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9일 월요일

환율의 미래와 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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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미래를 읽었다. 전작인 원화의 미래처럼 친절한 글들로 채워져 있는 좋은 책이다. 유로의 한계, 원과 위안회의 약세 전망, 한국 경기의 하방 리스크 등 저자의 뷰도 책 전반에 매우 온건하게 녹아 있다.

다만, 극단적인 전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문장은 오독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예로 든 '한국에 10년 내 외환위기가 온다'는 주장은 무의미한 것이 맞다. 그러나 그 주장이 무의미한 이유는 주장이 극단적이어서가 아니라 주장의 근거들이 빈약해서이다. 만약 결론에 도달하는 로직이 정교하다면 결론이 극단적인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투자는 충분한 사유를 바탕으로 한 '극단적인 결론'을 찾는 게임에 가깝다. 경기 침체에 따른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버블 붕괴, 2배 오르는 주식은 모두 일상적이지 않은 극단적인 면을 지니고 있지만 트레이더나 투자자는 그런 기회를 얻기 위해 리서치한다.

근거가 없는 극단적인 뷰는 무식이 곧바로 탄로나기에 차라리 덜 해롭다. 오히려 투자자에게 가장 해로운 것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안일한 뷰다. 뷰를 그렇게 가져가면 나는 늘 맞는 것 같지만 포지션을 취할 수는 없고, 포지션을 취하더라도 손절의 원칙을 정할 수 없다. 영원한 관전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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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있었던 인사이동으로 팀에서의 롤이 바뀌어서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대충 익숙해지고 있다. 3월부터는 다시 리서치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듯. 작년에는 답답한 생각을 들어야만 하는 스트레스를 공부하는 원동력으로 치환시켰다. 말이 안되는 소리를 들으면 밤에 잠을 못자다가 택시 타고 회사에 가서 글을 마구 쓴적도 많다. 1월 인사이동 이후 그런 스트레스는 급감한 반면 삶의 템포도 낮아진 것이 아닌지 걱정을 했는데, 대신에 지금은 나보다 더 좋은 생각을 듣는 것에서 공부의 원동력을 얻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 환경이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추세를 유지시키는 것에 나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6년 2월 22일 월요일

China's capital outflow may trigger housing market collapse

The market participants are at odds over the Chinese reserves as a depreciation of the RMB raises concerns about further capital outflow. While several hedge funds have a strong conviction that there is a limit to control capital outflow through the reserves, most Chinese regulators, including the PBOC, argue that China has more than enough reserves to defend their attacks.

Setting aside arguments regarding the minimum required level of the Chinese reserves, the China's capital outflow is no longer just a woe but a phenomenon. The Chinese reserves had decreased by 483bn last year from its peak, and it is still declining this year as the January reserves were recorded at 3231bn(-99bn MoM).

Objectively, it seems too early to expect the Chinese reserves will completely run out in the near future. However, considering a connection between a capital flow and a house price, the accelerated capital outflows in China may cause its housing market bubble to crash.

Ben Bernanke, a former Fed's president, is probably the most famous economist who have pointed out that capital flows can help to explain asset price fluctuation. On 3 Jan 2010, at the Annual Meeting of the American Economic Association, he illustrated the relationship between capital flows and house prices on the last page of his presentation.



If we agree with this concept known as a part of 'savings glut', the Chinese housing market is likely to be vulnerable to capital outflows because it has experienced a large capital inflow since 2008. A chart below shows the historical trends of capital flows and house prices in China.
(source : bloomberg)

Not surprisingly, the increase of the Chinese FX reserves was mostly driven by Fed's QE, and it was also correlated with the house prices fluctuation. However, there were some divergences between capital flows and house prices in 2011 and 2015 due to the PBOC's  policy rate change. In the beginning of 2011, regardless of capital inflows caused by QE2, Chinese house price was stable since the PBOC raised its lending rates continuously. By contrast, the Chinese housing market was supported by PBOC's rate cut last year, even though there was a large capital outflow during the same period.

So, what the PBOC has to do is quite clear. It needs to cut its policy rates more not only for supporting economic recession but also for preventing balance sheet recession. If it doesn't, given the current situation that capital outflows has been accelerated, the Chinese housing market is highly likely to collapse in the near future, consequently.

2016년 2월 15일 월요일

1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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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명절 연휴에는 버냉키의 행동하는 용기를 다 읽었다. 군대에서 스노볼을 읽었을 때만큼이나 강한 여운이 남는다. 요즘엔 포스트잇 대신에 그냥 책 귀퉁이를 접어가며 읽는데 다 읽고보니 책의 절반 이상이 접혀있다. 금통위를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책에 등장하는 연준의원들의 QE2 반대와 그에 대한 버냉키의 기술들이 문득 떠올랐다.

QE2 시행 결정후 연준 이사였던 케빈워시는 통화정책만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조세 및 규제개혁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WSJ에 게재한다. 버냉키는 워싱턴의 다른 정책입안자들이 경제성장을 위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케빈의 주장에 동의한다. 재정정책은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할 수 없었고, 현실적으로는 연준이 활용 가능한 유일한 정부기관이었다. 연준의 수단이 불완전하더라도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연준의 책임이라고 버냉키는 생각했다. (행동하는 용기, 벤 버냉키, 580p)

'한은이 읽을 필요가 있다. 16년 2월.' 이라고 나는 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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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인하 소수의견과 자신감이 결여된 기자회견 정도의 조합일 가능성이 꽤 높고, 만장일치 동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금통위는 포지션 없이 맞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플래트너는 대략 10bp 정도 수익인 셈이데 커브도 중립으로 두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호키시한 금통위로 3년물 금리가 1.53% 근처까지 온다면 좋은 매수기회가 될 듯. 실제 인하 여부와 관계 없이 인하해야만 하는 분위기는 적어도 3~4월까지 고조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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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 전망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니 하는 것이지만, 그 외 타 시장에서 딱히 예리한 전략이 지금 보이지는 않는다. BOJ 서프라이즈에 놀라 JPY/KRW long 뷰를 너무 빨리 접은 격이 되어버렸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나는 그렇게 선택했을 듯 싶다. 지난 금요일 '전망과 전략은 다르다. 전략은 어떻게되든 좋은걸 찾는 것이다.'는 말을 wclee님이 했는데 200%공감했다. 개인적으로는 '필연을 찾아 거래하는 것' 이라고 즐겨 표현한다. 지금은 그런게 없다. 연준의 재인하 전까지 KRW short을 보는 것 정도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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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기준금리는 아직까지 은행들의 초과지준에 대한 패널티식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장기금리까지 마이너스 영역에 들어서면 은행은 어떻게 될까? 은행은 대체로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서 장기로 운용한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예금을 통한 조달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수 없어 0이 하한인데, 장기물 금리가 마이너스니 대출 금리도 0근처까지 내려오는 것. 은행이 이러한 마진 스퀴즈를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방법은, 1) 대출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2)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하는 것일텐데, 그런 지경에까지 도달한다면 결국 후자의 형태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다면 개인들의 은행 예금 금리가 마이너스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현금 인출 시도가 줄을 이을 것이고 이러한 사태 방지를 위해 작년 BOE에서 논의되었다고 전해지는 것이 전자화폐다. 하지만 전자화폐를 도입하더라도 예금의 축소를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고, 은행은 CD나 은행채 형태의 자금조달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 내몰린 은행의 채권 수요가 낮을 것이라는 점인데, 결국 이 수요는 중앙은행이 대신 채워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즉, 본격적인 마이너스 금리의 세계로 가길 원한다면 중앙은행은 은행채, CD, 그리고 MMF해지에서 유발되는 CP까지도 매입해야 한다. 매입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은행과 기업으로의 자금지원이 이루어지게 된다. 확실히 기술적으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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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드라흐가 1월에 골드 long을 주장했을 때 별로 동의하지 않았었다. 이유는 1)금융시장이 불안해져도 미국의 경기의 상대적 호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2)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으며 당분간 크게 올라올 기미도 보이지 않기 때문. 그러나 강화된 안전자산선호 심리는 결국 금값의 상승을 야기했고, 이제는 네거티브 금리 시대에 마지막 남은 안전자산이라는 설명까지 붙는다.

군드라흐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감 저하가 금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버냉키에 따르면 연준에 대한 신뢰감이 무너졌던 시기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있었던 1970년대다. 오일쇼크 시기의 낮은 성장률, 높은 인플레이션 하에서 연준은 통화긴축으로 대응했었고 그것은 연준의 판단 착오였다.

당시의 금 가격을 찾아봤더니 상승세가 꽤 가파르다. 오일쇼크가 있던 1973년말부터 1년 동안 금은 100에서 200불 근처까지 폭등했다. 문제는 당시 금값을 밀어 올렸던 것이 1)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저하인지, 2) 단순히 높았던 인플레이션 때문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 조금 더 생각하고 찾아봐야할 문제.

금에 대한 펀더멘털한 공부가 더 필요하지만, 어찌됐건 현재 안전자산선호 심리가 만연할 때 골드의 매력도가 높아지는 것 자체는 팩트다. 다만 나는 그것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 저하보다는 1) 미국채 10년 금리가 이미 너무 랠리했고, 2) 엔을 일방적으로 long하기엔 BOJ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안전자산 섹터 내에서 금의 상대적인 메리트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아직까지 판단 중이다. 바꿔 말하면 미국채와 엔의 가격적인 부담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안전자산선호 국면에서 금을 트레이딩 대상으로 삼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닐 듯.

2016년 2월 13일 토요일

1월 광공업생산 예상

1월 광공업생산은 -3.48%YoY, +0.13%MoM을 예상. 12월 광공업생산은 내 예상치(-1.17%YoY)를 하회했었는데, 수출 데이터 기반으로 추정한 예상치를 하회했다는 것은 그만큼 수출의 감소보다 생산의 위축이 더 가파르게 진행되었다는 뜻이 된다. 실제도 출하의 증대가 아닌 생산의 위축이 재고/출하 비율의 하락을 이끄는 중. 때문에 이번에도 예상치를 상회할 리스크보다는 하회할 리스크가 더 높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1월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정말로 처참하다. 철강(-19.9%YoY), 반도체(-13.7%YoY), 가전(-29.2%YoY), 일반기계(-15.2%YoY), 무선통신(-7.3%YoY)등 유가하락과 동떨어진 품목들까지 전부 큰 감소폭을 보였다. 자동차 수출은 -21.5%YoY를 기록했는데, 자동차산업동향의 판매대수 기준 생산은 -7.6%YoY로 그나마 덜 감소. 현기차의 근무시간 축소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출과 내수판매 둔화에 생산 감소로 대응한 영향이 더 크다. 특히 개소세 인하 종료 계획으로 내수판매는 소비 절벽의 모습을 보였는데, 개소세 인하 기간은 연장되었지만 작년말처럼 강력한 자동차 내수판매의 반등을 올해에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

결국 1월 생산은 물론 그 이후에도 생산지표는 둔화일로일 듯. 당분간 국내 경제지표가 채권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출처 : 산통부)

2016년 2월 10일 수요일

당황스러운 주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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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주변국의 완화정책과 중국 리스크 확대로 국내 채권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원화가 절하되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몇몇 보았다. 황당한 마음에 짧은 글을 썼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과 다름 없다.

옆집에 큰 불이 나서 내 집으로도 불이 옮겨붙고 있다. 집에는 소화기가 여섯대나 있지만 나는 쓰지 않고 기다린다. 옆집에서 소방서에 전화를 했을테니 소방관들이 도착해 화재를 진압해줄 것인데 내가 왜 소화기를 쓰나. 괜히 소화기를 썼다가 분사물로 거실이 엉망이 될까봐 우려스럽다. 게다가 지금 소화기를 써버리면 불길이 더 커졌을 때엔 어떻게 대응한단 말인가? 그리고 소화기를 다 쓴다고 해서 불을 끌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불이란 본질적으로 탈 것이 사라지면 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소화기로 불을 끄는 것보다는 내 집이 전소되어 탈 것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다. 가만히 기다려서 집이 전소되면 불이 알아서 꺼질텐데 내가 지금 소화기로 불을 꺼야하는 이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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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상승해야 산유국 경제 여건이 개선되어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도 작년부터 심심치 않게 들었다. 역시나 틀린 주장. 지금 유가가 낮은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공급 이슈로 유가가 튀면 그건 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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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이 많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물량 기준의 수출은 견조한 편이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주장도 있다. 물량이 견조한데 수출액이 급감한다는 것은 수출 단가가 폭락 중이란 뜻이고, 이는 수출업체의 매출이 역성장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것을 디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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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수출이 줄어들면 수입도 같이 줄어들테니 순수출은 유지가 될 것이고, 따라서 gdp 측면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무슨 황당한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런식으로 수입이 줄어들면 소비와 투자도 급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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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점은 위의 틀린 주장 중 하나를 주장하는 사람은 대개 나머지 틀린 주장에도 동의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그것이 지성의 문제인지 특정한 사고회로의 문제인지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지성의 문제에 더 가까운 듯하다. 만약 나의 지성이 부족하다면 최소한 타인의 지성에 귀기울일 줄은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2016년 2월 8일 월요일

what the market says (12) - 1월 비농업고용

구정 연휴 시작 직전인 지난 금요일 밤에는 미국의 비농업 고용 발표가 있었다. 예상치인 190K보다 부진한 151K였고, 노동시장참여율의 반등으로 실업률은 4.9%로 내려왔지만 U6실업률은 전월과 동일한 9.9%를 기록. 세부항목을 보면 날씨 탓에 숫자가 부진했던 것은 아닌 듯하다. 다만, 뜬금없이 견조한 제조업 고용(+29K)은 현재 제조업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조만간 다시 망가질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임금은 +0.5%MoM으로 예상치인 0.3%MoM을 상회했다.

고용지표에 대한 반응은 시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났다. 미국채는 발표 직후엔 전구간 약세를 보였지만 장중 약세폭을 전부 회복했고, 지난 몇일간 조정을 받던 USD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특히 엔과 유로보단 호주달러와 같은 아시아통화에 대한 강세가 뚜렷했다. 가장 반응이 격렬했던 것은 주식으로 S&P는 -1.85%, 나스닥은 -3.25%폭락.

논팜 발표와 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보고 드는 생각은,


1) 연준의 3월 인상이 어렵다는 점을 채권시장에는 이미 1월 초부터 프라이싱하기 시작했었고, 지난주부터는 더들리와 피셔의 일보 후퇴한 발언들로 FX시장에도 인상 연기 가능성이 반영되고 있었다. 그렇게 인상 지연 가능성이 시장에 만연함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별다른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약세장이라는 뜻이었고 결국 고용지표 발표에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즉, 이번 고용지표가 호조였다면 연준의 인상에 대한 우려로 주식은 하락했을 것이고, 고용지표가 부진했다면 경기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연준의 인상 연기 기대감을 압도하며 주식은 역시 하락했을 것이다. 금번 비농업 고용은 두 케이스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스킴인데도 불구하고 미리 인지하고 미국주식 숏 포지션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울 뿐. 생각을 부지런하게 하지 못한 결과.


2) USD의 단기 향방은 고용지표보다는 수요일 옐런의장의 증언에 달려있는 듯. 증언 전까지 USD가 다시 약세로 간다면 옐런의장의 증언은 hawkish하게 받아들여질 듯 하고, USD가 미리 강세로 많이 가 놓는다면 증언은 dovish하게 받아들여질 듯. 한마디로 증언은 중립적일 듯하고, 발언 직전의 환 레벨이 더 중요해 보인다.


3) 미국채는 레벨로 봤을 땐 3월 인상 가능성을 거의 10%초반 수준으로 낮게 프라이싱 중. 그러나 2-10년 커브는 상당히 플랫되어 있으며, 설령 3월에 인상이 단행되더라도 10년물 금리가 의미있게 뜰 가능성은 낮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


옐런의장의 증언을 재료로 하는 2번 컨셉의 USD 매매가 나빠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썩 내키지도 않는다. 회사에 구축한 한국물 커브 플랫은 최소 금통위 전까지는 유효하겠으나 그것도 운용사 롱온니 펀드 입장에서나 편할 것. (운용사 롱온니 펀드에서 플랫이란 결국 3년물 비중을 BM보다 낮게 하고 10년물 비중을 높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금 처럼 3년물이 1.50에 머물러있으면 플랫을 갈 때의 캐리 기회 손실이 0이 된다. 3년물 비우고 남게된 현금이 어차피 1.50초반의 하루짜리 콜이나 레포로 운용되기 때문. 즉, 플랫 포지션을 역캐리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명절 연휴 기간 동안의 미국시장 흐름과 춘절 이후 위안화의 방향까지는 일단 지켜보기로.

2016년 2월 4일 목요일

1998년 소로스의 홍콩 공격을 막아낸 것은 홍콩통화청이 아니다

연초부터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키워드는 단연 중국이다. 상해지수는 이제 하락하는 것이 당연한 지수가 되어버려서 2~3% 수준의 하락은 장 중에 이슈가 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위안화의 흐름은 여전히 위태롭기만하다. 오늘도 점심 먹고 돌아오니 다른 아시아 통화와 유로, 엔 등은 잠잠한데 달러원 환율만 급등하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아 찾아봤더니 역시나 CNH의 약세가 원인이었다. 그만큼 KRW를 CNH의 proxy로 삼아 short하는게 유행이란 뜻이다.

이러한 중국발 아수라장의 한복판에서 소로스를 위시한 유명 헤지펀드들의 위안화 short 포지션이 공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이슈로 다루는 기사들의 90%이상, 그리고 국내 증권사 보고서들의 100%는 헤지펀드들의 위안화 short 포지션 성공 가능성을 일축한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막대하므로 충분히 통화가치를 방어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논거다. 특히나 소로스의 1998년 홍콩 공격 실패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위안화가 제 2의 파운드화가 될리는 없다는 식의 주장이 지배적이다.

1998년 소로스의 홍콩 공격 실패 일화는 크루그먼의 '불황의 경제학'에도 등장한다. 크루그먼에 따르면, 당시 홍콩에서는 홍콩 주식을 공매도하고 받은 홍콩달러를 다시 미국 달러로 바꾸는 헤지펀드들의 거래가 유행했었다. 홍콩달러가 절하되면 홍콩달러 short에서 돈을 벌고, 만약 홍콩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려 통화를 방어하면 주가가 망가질테니 홍콩 주식 short에서 돈을 버는 구조. 그러나 홍콩 당국은 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달러를 가지고 있었고, 그 자금으로 홍콩 주식을 사들여서 공매도 세력에 맞서 싸워 이겼다. 홍콩 주식 공매도 포지션에서 손실이 커지기 시작한 헤지펀드들은 결국 포지션을 언와인딩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불황의 경제학, 161p~. 폴 크루그먼)

얼핏 보면 '소로스는 이번에도 중국 당국의 자금력에 패할 것이다' 는 주장에 설득이 될만한 사례이고, 악랄한 투기자본에 맞서 싸웠다는 점에서 정의로워 보이기까지 하니 인기도 제법 있을만한 설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도 버튼을 삭제하고 자금을 투입하는 중국당국의 조치에도 급락을 이어가는 상해지수를 보면서, 그리고 98년의 경제정황과 통화정책을 떠올리면서 강한 의문이 들었다. 과연 정말로 홍콩통화청의 엄청난 자금력이 1998년 소로스의 홍콩 공격을 막아냈던 것일까?


먼저, 당시의 홍콩 1Y IRS, 홍콩달러 1Y forward rate, 항셍지수로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자.
(source : bloomberg)

첨부된 그림을 보면 아시아 외환 위기로 인해 이미 97년부터 홍콩 IRS와  HKD forward rate, 항셍지수 모두 망가져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IRS는 10%를 넘나들었으며 HKD 1Y forward rate은 스팟픽싱인 7.75에서 에서 한참 벗어난 8위에서 거래되고 있었고 항셍지수도도 고점대비 거의 반토막이 나 있었다.

헤지펀드의 공격이 시작되었던 것은 대략 98년 여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음영 부분). 공격 초기에 헤지펀드들의 주식 short, HKD short 포지션은 매우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98년 8월 첫 2주 동안 항셍지수는 7936.2에서 최저 6660.42까지 -16%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HKD 1Y forward rate은 8.1에서 8.4근처까지 절하되었다.

그러나 98년 8월에 저점을 찍고 횡보하던 항셍지수는 10월들어 본격적 반등을 시작하고, 결국 10월의 최종 거래일에는 1만 포인트를 회복해서 마감한다. 8월 저점 대비로는 대략 25%의 상승폭. 이로인해 헤지펀드들의 포지션은 언와인딩되고 HK IRS와 HKD forward rate도 급격하게 안정되기 시작한다.

문제는 당시 항셍지수를 25% 상승시킨 것이 정말로 홍콩통화청의 자금력이 맞냐는 부분인데, 98년 9월이라는 시기의 글로벌 주식시장 환경을 생각해보면 그것이 홍콩통화청의 능력이었다는 주장에는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당시가 바로 IT버블에 따른 글로벌 주가 급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98년 8~10월의 글로벌 주가의 상승률을 나열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나스닥은 8월 저점인 1500포인트에서 10월말 1770까지 약 18%, S&P500은 8월 저점인 960에서 10월말 1100까지 약 15% 상승했다. 호주는 2500에서 2650까지 6%, 필리핀은 1100에서 1770까지 60%, 태국은 200에서 330까지 65%. 한국은? 300에서 400까지 약 30% 상승. 그 외 지역을 봐도 글로벌리 주가가 강세를 보이지 않았던 곳은 거의 없었다. 이와 같은 글로벌 증시 상승 국면에서 홍콩 증시의 상승만 홍콩통화청의 매수 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source : bloomberg)

게다가 당시의 홍콩의 외환보유고 감소액을 보면 과연 홍콩이 어마어마한 자금을 쏟아 부었던 것이 사실인지 자체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98년 8월 홍콩의 외환보유고 감소는 44억불, 9월은  37억불로 합쳐봐야 80억불 수준이다. 당시 홍콩의 총 외환보유액이 900억불이라는 점에서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당시 헤지펀드들의 포지션만 약 300억불이라는 보도 등에 미루어 볼 때 주가를 25% 상승시키기에 충분한 금액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IMF에 의하면 98년 홍콩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25억 불. 연간 경상수지 흑자 금액 전량을 8~9월에 추가로 투입했다고 가정해도 총 부양금액은 여전히 낮다. 결론적으로 98년 소로스의 포지션을 궁지로 몰아 넣었던 홍콩 증시의 상승은 홍콩통화청의 개입이 아닌 IT버블에 따른 글로벌 주식시장 상승세에 기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IT버블 외에 98년 여름 이후 홍콩의 금리와 통화를 안정시켰던 중요한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98년 10월에 단행된 연준의 금리 인하다.

(source : bloomberg)

미국 역시 98년 당시 경기 상황이 부정적였고, LTCM사태에 따른 영향력도 상당했었다. 이에 연준은 98년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5%에서 5.25%로 인하하고, 긴급 조치를 위해 정례 FOMC가 아니더라도 기준금리를 25bp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 권한을 그린스펀 의장에게 부여하는데, 그린스펀은 그 권한을 10월 15일에 바로 사용하여 기준금리를 25bp 추가 인하한다. 그리고 연준은 11월 FOMC에서도 추가 인하를 단행하여 기준금리는 4.75%를 기록하게 된다.

이러한 연준의 인하에 100포인트에 육박하던 달러인덱스는 90초반으로 주저앉는다. 미국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홍콩입장에서는 홍콩달러 약세 압력이 완화되고, 이에 당국의 자금시장 개입 필요성이 줄어들어 단기금리도 안정을 찾게 된다. 결국 홍콩이 페그제 유지와 경기부양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처해 있을 때,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홍콩 역시 자동으로 통화 완화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된 것.

정리해보면, 98년의 홍콩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1) 홍콩통화청의 98년 위기 대응능력은 과장되었다. 항셍지수는 IT버블에 편승해 급반등 했을 뿐이고, 홍콩의 외환시장과 이자율시장을 구출해 낸 것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였다. 소로스는 홍콩 당국에게 패했다기 보다는 연준에게 패했다.

2) 현재 중국 당국의 위안화 약세 대응 능력 역시 과장되었을 개연성이 있다. 지금의 중국은 소로스가 98년 홍콩을 공격했던 스킴에 정확히 부합한다. 중국은 선택해야 한다.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든지, 위안화 약세를 방어하려 위안화 유동성을 긴축키고 금리 상승을 야기해 경기를 더 망가뜨리든지.

3) 이번에도 소로스의 위안화 short 포지션의 가장 큰 리스크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될 것이다. 다만, 연준이 동결 기조를 이어갈 수는 있어도 재인하 결단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듯. 게다가 98년의 기준금리는 5%대였던 반면 지금은 다시 내릴 여력이 25bp밖에 없다. 여기서 완화로 가려면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거나 QE를 재개해야 한다. 연준에게도 쉬운 결정은 아닐 것.


결국 연준이 재인하로 돌아서는 것과 중국이 더 크게 망가지는 것 중 무엇이 빠를지가 문제. 그러나 중국 붕괴의 여파로 미국 경기가 추가로 훼손되지 않는 이상 연준이 재인하로 돌아설 유인을 먼저 갖게 될 수 있을까? 중국이 먼저 망가지게 되고 그 여파로 미국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 연준의 기준금리를 재인하하면서 양국의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는 그림이 아직까지는 가장 유력해 보인다. 어떤 시나리오로 가든 위안화 short, 그리고 위안화 short을 배경으로 하는 원화 short의 청산 포인트는 연준의 정책 선회 시점이 될 것.

2016년 2월 1일 월요일

what the market says (11) - 1월 BOJ

BOJ가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들고 나왔다. 초과지준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일 뿐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꽤 많은데, 의미있는 지적이지만 일단 시장의 반응은 그런 견해들의 톤보다는 훨씬 격렬했다. BOJ직전 118.5부근에 있던 달러엔은 발표 직후 121까지 치솟았다가 약 40분간 다시 119초반까지 하락한 뒤, 바로 121근처까지 재반등하여 결국 토요일 새벽 121위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BOJ발표 직후 엔화를 놓고 약세와 강세 베팅이 서로 강하게 치고 받았던 셈인데, 강세 베팅이 유발되었던 것은 보유국채 만기 연장 발표 후 오히려 엔화가 강세를 보였던 지난 12월 BOJ의 경험도 한 몫 했을 듯. 그러나 서프라이즈는 서프라이즈였고 엔화는 결국 약세로 갔다.




BOJ발표에 한국 채권시장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1.62%수준에서 거래되던 3년물이 단숨에 1.56%까지 하락하여 3년물이 1.60% 아래로 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는 내 직전 포스팅을 무색케 했다. 장 중에 엔화에 연동되어 동반 약세를 보이는 원화를 보고 뭔가 잘못 프라이싱되고 있는 듯 하다는 대화를 wclee님과 주고 받았는데 역시나 원화는 약세폭을 다 되돌린 뒤 되려 강세로 마감. 원화는 지금 엔의 약세가 유발하는 달러 강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통화는 아니다.

BOJ 서프라이즈에 대한 가격들의 반응으로 미루어 봤을때, 글로벌 시장 전반이 기대하는 바는 결국 '금융완화에 대한 기대감'. 이에 대한 내 생각들은 다음과 같다.


1. BOJ는 국채매입규모 확대가 불가능해서 할 수 없이 마이너스 금리를 택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QQE규모 확대는 왜 불가능했을까? Lombard를 위시한 몇몇 아베노믹스 실패론자들의 주장처럼 technical하게 국채를 더 매입할 수 없어서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 (2/1 1시 글 수정)

2. 이번 BOJ의 액션을 보고 이제와서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 하지만 중국의 붕괴를 배경으로 엔화 강세에 베팅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3. BOJ의 결정이 연준의 결정에 큰 영향을 줄까? 아직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4. BOJ의 결정이 중국 리스크를 상쇄시킬 수 있을까? 주식시장만 놓고 보면 단기적으로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엔화의 약세가 중국경기 침체를 방어해 낼 수는 없고, 오히려 위안화 약세 리스크는 확대될 수도 있다.

5. BOJ의 마이너스 금리에 BOK의 스탠스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2월 금통위에서 '한국과 일본은 상황이 다른다', '엔화는 기축통화다' 라는 멘트를 반복할 것.


종합해 봤을 때, JPY/KRW long, USD/KRW long 미국채 10년 long은 모두 접고 지표밀집 주간을 맞는게 좋을 듯. 통화 포지션을 떠올렸던 12월 21일과 비교해 보면 JPY/KRW는 972원에서 990.11원으로, USD/KRW는 1183.0원에서 1190.10원으로 올랐지만 만약 중간에 애드를 했다면 본절로 끝났을 것이다. 미국채 10년은 1월 10일 포스팅 당시와 비교해 보면 2.11%에서 1.92%로 하락했으나 사이즈가 작지 않았다면 캐리하기 어려웠을 포지션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단기물 채권 long이 있었다면 이익실현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새로운 전략이 떠오르지는 않고, 내일 중국 PMI와 ISM으로 시작되는 미국지표들을 일단 관찰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