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7일 목요일

엔화에 대한 생각

아베노믹스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던 중 쿼츠의 도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부동산을 제외한 가계 금융 구조를 나타낸 듯 한데, 도표에 따르면 일본 가계 금융 중 주식투자 비율은 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출처 : 쿼츠)


일본 가계는 엔약세로 야기된 작년의 닛케이 폭등을 누리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주식 외 기타 부문은 아베노믹스의 수혜를 받기 힘든 자산군이다. 결국 소득 증가를 통해 막대그래프 자체를 확장시키는 방법밖에 없는데, 현재까지 보도된 일본 기업들의 임금인상률은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때문에 나는 3월 BOJ서 추가 QE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금 추가 QE를 해 봐야 아베 입장에서는 실익이 없고, 공연히 지지기반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추가QE라는 소중한 카드를 이제 좀 더 신중하게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연내 추가 QE는 중국 둔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중국성장이 둔화되면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엔저를 용인할 필요가 없어진다. 미국은 위협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적당히 빠른 속도로 중국이 성장하기를 원한다. 여러모로 중국이 글로벌 시장의 Key를 쥐고 있는 느낌.

2014년 2월 23일 일요일

운동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했던 나는 원래 운동을 즐기지 않았었다. 어릴적 쇼트트랙을 했었지만 아이스링크에 자주 가는 것은 쉽지 않았고, 볼 감각이 없다보니 농구나 축구와도 거리가 멀었다. 늘 마른 편이었기 때문에 다이어트 목적으로 운동을 시도했던 적 조차 없다.

그랬던 내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곳이 바로 군대다. 체력이 지나치게 좋은 흑인 중대장 때문에 매일 아침 엄청난 강도로 운동을 해야만 했다. 특히 달리기를 좋아했던 그 중대장은, 보다 멀리 그리고 오래 달리기 위해 새벽 집합 시간을 1시간 앞당긴 적이 있을 정도로 비상식적이었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그 때만큼은 흑인들의 무한체력을 진심으로 증오했다.

그 생활을 1년 가까이 하다보니 몸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40개 남짓 하던 푸시업을 70개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고, 1시간을 달리고 나도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키워 놓은 체력이 아깝다는 생각에 전역 후 헬스를 시작했는데, 매주 최소 3번 이상 운동을 한 지 벌써 4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지금은 체력이라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체력증진 외에도 운동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다양하다. 몸에 근육이 잡히면 걸음걸이가 바뀌고 태도가 당당해진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바뀌는 경우도 있다. 깨어 있는 시간동안 보다 밀도 높은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경우 운동(헬스)을 하며 그 날 있었던 복잡한 문제나 앞으로의 일들을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운동 직후 포지션을 잡았던 적이 몇 번 있는데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었다.

헬스 하나만 4년을 하며 깨달은 점도 많은데, 여러 측면에서 투자나 삶 전반과 맞닿아있다.

1) 타고난 재능이나 운은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체격이 좋은 사람들은 나보다 경력이 짧아도 월등히 무거운 중량을 드는데, 그것을 보고 조바심을 가지면 반드시 다친다.

2) 전력을 다해도 될까말까이다. TV나 잡지에 등장하는 근육질의 체형은 이를 악물고 죽을 각오를 해야 얻을 수 있다. 근육이 너무 커지면 태가 안날까봐 운동을 안한다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할 필요가 없다.

3) 초반의 강제성은 필수적이다. 그 중대장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까지도 운동과 담을 쌓고 있었을 것이다. 흥미를 느끼기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걸린다. 나는 그 시간의 최대를 1년 정도로 본다.

4) 이뤄온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꾸준함을 유지시켜 준다. 다만 이 부분만큼은 투자에서 독이되는 경우도 많다.

5) 일상 생활 자체에 녹아들어야 한다. 체력관리는 운동, 식습관, 휴식이라는 세 요소를 동시에 챙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즉, 운동을 하는 순간 외에도 깨어있는 모든 시간, 그리고 심지어 잠들 때까지 늘 신경써야 함을 의미한다.

나는 앞으로도 최소 일주일에 3시간은 운동을 할 생각인데, 그토록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히 어림잡아도 return이 100%를 훌쩍 뛰어넘기 때문.

2014년 2월 16일 일요일

법정 경험

작년 가을 어느날, 회사 동료들과 점심식사 후 산책하던 중 길 건너편 두 남자의 몸싸움을 목격한 적이 있다. 말려보려는 생각 보다는 호기심이 앞서 구경을 하려는 찰나, 몸싸움 중이던 남자 중 한 명이 상대를 가드레일 넘어 차도로 밀어내려 하길래 이건 아니다 싶어 동료들과 만류에 나섰다.

다가가 보니 한 명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 가해 중인 남자는 한 눈에 보아도 정상이 아니었다. 여차저차 하여 경찰에 신고해 상황을 종료시켰고, 경찰은 최초신고자 정보가 필요하다며 나와 동료들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그런데 6개월 뒤인 지난주 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 중이니 증인으로 참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해 달라는 요구였다. 사실 맞고 있던 남자로부터 감사하다는 전화 한 통 없어 괘씸해하던 터라 출석요구에 응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형사재판 증인 불출석시에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된 사실이다. 나름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과태료 문구를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결국 약간 이른 시간에 퇴근하여 법원으로 향했다. 법정에 처음 가보며 놀란게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생각보다 증인 보호가 철저하지 않다는 점. 법정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당시 가해자를 맞딱뜨렸을 뿐만 아니라(다행히도 그 사람은 날 기억하지 못했다), 증인은 가해자가 있는 앞에서 실명을 외치며 선서까지 해야한다.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은 폭행 사건이었고, 가해자가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여 안심이 되었지만, 나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시스템 하에서 증인이 되고 싶지 않다.

두 번째 놀란 점은 법조인들의 언어 구사력.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법정의 무게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판검사, 변호사들의 언어는 힘이 있으면서도 깔끔하여 금융계 달변가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법정에 있는 시간 내내 그들의 언어 스킬을 배워보려 애썼다.

나는 당시 상황을 짧게 증언한 뒤 약 20분동안 질의응답을 받았다. 나름 심각한 분위기에서 질의응답을 받다 보니, 며칠전 Yellen신임 의장의 증언이 자꾸 떠올랐다. 물론 나는 Tapering이 아닌 가격 신체 부위를 질문 받았고, Yellen처럼 또렷하고 온화하게 답하지도 않았다.

답변을 마치면 증인은 먼저 법정을 나와 귀가하도록 되어있다. 여비로 약 5만원을 받았다. 지하철로 귀가하며 내 증언이 어땠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긴장을 조금 했지만, 법정이라는 장소의 분위기 덕에 차분히 할 말은 다 했다. 만약 다음에 또 증언할 기회가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Yellen도 첫 증언 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다음주 있을 그녀의 두 번째 증언과 첫 증언을 반드시 비교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2014년 2월 9일 일요일

정보매체의 변화

2010년 처음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트위터를 시작했었다. 당시 블로거들이 대거 트위터로 이동해 어쩔 수 없이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내가 멘션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읽고 싶은 글을 쓰는 유저들을 하나씩 follow해나갔다.

지금 내가 팔로잉하는 유저의 수는 172명. 타임라인의 모든 멘션을 읽으려 최대한 팔로잉 수를 자제했다. 재밌는 점은 트위터를 하면서 국내 뉴스어플은 일절 사용치 않게 되었다는 것. 트위터 타임라인에 이미 FT, BI, 블룸버그, WSJ등이 포함되어 있고, 볼만한 국내기사가 나오면 리트윗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저들의 개인 멘션까지 더하면 그것만으로도 업데이트가 벅차다.

트위터는 140자의 제한이 있지만 많은 멘션에 장문의, 그것도 양질의 글이 링크되어 있으며, 필력이 좋은 사람들은 140자 안에 엄청난 통찰력을 담아낸다. 따라서 트위터를 단순히 `140자의 잡담공간'으로 치부하는 것은 오류다. 팔로잉하는 사람의 선별력에 따라 트위터는 최강의 정보매체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 결제시스템이 편하고, 액수가 합리적이라면 나는 트위터를 유료로 사용할 용의도 있다.

트위터 외에 작년부터 관심을 가지는 매체는 쿼츠(qz.com). 직관적인 인포그래픽과 기사를 제공하는 정보매체다. 직장생활을 하며 시간의 효율성이 중요해졌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업데이트 하기에는 표나 그래프가 최고다. 현재 쿼츠, BI, WSJ Infographics를 돌려보는데 앞으로 비슷한 소스를 더 확장해 나갈 예정.

증권사 등에서 제공하는 데일리 자료도 큰 도움이 되지만, 원자료를 타임시리즈로 확인 가능한 Infographic을 이기기는 어렵다. 작년 '생각해볼 만한 차트' 시리즈가 흥행한 것도 같은 맥락. 시장에 대한 뷰보다 의미있는 그래프 한장에서 영감을 받을 확률이 훨씬 높다.

빅데이터라는 화두도 결국은 데이터의 분석/출력 플랫폼이 메인이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내가 국내 종이신문의 경영자라면 FT를 따라 웹을 유료화하기 보다는 차별화된 infographic 역량 업그레이드에 주력할 것이다. 지금 국내 신문들이 인포그래픽이라며 내놓는 것들은 글씨를 사진으로 붙여넣은 것에 불과하다.

아직도 한글로 찾을 수 있는 고급정보는 제한적이며, 업데이트할 데이터는 점점 많아진다. 팀 워크로 데이터 업데이트를 분담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하는 팀워크의 진가는 '정보는 각자 업데이트된 상황에서의 의견 개진'에서 발휘된다. 즉, 업데이트는 각자 하는 것이 맞고, 제한된 시간에 시장 업데이트를 하려면 매크로 변수를 그래프로 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