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2일 금요일

내가 빚으로 집을 지은 이유

최근 나는 빚으로 집을 하나 지었다. 3주 정도 집을 알아보고 계약하느라 블로깅도 뜸했고, 체력도 많이 소비했으며, 공부에도 꽤 소홀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집이라는 자산의 보유 여부와 어느 지역에 거주할 것이냐는 삶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바로 그 집이라는 자산이 꽤 크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기다. 집에 대해 집중해서 관찰하고 결론을 내린 뒤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집을 산 것이니 당연하지만), 나는 앞으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특히 투자 목적이 아닌 주거 목적인 경우 매입하지 않을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전세가 상승

전세가는 왜 올랐을까? '금리가 낮아져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받으려 하기 때문에 전세값이 올랐다'는 주장이 있지만 다소 부정확하다. 그보다는 '금리가 낮아져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었고, 전세물량이 급감해 전세가격이 올랐다'고 보는 것이 맞는 듯 싶다. 집값의 범위 내에서는 전세를 아무리 올려서 받아봤자 어차피 집 매각 대금을 은행에 넣는 것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월세의 주거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다. 많이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세금 1억에 해당하는 월세는 월 40만원 수준으로 전월세 전환률은 약 4.8%에 달한다. 품귀 현상을 보이는 전세, 낮은 이자비용, 비싼 월세는 결국 세입자들의 주택 매수 전환을 촉발한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 기준 전세가율은 약 70% 수준인데, 이는 전세로 살던 세입자가 LTV 30% 정도의 레버리징을 일킨 뒤, 거치기간 동안 월세로 전환하는 것 대비 절반 이하의 월 cash outflow을 부담하면서 기존의 주거조건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투자목적의 매입세 유입이 활발해져 가격이 같이 상승하게 되는 부분도 꽤 크다. 전세의 본질은 결국 개인간의 무이자 담보대출이기에, 전세가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주담대로 치면 LTV가 대폭 완화되고 있는 것과 같다.

결론적으로 전세가 상승은 1)실수요 매수세 전환을 촉발하고, 2)투기적 매수세 유입을 부추킨다. 그리고 전세제도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고, 이는 위 두 요인들을 다시 강화시킨다. 부동산 가격에는 당연히 강세로 작용.



2. 통화정책

매크로 여건상 미국 외 지역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해당 지역의 자산가격을 부스팅하게 될텐데 한국만 그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국 한국은행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며 부동산은 상승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다만 금리 인하의 속도가 문제. 일본의 과거 QE와 달리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QE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부양정책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완화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25bp씩 인하하는 패턴을 답습 중인데,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종래에는 부양효과 없이 통화정책 운신의 폭만 잃게 될 것. 즉, 이자부담은 낮아져도 집값은 상승하지 않을 가능성도 꽤 높은 셈. 투자목적의 주택이 아닌 주거 목적의 주택 매입만 하는 것이 편하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공급

이 부분부터는 따로 블로깅을 하는 것 보다 SK증권 김효진 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하는게 좋을 듯 하다. 5월에 발간된 부동산 시리즈 보고서인데 간결하고 알찬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기준의 공급부족 현상은 2016년까지는 진행될 것.





4. 외국자금 유입의 가능성

역시나 김효진 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 외국자금이 국내 부동산에 유입되는 시나리오인데 실현되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장기거주 목적의 주택이라면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요인.






결론적으로 주택과 관련해 가장 좋아보이는 부채 전략은 1)변동금리 주담대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거주 목적의 주택을 매입한 뒤, 2)기준금리 인하가 멈출 때쯤 주금공의 장기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 디스인플레이션 시대에는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막상 디스인플레가 닥치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레버리징을 통한 자산 매입 전략이 유효해진다. 마이너스 금리의 함의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 cash outflow(마이너스 금리)를 지불하더라도 자산가격 상승(채권의 capital gain)이 그것을 커버하고도 남는다는 의미.

최근 읽은 '빚으로 지은 집' 이라는 책은 주택의 증권화를 주장한다. 부채를 증권화해서 거래하는게 아니라 아예 집 자체를 증권화하자는 것. 전체적으로 재밌는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담대는 부자가 빈자에게 돈을 빌려 주는 것' 이라는 부분, 그리고 그 때문에 부채가 아닌 지분증권의 개념을 주택에 도입/확대해야 한다는 맥락에는 공감할 수 없다. 주택을 증권화 하면 오히려 기존 자산가들에게만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 개인이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일구는 데에는 어차피 레버리징 외엔 별 방법이 없다. 지금은 레버리징을 해야 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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