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1일 일요일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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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ECB 대응으로 만든 playbook은, 롱을 먼저 간 뒤 성명문이 dovish하면 기자회견 전에 청산하고 성명문이 hawkish하면 애드하여 기자회견을 맞는 것이었다. 괜찮은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분트가 아닌 미국채로 프록시 접근을 하다보니 스몰 사이즈로만 집행. 이 날에는 ECB 발표를 오피스에서 혼자 지켜봤는데, 어두컴컴컴한 오피스에서 기자회견 이후 금리가 7bp 정도 오르는 것을 보고 있자니 공포영화가 따로 없었다. 리포팅 없는 야간 매매가 팀에서 괜히 금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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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는 성명서가 dovish하고 기자회견도 dovish할 경우, 성명서는 hawkish한데 기자회견은 dovish할 경우, 성명서는 hawkish하고 기자회견도 hawkish할 경우로 대응책을 구상해뒀는데 성명서는 dovish하고 기자회견이 hawkish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나마 성명서 이후 10년 2.02%에서 델타를 줄여둔 상태라서 기자회견에서 2년이 장중 15bp나 오를 때에도 상대적으로 평정심이 유지됐던 듯. 2년 연견선물 차트 기준으로 월물이 바뀌며 6/1에 발생한 갭까지 가격이 하락했을 때, 같이 출근한 차장님에게 내가 물었다. "2년 이거 사야될 것 같은데요.", "응,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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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발표로 인한 새벽의 광폭한 변동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그 날 오전 아시안 타임에서의 추가 약세 시도였다. FOMC를 보면서 정리해 아침에 발간한 리폿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연준이 통화 완화의 근거로 1) 낮은 인플레이션, 2) 글로벌 경기 둔화, 3) 무역 불확실성을 명시했다. 고용이나 소비, 서비스업이 좋더라도 저 요인들이 부진하다면 완화를 한다는 의미인데, 셋 다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10년 2.05%에서는 여전히 롱이 유리하다' 그렇지만 막상 아시아에서 가격이 2.06%을 터치하니 가지고 있는 롱에 대한 심적 피로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파웰이 매파적이었는데 왜 아직도 롱이냐는 반문도 많이 받았다. 피곤함을 버티고 마침 갑작스러운 저녁 자리도 생겨 포지션을 유지한 채 퇴근 후 곧바로 잠들었는데, 새벽에 일어나니 트럼프의 추가 관세 부과 발언으로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 이후로는 아시안 타임 시가가 지지될 때는 유지하다가 시가가 깨진 8/6에 포지션을 축소. 연속적인 다이나믹함과 새벽 출근으로 체력은 많이 소모했지만 멘탈은 가장 또렷했던 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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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지표는 둔화되고 있지만 실물 지표는 견조하니 경기는 좋다' 와 비슷한 맥락에서 내가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문장 중 하나가 '제조업 경기는 부진하지만 서비스와 고용은 좋다' 인 것 같다. 과거 리서치들을 읽어 보아도 그 주장이 맞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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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잭슨홀 미팅의 주제는 challenges for monetary policy. 몇 주 전에 Williams가 공격적인 인하가 필요하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서 아시안 타임 시작 직후 금리가 하락하다가 뉴욕연은에서 해명보도를 낸 해프닝이 있었는데, 그 때 Williams의 발표문 제목이 challenges for monetary policy 였다. 정책 여력이 적은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오면 통화정책을 펼치기가 까다롭다는 이슈인데, 이 이슈에 대한 연준의(Williams)의 결론은 경기 둔화 초기에 적극적으로 완화를 해서 침체가 오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