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30일 수요일

12월 금통위 의사록

역시나 위원 매칭은 임의로 해본 것. 전반적인 톤이 미약하게나마 완화적인 쪽으로 기울어졌다. 특히 대부분의 위원들이 하방리스크, 성장경로 불확실성 확대 등을 언급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한은의 근거없는 경기 개선 자신감에 드디어 금이 가기 시작한 듯.



위원 1 - 함준호 or 장병화
국내 경제는 내수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세. 성장률은 10월 전망수준을 대체로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향후 성장경로에 대한 하방리스크는 확대. 물가는 오름세가 확대될 전망이나 유가 때문에 당초 전망보다 완만할 가능성은 있음.

위원 2 - 함준호 or 장병화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겠으나 수출 부진으로 하방 리스크는 다소 증대. 물가는 점차 높아지겠으나 상승 압력은 당분간 미약. 10월 전망경로에 대체로 부합하고 있으나 대외수요 회복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매우 높음.

위원 3 - 하성근
소비 중심의 완만한 개선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소비진작 정책효과 소멸, 수출 부진, 재고 조정 압력으로 성장경로의 하방위험의 점증. 물가는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 재고 조정으로 평균가동률이 큰 폭 하락하는 등 제조업의 유휴생산력이 재확대되는 중. 기존의 전망경로를 유의하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이후 전망 경로 실현에 대한 불확실성과 잠재적 위험은 한층 높아짐. 필요 시 적시적이고 유연한 정책대응 대비할 필요.

위원 4 - 문우식
내수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 다만 신흥국 성장 둔화, 세계 교역 회복세 지연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음. 물가는 오름세가 확대되겠지만 속도는 더딜 것. 10월 전망경로에서 성장과 물가의 하방리스크가 다소 증대된 것으로 보이나 경기 회복 흐름은 이어질 것.

위원 5 - 정순원
내수 개선은 정부정책 및 부동산 활황에 의존한 것이므로, 소비 개선의 향후 추이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하방 리스크가 존재. 미약한 내수 회복과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압력 등으로 저물가 리스크는 지속될 것. 글로벌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 경제는 내수 중심의 회복세가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전례 없는 수출 감소세라는 역풍에 직면. 통화, 재정, 거시건전성 정책의 최적정책조합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성이 높아짐.

위원 6 - 정해방
소비 개선과 물가 반등으로 경기개선 기대감은 살아 있지만, 수출 부진과 설비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가시지 않은 다소 불안정한 국면. 글로벌 경기흐름 및 주요국간 통화정책 차별화 등에 내재된 리스크에 유의하면서 내수 개선세가 유지되도록 해 나가야. (근데 뒤에 읽어보면 내수 개선세를 유지되도록 해 나가는 방법이 완전 뜬구름 잡기)


----------------------------------------- 30일에 추가한 글
어제 의사록에서 위원별 통화정책 의견 개진만 보고 정리했는데, 오늘 아침에 출근해보니 의사록 서두의 위원간 토의 내용이 더 관심을 받는 분위기. 관심을 받은 부분은 아래와 같다.

-만약 당행이 내년 초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조금이라도 하향조정하면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요즘과 같이 대외 여건이나 구조적 요인에 크게 기인하여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내수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거시경제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강화에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 유의하여 통화정책 추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장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하였음.

이 문단 때문에 의사록은 오히려 호키시하다는 평이 많은 듯. 늘 그냥 지나쳤었는데 앞으론 의사록 앞 부분도 대략은 읽어야겠구나 싶다. 아마도 함준호, 장병화 위원 또는 정해방 위원 중 한 사람의 발언이었을 것으로 추측.

2015년 12월 28일 월요일

뮤지컬 베르테르

매우 오랜만에 뮤지컬을 봤다. 뮤지컬 티켓 가격은 결코 낮지 않다.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보다 훨씬 비싸고, 대략적인 가격대가 거의 오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제일 안 좋은 좌석 기준으로는 오페라보다 뮤지컬이 두 배는 비싸다. 생목소리를 듣는 오페라는 무대랑 멀어질 수록 소리의 편차가 큰 반면, 음향장비를 활용하는 뮤지컬은 상대적으로 편차가 작아서가 아닐까 싶다. 학생 때는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뮤지컬을 늘 3층에서만 관람했었다. 물론 좋아하는 공연을 배우를 바꿔가며 여러번 관람하기 위해 싼 좌석을 애용한 부분도 있다. 이번에는 1층에서 봤다. 열 번째 열에서 봤는데, 역시 맨 앞열이 아니라면 꼭 1층에서 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들의 얼굴이 너무 작아서 1층에서도 세세한 표정은 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뮤지컬 배우의 표현력은 노래와 제스쳐만으로 대부분 결정된다는 개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봐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다.

나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지 않고 이 뮤지컬 '베르테르'를 봤다. 관람 내내 왜 여주인공 로테가 알베르트와 베르테르 사이에서 갈등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극 초반에는 알베르트가 성격이 모나고 로테에게 사랑을 줄 수 없는 한심한 인물로 그려지나 싶었다. 그런데 실제로 알베르트는 매우 자상하고, 출장 중 꽃씨들을 로테에게 보내는 로맨티스트고, 베르테르와 로테의 '썸'을 이해해 줄 정도로 너그러우며, 직업은 법관이다. 반면 베르테르는 소설에서는 변호사라지만 뮤지컬에서는 공원에서 그림 그리고 펍에서 술에 취하는 낭인에 가까웠고, 로테의 집에서 권총을 들고 난동을 부릴 정도로 무례하다. 베르테르는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것 같지만 그건 알베르트도 마찬가지다. 배우가 더 잘생겼다는 점을 제외하면 샤로테가 남편 알베르트를 두고 베르테르와의 썸을 유지하는 이유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

아마도 괴테는 이처럼 표면적이고 통념적이고 세속적인 합리성이 없음에도 가능한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런 사랑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모순을 이 작품에 투영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에 알베르트에게 조금이라도 부족하고 모난 점이 있었더라면 로테의 갈등에는 일종의 당위성이 부여된다. 알베르트가 일만 하고 낭만을 모르는 인물이었다면, 로테는 '내가 이러니깐 베르테르에게 끌리지' 라고 말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뻔하디 뻔한 불륜 드라마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다. 완벽한 알베르트를 두고도 로테는 베르테르에게 끌린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역시 크리스틴은 완벽한 라울을 두고도 팬텀에게 끌린다. 로테와 크리스틴은 너무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다수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로테와 크리스틴이 베르테르와 라울에게 끌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이지 않기에 아름다워 보인다. 두 케릭터 모두 다수의 여성 관람객들로부터 '양다리 걸치는 나쁜 여자'라는 빈축을 산다. 만약 현실에서 로테 또는 크리스틴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베르테르나 팬텀에게 애초부터 매혹되지 않았을 관람객들이다.

꽤 몰입해서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후에 딱히 기억나는 넘버가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흐름이 강조된 뮤지컬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틱함을 입힌 넘버가 하나쯤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지. 무려 괴테의 작품을 한국에서 창작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긴 하다. 엄기준은 티비로 볼 땐 준수하고 수수한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미소년 이미지에 키도 엄청 크다. 노래만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캐시 역의 송나영이었고, 로테 역을 맡은 이지혜의 음색은 지킬앤 하이드의 엠마를 해도 잘 어울리겠다 싶었는데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이미 연기했던 바가 있다. 뮤지컬쪽 주연급 배우 풀도 참 좁은 듯.

2015년 12월 23일 수요일

15/12/22

-1-
적어도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는 '능력은 없지만 나이스한 사람' 같은 것은 없다. 소위 말하는 '나이스함'을 유지하는 데에는 나름의 비용이 든다. 그리고 그 비용의 지불 능력이란 대개 그 사람의 일적, 인간적 능력에 비례한다. 결국 능력이 탁월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나이스한 사람이 되는 것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사소하고 저렴한 나이스함을 평소에 보일 수는 있어도, 막상 진짜 나이스함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스스로 무너져내리며 바닥을 드러낸다. 하지만 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중요한 시점에 진짜 나이스함을 소비할 수 있다. 군 복무 시절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상병으로 진급할 때 쯤 새로 부임한 미군 상관이었는데, 그는 독보적인 업무능력과 그것을 배경으로 한 나이스함으로 내가 있던 오피스를 단숨에 휘어잡았다. 그는 거의 모든 문제의 해결법을 알고 있었고, 공정했으며, 늘 팀원들의 편에 서 있었다. 당시 나와 내 선임에게 오피스 지휘 전권을 맡겼었는데, 그땐 정말이지 오피스 내 구성원들 모두 이 상관과 함께라면 전쟁도 두렵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가끔 이메일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여튼, 같이 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많은 가르침과 조언을 최근 듣고 있었는데, 마침 어제오늘 그것을 피부로 느끼는 일을 회사에서 경험했다.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있는 곳에 스스로를 위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하루.


-2-
리서치는 우연으로 보이는 현상들 사이에서 필연을 찾는 과정이다.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길을 찾을 때까지 생각을 거듭해야한다. 언제든 뷰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은 꼭 필요하지만, 그 유연함이란 것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 는 애매한 리서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리서치의 결론을 애매하게 열어두면 살 수도 팔 수도 없고, 행여 사더라도 언제 팔고 나와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 결론을 내릴 때 만큼은 전재산을 베팅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완전히 설득시키되, 틀렸을 땐 생각을 빠르게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what the market says (8) - 12월 FOMC, BOJ 그리고 한국의 금리와 환율

지난 목요일 새벽, 연준이 드디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퇴근 후 잠깐 눈을 붙인 후 새벽에 일어나서 관전했다. 월초 11월 논팜이 발표될 때와 비슷한 시장 반응을 예상했는데,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때보다 임팩트는 작았던 편. 미국 금리는 갈팡질팡 했지만 플랫되었고, FX는 방향성이 거의 없었고, 미국 주식은 발표 당일엔 올랐지만 그 후에 상승분을 전부 토해냈다.

FOMC 이후 가장 뚜렷한 방향성을 보인 것은 한국 금리. 목요일 아침부터 꾸준하게 하락해서 금요일엔 마침내 1.70%를 하회했다. 원화는 역시 위안화에 연동되어 절하 압력이 컸다. 마지막으로 특징적인 것은 엔화. BOJ의 깜짝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발표에 순간적으로 약세를 보였으나, 30분 내로 전부 회복해 오히려 강세로 마감했다.

여기까지가 FOMC이후부터 금요일까지 인상적이었던 자산들의 흐름이고, 이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커머디티는 공부가 좀 부족한듯 해서 잠시 논외로)


1) 엔과 유로는 롱이든 숏이든 당분간 애매. 특히 BOJ 이후 엔의 움직임은 거의 12월 ECB 이후 유로를 연상케 했다.

2) 미국 주식도 방향성 없음. 유가 하락 등 아주 짧게는 하방 압력이 더 거세지만, 미국 지표가 망가지면 언제든 bad news is good news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3) 미국 금리는 역시 하락에 무게. 커브 예상은 쉽지 않다.

4) 달러/원 환율은 상승 압력이 우세. 대기 후 하락에서 살 것인지, 따라 살 것인지의 문제.

5) 한국 금리는 1.65%까지의 하락 가능성은 열어두고, 1.70%를 금리 박스 상단으로 볼 것. 아마도 내일 시장에는 '외국인이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을 미리 알고 금요일에 왕창 샀던거네' 라는 바보같은 시황이 돌겠지만, 그보다는 한국 채권시장에 더 이상 악재가 없기에 랠리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일시적 호조를 보였던 국내 경제지표와 연준 인상에 대한 센티멘트 악화가 한국 금리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인데, 이제 두 요소 다 사라졌다고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


생각들을 조합해보면, 현 시점에서 노려볼 만한 것은 달러/원 long. 그리고 당분간 편안해 보이는 것은 JPY/KRW long, 또는 한국 자동차 섹터 long 정도.

2015년 12월 16일 수요일

15/12/15

-1-
점심 약속이 시내에서 있어 여의도에서 택시를 탔다. 11시에 대우증권 앞에서 탔는데 차가 마포대교가 아닌 원효대교로 향한다. 네이버 길찾기의 추천경로가 마포대교길래 조금 불안했는데, 다리를 건너자마자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서울역 고가도로 폐쇄로 숙대입구부터 시청까지 엄청난 정체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박원순 시장에게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는 버려진 철길에 조성된 것이지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철길을 버린 것은 아니었다. 박원순 시장이 나에게 '나 때문에 약속에 늦게 되어 죄송하다' 라고 사과하면 묵묵히 콜라 한 캔을 따서 벌컥벌컥 마시며 사과를 받지 말고 지나쳐야지, 라는 상상을 하며 분을 삭혔다. 11시 38분에 도착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공원이 조성되면 가지 말아야 하지만, 나를 포함해 고가도로 공원 건설에 회의적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공원이 막상 완성되면 가서 구경하고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재밌게 놀 것이다. 박원순 시장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공원 만들기를 밀어붙였다. 좋은 정치인이 등장해서 민도를 끌어올릴 가능성 보다는, 민도가 먼저 높아진 것의 결과로 좋은 정치인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2-
오늘 뵙게 된 김상무님과의 점심에서 배우고 생각한 내용들.

- 직장 선택의 기준에는 금전적 보상, 배울 수 있는 사람의 존재 여부가 있을텐데 아무래도 주니어 시절엔 후자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

- 뷰가 틀렸는데 버는 트레이더가 정말 잘하는 트레이더. 생각해 보면 난 틀렸을 때 손실을 최소화하며 나오는 것만 집중했는데, 틀리면 뒤집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좋은 진입은 보통 틀려도 잃을만한 폭이 크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행하게 된다. 틀렸을 때 뒤집어서 번다는 것은, 틀린 방향으로 시세가 꽤 분출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곧 애초에 진입의 컨셉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시사. 즉, 단순한 가격의 스윙이 로스컷을 건드렸을 때 거꾸로 잡는 것이 아니라, 진입의 컨셉을 뒤엎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거꾸로 잡아야 하는 것. 뷰가 뒤엎어지는 경우까지 미리 염두에 두고 이 가격이 오면 뒤집겠다는 것을 사전에 생각해 두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일 듯하다.

- 가장 가깝게 지내는 다섯의 평균을 넘기 힘들다. 그만큼 좋은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중요. '글로벌 머니매니저들의 아침회의(Inside the house of money)'에서 봤던 내용이라 하셨는데 집에와서 보니 내 북마크에는 없다. 이 책을 읽은 것이 2008년이었는데, 버냉키 책을 다 읽고 이 책을 오래간만에 다시 읽어보기로.

- 평상적인 시장에서가 아니라, 큰 기회가 있는 순간에 큰 포지션으로 벌어야 한다. 그런 기회가 있는 순간들을 제외한 시간을 무포로 기다리는게 제일 어렵다. 무포는 (심리적으로)올라도 내려도 깨지는 포지션.

- 이 일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물으셨는데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잘 맞는지는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말씀드렸고,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렇다.

일과 취미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리서치하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재밌다. 그런데 트레이딩이 나에게 잘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투자나 트레이딩을 시작한지는 어언 10년이지만, 기관에 속해 각잡고 트레이더로 일해 본 적은 없으니, '잘 맞는다'라는 생각을 쉽게 하기는 어렵다. 나는 투자가 나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보다는, 투자 말고는 내 인생을 바꿀만한 수단이 없어 보인다는 필요에 의해 투자를 시작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선천적으로 투자가 잘 맞는 인간이었다면 10년 동안 수익이 쌓여 애초에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투자를 시작한지 1년 반 정도 만에 주식만으로 한 번 계좌의 바닥을 봤고, 파생 거래에서는 2년간 잘 벌어 놓은 수익의 대부분을 전역 직후 6개월간 토해냈다. 그 뒤로 지금까지의 투자와 트레이딩을 통해 과거의 수업료를 복구하고도 남는 수익을 누적시키긴 했지만, 언제든 정신줄을 놓으면 망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늘 두렵다. 앙드레코스톨라니가 진짜 투자자가 되려면 세 번의 파산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두 번 해봤으니 세 번째는 하지 않고 진짜 투자자가 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써 놓고 보니 역시나 나는 선천적으로 투자가 잘 맞는 유형의 사람은 아닌 듯. 잘 해 보려고 애쓰고 있을 뿐.


-3-
금융사의 임직원은 내년 1월부터 사전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파생상품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때문에 8년을 동고동락한 개인 파샐 계좌를 지난주에 닫아야만 했다. 기분이 묘하다. 결국 그 계좌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2015년 12월 13일 일요일

통계 유감, 그리고 11월 광공업생산 예상

한국 수출입 데이터는 크게 두 번에 거쳐 발표된다. 먼저, 매월 첫 영업일에 통관기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전월의 잠정치를 산통부에서 발표한다(20일까지의 수출입은 당월 중 발표되지만 말일 기준치와 차이가 많이 난다). 전체 수출입 잠정치는 전월 말일을 기준으로 추정되지만, 품목별 잠정치는 20일까지를 기준으로 추정된다. 품복 분류는 MTI 3단위 분류를 따르고, 13대 품목 위주로 증감률과 금액을 공개한다. 이 잠정치는 오전 9시 엠바고로 기자들에게 먼저 전달되고, 보도자료 파일은 산통부 홈페이지에 오전 11시경 업로드된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전화로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냥 원래 그렇단다.

다음으로, 확정치는 월 중순(15~16일 경)에 발표된다. 무역협회나 관세청 두 곳에서 모두 확인 가능한데, 잠정치보다 훨씬 세분화된 raw data를 엑셀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속보치에서 발표되는 통관기준 수출물량 raw data는 없다는 것. 관세청에 수출입화물통계라는 것이 있긴 한데 속보치의 물량 수치와는 꽤 차이가 나며, 한은의 수출물량지수는 수출 품목 중 변동성이 큰 항목들을 제외하고 산출되는 core 지수에 가깝기 때문에 proxy로 쓰는 것은 무리다. 이 부분 때문에 GDP내 수출입을 추정해 보는 데에서 꽤 애를 먹었었다. 지엽적인 이슈긴 하지만, 통계의 일관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산통부 보도자료에서 수출입 물량 수치는 올 하반기 들어서부터 공개되기 시작했고, 매월 발표되던 전력판매는 3월부로 분기 발표로 변경되어 버렸다. 이러면 나 같은 사람은 '수출 부진을 어떻게든 해명해 보고자 물량을 이제사 발표하기 시작했나', '생산 부진을 덮으려 전력판매를 분기로 묶어 버렸나' 와 같은 삐딱한 생각을 품게 된다. 올 4월경 전력판매가 업로드 되지 않아 전화 문의를 했을 땐, 발표 담당자가 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대직자도 자리를 비워 이번 달에는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담당자 분들이 늘 친절하고 자세하게 전화를 받아 주시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구성원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 내 생각.

여튼, 이 수치들을 가지고 수출입 상황을 가늠해 봄과 동시에 대략적인 생산 동향도 추정해 볼 수 있다. 아래는 품목별 데이터를 가지고 리그레션을 돌린 예상치.

(source : 통계청, 산통부)


지금 예상으론, 11월 광공업생산은 적어도 -2%YoY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정 방법의 리스크는, 예상 외로 재고가 확 쌓이거나 줄어들 때 수치가 크게 엇나간다는 것(수출을 기반으로 추정할 뿐이니깐). 그러나 11월 자동차산업동향에서 생산이 2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 아직은 미약하지만 미국에서도 재고조정이 관찰되려 한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11월 생산이 긍정적일 가능성은 낮지 않나 싶다. 11월 금리가 떴던 시발점이 10월 말 발표되었던 9월 광공업 생산의 호조였는데, 이번 생산이 부진하면 다시 1.70%을 상단으로 하는 박스로 회귀하지 않을지.

2015년 12월 12일 토요일

나의 스승님들

내가 투자(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라이프 전반)의 스승님으로 생각하는 분이 두 분 계시다. 스승님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존중을 넘어 존경을 한다는 의미고, 내 능력으로 드릴 수 있는 것에 비해 받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그런 존재를 둘이나 만나뵐 수 있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탁월한 사람이 본인의 탁월함을 타인에게 나눠주려는 의지까지 가진 케이스가 워낙에 드물기 때문이다.

한 분, 홍팀장님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뵙게 되었다. '나는 매니저란 투자자가 되는 길에 거치는 단계라고 생각해' 라는 말씀과 함께 각종 자료와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다. 나와 회사의 주니어급 동료 몇을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점심을 같이 하며 소화해 내기 힘들 정도의 영감을 매번 주셨는데, 우리는 그것을 버핏과의 점심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다른 회사에 계시고, 이제 주기적으로 하는 그 식사 자리는 버핏과의 점심이 아닌 버핏과의 저녁이 되었다.

다른 한 분, 김이사님은, 우연히 접했던 책이 웹상의 인연으로 발전해 뵙게 되었다.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문장들에 이끌리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팬이 되어 있었다. 책은 물론이고 과거에 쓰셨던 글들을 모조리 출력해서 읽고 다녔다. 각 잡고 카페에서 읽었던 적도 있고, 여행다닐 때도 몇 편씩 챙겨서 들고 다녔다. 뭔가 살짝 죄송스럽지만, 화장실에서도 종종 읽는다. 12월부로 지금 계신 곳에서 나와 독립하신다고 한다. 건승하시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홍팀장님께서 기업분석의 틀과 아이디어를 잡아주셨다면, 김이사님은 경제를 보는 방법과 마켓을 해석하는 사고방식을 만들어주셨다. 두 분이라면 어떻게 해석하고 예상하실까, 라는 문장이 내 생각들의 출발점에 늘 위치해 있다. 내가 그 분들과 같은 뷰를 가지게 되었을 때, 또는 내가 드린 글을 재밌게 읽어주실 때면,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의 정답을 맞힌 기분이라 늘 그것을 다음 공부를 할 원동력으로 삼았다. 지난 10월에 홍팀장님께서 따로 전화로 '앞으로 금리는 너에게 물어볼게' 라고 해주실 때 기분이 좋았는데, 김이사님께서는 이번에 쓴 내 연간전망을 재밌게 읽으셨다며 지인분들께 공유까지 해주셔서 거의 날아갈 뻔 했다. 덕분에 내 실력에 비해 과분한 관심과 멘션을 받았다.

김이사님의 공유를 계기로,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이 공간의 손님들이 조금은 많아진 듯 하다. 이 블로그는 애초에 주변 지인들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한편, 나의 글쓰기를 좀 더 습관화시키기 위한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방문자가 늘었다고 완전한 비공개 블로그로 돌려버릴 이유는 딱히 없는 듯 하다. 방문자 수가 높아진 것을 보고 조금 부담이 되어 회사와 관련된 포스팅을 몇 개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공개해도 무방한 글이 비공개 글보다는 많다. 오히려 이메일로 지인들과만 나누던 마켓 관련 이야기 중에 문제가 없는 것들은 이곳에 더 공유할 생각이다.

아무튼, 내 블로그 포스팅의 컨텐츠, 로직, 아이디어, 문체 등 거의 모든 것의 지적 저작권은 스승님들께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을 알린다. 특히나 트레이딩에 관심이 많고, 채권시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나로선 블로깅을 함에 있어서 김이사님의 영향력이 지대했다. 내년엔 더 많은 스승님들과 동료들을 만나게 될 것만 같다. 올해를 넘기기 전에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좋은 모티베이션을 충전하게 되어 기쁘다.

2015년 12월 7일 월요일

what the market says (7) - 밀도가 높았던 한 주

지난주는 그야말로 1년 중 가장 밀도가 높았던 한 주였다. 월요일 위안화 SDR 편입 여부, 화요일 ISM제조업지수, 수요일 옐런 의장 발언, 목요일 ECB, 금요일 비농업 고용까지. 매월 첫 주는 늘 이 정도 수준의 지표밀집도를 자랑하지만, 12월 첫 주가 각별했던 것은 역시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마지막 지표밀집기였기 때문이다.

시장의 흐름도 당연히 격렬했다. 특히 목, 금요일의 변동성은 매우 높았다. 목요일의 주인공은 EUR/USD long. 'ECB의 조치가 시장기대를 하회해서 급반등 했다' 라는 코멘트는 반만 맞는 얘기다.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 전 예금금리 20bp 인하가 발표되었을 때, 그것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이미 강세로 달리기 시작했다. 즉, ECB의 조치가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켰더라도 유로화는 강세를 보였을 것이다. 통화정책 디커플링이라는 것이 가격에 이미 너무 많이 반영되어 있었다. '가격에 많이 반영되어 있었다' 라고 말하는 근거는? 1) 테크니컬리 하방경직성을 보였고, 2) 수요일 유로존 CPI가 시장 기대를 하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거의 약세를 보이지 않았다. 가격이 갈 때까지 가 있었다는 뜻이다.

금요일의 주인공은 미국 주식 long. 논팜이 시장 기대수준으로 발표되면, 12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확실시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1) 달러가 조금 더 약세로 진행되거나, 2) 미국 채권금리가 오히려 하락하거나, 3) 미국 주식이 상승할 것이라고 봤는데, 셋 다 맞았지만 3번이 압도적이었다. 한 가지 배운 점은, 미국 주식 선물은 현물 개장 타임 이후의 흐름이 진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 논팜 발표 직후 S&P선물이 밋밋한 흐름을 보이길래 별 볼일 없을 줄 알았는데, 현물시장이 개장하자마자 큰 폭의 랠리를 시작했다. 미국 주식 선물을 볼 땐 현물시장 개장 시장에 유의하자.

아무튼, 일련의 가격 흐름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1) 연준은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그러나 인상 속도는 매우매우 더딜 것이다.

2) 지금의 달러 레벨은 이미 연준의 12월 인상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달러 강세가 더 진행되려면 중앙은행의 액션이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한다.

FOMC가 있는 16일까지는 시장이 꽤 한산할 것 같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완화적 기조 자체는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한다는 전망에 동의한다면, 한국 채권은 long을 구축해 놓기에 편안한 한 주. 근 2주간 일평균 수면 시간이 4시간 남짓인데다 운동도 제대로 못해 몸이 꽤 상했는데, 이제 다시 체력을 비축해 놓아야 할 시기.

2015년 12월 4일 금요일

2016년 한국경제전망

지난번 업로드했던 자체 전망 자료를 재업로드. 이곳을 클릭.

아래는 요약 부분 내용을 첨부했다.




• 한국정부와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3%대 성장률이 2016년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2014년부터 진행된 재고 위주의 성장은 수출 부진의 본격화로 한계에 봉착했다. 미국 산업경기 둔화로 선진국 경기 개선에 따른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며, 중국 경기 침체는 이미 변수가 아닌 상수에 가깝다. 2016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주저앉을 것이다.

• 한국의 기준금리는 상 하반기 각각 25bp씩 인하되어 1.0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첫 인하는 수출 부진을 투자와 소비로 상쇄하겠다는 한국은행의 기대가 무너지는 3~4월경에, 두 번째 인하는 성장률 부진이 한층 가시화되는 10월경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방관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한국 채권금리의 장단기 스프레드는 극도로 축소될 것이다.

• 연준은 미국의 제조업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고용 회복을 근거로 점진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조업 경기 부진의 심화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며, 이는 소비와 서비스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시차는 다소 존재하겠지만 금번 기준금리 인상은 고용지표의 둔화와 물가 하락을 야기할 것이고, 결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많아야 2~3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 중국의 과잉부채 위기론은 수년간 제기되어 왔으나 특별히 실체화 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간과되어왔다. 그러나 경제지표의 전방위적인 하락과 8월의 위안화 절하로 중국 위기론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미래는 1)경기 부진을 방조하며 부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빠지거나, 2)통화 완화 시도에 따른 자금유출로 자산가격이 폭락해 밸런스시트 불황에 빠지는 두 스토리 중 하나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 경기 흐름 상 코스피 지수는 1~2분기에 마지막 반등을 보인 뒤, 근 4년간 형성한 박스권을 하향 이탈할 개연성이 있다. 한국 채권금리는 전 구간에 거친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며, 한-미 10년물 금리 역전이 일상화 될 것이다. 원화는 한국 경기 부진을 배경으로 꾸준히 절하되어 1,300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

• 보고서 말미에는 통화정책과 관련된 7가지 단골질문들과 답변을 첨부했다. 대부분이 엉터리 경제 칼럼 등이 형성해 놓은 잘못된 통념에서 비롯된 의문들이다. 잘못된 통념만 바로잡아도 어처구니 없는 매크로 전망은 피할 수 있게 된다. 아니, 어쩌면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는 것 자체가 매크로 전망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2015년 12월 1일 화요일

2016년 한국 경제 전망 (수정 계획)

2016년 경제 전망 자료의 드래프트 버젼. 게으름으로 인해 작성이 늦어졌다. 도표와 출처 등을 수정한 완성본은 이번주 내로 업로드할 계획.

다운로드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