNH의 강세, AUD의 강세, 구리의 강세. 최소 다음주 초반은 중국쪽이 꽤 떠서 시작할 듯. 코스피도 오히려 상방 쪽이 유력.

4) 한국 채권은 금통위 의사록 + 연준의 인상 가능성이 맞물려 스팁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었는데 그럴 일은 없을 듯. 하지만 6월 인하 가능성은 아직도 동결 가능성보다 낮아 보이고, 소수 의견은 존재할 것. 문제는 그래봐야 더 달릴 룸이 많이 없다는 점.

5) 미국 금리도 10년물이 더 하락할 룸은 많지 않다.

논팜 때문에 예상하던 흐름들이 꽤 꼬여버렸는데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추가 업뎃.

2016년 6월 1일 수요일

5월 금통위 의사록

5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되었다. 신임 금통위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첫 의사록이라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조동철 위원의 코멘트는 내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반적인 톤으로 보건데 6월 금통위에서의 인하 소수의견은 거의 확실해 보이고, 실제적인 기준금리 인하 역시 시기의 문제일 뿐 단행 여부는 확정적. 기껏 기준금리 수준으로 올라왔던 3년물 금리는 다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며, 미국 상황을 봐야겠지만 커브는 스팁 가능성이 높아졌다.

역시나 임의로 해 본 위원 매칭과 요약을 아래에 첨부.




위원 1 – 이일형
수출은 단가가 저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여 그 하락세가 완화될 듯. 물가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 국제경제가 일시적 안정을 찾은 것 같고 국내 경기도 내수를 중심으로 현 성장을 이어갈 것. 코멘트는 짧지만 slightly hawkish.

한국경제는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 거시정책을 통해 경기침체를 예방하고 구조조정을 지원할 순 있겠으나 구조조정을 대신할 수는 없음. 남은 금리의 정책여력을 신중히 활용하여 유동성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동결.



위원 2 – 함준호 (그 동안 이 분이 정순원 위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2분기와 하반기 성장세가 잠재성장 속도를 회복할 지 지켜봐야 함.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는 완만하나마 전망경로에 부합하나 수요측면의 물가압력은 아직 충분하지 못함. 수출과 제조업 부진의 여파가 점차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잠재적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중.

추가 금리 조정의 입지가 생성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 다만 지금은 금리 조정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비용과 위험에 비해 유의하게 크다고 확신하기 어려움. 2분기 성장률과 기업구조조정의 영향, 중국 위험 등을 지켜보며 금리조정 여력을 확보하자. 동결.



위원 3 – 고승범 or 신인석
2%대 후반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소비가 중요한데, 최근의 민간소비 회복세 약화 조짐이 우려스러움. 다만 연초에는 중국 영향이 있었고 3월에는 소비가 반등했었으니 좀 더 지켜보자. 물가는 내수회복과 글로벌 수요부진 완화가 중요한데, 올해 물가는 1% 초반에 그칠 것. 코멘트는 짧지만 slightly dovish.

경제 하방위험은 확대 중이나 아직은 GDP갭과 물가갭 축소 전망이 유효. 동결.



위원 4  – 고승범 or 신인석
수년간의 금리인하로 물가 하락 추세가 다소 진정되었으나, 기조적으로 물가 목표를 장기간 하회하고 있고 경기회복세도 아직 미약. 구조조정이나 중국 경제의 취약성을 감안 시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에 상방 리스크보다 하방 리스크가 커 보임. 가계부채는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당국과의 정책협조를 강화해야 할 것. 코멘트는 짧지만 slightly dovish.

이 관점에서 현재 금리를 유지하되 거시경제의 하방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자. 동결.



위원 5 – 장병화
국내 경기는 완만한 개선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연준의 통화정책과 중국 문제, 구조조정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 보임. 물가는 낮은 수준을 이어가겠지만 하반기에는 유가로 인한 물가하락 압력이 약화되면서 점차 높아질 것.

거시경제 흐름이 당행의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하고 있고 지난 금통위 이후 성장과 물가의 상하방 리스크에 유의할만한 변화가 없음. 기업구조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매우 불확실. 따라서 현재 금리를 유지하며 지켜보자. 동결.



위원 6 – 조동철
국내경제를 보면 지난 4월 경제전망시보다 향후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음. 소비 개선이 지속될지 의문이고, 투자는 구조조정 시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건설투자도 하반기에는 증가폭이 둔화될 수 있음. 수출은 계속 부진할 것. 고용상황의 불확실성도 확대.

과거에 비해 통화정책 효과가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재정 및 통화정책과 같은 거시경제정책의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

저성장 저물가 우려로 한은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지속 하회해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고, 물가도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하회할 위험에 대처할 필요가 있음.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됨.

기축통화가 아닌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등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을 주목할 필요 있음.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금리인하가 적어도 과도한 통화가치 절상을 방지해 외환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됨. (기축통화가 아니고 소규모 개방경제라서 공격적인 완화정책을 못 한다는 실언을 반복했던 이주열 총재를 거의 직접 겨냥한 것에 가까운 발언)

가계부채는 정부의 감독정책 수단이 향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므로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정책 운용의 여유가 생김.

연준의 금리인상, 중국 성장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브렉시트 등 우리 경제를 둘러 싼 여러 위험요인이 예상됨.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경기대응 측면에서 뿐 아니라 향후 발생 가능한 대외 위험요인에 대한 효율적인 대비책이 될 것.

이번에는 아니더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