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30일 일요일

복잡했던 한 주

한 주간 금리가 꽤나 가열차게 상승했다. 국고 10년은 주간 상승폭이 약 9bp로 금요일 종가가 오랜만에 1.70%을 넘어섰고 3년은 6.5bp 오른 1.45%에 마감. 캐리랑 롤링이 그나마 괜찮은 2년 쪽 매수는 고려해 볼 법 하지만, 한은의 인하가 가시적이지 않고 연준의 인상경계가 작용했던 작년 11월 기준금리와 3년의 스프레드가 30bp 가까이 확대되었었다는 점에서 3년 1.45%라는 레벨을 자신할 수는 없는 상황. 단기자금시장 역시 한은이 나름 신경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 11월말은 지나야 타이트한 상황이 풀릴 것이란 뷰가 많아 다들 현금을 들고 가는 분위기다.

25일에 포스팅을 한 이후 미국채와 엔의 약세도 눈에 띄었지만, 중간에 노이즈가 너무 많아 포지션이 있었더라도 십중팔구는 로스컷 터치를 경험했을 듯. 25일 저녁 잘 전개되던 약세가 CB소비심리지수 부진에 도루묵이 되었는데, 고작 이 정도 지표에 반등할 정도면 롱심리가 우위인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러한 내 생각을 들은 친구가 '근데 금요일 GDP전까지 엔 숏에 별로 방해될 게 없다면 지금 레벨에서 숏 트라이를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야?' 라고 말했고 수, 목 양일간 시장은 그렇게 갔다. 특히 영국 GDP 호조와 더불어 딱히 인상적이지 않은 내구재 주문에도 미국채와 엔이 약세로 반응하길래 이제 다시 시장이 연준에 대한 경계를 반영하나 싶었다. 문제는 어제 미국 GDP에 대한 시장의 반응. 나름의 re-stocking과 순수출 호조가 소비와 투자의 부진을 완충하며 기대치인 2.5%를 상회한 2.9%로 발표되었음에도, 미국채와 엔의 추가 약세는 제한되는 모습이었다. 다음주 연준에 대한 우려감을 배경으로 하는 가격의 한계는 여기까지라는 의미 같아서 미국채와 엔에 대한 숏 뷰는 바로 철회. 기술한 생각의 흐름이 복잡한 만큼 가격의 흐름도 복잡했던 한 주.

이런 시국에 마켓에 대한 글을 쓰고 있자니 마치 오너가 돈을 몽땅 횡령한 회사에 출근해 평소처럼 모닝커피를 마시는 것만 같은 불편함과 부조화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은 일이다. 지금 드는 생각들은,


1) 어제 GDP 발표 이후 지지부진하던 시장이 힐러리 이메일 재수사 뉴스를 계기로 risk-off로 진행. 미국채 10년에 비해 미국채 2년과 FX시장의 반응이 뚜렷했는데, 이는 결국 금주에 구축되었던 포지션들의 주제가 다음주에 있을 통화정책회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

2) 이메일 재수사 뉴스가 없었더라도 시장은 비슷한 방향성을 보였을 듯.

3) hawkish FOMC 우려를 배경으로 하는 금리 상승이 주초반에 재개되더라도, 미국채 2년 금리는 금요일에 형성한 고점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 숏 재료에 더 숏으로 가지 못했던 지점이라 의미가 있다.

4) 역시 지표를 확인하고 그 방향대로 따라가는 매매는 아주 위험하다.

5) 국내 주식 섹터들의 흐름을 보면 금주의 장기물 상승은 reflation 기대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 말은 채권 숏을 간다면 여력이 있는 구간은 역시 장기물이라는 얘기지만, 다음주 일정을 고려하면 지금 미리 행동하는 것은 무리.

6) 내 주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할 것이라는 뷰가 10%,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뷰가 40%, 모르겠다가 50% 쯤 되는 듯. 난 사퇴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오늘 전여옥의 조선일보 기고문을 읽어 보니 최순실의 지령 없이는 사퇴라는 큰 결정을 할 수 없는 인간인 것 같아서 생각이 꼬여 버렸다. '박근혜는 사퇴할 것인가' 라는 질문은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사퇴하라고 시킬 것인가' 로 변경.

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16/10/25

-1-
이러다가 몸이 한 번 아프겠다, 싶은 느낌의 강행군을 9월 말부터 계속하다가 어제 드디어 몸살끼가 느껴져서 바로 타이레놀을 먹고 10시에 잤다. 직원 둘이 했던 일을 막내랑 나눠 커버하면서 매일 이어지는 약속으로 수면시간이 지나치게 줄어있던 와중에, 지난 주말 트래킹 일정이 포함된 워크샵까지 다녀오니 누적된 피로가 폭발한 듯. 그래도 선제적으로 대응을 한 덕에 오늘 아침 컨디션이 생각보다는 덜 깎여있다.


-2-
일찍 자고 일어나 출근하면서 뉴스를 보니 세상이 조금 바뀐 느낌이다. 대통령이 그간 보여줬던 어처구니 없는 발언과 화법들이 이런식으로 이해가되니 참 허망하다.


-3-
어제 한국 채권시장이 꽤 강세를 보였지만 따라잡을 필요 없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다. 이유는 오늘 발표된 GDP의 컨센이 너무 낮아서(연합 +0.55%QoQ). 내 계산으로는 0.8%~0.9%QoQ가 예상됐고 아무리 보수적으로 해도 +0.7%QoQ였어서 GDP 발표가 약세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방금 나온 결과는 +0.7%QoQ, +2.7%YoY. 여전히 건설투자와 소비가 성장률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으로, 결국 향후 전망을 위해서는 1) 건설과 소비가 어떤 경로로 하락할지, 2) 미국의 재정확장이 국내 수출을 얼마나 반등시킬 수 있을지, 를 가늠해 보는 것이 핵심이 될 것.

국내 GDP와는 별개로 어제 불라드 발언을 빌미로 11월 FOMC에 대한 경계가 부각되며 미국금리가 약세를 보인 것도 오늘 한국 채권에 약세로 작용할 듯.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특별했다기보단 그만큼 금리가 저점에 이르러 있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미국 금리는 단기적인 저점은 확인한 것 같아서 숏이 편해보이고, BOJ까지 신경쓴다면 엔 숏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 CNH는 신경은 쓰되 일단 외환보유고 발표로 자금유출 우려가 번지기 전까지는 risk-off요인으로 보진 않기로.

2016년 10월 20일 목요일

9월 광공업생산 예상

7월과 8월의 광공업생산 예상은 왕창 빗나갔다. 7월 예상치를 -1.3%YoY로 잡았는데 실제로는 +1.56%YoY였고, 8월 예상치를 -2%YoY로 봤는데 결과는 +2.27%YoY. 왜 이렇게 어긋나나 싶어 뜯어봤더니 수출 데이터를 통해 생산을 예측하는 회귀식에서 자동차와 반도체의 회귀계수가 문제. 정확하게는 회귀계수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기존 회귀식에서 크게 어긋나는 상황이 7월과 8월에 발생한 것이 원인이다. 자동차에 대한 추정치의 민감도가 높은데 자동차 생산(월간자동차산업 동향 data)이 -20%YoY를 기록하며 추정치를 끌어내린 한편, IT사이클이 워낙 따로 노는지라 반도체에 대한 추정치의 민감도가 낮게 설정된 상황에서 반도체 생산은 +30%YoY를 넘나들었다. 즉, 발표된 광공업생산에서는 자동차의 부진을 반도체가 커버해줬지만, 추정치는 자동차의 부진만 깊게 반영하고 반도체의 호조를 거의 무시하여 underestimate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 아무래도 산식을 수정하거나 반도체 쪽 input을 교체할 필요가 있을 듯. 통계에 조예가 깊지 못한 문돌이라 슬프다.

(출처 : Kosis)

7, 8월 광공업생산의 세부내역을 숫자로 확인하면 반도체와 자동차의 영향력이 훨씬 잘 보인다. 반도체 생산은 7월 +46.7%YoY, 8월 +27.5%YoY를 기록했고, 자동차 생산은 7월 -6.0%YoY, 8월 -12.1%YoY를 기록. 광공업생산 지표 내에서 반도체의 비중이 5%이므로 7, 8월 생산지표에서 반도체 혼자 headline을 끌어올린 폭이 2%p 이상인 것이고, 자동차의 비중은 10%이므로 자동차 혼자 headline을 1%p 가까이 끌어내린 셈. 자동차는 이머지향 수출 부진과 개소세 인하 종료에 따른 내수 판매 둔화에 파업까지 겹쳐 YoY숫자가 망가지는 중이고, 반도체는 주식 쪽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작년 하반기부터 삼성17라인과 하이닉스m14이 돌아간 영향일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작년 하반기부터 수치가 점핑했다). 다만, 그 말은 반도체로 인한 지표 부스팅 효과가 잦아드는 연말로 갈 수록 생산지표는 망가질 개연성이 있다는 이야기와 같으니 4Q 생산에 대해서는 기대치를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안정화되는 줄 알았던 재고출하지수도 원계열 YoY 기준으로 뜯어보니(공표되는 재고출하지수는 계절조정 기준), 반도체 출하가 높아지고 전자부품의 재고가 줄어든 영향이 너무 지대했다. 겉보기 보다 재고조정이 건강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

제목은 전망인데 리뷰가 주를 이루는 포스팅이 됐다. 각설하고 9월 광공업생산은 -1%YoY, +2%MoM 수준을 예상. 지금처럼 시장 변동성이 높아져 있을 때 신뢰도 높은 지표 전망을 하면 기회가 될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작년 9월의 수치가 호조였다는 점에서 YoY 마이너스는 확실해 보이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숫자의 불확실성 때문에 폭이나 MoM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는 상황. 컨센과 지표 발표 전일의 가격 레벨을 확인해야 매매에 활용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할 것.


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미국 9월 CPI에 대한 시장 반응

미국의 9월 CPI가 기대치와 동일한 +0.3%MoM으로 발표. 다만 의류와 교육 부문 등의 부진으로 core는 기대치(+0.2%MoM)에 미치지 못한 +0.1%MoM을 기록했다. 헤드라인에 영향을 준 것은 역시 에너지(+2.9%MoM).

워낙에 물가 지표에 민감한 상황이라 마켓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반응이 흥미롭다. 미국채 10년은 순간적으로 소폭 강세를 보였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전부 되돌렸고, 유로와 엔도 순간적인 강세 후 약세 되돌림. 강세 재료에 가까운 지표임에도 시장의 강세가 한계에 부딪히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으므로, 해당 포인트를 로스컷으로 하는 숏 구축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차트는 금리를 첨부했지만 엔과 유로의 반응이 사실 더 뚜렷하다. 스케쥴 상으로도 내일 중국 지표만 무탈히 지나가면 '금리 상승 + 달러 강세'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은 잘 없을 듯.





(19일 오전 추가)
약세 반전하는가 싶었던 채권은 11시를 기점으로 강세 전환해 CPI 직후 터치했던 레벨을 상회. 대선 토론회랑 중국 지표를 앞두고 우려감이 선반영되고 있지만 완전한 쏠림은 아니라서 특별하게 편안한 전략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2016년 10월 18일 화요일

16/10/17

-1-
나와 같은 회사에 있다가 얼마전 외국계 운용사로 옮겨간 친구와 지난 목요일 경복궁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먼저 도착해서 목을 축이고 있는데 친구가 오자마자 선물이라며 책 한 권을 건내줬다.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 였다. 김대표님의 서평을 읽고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책인데 선물로 받으니 반갑고 신기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샀다가 감동해 울면서 읽었다면서 몇 권을 사서 주변에 선물로 주고 있다고 한다. 다음에 볼 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을 선물해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일정이 꽤 빡빡해서 독서는 잠시 쉬려는 중이었다. 하지만 읽고 싶었던 책이 손에 쥐어지니 유혹을 참기가 힘들었다. 선물 받은 책을 바로 읽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지 않겠냐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며 금요일 출근길에 첫 장을 펴서 토요일 오후에 다 읽었다.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문장을 읽을 때 책 밖의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졌다. 재밌는 책을 볼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들여다 보고 나왔는데 현실의 시간은 아주 조금만 흘러있었다.


-2-
주말 동안 지인들 몇몇이 금요일 옐런이 dovish했는데 금리가 왜 떴는지 의아하다는 말을 했다. 나도 처음에는 신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금리를 인상했을 때 장기물 금리가 하락했던 '연준의 수수께끼'의 반대 버젼 정도라고 이해하는 수 밖에 없는 듯. 그런데 만약 금요일 옐런 의장이 hawkish했더라면 어땠을까? 너무 빠른 인상이 경기를 망가뜨릴 것이라며 금리가 하락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면 역시 지금 금리는 상승하고 싶어 한다고 판단하는 쪽이 맞는 듯.


-3-
나는 별로 의미있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난주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0.1%p 하향 조정한 것을 dovish하게 받아들이는 코멘트들을 꽤 많이 받았다. 물론 성장률 전망이 낮아졌으니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통화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올바른 로직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행이라면 오히려 '지난 전망(하향 조정한 성장률)대로 경기가 흘러가고 있으니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 즉,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내년에도 내리기 싫기 때문에 미리 전망치를 깎아 놓는 것이 아닌지 의심 중.


-4-
CNH가 꾸준히 절하되는데 영향을 받는 것은 아직까진 달러원 환율 정도인 듯. 상해 B주 폭락이 뉴스라인에 보이지만 얼마나 주목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따로 쓰던 중국 리폿은 연간전망에 엎어서 쓰기로 했다.

2016년 10월 14일 금요일

레벨에 대한 고민과 달러원 환율

이번주는 주초부터 채권과 FX시장 변동성이 상당했다. 채권은 월요일 시초가를 고점으로 화, 수 양일간 9월의 전저점을 트라이했고(가격 기준), 특히나 어제의 10년물 흐름은 아주 tricky했다. 달러원은 월요일 장막판 하락을 기점으로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거의 28원 가까이 상승. 월요일 오후 금리가 상승 전환될 때만 해도 단순한 risk-on 분위기로 인식되어 원이 강세를 보인 반면, 화요일부터는 달러원도 연준의 인상 경계를 pricing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 엔 중심으로 반영되던 연준의 인상 경계가 나머지 아시아 통화로 전염되는 느낌. 금리는 종가 기준으로 주중 고점 대비 3년물은 5bp, 10년물은 7.3bp 하락했다.

미국과 한국 금리 모두 전고점 근방에 도달했을 때(정확히 브렉시트 직전 레벨), 추가 약세와 강세 반전 중 어느것의 가능성이 높을지 꽤 고민했지만 뚜렷한 답을 내진 못했었다. 다만, 금리가 더 상승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없는 이상 2~3년 구간의 약세는 제한적일 것이고, 강세로 반전하면 장단기 모두 하락할 것이라는 생각에 2~3년 롱으로 대응했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은 편. 불 플랫을 갔더라면 물론 더 좋았겠지만 장기물이 더 상승할 리스크를 배제하긴 어려웠다.

재밌는 것은 오늘 금리가 하락하고 원이 약세를 보인 배경. 여러 요인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결국 직전 저점, 고점에서의 고민들이 중국 무역 지표 발표를 매개로 risk-off라는 하나의 컨셉으로 귀결된 것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엔과 미국채는 10시 50분부터 강세를 보이다 중국 무역 지표 발표가 있던 11시에 강세폭을 확대했고, 한국 금리와 환율은 11시 30분에 변동폭이 확대되었는데 이것을 '금통위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때문으로 보는 것보다는 '엔과 미국채를 따라 risk-off로 가고 싶던 금리와 환율이 금통위가 별 볼 일 없다는 것이 확인 된 후 움직인 것' 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 특히 달러원은 2개월 이상 유지한 range 상단이었다는 점도 가격 분출이 지체되는 요인으로 작용.

만약 여기서 금리가 다시 상승하며 연준의 인상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면 원화는 약세로 갈 것이고, 중국을 빌미로 하는 risk-off가 연장되어도 원화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친구의 말처럼 AUD를 보면 후자의 로직이 완전하지는 않기에 강한 컨빅션을 갖기엔 어려운 상황. 게다가 내일 미국 지표가 부진하면 도루묵이라 길게 보기 편한 전략도 아니다. 생각들이 복잡해지는 상황이지만 일단 대부분의 자산은 금주 보였던 변동의 상하단을 range로, 달러원은 range 내로 돌아오지 않는 한 trend라는 관점으로 접근.





2016년 10월 10일 월요일

9월 비농업고용 후기

9월 비농업 고용은 예상치(171K)를 소폭 하회한 151K를 기록. 섹터별로는 정부고용과 서비스업의 증가폭이 전월보다 축소된 것을 건설업(-5K -> +23K)이 커버해 주는 모양새가 되었다. 베이지북에서 봤던 '건설은 호황이라 인력 shortage가 체감될 정도' 라는 톤의 멘트들이 떠오르는데, 호황이 연장되면 결국 임금을 올리면서 채용을 확대할 수 밖에 없을 것. 건설 내에서 specialty trade contractors의 증가폭이 크길래 뭔가 찾아봤는데 하도급업체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시간당임금은 컨센에 부합하며 +2.6%YoY를 유지했다. 결론적으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의 지표.

시장의 반응도 주식, 채권, 환율 대부분이 밋밋한 편. JPY는 가격으로는 전고점인 104.3엔, 기간으로는 논팜 발표 직전을 short 청산 포인트로 봤던게 나쁘지 않았다. 발표가 있던 금요일 친구랑 저녁을 먹으며 '컨센을 소폭 하회하면 숫자만 보고 금리가 순간적으로 하락할텐데 그 때 미국채 숏을 잡으면 어떨까. 생각해보면 150K 근처로 세 번만 나와도 12월 인상 경계는 높아지잖아, 라고 시장도 생각할테니' 라고 했는데 실행했으면 잠깐 기분 좋았다가 본절이나 손절로 끝났을 5분짜리 전략. 논팜 자체에 대해선 관망하는 것이 맞았다.


지금 드는 생각들은,


1) 이제 12월 FOMC까지 고용은 두 번 남았다. 상술했듯 이번처럼 무난하게만 나와도 인상경계감은 높아질 개연성이 있어 향후에도 고용은 채권에 short 요인.


2) 고용 외에 연준 인상에 대한 센티멘트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3Q GDP일 듯. 같은날 발표된 8월 도매재고 확정치(지난번부터 이 지표도 예비치가 생겼다)가 컨센을 하회했는데, 미국 3Q GDP 개선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re-stocking을 논거로 든다는 점에서 개선폭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3) 고용에 대한 단기적인 경계감이 해소되었으니 월요일 한국 채권이 소폭의 강세시도를 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별로 따라가고 싶지는 않다.


4) 다음주 FOMC의사록이나 옐런 발언에 대해서는 dovish할 것이란 기대보다 hawkish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클 것.


5) 지난주 중국이 쉬는 동안 CNH가 6.70을 넘나들었다. 전에 FFR인상 확률과 위안화 흐름의 동행성을 차트로 그린 적이 있는데, FFR인상 확률이란 것이 결국 미국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금리의 상승 압력이 점증하는 현재의 상황은 중국의 환율관리 부담으로 직결된다. 위안화 픽싱 고시 시간에는 긴장을 좀 하고 있어야한다.


6) 1~5를 염두에 두되 일단은 미국 대선에 집중.

2016년 10월 8일 토요일

감사와 환영의 글

어제 오후 블로그 방문자 수를 보고 해킹인가 싶어 놀랐다가, 그것이 모 SNS에 올라온 제 블로그 소개 글의 영향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놀란 이유는 1) 소개글을 써 주신 부엉이님이나 어제 오늘 관심을 가져주신 많은 분들이 워낙에 유명하신 분들이어서이기도 하고, 2)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까지도 올리는 공간이다보니 많은 분들에게 글이 공개된다는 것이 쑥스럽고 부담이 되어서이기도 합니다. 전자 보다는 후자의 이유가 좀 더 큽니다.

이 공간은 순전히 제 자신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블로그 첫 글에 썼듯이 저는 읽고, 쓰고, 말하는 행위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특히 간단하게라도 쓰지 않으면 저조차도 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글쓰기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처음엔 쓴 글에 대한 타인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이메일 등을 활용했는데, 지인이 늘어나면서 여럿이 공유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아 결국 이곳을 쓰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지인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것은 역시 저 자신입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에 업로드되는 글은 다른 분들의 글만큼 친절하거나 짜임새가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의식 과잉스러운 글도 많고, 각잡고 쓰는 몇몇 글 빼고는 생각의 파편을 적어 둔 일기들이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가급적이면 적어도 제가 구독하는 블로그들에 담긴 컨텐츠와 너무 같은 내용들은 빼려다보니 업로드 주기도 불규칙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은 내공이 많이 모자랍니다.

이런 이유로 부담감을 조금 느꼈었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읽어주시는 분들이 늘어났다는 사실이 기쁘지 않을리 없습니다. 지인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처음의 목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제가 정말로 지인 외엔 누구와도 글을 공유할 마음이 없었더라면 블로그가 아닌 카페를 썼을 것이고, 어차피 지나치게 개인적인 내용들은 비공개로 씁니다. 더욱 다양한 피드백과 인연이 생길 것 같아 기대되네요. 블로그 소개글을 써 주신 부엉이님과 관심 가져주신 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환영합니다.




아울러 저의 모든 글은 제가 속한 단체나 조직의 의견과 무관한 사견임을 밝힙니다.

2016년 10월 6일 목요일

채권시장과 달러엔

지난주부터 채권시장의 흐름이 꽤 흥미롭다. 연준의 9월 동결만을 이유로 보기에는 너무 가열차게 월말까지 금리가 하락하더니, 10월 들어 하락했던 폭을 빠르게 만회해 글을 쓰는 현재 미국 10년물 금리는 직전 고점인 1.72%에서 거래 중. 한국 금리 역시 근 2주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갑작스러운 냉탕 온탕에 당황하는 분위기가 꽤 짙은데, 특별한 요인 없이 시장이 움직여서이기도 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이 brexit 이후 극도로 축소되어 있던 변동성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듯.

요인들을 하나씩 생각해보면 금리는 여전히 상승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1) 연준은 12월까지 data dependent하겠지만 지표가 망가지지 않고 무난하게만 나오면 12월 인상에 대한 경계는 점증할 것이고, 2) 유가 기저효과 소멸에 따른 인플레 반등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말 그대로 기저효과일 뿐 물가압력이 높아질 상황은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 주장). 3) 그리고 대선은 트럼프 부각 시 risk-off전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지만 누가 되든 재정확대 기대를 자극한다는 점은 변함없고, 4) 미국 3Q GDP에 대한 예상치는 꽤 낮아졌으나 10월 제조업, 서비스업 ISM의 반등으로 경기에 대한 기대도 다시 반등하는 중. 5) 심지어 내 계산에 의하면 한국의 3분기 GDP조차 예상보다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아 10월 수정경제전망에서는 성장률 하향 조정이 없을 수도 있을 듯. 결론적으로 긴 관점에서 금리에 대해서는 숏 뷰를 유지 중이고, 특히 지난 월말과 같은 되돌림을 노리고 금리가 떴을 때 불 플랫을 미리 잡는 것은 리스크가 높을 것으로 생각.

FX쪽에서는 달러엔이 눈에 띈다. 개별 이슈가 있었던 것이 아님에도 상술한 금리 상승 흐름과 동행해 엔화의 약세가 전개되는 중. 퇴근 전 예상보다 부진한 ADP 발표에도 엔화가 강세로 가지 못하길래 '미국 지표가 나빠도 이 정도라면 적어도 논팜 전까지는 약세로 눌리는 힘이 강하겠다' 싶어서 엔숏이 유효하다고 보고 사무실을 나왔는데 택시타고 집에 도착하니 ISM서비스업 호조로 한 레벨 더 약세로 가 있다. 기간으로는 논팜 발표 직전까지, 폭으로는 전고점인 104.3엔까지 짧게 캐리하기에 괜찮을 것.


2016년 10월 3일 월요일

9월 금통위 의사록

대다수의 위원들이 성장률과 물가의 둔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동시에 가계부채 문제 역시 지적하는 중. 지표들이 망가지면 톤이 더 dovish해 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연내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체로 누가 누구인지 잘 구별되지 않는데 구조개혁, 혁신, 양극화 등을 언급하며 멍청함을 자랑하는 위원5는 단연 돋보인다. 10월부터 의사록 요약은 영어로 업로드 될 예정.




위원 1  –  고승범 or 신인석 or 함준호 or 조동철
향후 국내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하방리스크로 작용 가능. 물가는 목표인 2% 하회할 으로 보임. 성장이 7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으나 면밀한 하방리스크 점검 필요.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추가적 경기 하방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지도 살펴봐야.

통화정책 수행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요인은 가계부채 문제와 미국 금리인상. 저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회사 수익성과 투자행태 변화에도 주목. 동결하며 지켜보자.


위원 2  –  고승범 or 신인석 or 함준호 or 조동철
수출 설비투자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건설투자가 주도하는 완만한 성장 . 건설 활황은 유례없이 높은 수준. 소비는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을 동반한 소비의 정체 흐름이 이어지는 . 저유가의 물가 제약효과 해소는 내년 상반기쯤일 .

물가경로의 하방 위험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높아짐. 가계부채 증가의 기본구조 자체는 실수요자의 주택구입시점의 선택으로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기대하는 경기부양 경로의 하나. 다만 중기적인 경기불안정성 위험 역시 커지는 .

종합하면 물가 하방 위험은 상승했지만 건설 활황을 통한 경기부양은 관찰되고 있고, 여기에는 경기 불안정 위험의 상승도 잠재되어 있음. 동결.


위원 3  – 고승범 or 신인석 or 함준호 or 조동철
미국 금리인상 충격은 제한적일 . 수출은 부진하고 소비는 개소세 인하로 급락했지만 예상했던 범위. 건설지표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총수요 위축의 완충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가계부채와 건설경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점증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지님. 8 물가 하락은 전기료 인하에 기인하고, 기조적으로는 1% 중반 정도는 유지되고 있음.

물가가 2% 안착할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존재. 다만 가계부채와 건설에 의존한 경기 회복 도모도 위험. 가계의 부채상환 가능성 제고를 추구하는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조화를 모색할 필요 있음. 기준금리 변경에 신중해야 , 동결.


위원 4  –  고승범 or 신인석 or 함준호 or 조동철
제조업 생산이 증가하였으나 서비스업 생산 개선세는 약화되었으며 건설투자 중심의 불안정한 내수개선 흐름 이어지는 . 3분기 성장세는 다소 약화되겠으나 전반적으로는 7월의 전망경로와 비슷. 성장 흐름이 제약될 위험은 상존. 하반기 물가 흐름은 7 전망 경로를 소폭 하회할 으로 보이고, 중기 물가경로 하방위험 증대 가능성도 모니터링 필요. 제조업 유휴생산력은 여전히 .

대외적으로는 주요국의 통화정책을, 대내적으로는 가계신용 증가와 기업신용 정체를 주목해야. 특히 가계와 기업 신용의 비동조화는 통화정책 경로를 왜곡시킬 가능성. 건시건전성 정책 강화가 긴요한 상황. 동결하며 이러한 대내외 위험요인을 지켜보자.


위원 5  –  이일형
하방 리스크는 상존하나 기존 전망경로에 대체로 부합. 완화적 통화정책이 내수경제를 지탱해 주는 . 그러나 구조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며 지나친 단기 부양책이 중장기 잠재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 구조적 문제에 따른 저성장으로 투자 수익성이 낮으면 유동성이 높아 봤자 자산가격만 상승해 양극화를 초래.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물가목표인 2% 달성할 . 동결.


위원 6  –  장병화
세계 경제는 완만하나마 회복 중이고 국내 경제도 개선. 다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음. 물가는 기조적인 물가 흐름에 변화는 없고, 10 이후에는 점차 높아질 .

불확실성은 높지만 기존 전망경로에 대체로 부합하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 가계대출과 대외 통화정책에 유의. 동결하면서 여러 위험요인의 변화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