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1일 토요일

2017년 연간전망

분량을 줄이는 것에 시간을 쏟다가 마지막의 포지션 부분을 상세히 기술할 시간을 날려버렸다. 블로깅을 하던 내용들이라서 평소 글과 별로 다를 바는 없는 듯. 결론적으로 난 2.1% 성장 전망을 고수하기로.

보고서는 여기를 클릭.


요약된 내용을 아래 첨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재정확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재정정책이 빠르게 관철되더라도 재정이 실물지표로 확인되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도 당선 후 본격적인 재정확대까지는 약 1년 반이 소요됐다. 물론 정책 실행 여부가 확정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반응하겠지만, 실물 지표의 본격적인 상승은 하반기 이후에 관찰될 것으로 예상한다.

연준은 추가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연준은 미국의 경제상황만큼이나 대외 리스크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도 고려한다. 때문에 연준은 유럽의 정치 리스크 밀집기가 지나고, 트럼프의 재정안이 가시화되는 하반기 들어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뚜렷하지 못한 성장률 반등과 중국 문제로 연준의 인상은 두 번 혹은 그 이하에 그칠 것이다.

중국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을 뿐 해결되지는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중국은 통화 절하 속도 조절과 단기자금시장 관리를 병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통화 절하 속도가 조절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단기자금시장에서 유동성이 긴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해 인민은행은 외환보유고를 통해 흡수된 위안화의 규모보다 적은 규모의 위안화를 역레포로 순공급했다. 중국은 기준금리를 변경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의 통화긴축을 이미 시작했다.

한국의 경기는 플랫한 소비, 부진한 설비투자, 둔화될 건설투자, 확충될 재고, 개선될 수출 정도로 요약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 재정확대에 대한 기대와 최근의 유가 반등으로 수출 반등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크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개선되겠지만 나머지 부분의 부진을 전부 상쇄하지는 못 할 것이며, 따라서 ’17년 한국의 성장률은 2% 초반을 기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정치적 리스크 확대와 1분기 지표 반등을 근거로 관망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장률 하향 조정이 진행되고 신정부가 출범하는 하반기에 1회의 추가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높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판단이 아닌 정치적 타이밍 판단에 의해 단행될 것이다.

Top 5 trade ideas for 2017 :  Long UST 2Y-5Y-10Y butterfly
                                             Long 2Y MSB
                                             UST 2Y-10Y steepener + KTB 2Y-10Y flattener
                                             Short Hangseng Index + Short HKD
                                             Long USD/KRW

2016년 12월 21일 수요일

약세 중 강세조정 대응

어제 독일과 미국의 금리가 오래간만에 의미있는 폭으로 하락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에도 미국 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데, 중간중간에 있을 강세조정에서는 미국 외 지역의 금리가 훨씬 민감하게 강세로 반응하는 패턴이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생각. 미국 금리 상승에 연동되어 글로벌 금리 전반의 약세가 관찰되고 있긴 하지만, 미국 외 국가들 대부분이 금리가 상승할만한 펀더멘털을 갖춘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국채 10년 선물도 오늘은 12월에 형성한 박스는 이탈할 것으로 보여 장 초반 12월물 125.55에서 강세를 체이스. 롤오버는 거의 마무리 된 것 같고 3월물 보다 장시작 갭의 폭이 약간 좁길래 오후까지 캐리한다면 중간에 교체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12월물을 봤다.


공교롭게도 바로 강세가 전개되어 편하게 지켜봤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분위기가 반전. 125.65를 하회해 전고점 지지를 기준으로 삼는 물량들이 해소되고 나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로 지켜봤지만 11시반이 다 되어가는데도 3월물 조정폭만 깊어지길래 결국 125.64에서 뷰를 다 접었다. 어차피 단기적인 강세를 노렸다면 10시 ~ 10시반에는 정리를 했어야 맞는 것이었는데 버퍼가 여유롭다는 생각에 추가 강세에 대한 기대를 너무 크게 했던 점이 문제였다.

캐리로 보나 한국의 경기 상황으로 보나 길게 가져가기 편한 2Y 롱은 유지하면서, 10년은 미국 금리를 재료로 짧게 거래하는 스킴이 당분간은 유효할 듯.

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16/12/19

-1-
이런저런 스케쥴 변경으로 지난주가 되어서야 회사에 연간전망을 발표하고, 내 것은 이제 쓰기 시작해서 크리스마스까지 끝내기로. 제대로 파고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중국 데이터 때문에 계속 애를 먹고 있다. 작성하다보니 의외로 내년 상반기 중에 큰 기회가 오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2-
시장은 트럼프의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를 반영 중이지만 서머스나 크루그먼은 재정 시행의 디테일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출 중이다. 여러 포인트들이 있지만 1) 인프라 투자를 공공지출이 아닌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비효율성이 잉태될 수 있고, 2) 상위 계층에서 큰 감세를 한 후 하위 계층으로의 지출을 소폭 줄이는 형태의 재정적자 확대는 제대로 된 재정지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핵심인 듯. 그러나 일단 시장의 관심은 복잡한 디테일 보다는 부채한도 협상과 인프라 투자 규모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
금요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주말에 수면을 집중적으로 보충했더니 어느정도 회복됐다. 그치만 이번주 저녁 스케쥴도 만만치 않다. 이럴 땐 약속을 줄이거나 약속 가서 일찍 돌아와야 탈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최근에 배웠다. 전자가 후자보다 쉽고, 그래서 오늘 약속을 하나 미뤘다.


-4-
트럼프 취임식 근처에 마켓이 한 번 반전되지 않겠냐는 뷰는 생각보다 주변에 너무 많아 매력이 없어 보인다. 전망을 쓰다보니 오히려 관심이 가는 것은 미국 제조업 지표의 향방.


-5-
매달 하는 광공업생산 예측을 아까 잠깐 돌려보다가 11월 수출에서 정유와 철강 수치를 보고 새삼 놀랐다. 원자재 가격의 기저효과가 아주 제대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은에게는 최소 내년 1분기까지 써 먹을 수 있는 핑곗거리가 생긴 셈.

2016년 12월 16일 금요일

FOMC 후기

닷차트가 시장의 예상보다 조금 더 높게 찍히고, 기자회견까지 기대보다는 hawkish하게 흘러가면서 미국채 금리가 제법 상승했고, 달러는 강세 주가는 약세. 어제 소매판매랑 PPI가 발표될 때만 해도 채권이 소폭의 강세를 유지하길래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인가 싶었는데 다행히 종가는 어제 포스팅의 생각에 부합되게 마감. 닷차트가 공개될 땐 시장의 반응이 다소 긴가민가했었지만, 고압경제 발언 회수, 'behind the curve' 같은 발언들은 시장의 dovish 기대감을 반전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 드는 생각들을 정리.


1) 계획대로 국채 10년 short은 정리하는게 편해 보인다. 향후 며칠간 금리 상승, 달러 강세라는 관성이 남긴 하겠지만 일단은 아이디어만 발라 먹고 다시 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 hawkish한 FOMC에 미국 주식은 나름의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리플레이션 기대는 주식으로 하여금 연준의 인상이란 이슈를 감내하게 해 줄 것이므로 long을 청산할 반등과 시간은 충분히 주어질 듯. 산타랠리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므로 금요일까지 적당한 가격에 빠져나오면 된다고 생각한다.

3) 어제 포스팅했던 전략이 결과적으로는 괜찮았지만 가격 흐름 때문에 statement가 공개되기 전까지 찜찜함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웠다. 로직과 가격이 다를 때는 가격을 따른다는 김대표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이벤트. 그리고 진입 시의 디테일을 좀 더 보강해야겠다고 생각.

4) 오늘은 금통위에 대한 기대감이 옅게 형성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 옅은 기대를 총재가 와장창 깨주지 않을까 싶다. 그치만 기대감이 큰 것도 아니고, 가격도 3년물 1.70%이면 애매해서 금통위를 노린 액션을 취하긴 어려운 상황.

5) 올 해의 큰 이벤트는 이제 대략 끝난 것으로 보인다. 월요일화요일의 BOJ는 별 게 없을 듯.

6) 크루그먼과 서머스가 어제 동시에 연준의 인상이 실수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글을 남겼다. 엊그제 군드라흐가 말한 트럼프의 재정 지출 효과가 기대 이해일 수 있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재정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그리고 트럼프가 재정확대를 실현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일단 시장의 생각은 가능하다는 쪽으로 치우쳐가는 상황인데, 이제는 슬슬 재정에 대한 기대감이 한 번 훼손되는 흐름을 염두에 두기 시작해야 할 듯. 즉, 중기적 관점에서 다음 찬스는 장기물 강세, 달러 약세, 주식 약세에 있다고 생각. 그 시기가 트럼프 취임식 근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느낌만 있다.

2016년 12월 14일 수요일

연준의 추가 인상을 앞두고

오늘 한국 채권시장의 강세가 꽤나 가열찬데 지금 드는 FOMC에 대한 생각은 대략 다음과 같다. 간단하게 적어 두고 자세한 설명은 추후 업데이트(오후 2시 반쯤에 간략히 써뒀다가 업뎃 완료).




오늘의 인상은 기정사실화되어 있고, 남은 것은 점도표나 기자회견에서의 톤. 지난 고압경제 발언에 이어 향후의 인상 속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는 다소 dovish한 기자회견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아 보이며, 그렇게 될 경우 미국채 2년은 소폭 강세를 보이는 반면 10년 금리는 상대적으로 약한 강세를 보이거나 오히려 약세로 갈 개연성이 있다. 재정이라는 기대가 아직 작용 중인 상황에서의 완만한 인상은 장기물 금리를 끌어올릴 수도 있기 때문. 그러나 만약 시장의 예상보다 기자회견이 hawkish하다면 2년은 조금 더 약세로 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때의 10년물 금리인데 1) 예상보다 hawkish한 스탠스를 경기 부담 요인으로 받아들여 장기물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과, 2) 그래도 향후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작용해 상승할 가능성이 뒤섞여 있다 (직전 포스팅을 적용하자면 후자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중). 결과적으로 이번 이벤트에서는 결과와 무관하게 편안한 커브나 듀레이션 전략을 도출해내긴 어려워 보이고, dovish한 기자회견으로 만약 미국채 10년이 월초 형성한 고점 부근까지 강세로 가면 short을 고려하는 전략 정도가 떠오른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맥락들을 반영해 유로존과 한국 채권이 어제부터 꽤 강세를 보였다는 것.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언제 하락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한국 금리이고, 금통위에 대한 기대감도 미약하게나마 작용 중이므로, FOMC라는 이벤트만 지나면 원래 가던 길(금리 하락)을 갈 것이라는 기대가 미리 작용했다. 그러나 1) 'FOMC = 금리 하향 안정화'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 보이고, 2) 만약 실제로 오늘 FOMC 이후 별 일이 없더라도 이미 10년 국채선물이 그런 점을 반영한 레벨에 도달했다는 생각에 오후 2시 반쯤 숏을 봤지만 일중 고점을 넘기며 스탑. 그 이후 25틱 정도 오른 종가로 다시 숏을 보기로 했다.

정리해보면, 11월말부터 가져온 2Y long, 지난주 월요일 진입한 S&P long에 10Y short이 추가된 상황. 2Y long과, S&P long은 FOMC결과와 무관하게 캐리, 10Y short은 내일 시초가 청산이 목표다. 연말까지는 FOMC 이후 가던 길을 가려는 힘이 미국 주식에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 다만, 어제 군드라흐가 말한 '트럼프 취임식이 열릴 때쯤 주식 sell-off 가능성에 유의하라' 는 문장에는 동의한다. 딱 1년만에 새벽에 일어나 FOMC를 관전하게 될 듯.

2016년 12월 13일 화요일

재정확장과 통화긴축의 조합

내년 미국 금리의 향방을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꽤 복잡해진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라는 두 거시정책의 방향성이 엇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대대로라면 내년부터 트럼프발 재정확장이 시작되고, 재정이 이끄는 인플레와 성장률의 반등을 확인하며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리게 된다. 스토리를 조금 더 풀어 써 보면, 연준은 2013년 12월에 시작된 tapering을 시작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쪽으로 선회했고, 작년 2015년 12월 기준금리 인상에까지 성공했지만 성장률과 인플레의 정체, 중국 리스크 확대와 브렉시트 발발 등으로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에 따른 재정확장 기대감이 기대인플레의 반등과 커브 스팁을 이끌어 내면서 연준은 추가 인상을 고려하기에 편안한 상황이 되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확장적 재정, 통화 정책을 쓴 후 경기 회복기에서 정책들을 거두어 들이는 것이 교과서적인 전개지만, 지금 미국은 어렵사리 진행 중인 통화정책의 normalization을 확장적 재정정책이 거들어 주는 다소 특이한 모양새가 된 셈.

기준금리도 올리고 재정도 쓴다니 금리가 전반적인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조합 하에서는 장기물 금리의 방향성과 커브의 형태를 가늠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데에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니 단기물은 상승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장기물 영역에서는 '재정확장이라는 금리 상승 요인'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cool down 효과라는 금리 하락 요인'이 뒤섞인다. 즉, 일반적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는 장기물 금리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하면서 커브가 플랫되는 반면, 기준금리 인상에 재정확대가 조합되면 장기물의 방향과 커브의 형태 예상이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채 흐름을 예상하려면 두 요인을 잘 고려해야 겠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 과거에도 미국에서 재정과 통화정책의 디커플링이 존재했었는지 궁금해 간단한 데이터들을 찾아봤다.



그래프에서 음영처리 된 부분이 재정확장 국면인데, GDP대비 fiscal deficit의 폭이 다소 미미하더라도 일단 방향이 아래이면 대략 다 칠했다. 그래프에서 확인되듯이 대부분의 재정확장에는 통화완화가 병행되었었다. 그 중에서 재정이 확장 기조일 때 기준금리를 인상한 적이 있는 시기는 50년대 초반, 50년대 말, 60년대 후반, 그리고 80년대 초중반 정도. 데이터가 있는 55년부터 미국채 3년과 10년을 그리면 아래와 같다. 


58년 6월에서 59년 9월까지 금리(뉴욕연준 할인율)가 220bp 인상되는 동안, 미국채 3년은 2.08%에 4.97%로 289bp 상승하고 10년물은 2.97%에서 4.68%까지 171bp 상승해 3y-10y 스프레드는 89bp에서 -29bp로 축소된다. 67년 6월에서 69년 3월까지의 200bp 기준금리 인상에서는, 미국채 3년은 4.61%에서 6.38%로 177bp, 10년은 4.85%에서 6.30%로 145bp 상승해 스프레드는 24bp에서 -8bp로 축소. 마지막으로 최근 자주 비교되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이던 82년 12월부터 84년 9월까지는 기준금리가 325bp 인상되는 동안 3년은 9.98%에서 12.34%로, 10년은 10.55%에서 12.52%로 상승하며, 스프레드는 57bp에서 18bp로 축소된다.

나열한 시기들의 경제 여건과 금리 레벨은 저마다 다른데, 특히 해당 시기와 현재의 매크로 상황은 꽤 차이가 난다. 최근 많은 보고서에서 즐겨 인용하는 80년대 초반조차, 당시의 중앙은행은 오일 쇼크에 따른 인플레이션 파이팅에 주력했다는 점에서부터 지금과는 큰 차이점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1) 거대한 리세션 이후 통화정책을 끝까지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2) 큰 규모의 재정 확장이 기대된다는 점만 놓고 보면, 지금은 대공황의 후유증이 이어지던 1940년대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단지 통화 긴축을 조금 더 빨리 시작했고, 전쟁 대신 트럼프라는 인물이 재정확대를 유도한다는 것이 그 때와의 차이점.

내가 얻은 함의는 다음과 같다.

1) 경험적으로, 통화긴축과 재정확장이 조합되는 시기에 미국채 10년 금리는 상승했다. 즉, 2000년대 중반과 같은 conundrum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장기물 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긴축적 통화정책이 경기 확장을 제한해 장기물 금리를 끌어 내리는 힘 보다 재정이 금리를 밀어올리는 힘이 더 강했다.

2) 하지만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 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커브는 플랫되었다. 다만, 80년대 초반의 케이스에서는 금리가 인상되는 구간에서도 60bp 수준의 3y-10y 스프레드는 유지되었다. 결국 커브는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에 따라 플랫 될 수도 스팁 될 수도 있다. 재정지출이 견인하는 성장률과 물가 반등의 속도에 비해 기준금리가 느리게 인상되면 장단기 스프레드는 확대되거나 기존 레벨을 유지할 것이고, 연준이 재정지출을 인식해 공격적인 인상을 시작하면 커브는 플랫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준 스탠스는 후자 보다는 전자에 가깝다.

3) 종합해보면, 재정확장과 통화긴축이 조합되면 대체로 금리는 단기물과 장기물이 같이 상승하면서 커브는 플랫되는 쪽으로 흘러간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커브전략으로 대응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결국 미국채로 돈을 벌려면 숏으로 먹을 궁리를 해야 한다.

4) 트럼프의 대규모 재정정책이 현실화되고 연준은 완만한 인상 속도를 유지하면서 상황이 1940년과 더욱 비슷해진다면, 소위 말하는 great rotation이 무엇인지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골드만삭스가 채권 베어마켓을 여러 구간으로 구분해 해당 기간의 자산군별 수익률을 계산한 테이블을 이번 Top of mind에 실었는데, 1941년 4월 ~ 1959년 9월이라는 긴 채권 베어마켓에서 S&P500이 기록한 실질 총 수익률은 무려 681%.



나의 다음 고민은 이러한 상황 하에서의 한국 채권시장의 반응.

2016년 12월 10일 토요일

ECB 이후

어제 ECB가 9개월 연장 + 매입규모 600억 이라는 조합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유로약세, 장기물 금리 약세, 주식 강세가 연출되었다. wclee형이랑 커브 스터디를 드디어 끝내고 회사로 돌아온 시간이 10시쯤이었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미국채나 분트는 그 시각까지 보였던 약세폭이 전부였고, 유로는 그 이후로도 꽤 큰 폭의 약세가 진행. 10년물의 약세는 분트보다 미국채가 더 뚜렷했지만 분트 2년 금리가 하락하며서 커브는 분트가 더 스팁. 주식은 닥스의 강세가 강렬했고 S&P의 강세는 내 기대 이하였다.

지금 드는 생각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1) 유로 약세, 분트 약세라는 다소 애매한 시장 반응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ECB 발표 직전의 가격 레벨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 쪽에 무게. 유로화는 ECB 영향력에 대한 회의로 미리 강세로 가 있다가 총 매입량 증가와 기간 연장에 반응했고 (순간적인 강세는 있었다), 분트는 미리 약세로 가 있던 것이 월간 매입량 감소에 반응했지만 레벨 부담에 결국 약세폭을 축소했다. 미국채 10년이 더 상승한 채 마감한 것도 결국 미리 전개된 약세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


2) 분트 스팁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로직에 확신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던 듯. 게다가 스팁의 형태도 내가 떠올렸던 것과는 다른 형태. 난 2년 보합, 10년 금리 상승 정도를 생각했지 2년이 강세로 마감할 줄은 몰랐다.


3) 유로는 단기적으로 전 저점을 하회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롱을 갈만한 이유도 당분간 없는 듯.


4) 미국채와 분트 금리 역시 전 저점을 하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금부터는 FOMC를 앞두고 hawkish 우려와 dovish 기대 중 어떤 쪽으로 힘이 쏠리는지 관찰하며 FOMC전략을 짜면 된다고 생각.


5) 닥스가 아닌 S&P를 피킹한 것은 아쉽다. 미국 주식도 4)의 관점이지만, 단기 급등 때문에 아무래도 hawkish FOMC에 대한 우려가 조금 더 크게 작용할 듯. 때문에 한 번 롱을 접고 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치만 나는 산타랠리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여전히 애드를 노리려는 중.


아직 갈 길이 험난하지만 그래도 일단 탄핵안 가결이라는 고무적인 뉴스를 가지고 퇴근. 오늘 가는 송년회 분위기가 꽤나 즐거울 것 같다.







2016년 12월 8일 목요일

ECB 미팅을 앞둔 생각

이제 올해 남은 이벤트는 목요일 ECB와 다음주 FOMC 정도. 어제 오늘 괜찮은 ECB 대응 전략이 없을지 고민해봤는데 특별하게 매력적인 금리, 환 전략이 보이지는 않는다. ECB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의 경우의 수는 나름 다양한 편이지만, 어떤 액션을 취하든 유로를 더 약세로 보내거나 유로존 금리를 더 하락시킬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너무 짙고, 그 짙은 시각이 이미 가격에도 반영되어 있다. 결국 어떤 결과가 나오든 유로나 유로존 금리는 장중 변동성만 심하고 뚜렷한 방향을 보이지는 못 할 것으로 생각. 굳이 확률을 따지자면 유로 강세나 유로존 금리 상승 쪽이 더 높아 보이지만 레벨이 불편하다. 역시 ECB와 FOMC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수혜를 받는 쪽은 미국 주식이라고 본다.



월요일의 이탈리아 투표 결과 때문에 ECB의 추가완화, 혹은 완화 연장 조치에 대한 기대는 이미 그 날 오전 갭으로 반영되어 버렸고, 반영이 다 되어 ECB가 어떤 조치를 취하든 추가적인 유로 약세나 금리 하락은 어렵다는 점까지도 시장은 이미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날 기록한 고점과 저점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 즉, 분트가 강세로 가도 월요일 시초가를 넘긴 힘들어 보이고, ECB 실망감에 약세를 보여도 월요일 저점을 하회하는 데에는 또 다른 모멘텀이 필요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short 기조가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약 ECB발표나 기자회견에서 분트가 월요일 고점 부근까지 강세를 보일 시 short 진입을 노리는 전략 정도가 유효할 듯. 스티프너도 잠깐 생각해봤지만 논리가 깨끗하지가 않다(분트는 2년물 금리가 마이너스고 10년은 플러스니 조달도 마이너스로 하지 않는 이상 스티프너를 잡으면 역캐리겠네, 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유로화도 마찬가지. 방향은 롱이 편해보이나 레벨이 불편하다. 이탈리아 투표로 센티멘트가 기울면 ECB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 주말의 생각이었지만, 결과를 놓고 보니 이탈리아 투표가 기회를 줬고 ECB는 오히려 별 것 없을 듯한 쪽으로 전개되는 중.



S&P롱은 캐리. 만약 ECB 실망감이 금리 상승으로 연결되어 유로타임에서 조정을 보이면 애드도 고려.

2016년 12월 6일 화요일

16/12/05

-1-
나는 어떤 이벤트가 무난하게 지나가면 시장이 원래 가지고 있던 주제대로 흘러가는 쪽에 무게를 두는 편이고, 그래서 금요일 논팜에 미국 주식롱이 제일 낫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시장은 별로 오르지 못했다. 기존 주제인 트럼프보다는 이탈리아에 대한 우려감이 작용하고 있었다는 걸로 봐야할 듯. 일단 뷰를 다 접은 후 다시 생각하는게 맞다고 생각.


-2-
출근하니 나름 채권, 주식, FX 모두 나름 이탈리아 우려를 프라이싱 하려는 상황. 하지만 딱히 과반영되어 있는 자산이 보이지는 않아서 일단은 관망할 생각. 내가 유로존 쪽 금리 관찰이 상대적으로 면밀하지 못한 편인데 이번주부터는 좀 더 자세히 보려고 한다. 이탈리아 투표보다는 ECB에서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 중.


-3-
(오전 11시) 조금 늦었지만 다시 제일 괜찮아 보이는 것은 미국 주식 롱. 오전에 만든 저점과 아직 가까워서 로스컷 부담도 크지 않다.


-4-
(새벽 1시)
이탈리아 이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결과적으로 보면 명료한 편이지만 장 중의 움직임은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특히나 brexit, 트럼프를 떠올리며 이벤트 확정된 후 반대 포지션을 잡았다면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진행된 되돌림을 감당해야 했을 것. 아래 미국채 10년 선물에서 확인되듯이 시장이 다시 risk-on으로 기울게 된 것은 유로마켓이 오픈된 오후 4시 직후.



미국채는 레벨에 대한 부담 때문에 숏은 어렵지 않나 싶었지만, 생각보다는 약세가 꽤 전개되는 모습. 갭업 후 미끄러졌던 분트는 미국채에 비해 숏을 따라가기에 기술적 부담이 덜 한 편이었는데 4시에 머리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여기에 적지는 못했다. 아직 유로존 금리에 대해서는 확신이 부족. 이슈의 중심인 이탈리아 금리는 현재 14bp 상승한 2.04%에 거래 중.


다시 깨달은 점이라면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땐 해당 지역의 마켓이 개장된 후 가격 흐름이 한 차례 더 변동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 미국도 지표나 이슈가 미리 나오더라도 현물시장이 열리는 시간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방향성을 잡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유로 역시 추세가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4시.



11시에 블로그엔 미국 주식 롱을 적어두었다. 정확히 아시안 타임에서의 단기 고점. 금요일부터 다른 자산보다 주식에 관심을 둔 이유는1) 레벨 부담이 덜 하고, 2) 렌치 총리 사퇴 확정으로 유로의 약세 반영이 한 번에 끝난다면 미국 지수가 지지부진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달러강세가 잠시 잦아들 것 같아서. 써 놓고 보니 유로 롱을 봤어도 괜찮았을 듯. 

그치만 오늘의 이벤트는 뷰 보다도 포지션 사이징과 로스컷 설정이 관건이 아니었나 싶다. 이탈리아 이슈가 지나가면 risk-on으로 시장이 기울 수 있다는 뷰는 사실 상당히 많았지만, 로스컷을 너무 짧게 설정하거나 로스컷을 짧게 설정할 수 밖에 없는 사이즈의 포지션이었다면 아시안 타임에서의 되돌림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


미국 주식 롱은 빨리 실현해야만 할 요인이 딱히 보이지 않으니 일단 캐리.

2016년 12월 5일 월요일

Why Korea may be next in line for QE

미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지난 10월 발간된 모건스탠리의 리폿을 추천해주며 몇 가지 질문을 카톡으로 보내왔다(사실 말이 질문이지 이미 본인이 생각하는 답이 질문 안에 다 들어 있었다). 1월에 약 2주간 한국에 온다니 주변 지인들을 많이 소개해 줄 생각.

'Why Korea may be next in line for QE' 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한국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추고, 2018년에는 QE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담고 있다. 장 중에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발간되었다는 뉴스 헤드라인을 보고 지나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주말에 읽어보니 예상보다 공을 엄청 들여 만든 보고서였다. 한국은 1) 민간부채 레벨이 높고, 2) 노동 인구감소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3) 중국의 과잉설비 문제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데다가, 4) 비효율적 자원 배분으로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섹터가 약화되었으며, 5) 즉각적이지 못한 거시정책이 문제를 더 키워왔다고 모건스탠리는 지적한다. 이런 상황이 중립금리를 0% 근처로 이끌고 있고, 이에 결국 한은도 비전통적 통화정책에까지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모건스탠리의 생각. 써 놓고 보니 너무 간단하게 요약한 느낌이다. 결론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보고서에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에 괜찮은 그래프나 글이 많아서 재밌게 읽었다. 매크로 관점에서 시장을 분석하는 분들에게는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을 듯 하고, 정책담당자들이나 한 번 읽어봐줬으면 하는 바람.

아래에서부터는 친구의 질문과 내 생각.


1. 한국 매크로 상황이 일본과 비슷하니 QE도 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개인적으로 한국이 일본 따라 간다는 주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몇몇 포인트들이 과거 일본의 상황과 겹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듯. 보고서에도 잘 나와 있는데 부문 별로 간략히 정리해보면, 1) GDP 대비 정부부채와 기업부채의 비율은 당시의 일본보다 낮지만 가계부채 비율은 높고, 2) 글로벌 수요가 부진하다는 매크로적인 상황은 비슷하며, 3) 인구구조는 오히려 일본 보다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4) 소극적인 통화정책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은 당시의 일본과 유사. 쉽게 말해 정부부채가 낮아 재정 여력이 확보되어 있고, 대내적인 자산 버블의 후유증을 앓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빼면 다른 면에서는 20년 전의 일본보다 나은 점은 없어 보인다. 때문에 한국의 상황이 20년 전의 일본과 비슷하다는 주장에는 부분적으로 동의. 그러나 지금 한은의 스탠스를 고려하면 2018년 QE를 전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 즉, 일본과 비슷한 상황임을 깨닫고 한은이 2018년에 QE를 할 가능성 보다는, 소극적인 통화정책 대응을 하다가 언젠가는 QE를 포함한 강력한 통화정책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 것까지도 일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 current account surplus와 savings, capex의 관계와 뷰에 대해

알다시피 GDP equation에서 current account는 saving - investment. 일전에 supply driven oil spike가 오면 일부 지역의 trade balance가 깨지지 않겠냐는 내 이야기가 생각나서 물어본 것 같은데, 그건 꽤나 단기적인 의견이고 (게다가 별로 oil이 튀지도 않았고) 구조적으로는 saving이 높아지고 investment가 부진한 지금의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 한국의 설비투자는 올해 내내 악화일로였으며, 가계가 소비를 확대할 조짐도 포착되지는 않고 있다. 즉, 높은 저축률과 부진한 투자가 야기하는 current account surplus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




3. 한은이 QE를 정말 할 것 같은가? real rate을 낮추기 위해 뭔가 하긴 해야할텐데. 재정을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재정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치만 앞서 이야기했듯 그래서 한은이 움직일 것이라는 의견에는 회의적이다. 그 정도로 똑똑한 중앙은행이었으면 진작에 움직였다. 근 3년 동안 한은은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만 내려왔다. 올해 6월의 인하 역시 정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모양새를 내기 위한 뒤늦은 인하였다. 게다가 2년전 금번 인하 사이클이 시작된 첫 인하에서 당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영향이 적잖았다는 것이 중론인데, 최경환이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 인사라는 점 때문에 '금리 인하' 자체가 마치 박근혜의 정책인 것처럼 치부되려는 조짐이 보인다. 한 달 동안 '금리 인하도 최순실이 시킨 것 아니야?' 라는 말을 하는 업계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보았고, 내가 다니는 치과에 계신 의사선생님도 '최순실이 강남에 땅을 사 놓고 금리를 인하하라고 시킨 것' 이라는 주장을 확신에 찬 어조로 하신다. 이런 여론까지 조성되면 한은은 QE는 커녕 추가 인하조차 망설이게 된다. 잠재 성장률 추산치를 낮추거나, headline CPI 반등을 지적하거나, 한-미 금리차를 언급하거나, 가계부채를 우려하거나, 정치적 리스크로 인한 성장 둔화는 일시적이므로 통화정책 대응은 부적절하다거나, 등등 한은이 동결하며 댈 수 있는 핑계는 산재해 있다. 결국 내년 하반기나 되어야 간신히 추가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 지금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나의 전망이다. QE는 꽤 먼 이야기.

결국 지금까지 그랬듯이 내년에도 '인하를 해야만 하는 경기 상황 + 그러나 인하에 궁색한 중앙은행' 이라는 큰 스킴은 유지될 것 같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커브가 스팁될 리스크를 고려해 2y2y KRW NDIRS 리시브를 추천하던데, 나는 되려 한국 커브가 다시 플랫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트럼프발 미국 금리 상승에 연동되어 한국 커브도 스팁되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미국과 유리된 흐름을 보이며 플랫될 것이라는 것이 나의 내년도 커브 전망의 핵심.


4. KRW가 JPY처럼 risk off 통화가 아니니깐, policy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경기를 망쳐도 KRW가 강세를 보이진 않을 듯 한데.

큰 관점에서 맞는 말이긴 하다. 통화 약세는 1) 중앙은행이 공격적인 완화정책을 펼치거나, 2) 경기가 망가져 나라가 맛이 가 버리면 유발되니깐. 즉, 너의 말은 지금은 1)을 하지 않으면 어차피 2)가 올테니 KRW short은 편하지 않냐는 이야기.

그러나 트레이딩 관점에서 보면 위의 로직을 근거로 KRW short을 하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다. 일단 가장 확실하게 통화를 약세로 보내는 것은 1)이지만, 상술했듯이 그런 상황을 기대하긴 어려우니 결국 저 논리로 포지션을 가는 것은 2)를 기대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2)로 가는 데에는 꽤나 긴 시간이 걸린다. 비적극적인 통화정책은 경기를 갉아먹으며 디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긴 하지만, 단번에 위기 상황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작년처럼 중국 문제가 터져주지 않는 이상 2)에 기댄 포지션은 호흡이 너무 길어진다(너희가 아주 롱텀한 전략을 짜는 것은 알지만). 나도 KRW short을 염두에 두고는 있으나, 거의 모든 하우스에서 KRW short 리폿을 내니깐 따라가기엔 괜히 불편해졌다. 그래서 나는 아직 좀 더 명료한 트레이딩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 중.

2016년 12월 3일 토요일

16/12/02

-1-
벌써 12월이다. 회사에 줄 리서치는 거의 막바지. 오랜만에 여행을 가지 않는 휴가를 얻어 체력을 잘 충전했다.


-2-
12월 고용에 대한 미국채 전략으로, 지표가 잘 뜨면 장기물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고 망가진다면 2년물이 더 하락할테니 스팁을 잡아 두는게 어떨까, 라는 대화를 지난 일요일 chlee와 나눴는데 유가 때문에 커브가 미리 스팁되어 애매한 상황이 됐다. 레벨이 매력적이지 않아 커브 전략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오히려 미국 주식 롱을 고려하는게 나아 보인다. 달러 강세와 레벨 부담 등으로 지수가 잠시 지지부진하지만, 지금의 달러 강세는 미국의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아직 달러가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는 이르다고 생각.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의 상승은 언젠가 미국 경기 부담 요인으로 인식되겠지만, 그건 최소 내년에 걱정해야 할 문제가 아닐지.


-3-
올 12월 연준의 인상은 작년 12월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작년처럼 인상 시점을 시작으로 달러 약세, 채권 강세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4-
엊그제 김대표님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몇몇 지인에게 공유겸 여기에 잠시 복붙.


소비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아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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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소비여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가처분소득의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가처분소득은 가계소득에서 세금,이자와 같은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나머지를 뜻합니다. 2012년부터 명목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꾸준한 하향 트렌드를 유지 중인데그래프에서 확인 가능하듯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하락은 가계소득 증가율의 하락과 동행하고 있습니다이는 가처분소득의 하락세가 비소비지출 확대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가계소득의 하락세에 기인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통념과는 달리 한국 가계소비여력 정체의 원인은 세금이나 이자 부담이 아닌 소득증가율의 하락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위 그래프를 실질 기준으로 바꿔보면 더 처참합니다한국의 실질 가계소득 증가율은 거의 2년째 마이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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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분에서 가계소득이 이 지경이 된 것인지 지표를 뜯어 봤는데가계소득의 두 축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모두 하향 추세에 있다는 것을 확인 가능했습니다특히나 사업소득은 그래프를 보는 것 만으로도 고통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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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부터 지표가 망가지기 시작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이 가능하겠으나결국은 경기가 망가지고 있는데 아무런 거시정책적 대응이 없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간단하게 경기 상황을 체크 가능한 한은의 제조업 BSI 80이하로 내려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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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큰 틀에서 봤을 때 한국 가계의 소비여력은 2012년부터 망가져 왔고앞으로도 개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 지금의 상황인데 왜2016년의 소비지표는 호조를 보였을까요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2016년 소비 호조의 이유는 또 '기저효과'에 있습니다일전에도 이 공간에 언급을 했었지만한국 지표가 플랫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대부분의 지표가 이 기저효과로 설명이 되고 소비지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매월 발표되는 소매판매 지표를 하나씩 뜯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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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표 내에서 약 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내구재입니다내구재 내에는 다양한 품목이 있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품목은 자동차입니다차트에서 확인 가능하듯 작년 10월부터 확대된 판매 증가세가 올 6월까지 유지되었는데 아시다시피 개소세 인하로 인한 부스팅이었습니다개소세 인하가 종료된 지금은 이제 단순 기저효과의 영역이라고 봐도 무방하고그 말은 결국 올 10~12월 내구재판매는 크게 망가질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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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약 23%의 비중을 차지하는 준내구재입니다준내구재의 대표 품목은 의류입니다준내구재의 증가율의 중기 방향성은 플랫한 편이라서 역시 기저효과 영향력이 큽니다작년 메르스로 망가졌던 준내구재판매 증가율이 9월까지 낮게 유지되었었고이것이 올해 6~9월 준내구재 판매 증가율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작년 추이를 통해 대략 짐작해보면 앞으로 10, 11월은 지표가 깨질 것이고 12월에는 조금 반등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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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52%라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내구재입니다비내구재의 대표 품목은 음식료입니다전체 소매판매에서 먹고 마시는 비중이 제일 큽니다이 역시 준내구재와 마찬가지로 작년 메르스 시기에 판매율이 둔화되었던 것에 따른 부스팅 효과를 누렸습니다올해 남은 10, 11, 12월은 9월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김영란법 효과와 정치적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기울기는 완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내년 소매판매를 예상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수치가 정확하긴 어려워도 대략적으로나마 지표 흐름을 예상해 두면 실제 지표를 확인할 때 꽤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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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올 해 남은 기간에는 소비가 대체로 부진하다가 내년 1~2분기에 잠시 반등하고, 3분기 조정을 거쳐 4분기에 재반등하는 모양새가 그려지네요

2016년 11월 30일 수요일

11월 금통위 의사록

11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되었다. 늘 그렇듯 의원별 매칭은 임의로.

위원1과 위원6은 성장 둔화 가능성이 뚜렷해지면 추가 인하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고, 위원3은 성장이 아무리 둔화되어도 동결을 고집할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위원들의 스탠스는 명확하지는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자면,

1) 문장의 패턴이나 구조개혁 언급 등으로 미루어 볼 땐 위원2가 장병화 부총재일 확률이 꽤 높아 보이는데, 장병화 부총재인 것 치고는 경기에 대한 하방리스크를 꽤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긴 내가 계산해도 4분기 성장률이 QoQ기준 -0.2%정도가 뜨는데, 한은이라면 당연히 인지하고 있을 듯. 나는 내년 성장률도 2% 미만으로 보는 것이 문제지만.

2) 한은이 성장률 둔화 리스크가 높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더라도 근시일 내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가계부채, 미국의 인상, 잠재성장률 하락,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등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동결의 근거로 들고 나올 단골 재료들이 산더미다. 성장률 둔화가 확실해질 때 쯤 인하 소수의견 정도나 기대해 볼 수 있을 듯한데, 그런 기대가 뚜렷해지기 전부터 시장은 프라이싱을 시작할 것이다.

3) 한국은행은 건설투자의 둔화를 설비투자와 수출의 반등이 상쇄해 줄 것이라는 기대로 내년 성장률을 2.8%로 잡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8%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주 낮고 결국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치는 또 다시 낮아질 것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한은이 기대하는 지표 흐름이 잠시 관찰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

4) 예전에도 의사록에 왕왕 등장한 적이 있지만, 역시 금통위원들은 직전월 생산, 소비 모니터링 지표를 미리 가지고 회의를 들어가는구나.


아래는 의사록 정리 내용.



위원 1  – 함준호
전반적으로 내수의 개선흐름이 미약. 저유가 영향 약화로 물가오름세는 확대될 . 대내외 여건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점증.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이 문제인데, 내년 성장률 전망(2.8%) 대외여건 호조를 전제로 이라서 면밀한 모니터링 필요. 대내적으로는 소비와 설비투자의 감소가 우려됨.

리스크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으므로 향후 경제상황이 전망보다 악화될 경우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필요 있음. 현재 통화정책 수행의 고려요인은 가계부채와 미국 금리인상인데 이를 지켜보자. 동결.


위원 2  –  장병화 (or 고승범 or 신인석)
제조업 생산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도 둔화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전반적으로 약화. 4분기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며 향후 성장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은 확대. 물가는 10 전망경로에 부합 중이지만 유가와 환율 변동 등의 불확실성은 잔존해 있고, 수요측면의 물가압력도 충분히 견조하지 못한 상황. 다만 글로벌 기대인플레가 반등하는 것을 보니 디플레 우려는 약화되고 있는 . 재고조정, 가동률 하락, 투자 부진으로 제조업 유휴생산력은 개선되지 못하는 .

가계대출과 주택경기 상관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가계의 신용순환이 정점을 지나 하락 전환될 가능성이 점증.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과정을 신중히 점검하면서,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복원력을 높이는 한편, 과도한 비관론이 자기실현적 기대로 성장률을 훼손하지 않도록 심리 안정에도 힘쓰자. 동결.


위원 3  – 이일형
외생변수들의 불확실성은 증대되었지만 물가는 기존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 동결. 다음은 동결의 가지 이유,

재정정책은 경기를 부양해주지만 고령화를 대비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보장해야 하고, 통화완화는 실물경제 활성화 효과보다는 금융안정 저해 부작용이 뚜렷함. 창업 기업 활성화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겟된 거시건전성 정책을 고려하자.
(통화정책이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크다고 믿는다면 금통위원직을 그만 두면 된다. 차라리 하이퍼인플레가 우려되니 금리를 내리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자리에 어울리는 행동. ‘금융중개지원대출 비슷한 신산업창원지원대출따위를 조만간 제안하시지 않을까 생각.)

대외 변수가 불확실하다. 선진국들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많이 소진했기에 통화정책에 의지해 오는 . 그러나 채권매입이 한계에 도달했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금리추세를 전환시켜 자금흐름이 변화할 리스크가 존재.
(통화정책 소진 재정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선진국들의 상황인데 뭔가 파악하고 계신 . 일부 국가들에서 채권매입 한계설이 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QE 커녕 금리도 내리고 있는 나라의 중앙은행이 그런 나라들을 예로 들며 동결을 주장하는 것은 넌센스.)

비전통적 수단을 도입했음에도 실물경제 부양이 되지 않은 이유는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의존했기 때문. 구조적인 성장률 하락을 수요부족으로 인식해 금리를 펀더멘털보다 낮춘 부작용 있다고 판단됨.
(성장률이 구조적인 이유로 하락하면 GDP마이너스갭이 확대된 것은 아니니 금리를 낮추면 된다는 잘못된 주장의 반복.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하락하면 금리도 구조적으로 낮아져야 뿐이다.)


위원 4  –  고승범 or 신인석
9 내수지표와 10 수출은 부진했지만 일시적이고 불규칙한 요인에 기인했고, 10 내수가 반등한 것으로 모니터링된다는 점에서 완만한 성장흐름은 이어지고 있는 . 대선 등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자. 동결.


위원 5  –  고승범 or 신인석
수출부진을 건설 호황으로 완충하며 미약한 성장세 유지 . 기조적인 물가상승률도 여전히 1% 중반에 머물러 있지만 추가 하락 압력은 조금씩 완화. 그러나 김영란법이 소비 둔화로 연결될 우려,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들의 효과, 대내외 정치적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 요인들이 산재.

따라서 위와 같은 불확실성들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주택시장 과열 확산 가능성을 억제하는 정책들의 중요성을 인식하자. 통화정책에 비해 민간 금융불균형 누적이라는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재정정책과의 조화도 적극적으로 모색하자. 동결.


위원 6  –  조동철
4 전산업생산의 부진은 5월에 바로 회복되었지만, 9 부진 이후의 10월의 반등폭은 모니터링 지표로 미루어 미약한 . 소매판매도 9 부진에 비하면 10 반등폭이 낮다. 수출은 하락폭은 줄었지만 마이너스. 건설투자는 10 신규주택물량이 높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성장률을 지탱하는 .

최근의 성장세 약화는 10 전망 어느 정도 감안하긴 했지만, 지표 추이를 보니 4분기 성장률이 전망을 밑돌 가능성이 높아 보임. 물론 갤럭시 판매중단과 자동차 파업 등의 교란요인은 유의해야 . 내년은 건설은 둔화되는 반면 수출과 투자의 반등을 기대 인데, 예상 외의 대선 결과로 미래를 가늠해 보기가 어려운 상황. 물가는 상대적으로 전망에 부합되는 편이며 내년 상반기 목표치인 2%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는 10 증가세도 가파른데,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크게 상승시킬 정도는 아니나 가계소비 정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지 않은 . 당분간 주택시장 추이를 지켜보자.

종합하면, 물가는 괜찮지만 성장 불확실성은 높아졌고 가계부채 증가율은 여전히 부담인 상황. 교란 요인이 많아 지금 예단하기는 어려우므로 일단 지켜보자. 동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