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9일 월요일

간략한 하반기 전망

1. 미국

미국 경기는 여전히 좋게 보고 있는데 이유는 소비에 온기가 돌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

5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은 +0.9%MoM을 기록했는데 유가 반등에 따른 gasoline 지출 확대를 제외하면 아직 개선폭이 뚜렷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반기가 유가 폭락의 소비 증대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한 시점이라는 점과, 소매판매를 위시한 각종 소비지표가 잘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소비는 나쁘지 않을 확률이 높다. wage growth의 개선과 꿈틀거리는 주택시장도 하반기 소비 개선 기대에 한층 힘을 실어준다.

내가 '소비'에 포커스를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1)현재 미국의 재고 수준이 낮지 않고, 2)달러 강세로 인한 수출 둔화가 관찰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 경기확장을 위한 전제가 소비의 증대이기 때문. 즉, 수출 둔화를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소비가 올라와줘야 하는 것인데 난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인플레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기준금리를 올려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라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분위기상 연준은 9월에 첫 금리 인상에 나설 듯 하다. 사실 첫 인상 시기가 9월이든 12월이든 별 차이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폭발적이지는 않으나 미국 경기는 앞으로도 강할 것이라는 점.

결국 미국 주식은 하락할 때마다 매수 접근. 특히 Tightening 우려로 조정 받으면 적극적으로 매수. 단, 기대했던 대로 소비가 올라오지 못하면 유보. 미국은 본격적 경기 확장의 시작인지, 침체로의 회귀인지 기로에 놓인 만큼 길게 가지고 갈 수 있는 포지션을 잡을 기회는 미국 주식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일본

주식을 할 때 폭발하는 성장주 못지 않는 수익을 안겨주는 것이 턴어라운드주다. 일본은 턴어라운드 하는 나라였고 그래서 닛케이는 폭등했다.

엔저로 기업이익을 확대시켜 생산과 투자를 활성화 시킨 후 임금을 올려 가계도 덕을 보게 하겠다는 그림은 이미 완성 단계다.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이 과녁에 적중할지 여부는 미지수이나, 활 시위를 당기고 조준할 시간은 확보된 것이 분명하고, 아베의 정책 방향과 추진력으로 미루어 볼 때 세 번째 화살도 적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향식 문화가 뚜렷한 나라에 탁월한 리더가 자리잡고 있다. 낙관적일 수 밖에 없다.

닛케이 롱의 리스크로는, 미국 경기가 다시 어려워지면서 엔저 용인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과 일본이 뜻 밖의 지진을 겪게되는 정도. 하반기 닛케이는 전에 포스팅했던 how to trade bubble의 관점으로 매매하면 될 듯.



3. 유럽

작년에 유로숏을 보내버린 이후로 유럽에 대한 뚜렷한 뷰가 없다. 통화 완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주식을 사자는 주장이 많지만 그런 관점에서 주식을 사려면 일본이 더 편하다. 그리스 때문에 가끔 유로화를 거래할 기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내 관심 밖.



4. 중국

어제 (6/27) 중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있었다. 부동산이 소폭 반등 중임에도 추가 완화 대응을 한 것인데, 어쩌면 부동산이 아닌 주가 부양에 중국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리는 첫 시그널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난 중국 정부의 부양을 믿고 상해주식을 살 것인가?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다. 미국과 일본 진입을 기다리다가 너무 지루하면 심심해서 거래해 볼 순 있어도, 일정 비중 이상을 중국 자산에 투자하지는 않을 듯. 아직도 모든게 너무 불투명한 나라다.



5. 한국

한국은 서서히 유동성 함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수출이 물량 기준으로도 깨지는 것으로 봐서 하반기에는 경기부진이 지표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두 번 연속 인하할 자신이 없는 한은은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8월과 9월에는 연준의 인상이 두려워 또다시 동결할 듯. 추가 인하는 빠르면 10월 정도가 아닐지. 10월, 12월 내려서 연말 기준금리는 1.00%를 기록한다는 것이 나의 베이스 시나리오.

결국 한국 주식은 인덱스는 박스에 갇히며 몇몇 중소형주만 집중적으로 폭등하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이어갈 것. 채권은 단기물 위주의 롱전략이 유효. 단, 7-8월 중 한은이 추가 인하에 나서면 뷰를 수정한다. 미국에서 일하는 지인이 한국시장에 대한 의견을 물어올 때마다 이런 컨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코멘트를 해주는데, 매번 비슷한 코멘트를 줘서 주는 입장서 참 미안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결론적으로, 베이스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면 한국 인덱스는 하반기에 거래하지 않는다. 내가 한국 주식 매니저라면 모르겠으나 굳이 나쁜 시장에서 좋은 종목을 찾으려 애쓸 이유가 없기 때문. 시간 될때마다 달러나 사둘 것.



유구한 지식과 경험의 축적을 기반으로 대침체 터널의 끝을 향하는 미국.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을 것만 같은 일본. 밍기적거리는 한국.

쓰고보니 기존 뷰에서 크게 바뀐게 없는 것들을 되풀이한 것이 되었다. 정기 레폿을 내야하는 입장도 아닌데 반기라는 시기에 맞춰 전망할 필요가 있을까. 뷰를 바꿀만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바꿀 준비를 해야한다. 기왕이면 그게 한국이면 좋을 듯.

2015년 6월 17일 수요일

15/06/16

- 두 부류

자산운용업계 종사자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월급쟁이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 투자자를 지향하는 사람. 좀 바꿔서 표현해 보자면 중상 수준의 페이에 만족하며 승진을 꿈꾸는 직장인, 그리고 소로스나 버핏을 꿈꾸는 투자자. 나는 운용업계라면 당연히 후자의 비율이 압도적이고, 감탄을 금치 못하게끔 하는 아이디어들의 교환이 끊임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자의 비율이 압도적. 나는 투자자를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월급쟁이 라이프를 몰가치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두 부류 간의 역량이 크게 차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anomaly는 가끔 존재하지만, 대체로 월급쟁이 마인드를 가진 사람의 투자/분석 역량은 투자자 마인드를 지닌 사람의 역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다. 나보다 열심히 하고 잘 하는 사람이 조금만 존재해도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지는 것이 투자이기 때문.



- 좋은 사람들

이번 달에는 평소 즐겁게 투자 이야기를 공유하던 타사 동료 한 명이 업계를 떠나고, 지적으로/인간적으로 엄청난 가르침을 주시는 사내 스승님이 다른 회사로 떠나신다. 회사라는 시스템은 생각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이 떠난다 하여 회사가 단번에 망가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회사가 더 좋아질 기회는 분명히 놓치게 되며, 남아 있는 사람들은 고민하게 된다. 좋은 사람이 자꾸 유출되는 이 회사 또는 업계에 남아도 되는 것인가, 남게 된다면 나는 남아 있는 좋은 사람인 것인가 아니면 단지 바보인 것인가, 에 대하여.



- 이주열 총재

지난 목요일 금통위 기자회견에서의 이주열 총재의 발언은 사실상 '내가 이만큼이나 금리를 내려줬으면 됐지? 이제 구조개혁이랑 재정정책으로 해' 에 가까웠다. 지금 타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설령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언제라도 경기가 위축되면 완화정책을 펼치겠다' 라고 선언한다.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이젠 정말 더 내리기 싫어' 라고 하는 총재는 지구에 이주열 한 명 뿐.

이번에 이주열 총재는 '메르스 여파에 따른 내수침체 우려로 금리를 내렸다' 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금통위에서 '현재의 지표 부진은 메르스에 따른 일시적 부진이므로 동결 후 지켜보자' 라며 같은 이유로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촌극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 능력과 인성

무능하지만 나이스한 사람과 유능하지만 성격이 이상한 사람 중에 뭐가 더 나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동안 했었는데, 그게 별로 의미 없는 고민이었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어차피 유능하고 나이스한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르기 때문.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내가 빚으로 집을 지은 이유

최근 나는 빚으로 집을 하나 지었다. 3주 정도 집을 알아보고 계약하느라 블로깅도 뜸했고, 체력도 많이 소비했으며, 공부에도 꽤 소홀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집이라는 자산의 보유 여부와 어느 지역에 거주할 것이냐는 삶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바로 그 집이라는 자산이 꽤 크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기다. 집에 대해 집중해서 관찰하고 결론을 내린 뒤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집을 산 것이니 당연하지만), 나는 앞으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특히 투자 목적이 아닌 주거 목적인 경우 매입하지 않을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전세가 상승

전세가는 왜 올랐을까? '금리가 낮아져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받으려 하기 때문에 전세값이 올랐다'는 주장이 있지만 다소 부정확하다. 그보다는 '금리가 낮아져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었고, 전세물량이 급감해 전세가격이 올랐다'고 보는 것이 맞는 듯 싶다. 집값의 범위 내에서는 전세를 아무리 올려서 받아봤자 어차피 집 매각 대금을 은행에 넣는 것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월세의 주거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다. 많이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세금 1억에 해당하는 월세는 월 40만원 수준으로 전월세 전환률은 약 4.8%에 달한다. 품귀 현상을 보이는 전세, 낮은 이자비용, 비싼 월세는 결국 세입자들의 주택 매수 전환을 촉발한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 기준 전세가율은 약 70% 수준인데, 이는 전세로 살던 세입자가 LTV 30% 정도의 레버리징을 일킨 뒤, 거치기간 동안 월세로 전환하는 것 대비 절반 이하의 월 cash outflow을 부담하면서 기존의 주거조건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투자목적의 매입세 유입이 활발해져 가격이 같이 상승하게 되는 부분도 꽤 크다. 전세의 본질은 결국 개인간의 무이자 담보대출이기에, 전세가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주담대로 치면 LTV가 대폭 완화되고 있는 것과 같다.

결론적으로 전세가 상승은 1)실수요 매수세 전환을 촉발하고, 2)투기적 매수세 유입을 부추킨다. 그리고 전세제도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고, 이는 위 두 요인들을 다시 강화시킨다. 부동산 가격에는 당연히 강세로 작용.



2. 통화정책

매크로 여건상 미국 외 지역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해당 지역의 자산가격을 부스팅하게 될텐데 한국만 그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국 한국은행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며 부동산은 상승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다만 금리 인하의 속도가 문제. 일본의 과거 QE와 달리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QE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부양정책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완화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25bp씩 인하하는 패턴을 답습 중인데,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종래에는 부양효과 없이 통화정책 운신의 폭만 잃게 될 것. 즉, 이자부담은 낮아져도 집값은 상승하지 않을 가능성도 꽤 높은 셈. 투자목적의 주택이 아닌 주거 목적의 주택 매입만 하는 것이 편하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공급

이 부분부터는 따로 블로깅을 하는 것 보다 SK증권 김효진 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하는게 좋을 듯 하다. 5월에 발간된 부동산 시리즈 보고서인데 간결하고 알찬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기준의 공급부족 현상은 2016년까지는 진행될 것.





4. 외국자금 유입의 가능성

역시나 김효진 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 외국자금이 국내 부동산에 유입되는 시나리오인데 실현되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장기거주 목적의 주택이라면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요인.






결론적으로 주택과 관련해 가장 좋아보이는 부채 전략은 1)변동금리 주담대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거주 목적의 주택을 매입한 뒤, 2)기준금리 인하가 멈출 때쯤 주금공의 장기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 디스인플레이션 시대에는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막상 디스인플레가 닥치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레버리징을 통한 자산 매입 전략이 유효해진다. 마이너스 금리의 함의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 cash outflow(마이너스 금리)를 지불하더라도 자산가격 상승(채권의 capital gain)이 그것을 커버하고도 남는다는 의미.

최근 읽은 '빚으로 지은 집' 이라는 책은 주택의 증권화를 주장한다. 부채를 증권화해서 거래하는게 아니라 아예 집 자체를 증권화하자는 것. 전체적으로 재밌는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담대는 부자가 빈자에게 돈을 빌려 주는 것' 이라는 부분, 그리고 그 때문에 부채가 아닌 지분증권의 개념을 주택에 도입/확대해야 한다는 맥락에는 공감할 수 없다. 주택을 증권화 하면 오히려 기존 자산가들에게만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 개인이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일구는 데에는 어차피 레버리징 외엔 별 방법이 없다. 지금은 레버리징을 해야 할 시기.

2015년 6월 4일 목요일

5월 금통위 의사록

어제는 5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되었다. 수출이 망가질 수는 있지만 성장경로는 예상을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몇몇 주장들을 보고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일단 6월 금통위에서는 4:3 정도로 간신히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자세한 글은 차차 포스팅할 예정. 아래는 제일 정확하게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있는 하성근 위원의 코멘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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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중점적으로 유의해야 할 최근의 경제상황 전개는 다음 다섯 가지라고 할 수 있음. 첫째, 수출 및 수입의 감소세 확대, 둘째, 물가의 하방 위험 증가, 셋째, 기조적 개선신호를 보이고 있지 않는 내수 동향, 넷째, 각국의 경쟁적 통화완화정책 및 자국통화 절하정책과 이와 연관된 국내 외환시장의 동향, 다섯째,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가계대출 등임.

먼저 수출과 수입의 감소세를 보면 통관기준 수출은 금년 1월 전년동월대비 감소로 전환된 이후 그 감소세가 점차 커져, 4월중 전년동월대비 8.1% 감소하였음. 특히 4월에는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제외 수출은 물론 물량기준 수출도 감소하였고, 일본, EU 등을 중심으로 한 수출 감소도 지속되고 있음.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최근 우리 수출의 부진에는 국제유가 급락 이외에도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회복 지연, 각국의 경쟁적 통화완화정책과 그에 따른 원화절상 기대심리 등 여러 가지 구조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음. 따라서 최근의 수출 감소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됨. 한편 4월중 수입은 그간 지속된 원자재 수입의 감소에 더해 자본재 및 소비재 수입도 감소하였음. 최근에는 수출둔화에 따른 기업실적 약화 및 내수 부진이 수입 감소 및 경상수지 흑자를 야기하고 이는 다시 추가적인 원화절상 및 수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대두되고 있음. 특히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상회하고 수입도 시설투자 및 소비와 밀접히 연관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수출입 감소가 우리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심각하게 억압할 가능성을 결코 경시해서는 안 될 것임.

물가의 경우 4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0.4% 상승하였음. 이는 담뱃값 상승효과를 감안할 때 세 달 연속으로 물가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말해 주고 있음. 한편 최근 도시가스 요금인하 효과 등으로 5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의 상승률보다도 더 낮아질 것으로 보임. 또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금년 들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담뱃값 상승효과를 제외하면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4%에 불과함. 최근의 저물가는 공급측 요인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수요측 요인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음. 현 시점에서 물가동향을 다시 종합해 볼 때 지난달 발표한 금년도 물가상승 전망치는 다시 하향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임.

소비의 경우 1/4분기중 민간소비가 내구재와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소폭 증가하였음. 그러나 월별로 보면 3월중 소매판매지수가 전월대비 감소하였음. 4월에는 소매판매지수가 소폭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모니터링되고 있지만, 소비 회복세의 기조적인 정착은 여전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음. 그리고 설비투자의 경우 1/4분기 설비투자가 지난해 4/4분기와 동일하게 나타나 여전히 부진함. 또한 4월중 설비투자지수도 기계류 수입액의 감소 등으로 인해 3월에 이어 하락세를 지속한 것으로 모니터링되고 있음. 다만 설비투자지수의 감소폭이 줄고 일부 기업들의 투자계획도 발표되고 있어,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 개선과 함께 그간 투자를 이연하였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부분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은 있음.

한편 최근 발표된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의하면 2014년중 상장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전년에 비해 1.5% 감소하여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2009년의 -0.1%를 하회하였으며,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4% 초반으로 크게 낮아졌음. 최근의 기업 실적개선이 일부 소수 우량기업에만 집중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기업부문의 활력 저하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음. 또한 2011년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온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 3월에도 전월대비 1.5%포인트 하락한 73.6%로 조사된 것으로 발표되었음. 이 가동률 수준은 20095월 이후 최저 수준임.

주요국의 통화완화정책 확대와 국내 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최근 중국, 호주 등을 중심으로 다수 국가에서 추가적인 통화완화정책 및 자국통화 절하 유도정책을 시행하고 있음.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은 4월중 미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기대 약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증권투자 확대 등으로 하락하였다가 최근 일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음. 그러나 주요국의 통화완화정책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향후 우리 경제의 경상수지 흑자지속 및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의 유입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원화절상 압력 확대 추이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

가계대출의 경우 4월중 은행 가계대출은 8.5조원 증가하여 2008년 통계편제 이후 최대 규모로 증가하였음. 이는 주택경기 개선에 따른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거래 증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에 주로 기인한 것임. 비은행 가계대출도 저축은행 및 신용협동기구를 중심으로 증가폭이 소폭 확대되고 있음. 이에 따라 가계대출의 지나치게 빠른 증가 속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음.
또한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하여 우리 경제의 성장, 물가 등 주요 거시상황과 대외여건 전개를 요약해 보면 최근 내수 개선의 약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수출 및 수입 감소세 확대 등으로 인해 향후 성장경로에 있어서 상당한 하방위험이 새로 부각되고 있음. 물가에 있어서도 추가적인 하방위험을 인식해야 할 상황에 처하고 있음. 그리고 이러한 성장과 물가의 새로운 하방위험에 더하여 보다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다수 국가들의 통화완화 및 절하정책의 확산, 그리고 이와 연관된 국내 외환시장의 원화절상 압력은 통화당국의 적절한 대응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임. 특히 금년 하반기로 갈수록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가 강화되고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금리 및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시간이 갈수록 통화당국의 정책 운신의 폭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볼 수 있음.

이에 따라 이번 달 당행의 기준금리를 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시까지 현재의 1.75%에서 1.5%25bp 하향조정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함.

통화완화정책에는 항상 정책비용이 수반되게 되는데 현 상황에서는 가계부채의 급증 문제가 가장 중요한 정책비용이 될 것임. 그러나 현재 우리 가계의 소득대비 부채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부채증가에 대응하여 가계의 자산도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가 단기적으로 거시경제에 심각한 위험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임. 다만, 급격한 증가 속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임. 따라서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적절히 관리하되, 그 관리는 거시 통화정책 운용에 의존하기보다는 미시 건전성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음. 아울러 정책당국들은 가계부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적양적 개선방안은 결국 가계의 명목소득을 제고시킴으로써 자체적인 부채 상환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고자 함. 한편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최근의 수출감소 배경 파악과 그 대응책 마련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함. 특히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및 비가격경쟁 심화로 인해 기업들이 수출감소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을 한 번 경험하게 되면 그것을 다시 회복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갖게 된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수출회복을 위한 기업과 정책당국의 조기 대응노력은 매우 긴요하다고 하겠음. 또한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여건 등 다양한 제약조건 하에서 우리 경제의 조속한 활력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거시정책 조합의 모색이 필요함. 따라서 정부는 전례에 없는 통화완화정책 운용과 최적 조합을 이루면서 효과적인 수요 진작 및 생산성 제고 등을 도모하는 재정확대 정책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임. 아울러 관련 정책당국은 향후 주요국의 통화완화정책 확산 추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및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추이 등이 국내 외환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면밀히 점검하고 향후 원화의 대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제반 정책적인 대응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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