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3일 일요일

운동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했던 나는 원래 운동을 즐기지 않았었다. 어릴적 쇼트트랙을 했었지만 아이스링크에 자주 가는 것은 쉽지 않았고, 볼 감각이 없다보니 농구나 축구와도 거리가 멀었다. 늘 마른 편이었기 때문에 다이어트 목적으로 운동을 시도했던 적 조차 없다.

그랬던 내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곳이 바로 군대다. 체력이 지나치게 좋은 흑인 중대장 때문에 매일 아침 엄청난 강도로 운동을 해야만 했다. 특히 달리기를 좋아했던 그 중대장은, 보다 멀리 그리고 오래 달리기 위해 새벽 집합 시간을 1시간 앞당긴 적이 있을 정도로 비상식적이었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그 때만큼은 흑인들의 무한체력을 진심으로 증오했다.

그 생활을 1년 가까이 하다보니 몸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40개 남짓 하던 푸시업을 70개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고, 1시간을 달리고 나도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키워 놓은 체력이 아깝다는 생각에 전역 후 헬스를 시작했는데, 매주 최소 3번 이상 운동을 한 지 벌써 4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지금은 체력이라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체력증진 외에도 운동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다양하다. 몸에 근육이 잡히면 걸음걸이가 바뀌고 태도가 당당해진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바뀌는 경우도 있다. 깨어 있는 시간동안 보다 밀도 높은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경우 운동(헬스)을 하며 그 날 있었던 복잡한 문제나 앞으로의 일들을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운동 직후 포지션을 잡았던 적이 몇 번 있는데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었다.

헬스 하나만 4년을 하며 깨달은 점도 많은데, 여러 측면에서 투자나 삶 전반과 맞닿아있다.

1) 타고난 재능이나 운은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체격이 좋은 사람들은 나보다 경력이 짧아도 월등히 무거운 중량을 드는데, 그것을 보고 조바심을 가지면 반드시 다친다.

2) 전력을 다해도 될까말까이다. TV나 잡지에 등장하는 근육질의 체형은 이를 악물고 죽을 각오를 해야 얻을 수 있다. 근육이 너무 커지면 태가 안날까봐 운동을 안한다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할 필요가 없다.

3) 초반의 강제성은 필수적이다. 그 중대장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까지도 운동과 담을 쌓고 있었을 것이다. 흥미를 느끼기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걸린다. 나는 그 시간의 최대를 1년 정도로 본다.

4) 이뤄온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꾸준함을 유지시켜 준다. 다만 이 부분만큼은 투자에서 독이되는 경우도 많다.

5) 일상 생활 자체에 녹아들어야 한다. 체력관리는 운동, 식습관, 휴식이라는 세 요소를 동시에 챙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즉, 운동을 하는 순간 외에도 깨어있는 모든 시간, 그리고 심지어 잠들 때까지 늘 신경써야 함을 의미한다.

나는 앞으로도 최소 일주일에 3시간은 운동을 할 생각인데, 그토록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히 어림잡아도 return이 100%를 훌쩍 뛰어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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