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2일 일요일

미국 금리 상승에 대한 관점들

미국 10년 금리가 주간으로는 약 13bp, 월초 저점 대비로는 약 23bp 상승했다. 2월에 2.95%를 기록한 이후 3월 중순까지 2.80%~2.90%대 박스권을 형성하다가, 3월 FOMC를 기점으로 2.73%까지 하락했었는데 금요일 종가는 2.96%. 금리가 전 고점인 2.95% 근방이고, 3.0%라는 빅피겨를 눈 앞에 둔 상태이므로 가격만 보고 접근한다면 롱을 고려해 볼만한 시점. 다만, 금리 반락을 노린 박스권 접근이 편안할 만큼 정책이나 펀더멘털의 변화가 정말로 없는 것인지 여부를 체크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 2주 동안의 금리 상승을 보는 관점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인플레이션 지표에 대한 경계

고용이 호조이니 임금이 오를 때가 되었다는 진부한 뷰들을 제외하더라도,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상방 서프라이즈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꽤 존재하는 것 같다. 2개월간 상승했던 의류 가격의 역기저효과를 제외하고 보면 미국의 3월 CPI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 제조업 지표 내 물가 세부지수들의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 지표의 디테일들을 종합해봤을 때, 다음주의 PCE나 그 이후의 물가 지표 흐름에 대해 경계심을 갖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저효과에 따른 물가 지표 호조가 이미 예상되어있던 상황에서, 지금 발표되고 있는 수준의 지표들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자극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지표의 경우, 미국과 미국 외 지역의 지표 강도 괴리가 미국 지표의 둔화로 귀결될 리스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 중.


2. 유가 상승 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지난 목요일의 OPEC 미팅, 그리고 5월 12일 이란 핵합의 연장을 앞둔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상승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 중이라는 관점. 개인적으로 이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지만, 지난 금요일 장 중 트럼프의 유가 관련 트윗으로 유가와 BEI가 정체되는 와중에도 10년 금리가 오르면서 설득력이 강한 로직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유가나 BEI를 금리와 같이 그리면 늘 그럴듯하게 보이기 때문에(당연히 동행한다)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자꾸 현혹되는 것 같다.


3. 무역분쟁과 시리아 이슈 해소

4월 12일 시리아에 대한 공격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미 국방장관 발언에 10년 금리가 2.80%을 돌파하고, 4월 14일의 실제 공습이 불확실성 해소로 연결되어 금리가 2.85%에 도달한 것까지는 맞다. 그러나 보아오 포럼의 시진핑 연설 하나로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었는지는 의문. 무엇보다 '리스크오프 요인들의 소멸' 이라는 컨셉으로는 19일부터 진행된 위험자산과 채권의 동반 약세가 설명되지 않는다. 만약 리스크오프 요인들의 소멸이 맞다면 위험자산은 강세를 보였을 것.


4. 미국 재정확장의 여진

최근의 금리 상승도 트럼프의 재정확장이 금리를 끌어올리는 국면의 연속선상에 놓여있다는 관점인데, 틀리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게 왜 지금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을 내놓기는 어려운 관점. 12월의 세제 개혁안 상원 통과를 시작으로 1월 트럼프의 연두교서까지 연초에는 관련 이벤트들이 포진해 있었으나, 지금은 재정 이슈를 부각시킬 일정이 없는 상황이다.


5. 중국의 stealth easing

주말에 떠올린 개인적인 관점. 중국은 지난 16일 연준 기준금리 인상 대응 차원에서 14일짜리 역레포 금리를 5bp 인상했는데, 이는 2017년 초 10bp씩 인상하던 것에 비하면 다소 완화적인 대응이었다(지난 12월에도 5bp만 인상). 그리고 이어서 17일에는 일부 은행들에 대한 지준율을 1%p 인하. 3월말 대비 중국 1년 금리는 35bp 하락, 10년 금리는 20bp 하락해 있다. 뉴스플로우상 관찰되는 중국 정책담당자들의 컨센서스는 강달러에서 약달러로 이동 중. 만약 위안화 약세 노이로제에서 벗어난 중국의 상대적 완화가 철광석을 비롯한 산업 상품들의 센티멘트를 상방으로 이끈다면, 중국이라는 의외의 요인으로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 촉발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관점이 정확했다면 지난주 상해지수가 약세를 보이지 않았을 듯. 염두는 해두되 주요 드라이버로 삼을 스토리는 아닌 듯 싶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금리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로직을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 남은 것은 '이유를 모르더라도 가격을 일단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이유를 모르겠으니 반대의 흐름을 노릴 것인지'의 문제. 1) 레벨이 전고점 부근이고, 2)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관련 배경이 없다면 돌파를 따라가는 것은 자제하는 편이 좋아보인다는 점에서, 나는 후자의 접근을 지지. 이번주 ECB와 GDP를 시작으로 재료들은 등장하니, 남은 것은 수급적 단서 포착.

2018년 4월 16일 월요일

18/04/15

-1-
지지난 주에는 뭔가를 잘 못 먹고 급체를 하는 바람에 주말을 날려 버리고 주 중에도 컨디션 난조로 고생을 좀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포스팅을 하던 템포도 그 주부터 깨져버렸다. 바쁜 시기일수록 컨디션 관리 실패의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럴수록 먹고, 자고, 운동하는 일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선천적인 체력이 엄청나지 않은 이상 셋 중에 하나만 삐끗해도 생산성이 급락하는 것 같다.


-2-
1월은 금리 상승과 스티프닝, 2월은 flash crash와 cpi 호조, 3월은 FOMC 등 월마다 적어도 한 번씩 기회가 있었는데 4월에는 요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역전쟁이 테마이긴 하지만 여기에 엣지를 걸고 미국채를 거래하기엔 이슈의 선도가 이미 떨어져버렸고 관련 뉴스의 등장도 너무 빈번하다. 이 정도의 노이즈에도 미국금리가 크게 하락하지 못한다는 점이 불편하긴 해서, 만약 시리아를 이유로 월요일에 미국채가 강세 출발한다면 숏을 고려하는 정도만 생각 중.


-3-
벌써 자리를 옮긴지 대략 3개월이 지났다. 전에는 평화로운 산간 마을에 머물면서 도서관을 찾아 병법서를 들춰보고 양들이 풀을 뜯는 초원에서 혼자 나무 막대기를 이리저리 휘둘러보는 라이프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매일매일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힘을 겨루는 전장에 참여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구성원의 성격도 차이가 큰데, 확실히 이쪽이 뭘 해도 왕성하게 한다. 일도 많이 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운동도 많이 한다. 내가 가끔 모닝 번역을 스킵하는 날은 거의 100% 음주의 여진이 남아 있는 날이라고 보면 된다. 다음날 영향을 미칠 정도의 음주를 주 중에 하는 것은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단은 자리를 옮긴 초반이니 소속한 곳에 적응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보는 중.


-4-
회사가 내 라이프에 미친 또 다른 부분은 바로 골프. 액티브하거나 효율적 건강관리가 가능한 운동을 좋아하는 내 성향과는 정 반대에 위치한 운동을 어쩌다보니 시작하게 되었다. 네트워킹에 도움이 되는 스포츠라는 것은 잘 알겠지만 몸의 밸런스를 깨뜨리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골프가 나의 주종목이 될 가능성은 조금 낮아 보인다. 상체 근육에 걸려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 것을 피하고자 헬스를 거의 3주 쉬면서 스윙 연습만 했더니, 왼쪽 견갑골 부근 근육이 꼬여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이번주부터는 다시 밸런스를 잡고 체력을 높이는 운동에 집중할 계획.


-5-
일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요구받는 리서치, 트레이딩, 잡무의 믹스가 달라졌다는 것. 전 회사에서는 셋을 약간씩 요구할 뿐이어서 남는 시간을 자체적인 리서치나 트레이딩에 썼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는 때로는 리서치나 트레이딩이 불가능할 정도의 잡무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그런 잡무를 다 소화하면서 리서치와 트레이딩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미션. 밀도 높은 일상이 주는 스트레스에 둔감한 체질이 아니라면, 번아웃될 리스크가 상당한 성격의 조직이다.

나의 경우는 잡무를 일종의 캐리로 보고 있기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기는 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서 일을 처리하게 되는 것 같다. 돈을 받아가면서 베팅에 참가하려면 뭔가 귀찮은 일을 하긴 해야 한다고 본다는 뜻이다. '나는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잡무는 하지 않는게 합리적이다' 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 갖춰야 하는 생산성의 수준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매일 새로운 셔츠를 사 입고 버릴 정도의 소득이 아니라면 귀찮아도 빨래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곳 특유의 시스템 미비는 가끔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빨래를 하러 갔더니 세탁기가 아닌 빨래판과 방망이가 놓여져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6-
레디 플레이어 원을 봤다. 지인들이 엔씨의 2040년 시총이 영화에 나온 것 아니냐는 등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확한 후기였던 것 같다. 덕분에 유난히 짧았던 주말 저녁 시간을 알차게 썼다. 생각해보면 나는 오프라인에서 스스로를 온라인 닉네임으로 소개해 본 적은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