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3일 일요일

통계 유감, 그리고 11월 광공업생산 예상

한국 수출입 데이터는 크게 두 번에 거쳐 발표된다. 먼저, 매월 첫 영업일에 통관기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전월의 잠정치를 산통부에서 발표한다(20일까지의 수출입은 당월 중 발표되지만 말일 기준치와 차이가 많이 난다). 전체 수출입 잠정치는 전월 말일을 기준으로 추정되지만, 품목별 잠정치는 20일까지를 기준으로 추정된다. 품복 분류는 MTI 3단위 분류를 따르고, 13대 품목 위주로 증감률과 금액을 공개한다. 이 잠정치는 오전 9시 엠바고로 기자들에게 먼저 전달되고, 보도자료 파일은 산통부 홈페이지에 오전 11시경 업로드된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전화로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냥 원래 그렇단다.

다음으로, 확정치는 월 중순(15~16일 경)에 발표된다. 무역협회나 관세청 두 곳에서 모두 확인 가능한데, 잠정치보다 훨씬 세분화된 raw data를 엑셀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속보치에서 발표되는 통관기준 수출물량 raw data는 없다는 것. 관세청에 수출입화물통계라는 것이 있긴 한데 속보치의 물량 수치와는 꽤 차이가 나며, 한은의 수출물량지수는 수출 품목 중 변동성이 큰 항목들을 제외하고 산출되는 core 지수에 가깝기 때문에 proxy로 쓰는 것은 무리다. 이 부분 때문에 GDP내 수출입을 추정해 보는 데에서 꽤 애를 먹었었다. 지엽적인 이슈긴 하지만, 통계의 일관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산통부 보도자료에서 수출입 물량 수치는 올 하반기 들어서부터 공개되기 시작했고, 매월 발표되던 전력판매는 3월부로 분기 발표로 변경되어 버렸다. 이러면 나 같은 사람은 '수출 부진을 어떻게든 해명해 보고자 물량을 이제사 발표하기 시작했나', '생산 부진을 덮으려 전력판매를 분기로 묶어 버렸나' 와 같은 삐딱한 생각을 품게 된다. 올 4월경 전력판매가 업로드 되지 않아 전화 문의를 했을 땐, 발표 담당자가 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대직자도 자리를 비워 이번 달에는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담당자 분들이 늘 친절하고 자세하게 전화를 받아 주시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구성원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 내 생각.

여튼, 이 수치들을 가지고 수출입 상황을 가늠해 봄과 동시에 대략적인 생산 동향도 추정해 볼 수 있다. 아래는 품목별 데이터를 가지고 리그레션을 돌린 예상치.

(source : 통계청, 산통부)


지금 예상으론, 11월 광공업생산은 적어도 -2%YoY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정 방법의 리스크는, 예상 외로 재고가 확 쌓이거나 줄어들 때 수치가 크게 엇나간다는 것(수출을 기반으로 추정할 뿐이니깐). 그러나 11월 자동차산업동향에서 생산이 2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 아직은 미약하지만 미국에서도 재고조정이 관찰되려 한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11월 생산이 긍정적일 가능성은 낮지 않나 싶다. 11월 금리가 떴던 시발점이 10월 말 발표되었던 9월 광공업 생산의 호조였는데, 이번 생산이 부진하면 다시 1.70%을 상단으로 하는 박스로 회귀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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