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7일 일요일

7월 26일의 생각

미국 증시 강세가 90년대식 실물 장세라는 주장과, 유동성 버블에 불과하다는 주장의 충돌이 요즘들어 부쩍 잦아진 듯 하다. 생각해보면 내 고민들의 포인트도 두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조만간 읽을 계획이 있는 책 역시 두 주장과 관련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논리를 따져보는 것을 떠나서, 중장기적인 미국 주식 상승 뷰를 가진 나에겐 주장들이 충돌하는 상황 자체가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버블 논란을 수반하지 않는 자산 가격의 multiple upgrade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버블이 터지는 것이 두려워 관망하는 것 보다는, 발이라도 담가 놓고 고민하는 것이 나은 국면이다.

다만 나는 아직 유동성 버블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어, 포지션을 무겁게 구축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 중이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유동성으로 시간을 버는 동안 실물로 온기가 도는 것이 확인되는 것이지만, 그러한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주가에는 일시적 부담 요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실물 전이 없이 유동성만으로 금번 강세가 마무리된다면, 그 때는 빠져나오기 어려울 정도의 가파른 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미국 주식 long은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그리고 의외의 조정에도 다치지 않을 size로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앞 문장은 모든 포지션 구축에 적용되겠지만, 지금은 특별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에는 펀더멘탈한 분석이나 거시경제 지표보다도, 단순한 기술적 접근이 큰 도움이 된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오히려 전략 수립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주 발표된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들은, 실효성을 차차 확인해야겠지만 방향성 자체는 주가에 긍정적이다.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QE처럼 직접적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완화적 효과를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 미국의 경우 2013년 S&P 기업들이 자사주매입과 배당에 쏟은 금액이 동기간 QE 규모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source : factset)


하지만 불편하게 느껴지는 점도 적잖다. 유보금 과세로 임금이 상승할 것 같지는 않고, 배당이 확대된다 한들 가계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가격 상승만 촉발될 가능성이 있는 것. 심지어 그 자산이 주식이 아니라 부동산일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도 코스피의 길고 좁은 박스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언젠가 따로 글을 쓸 일이 있겠지만, 상식과는 달리 가격은 range가 좁고 길수록 첫 break out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 이번에 박스 상단을 돌파하더라도 조급할 필요는 없을 것. 트렌드가 상방이 맞다면, 살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7월 19일 토요일

7월 18일

미국 10년물이 다시 2.50%를 하회했다. Philly Fed 제조업지수 발표 직후 시장 반응으로 미루어 보건데,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이 없었다면 2.50대 초반에서 종가가 형성되었을 듯 싶다. 여객기 이슈로 인한 하락분을 제외하더라도, 미국채 숏 뷰를 가졌던 나에게 그리 편안한 상황은 아니다.

현재 아시아 금융시장의 반응과 미국 주식,채권 선물 움직임상 여객기 격추 이슈는 어느 정도 중화되는 분위기이다. 과거에 비해 미국의 국제 정세 개입 유인이 낮아졌고, 특히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슈에 대한 대응책들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오히려 미국은 최근의 달러 패권 도전 움직임에 신경을 쏟고 있을 듯.

어제의 이벤트는 일회성일 수 있겠으나, 오늘 2.50 회복의 탄력도가 충분치 않으면 당분간 미국채 숏 뷰는 철회하기로. 막상 상승이 시작되면 가파른 기울기를 보여 진입이 어렵겠지만, 지난 금리 저점을 하단으로 잡는 range play를 하기엔 글로벌 유동성 팽창과 월말로 예정된 2분기 GDP속보치 발표가 다소 부담스럽다. 평균회귀 전략은 추세추종 전략의 진행 중에 구사할 때 더 큰 의미가 있다.

2014년 7월 4일 금요일

6월 Non-farm payrolls

미국 6월 비농업 고용이 288K를 기록하며 예상치인 214K를 대폭 상회했다. 전일 ADP의 호조로 실제 기대는 예상치보다 높았을 것임에도, 개선된 숫자가 확인되자 주식, 금리 모두 꽤나 뚜렷한 반응을 보이는 중.

ADP 호조에 약 전일 5bp 상승 마감한 미국 10년물은 NFP 발표 직후 추가로 5bp의 상승폭을 보였다가, 현물시장 개장 한 시간이 지난 현재 약 2.5bp 상승해 거래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기록한 2.68 부근에서 지지를 받은 모습. 2.50을 회복한 이후로 미국 금리는 지표 호조에 상승하는 비교적 정상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보다도 주가의 반응이 흥미로운데, nasdaq과 S&P 모두 일시적 하락을 보인 후 곧바로 반등해 소폭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 ADP 호조에 보합 마감한 주가를 보고, 지표호조에 따른 금리 상승이 주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하는 국면인 것으로 추측했는데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결국 '고용지표 호조 -> 주식 강세, 채권 약세' 라는 흐름이 연출 중인 것인데, 올해 초 이후 거의 처음있는 일치된 시장 반응이 아닌가 싶다. 2Q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고조되는 시그널로 보이는데, 최소 2Q GDP 속보치가 발표되는 7월 말까지는 이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2Q GDP 속보치가 시장 기대에 부합한다면 추가 랠리의 가능성도 높은 상황.

내일 아침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추가로 나올 지표나 이슈가 없어 현재의 방향성을 유지한 채 장이 마감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의 bad news는 미국 5월 무역적자 폭 축소가 석유무역적자 폭 감소에 기인한 왜곡된 수치라는 것 정도.
(관련기사 링크: http://www.businessinsider.com/bad-news-for-q2-gdp-2014-7)

2014년 7월 1일 화요일

매트릭 스튜디오

휴가기간 중 읽을 책으로 문병로의 매트릭 스튜디오를 골랐다. 휴가 중에 꼭 그런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겠지만, 나는 투자나 트레이딩 관련 서적을 읽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 그 편안함의 근거는 공감에 있는 듯 하다. '이 사람도 나와 같은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묘한 안도감과 함께 글에 대한 집중력이 상승한다. 그리고 그 뒤로 읽히는 글들은 어떤 무협지나 만화책보다 실감나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1)기술적 지표의 조합을 이용하는 트레이딩, 2)수리적 추정 모형을 활용 하는 트레이딩(사실 1, 2번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도 있음), 3)펀더멘탈 factor를 활용하는 트레이딩, 4)HFT & market making 정도로 분류하여 이해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대략 1~3번을 적절히 혼용하는 투자자인 듯 하다. 스타일의 폭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포지션 사이징 전략도 겸비한 노련한 시스테머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라는 분야와, 저자의 직업으로 미루어 보아 매우 외로운 시간들을 보냈을 것이 분명하다.

책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학부시절 증권 수업 과제로 코스피의 10년 수익률을 기하평균 관점에서 분석해 제출하자, 담당 교수님이 '수치가 잘못된 것 같으니 다시 한번 체크해 보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기하평균은 투자자들의 인식과 다른 값을 산출해 낸다. 가격은 률(%)의 논리로 움직이기에 기하평균의 사용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고 체계가 단순평균에 익숙해 있어 이를 바로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차트 분석의 핵심도 결국은 기하평균의 관점에서 출발하는데, 관련 도서로 가볍게 '주식수학'을 읽어 보면 좋다.

기하평균 외 세부 내용 중 눈길이 간 부분은 볼린져밴드의 검증이었다. '밴드의 돌파보다 밴드 상단 근접이 더 의미있는 시그널이다'는 문장은 나도 예전에 고민해 보던 것이었는데, 나는 밴드의 시그마 값을 조정해 밴드 돌파로 시그널을 통일시킨 반면, 저자는 근접 자체를 시그널로 남겨두었다. 로직을 다루는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당시 나는 '밴드의 근접'을 규정할 수 없어 로직을 단순화 했었다. 결과적인 시그널 생성 시점은 대동소이하겠지만, 로직의 정밀도 측면에서는 필자의 방식이 압도적이다. 필자는 나보다 몇 단계는 더 고차원적인 개념들을 트레이딩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하평균, 볼린져밴드 등의 컨텐츠보다도 나를크게 사로잡은 것은 저자의 검증력 그 자체다. 저자는 데이터 기반, 컴퓨터 능력, 연구실의 학생들을 통해 궁금한 로직을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검증해 낼 수 있다. 내가 '과거 20년간 이머징국가들의 경상수지 증가율과 3y-10y 스프레드', '볼린져밴드 확장 초기 국면에서의 rsi의 유용성' 등을 살펴보려면 데이터를 구해 정리하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검증해 볼 수 있는 능력. 알고리즘 혹은 시스템의 강점은 여기에 있는 듯 하다. 모델링을 통한 자동매매를 구현하지 않더라도, 시스템은 직관력을 강화시켜주는 도구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역시 영어 다음으로 배워야 할 언어는 컴퓨터 언어가 맞는 듯.

90년대 후반 코스닥 열풍과, 무료로 제공되는 화려한 기능의 HTS는 엄청난 숫자의 마바라 차티스트들을 잉태시켰다. 그리고 이들로 인해 한국에서는 기술적 분석이 경시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현재 시스템 트레이딩이 주류로 취급받지 못하는 풍조 역시 그 시선과 맞닿아 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기술적 지표를 조합한 신호매매 정도로 간주되고 있는 것. 그러나 나는 장기적으로 시스테밍 역량의 상향 펑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 기본적 엑셀 능력이 필요하듯 향후에는 프로그래밍 능력이 기본 소양이 되지 않을지. 투자 스타일을 막론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