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30일 월요일

18/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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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양일간의 트럼프의 금리, 달러 발언 이후 전개된 스티프닝과 주가 강세를 보면서 잠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유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만 하고 포지션을 가지는 않았다. 트럼프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더 인상하지 못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어 장기물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주가는 성장주가 상대적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것은 가능하겠으나 그 생각을 배경으로 포지션을 잡는 것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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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때문에 연준이 정말로 긴축을 중단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트럼프 때문에 연준이 긴축을 중단하게 되더라도, 연준이 '트럼프 때문에 동결' 이라고 공언할리는 없다. 아마도 지표나 경기 상황을 긴축 중단의 근거로 삼을 것이다. 따라서 지표가 기대치를 하회했을 때, '트럼프의 압박도 있는데 지표가 미스했으니 연준이 정말로 긴축을 중단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시장이 할 가능성은 높아진 것 같다. 이제 2년 숏이나 플래트너를 가지고 주요 지표 발표를 맞이하는 것은 리스크가 꽤 크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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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요일 트럼프의 2분기 성장률 발언으로 인한 10년 금리의 상승 반응폭이 1bp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성장률에 대한 반영은 다 끝난 것으로 보이고, 2) 레벨도 3% 근방이면 편안하다는 생각으로 금요일에는 10년 롱을 오버나잇했다. 그러나 기대치를 하회하는 숫자에도 불구하고 금리 하락폭은 미미. 재고의 기여도가 1.0%p, 순수출의 기여도가 -1.06%p인데 두 요소의 방향은 다음 분기에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만, 재고는 revision 변동이 큰 부문이라 향후 수치를 더 봐야할 듯. 금요일의 시장의 밋밋한 반응은, 1) 시장에 숏포지션 누적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점을 의미하거나, 2) 구축된 숏들이 많긴 하지만 미국 GDP를 주제로 쌓인 숏들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1) 이라면 굳이 포지션을 더 가져갈 필요는 없고, 2) 라면 숏들의 주제는 BOJ라는 생각이 들어서 월요일 아침에 롱을 일단 접고 볼 계획. 재진입은 고려 시기는 BOJ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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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의 principle을 조금씩 읽는 중. '결론에 대해 논쟁하는 대신 결론을 내리는 의사결정 기준에 대해 논쟁했다' 라는 대목에서 느끼는 점이 많다. 결론이 없는 사람은 논외로 하고, 결론이 있는 사람들과만 의견을 나누더라도 의사결정 기준의 차이라는 지점에서 대화가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표 호조가 이어질 것 같아서 달러 롱이에요' 라는 말을 들으면 '지표 호조를 근거로 포지션을 가는 방식이 정말 제대로 작동을 하는가' 에 대한 대화가 전개되어야 하겠지만, 실상은 '저는 트럼프 압력이 더 강할 것 같아서 숏이에요' 라는 식으로 각자의 판단 기준과 결론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게 되는 것. 의사결정 기준에 대한 활발한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정말 드물고 귀하다.

2018년 7월 17일 화요일

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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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달러 강세는 대응의 난이도가 꽤 높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리스크오프성 강달러로 보여지다가 어느 순간 리스크오프가 아닌 미국 독주의 리스크온 컨셉 강달러로 전환이 되었기 때문. MS를 비롯한 JPY 강세 뷰들의 스텝이 꼬인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다. 'JPY가 약해지 않는 것을 보니 시장의 주제가 리스크오프는 아니다. JPY를 접고 주식 롱을 가자' 라는 생각이 결과적으로 맞는 것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JPY가 약해지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JPY 롱을 애드하자' 라는 관접도 많았던 것 같다. 해당 상품에 따로 적용 중인 논리가 있을 때에는 후자의 접근법이 유효하고, 그게 아니라면 전자의 접근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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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FX와 주식이 무역 이슈를 반영하고 소화하는 3주 동안 미국 10년 금리는 거의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 미국 경제지표에 대한 민감도도 매우 낮다. 미국 금리는 1) 지표가 의미 있게 둔화되거나, 2) 통화정책 관련 이벤트가 있어야 레인지 등락을 벗어날 것 같은데 그럴만한 일정이 가까운 시일 내에는 없는 것 같다. 일단 지표나 이벤트를 앞두고는 2Y 숏을 하고, 지표나 이벤트 당일에는 10Y 롱을 가는 접근을 유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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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기라는 오지 않는 버스가 언제 어떻게 올까 싶었는데, 저 멀리서 트럼프가 버스를 운전하며 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wclee형과 3주 전쯤에 했다. 중국 부동산을 우려 중인 BCA와 중국 은행 시스템 데이터를 정리했던 GS리폿(분명 도표를 본 기억은 있는데 리폿 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으로 현황 정리를 한 번 해두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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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옮기고 가장 많이 배우고 있는 것은 일을 대하는 디테일. 핵심적인 일에 집중을 쏟는 것 만큼이나 비핵심적일 수 있는 부분들도 다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한마디로 집중을 한답시고 나머지 시간에 넋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데, 특히 운용 사이드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경향을 보이기 쉽다는 점에서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본다.

2018년 7월 7일 토요일

근로시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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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쯤 일어나서 간밤의 시장을 체크하고 FX모닝까지 하면 대략 6시 15분. 15분 동안 푸시업, 케틀벨 스윙, 싯업을 돌아가면서 하고 씻고 준비하고 나가면 7시. 회사 건물에 도착하면 7시 20분.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데스크로 가면 7시 35분. PC가 켜지면 체크해 둔 간밤의 시장 흐름을 빠르게 정리해서 바로 오전 미팅에 들어간다. 회사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지난주부터 새로 만들어진 루틴. 그리고 5시가 되면 강제로 퇴근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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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정도 소위 말하는 '워라벨'을 겪으며 확실히 느끼는 것은, 이러한 근로 시간 단축 정책이 매우 비가역적일 것이라는 점. 나름 일을 즐기시는 분들도 PC가 셧다운되니 처음에는 황당해하셨지만 이제는 '뭐 이 시간에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하며 퇴근들을 하신다. 일은 지옥일 뿐이고 퇴근만이 천국인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굿뉴스. 직무별로 나눠서 생각해 보면, 특별히 성과 측정을 하지 않는 백이나 미들 오피스 입장에서는 아주 반가운 정책이고, 그냥저냥 다니는 프론트 사람에게는 꽤 좋은 정책, 성과를 더 내고 싶어하는 프론트 사람들은 어차피 일과와 퇴근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으니 별로 신경쓰지 않는 정책. 그래서 이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 조성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하게 반기를 들만한 부류가 거의 없기 때문. 리서치하기가 매우 불편하긴 하지만, 다들 정책에 반기를 들어 피곤해지느니 퇴근 후 알아서 리서치하는 방법들을 모색하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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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 대한 컨센이 '진작에 이랬어야 한다'라서, 어디 모르는 자리에 가서 함부로 근무시간 단축 때문에 불편하다는 말을 하기가 꺼려질 정도. '불편하면 사람을 더 뽑아', '그거 더 한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지나' 라는 반응이 태반이다. 그치만 내가 진짜로 불만인 것은 그런 불편함이 아니라, 정책의 단세포적인 디자인 그 자체. 실업이 문제이니 공무원을 많이 뽑는다, 실업이 문제이니 기존 근무자들의 근무 시간을 줄여 채용을 확대시킨다, 재개발하면 집값이 뛰니 재개발을 못하게 한다, 처럼 고민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로직들에 짜증을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정책들이 다시 되돌리기 힘든 형태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 마치 포지션을 청산하지 못하는 만기 보유 계정에 '채권 중에 30년물이 금리가 가장 높으니깐 이걸 왕창 사두자' 라고 별 생각 없이 주장하는 사람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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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기업들의 생산성을 낮추게 될 정책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규 채용은 줄어들 것이고, 기존 근로자들만 시급이 높아지는 효과로 혜택을 볼 것이라는 주장을 스터디 멤버 중 한 명이 했는데 맞는 말 같다. 그런 점에서 직장인들이 정책에 우호적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 듯.

2018년 7월 1일 일요일

2018년 상반기 마무리

상반기의 흐름들과 대응 내역을 간단히 정리. 아쉬움과 뿌듯함이 공존하지만 역시 아쉬움이 더 크다.





1. 1월의 금리 상승

연초 금리 상승의 배경은 미국의 재정 확대 기대감이었다. 기대감 형성의 시작은 12월 세제 개편안의 상원 통과였고, 기대감을 지속시켰던 이벤트는 트럼프의 연두교서. 10년물 기준 2.48%부터 2.75%까지 최대 한도로 델타 숏을 가는 동시에 2y5y 스티프너를 구축해 대략 40bp를 취했다. 로직이나 사이즈 면에서 만족도가 높았던 한 달.



2. 2월 초의 flash crash

1월 고용에서의 임금 호조에도 불구하고 2년 금리가 오르지 못한다는 점과, 파웰의 dovish함이 기대된다는 것을 배경으로 2년을 25%의 사이즈로 롱. 그런데 의외의 flash crash로 금리가 10bp 이상 하락하면서 수익이 되는 행운을 누렸다. crash 직후 아시안 타임에서 전부 청산해 약 3bp를 취했다(포지션 사이즈 * 가격 폭 기준). 청산은 "금리 상승이 부담되어 주가가 이 정도로 망가져야 한다고 보는 것은 오버"라는 생각이 근거였다. 진입은 운이 좋았을 뿐이었던 대신 청산이 괜찮았던 매매.



3. 3월 말의 FOMC

재정 이벤트가 소멸되었으므로 연준이 매파적이더라도 장기금리의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10년을 50% 사이즈로 롱. 2.92%에서 잡았는데 5bp 수익이 난 2.87%에서 접자는 콜이 나와 청산은 타의에 의해 실행되었다. 이른 청산에 대한 아쉬움으로 2.80%이 하향돌파될 때 30% 사이즈로 체이스 했다가 2.71%에서 청산하지 못하고 결국 2.81%에서 손절. 회사 콜로 포지션을 빨리 접지 않고 캐리했더라도 그닥 좋은 가격에서 청산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벤트가 아닌 가격 기준의 청산이 필요할 때도 많다는 점을 다시 절감.



4. 4월의 금리 상승과 유로 약세

4월 중순 시작된 2.80%부터 3.04%까지의 금리 상승은 하나도 취하지 못했다. 이게 도대체 왜 오르는 것인가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금리가 3%에 가 있었다. 롱을 가지 않은 것은 다행이고, 가격만 보고 체이스하지 않은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이 때 고민했던 결론을 실행에 옮길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즉, 금리가 크게 오를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는 도달했었지만 대응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5월의 금리 하락을 잘 챙기지 못했다는 의미. 그리고 4월에는 금리 상승 뿐만 아니라 유로의 약세도 취하지 못했다. wclee형이 4월초에 유로 약세 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대비 미국 지표의 상대적 견조함은 연초부터 관찰되고 있으며 금리차도 확대된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왜 지금부터 유로가 반응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지 못했었기 때문. 한 마디로 4월에는 아직 시장이 다 반영하지 않은 부분들을 다 반영되었다고 잘못 생각했던 것이 패인.



5. 5월의 추가적 금리 상승과 급격한 하락 반전

월 중순 3.13%까지 상승했떤 금리가 이탈리아발 리스크오프를 빌미로 2.75%까지 급락. 포지션을 미리 잡지 못하고 있다가 금리가 3%를 하회할 떄 25%, 2.90%을 하회할 때 25% 기계적으로 롱을 갔다. 문제는 직전 저점이 2.72%라는 점을 감안해 타깃을 2.75%로 잡았는데, 금리가 2.753%을 기점으로 다시 3%까지 상승해버렸다는 것. 청산 레벨이 2.90%이 되면서 변동성에 비해 취한 폭은 아주 미미했던(2.5bp 남짓) 답답한 매매. 금리 하락반전을 제대로 노리지 못했다는 점과 더불어, 이탈리아 이슈에 대한 뷰가 나빴다는 것이 문제. 결과론적이지만 연정이 성사되어도 문제, 연정이 깨져도 문제, 라는 관점으로 이탈리아 이슈를 바라봤어야 한다고 생각.



6. 6월의 금리 하락과 원화 약세

최근 포스팅에 기록했듯, ECB가 dovish하면 유로 약세, hawkish하면 리스크오프라는 생각으로 원화 숏을 75% 사이즈로 갔다. 다음날 청산을 하고 청산 가격 위에서는 50% 정도 다시 잡을 계획이었지만 call이 있어 재진입은 하지 못했다. 1월과 6월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듯.



적다보니 월별 정리가 되어버렸다. 장중 매매는 제외하고 굵직하다고 느꼈던 흐름만 정리. 그 외에 잡지 못해 아쉬운 것은 2월부터 가파르게 재전개된 플래트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