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1일 목요일

추석연휴. 속초에서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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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기 개선세는 뚜렷하다. 다만 지금 시장의 논리는 유동성이고, 때문에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주식은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충격이 흡수된 후엔 단계적 금리 인상과 함께 주식도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다.

내 조각난 생각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단. 문제는 요즘 읽고 듣는 많은 주장들의 맥락이 위 문단과 비슷해서 불편하다는 것. 그러나 '동일 의견이 많기에 과열이다' 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전망이 합치되더라도, 실제 포지션을 오픈한 사람은 아직 많지 않을 것.

의도적으로 약세론과 관련된 글들을 뒤적이고 있는데, 1) '너무 많이 올랐다', 2) '중국 부동산 리스크는 contagious 하다' 외의 세련된 로직은 아직 찾지 못했다. 내 기준으로는, 둘 다 미국 주식 view를 short으로 전환할만한 요인은 아니다. trailing stop을 조금 타이트하게 잡고, 기존 long을 유지하는 정도의 대응이 나에게는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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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에서 손승연이 신승훈의 '그 후로 오랫동안'을 불렀다. 멜로디 라인 자체가 드라마틱한 면이 있어 경연에 적합한 곡이라 생각했는데, 본인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편곡과 보컬 가이드라인이 매우 영리했다. 예상을 깨는 디테일한 구성. 예상을 넘어야 움직이는 것은 가격뿐만이 아니다.
(링크 : http://youtu.be/XKNzB2fLD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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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에는 박현빈이 나왔다. 박현빈의 노래를 집중해 듣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모든 stage에서 누가 박현빈인지 다 맞췄다. 표면적으로 들리는 느낌과는 달리 의외로 박현빈은 절제할 줄 아는 가수다. 참고로 히든싱어에서의 내 적중률은 95%. 주현미 편에서만 틀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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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닭강정이 청초호 근처에 분점을 낸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 보니 중앙시장 입구에도 따로 건물을 세워두었다. 분점의 위치들이 아주 절묘하다. 이제 만석을 사기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어졌고, 이는 근처의 타 닭강정 업체들에게 엄청난 위기가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 즐기던 옆집 닭강정을 맛 보았는데, 이미 맛에서도 부정적인 변화가 감지되었다. 속초라는 상권 내에서 만석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지고, 매출도 증가할 것. 그러나 만약에 만석이 서울권에 직접 분점을 낸다면 그건 좋지 않은 신호. 만약 만석이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다면 나는 그 때쯤 주식을 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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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 쉬는 동안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셀카봉을 사용하는 사람들. 특히 설악산에서는 시야에 들어오는 그룹 중 한 그룹은 꼭 가지고 있었던 듯. 셀카봉 하면 떠오르는 고프로는 원래 스노우보드, 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등 '남이 찍어주기 힘든 상황'에서 촬영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현재의 셀카봉 인기는 그것과는 맥락이 조금 다르지 않나 싶다. 사람들은 모르는 행인에게 말을 거느니 2만원 주고 작대기를 사는 것을 선호한다.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럽더라도.

이제 헬스장에서 운동기구를 다 사용했는지 묻거나, 길거리에서 종교단체/신제품 홍보를 하거나, 헌팅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 일이 없어졌다. 즉, 헬스장에는 아직 자연스러운 헌팅의 기회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