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7일 수요일

15/06/16

- 두 부류

자산운용업계 종사자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월급쟁이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 투자자를 지향하는 사람. 좀 바꿔서 표현해 보자면 중상 수준의 페이에 만족하며 승진을 꿈꾸는 직장인, 그리고 소로스나 버핏을 꿈꾸는 투자자. 나는 운용업계라면 당연히 후자의 비율이 압도적이고, 감탄을 금치 못하게끔 하는 아이디어들의 교환이 끊임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자의 비율이 압도적. 나는 투자자를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월급쟁이 라이프를 몰가치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두 부류 간의 역량이 크게 차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anomaly는 가끔 존재하지만, 대체로 월급쟁이 마인드를 가진 사람의 투자/분석 역량은 투자자 마인드를 지닌 사람의 역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다. 나보다 열심히 하고 잘 하는 사람이 조금만 존재해도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지는 것이 투자이기 때문.



- 좋은 사람들

이번 달에는 평소 즐겁게 투자 이야기를 공유하던 타사 동료 한 명이 업계를 떠나고, 지적으로/인간적으로 엄청난 가르침을 주시는 사내 스승님이 다른 회사로 떠나신다. 회사라는 시스템은 생각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이 떠난다 하여 회사가 단번에 망가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회사가 더 좋아질 기회는 분명히 놓치게 되며, 남아 있는 사람들은 고민하게 된다. 좋은 사람이 자꾸 유출되는 이 회사 또는 업계에 남아도 되는 것인가, 남게 된다면 나는 남아 있는 좋은 사람인 것인가 아니면 단지 바보인 것인가, 에 대하여.



- 이주열 총재

지난 목요일 금통위 기자회견에서의 이주열 총재의 발언은 사실상 '내가 이만큼이나 금리를 내려줬으면 됐지? 이제 구조개혁이랑 재정정책으로 해' 에 가까웠다. 지금 타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설령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언제라도 경기가 위축되면 완화정책을 펼치겠다' 라고 선언한다.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이젠 정말 더 내리기 싫어' 라고 하는 총재는 지구에 이주열 한 명 뿐.

이번에 이주열 총재는 '메르스 여파에 따른 내수침체 우려로 금리를 내렸다' 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금통위에서 '현재의 지표 부진은 메르스에 따른 일시적 부진이므로 동결 후 지켜보자' 라며 같은 이유로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촌극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 능력과 인성

무능하지만 나이스한 사람과 유능하지만 성격이 이상한 사람 중에 뭐가 더 나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동안 했었는데, 그게 별로 의미 없는 고민이었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어차피 유능하고 나이스한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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