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9일 월요일

1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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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오프가 심화되면서 변동성이 높은 국면이 이어지는 중. 리스크오프의 배경으로 많은 요인들이 지목되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트리거로 여겨지는 것은 연준의 긴축인 듯 하다. 조금 더 풀어서 쓰자면, 미국 성장은 조만간 피크아웃할 것이고 지정학적 불안이 산재해 있는데 유동성까지 축소되는 것이 두렵다는 것. 가능한 해석이지만 개인적으로 깊은 공감이 가지 않는 이유는, 1) 만약에 정말로 그런 설정이 맞다면 장기물의 하락반전으로 주가의 추가 하락이 오히려 제한될 가능성이 높고, 2) 그것이 아니라면 결국 또 다시 레벨업 된 중립금리를 위험자산이 소화내는 과정에서의 노이즈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 그래서 시장에서 기대하는 파웰 풋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미국 주식은 언제든지 반등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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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주가 조정으로 연준이 긴축을 멈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연준이 반응할 때까지 주가의 조정이 반드시 더 이어지리란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레벨이 많이 내려왔기 때문에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연준의 코멘트를 완화적 재료로 해석해 주가가 반등 시도를 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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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미국채 5y10y 플래트너. 주식발 리스크오프로 미국채 강세가 전개되면서 5년이 아웃퍼폼했는데, 1) 지금이 경기의 피크아웃을 반영하는 것이 맞다면 5y10y 커브도 플랫되는 쪽이 자연스러워 보이고, 2) 별 일 없이 주가가 다시 안정화된다면 많이 달렸던 5년의 되돌림이 더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 로직은 이렇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더 폭락하면 힘들어질 수도 있는 포지션이므로 레벨을 나눠서 구축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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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오랜만에 아시안타임에서 선호하는 단서와 흐름이 나왔다. 주가 기준 목요일 밤처럼 미국 시장의 현물 종가는 상승 마감이지만 장막판에 셀오프가 있었을 경우, 아시아 시장에서는 장초반에만 미국 시장의 현물 종가의 분위기를 반영한 뒤 다시 미국 시장의 장막판 분위기에 연동되는 경우가 많은 듯. 동방향으로 달러원 매매를 했던 것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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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퍼스트맨을 봤다. 위플래시, 라라랜드, 퍼스트맨까지 감독이 일관적으로 '상실을 모멘텀 삼아 뭔가를 성취하는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일관적이다보니 '상실 없이는 성취도 없을걸' 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

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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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이 지나니 올해의 리뷰와 내년의 전망과 계획을 계속 그려보게 된다. 올해는 연초에는 재정과 인플레이션이 주제였고, 그 이후에는 결국 연준의 통화긴축이 주제였다. '미국채 2년 금리가 2.20%선에 도달하면 롱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대화를 연초에 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2년 금리는 2.90%다. 4월과 10월의 10년 금리 상승의 근저에는 실질금리 상승이 있었는데, 그것은 결국 연준의 통화긴축이 조금 더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장기금리가 프라이싱 한다는 의미였다 (중립금리 상승과 같은 표현도 결국에는 비슷한 의미). 10월의 장기금리 상승에서 FFR 선물이 반영하는 2019년말까지의 인상 횟수는 2회에서 3회로 점핑. 장기물 금리를 의미있게 상승시키는 펀더멘털한 요인은 1) 급작스러운 통화 긴축 선회, 2) 재정 확장, 두 가지라는 것이 그동안 가져온 관점이었지만, 올해를 겪으면서 '3) 꾸준하고 완만하게 진행되는 통화 긴축' 이라는 새로운 요인이 추가되었다. 2000년대 중반의 사례를 알면서도 3번의 컨셉으로 숏을 주저하게되는 이유는 '통화 긴축은 이미 아는건데 시장에 다 반영되어 있는 것 아닌가', '이 레벨에서 숏을 해봐야 얼마나 더 먹겠나', '여기서 긴축을 더 진행하면 오히려 10년 금리가 하락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들이 자꾸 머리를 스쳐지나가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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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미국채 금리 상승이 추가적 통화 긴축에 대한 반영이 맞다면, 다음 수순은 또 다시 플래트닝이 될 것 같다. 특히 3분기 GDP가 호조라면 2년 금리가 10년 금리를 따라잡게 되고, GDP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면 10년 금리가 상승분을 일정 부분 반납하게 될 듯. 목요일 ECB에 대한 경계감을 플래트너 찬스로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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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스터디 자료로 경기침체를 주제로 한 top of mind를 읽다가 실망. 캐나다 출장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게 '대략 2년 후에는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까? 그게 무엇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라는 내용을 담은 리폿. 고민이 막히는 부분들이 다들 비슷한 시점인 것 같다.

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1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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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로 출장을 다녀왔다. 나름 얻은 것도 많고 아쉬운 부분도 많았던 컨퍼런스. 기관 방문 일정이 있거나, 또는 장소가 아예 뉴욕이었다면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이 가능했을 것 같다. FOMC 주간에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토론토까지 날아갈 여유가 있는 것은 역시 독립투자가, Family office, 연기금 정도인 듯 (국내사는 추석이었으니 그렇다치더라도). 컨퍼런스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지금 이보다 더 좋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미국 경기는 late cycle 국면임이 확실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다시 침체로 향하게 할 요인이 무엇인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라는 것. 미국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론, 국가 부채 위기론과 같은 의미 없는 주장을 하는 연사들이 초청되었다는 것 자체가, BCA가 얼마나 미국 침체 요인을 찾으려 고민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소득 불평등이 하나의 세션으로 존재했던 것 역시 같은 맥락. 후기를 최대한 간략히 정리해서 공유했지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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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다녀와서 일주일정도 더 무리를 하다가 결국 이번 주초에 몸살. 밤새 앓다가 출근한 뒤 병원을 들렀더니 열이 39.1도. 본의 아니게 한글날 휴일을 온통 잠으로 채운 뒤 완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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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후 포스팅을 쉬는 동안 시장 변동성은 상당했던 편. 롱 재료에 거듭 강세 반응을 하지 못했던 미국채 금리는 결국 3.25%까지 상승했고, 이번주에는 금리 상승을 빌미로 위험자산들의 조정이 전개되면서 다시 금리가 반락. 지금 금리를 들어 올리는 스토리는 연초와 같은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이 아닌 실질금리의 상승이다 (미국 10년 break even rate은 2.15% 근방에서 거의 정체 중. 인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한다는 징후도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8월 임금이 기대치를 상회했던 것에 난 별로 의미를 두지 않는 중.). 즉, 미국 경기 호조가 예상보다 더 연장될 수 있고, 이에 연준이 금리를 조금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점을 시장이 프라이싱하는 과정인 것. 만약 점도표대로 향후 5번의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상방은 3.5%까지도 열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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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적 FOMC에도 불구하고 3% 아래로 금리가 내려가지 못했던 때가 숏 찬스였고, 마지막 기회는 기대치를 소폭 하회한 ISM 제조업지수 발표날에 있었다고 본다 (기대치를 약간 하회한 것 뿐이었지만, 그 레벨에서 롱이 될 상황이었으면 그정도 재료라도 강세가 나와줬어야 한다). 나는 3%에서부터 3.10%까지 레벨 관점으로 롱 대응을 하다가 이번 숏 찬스는 못 살렸다. 3.12%라는 전고점을 상향 돌파할 정도의 숏 재료가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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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펀더멘털 지표에 대한 기술적 판단이 전제된 분석 접근에 대해서 꽤나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침체권에 있던 인덱스가 상승하면 '이제 이 지표는 침체를 멈추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라고 상정하고 들어가는 류의 분석을 매우 불편하게 느낀다. 정말로 어떤 그래프를 보고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판단할 능력이 있다면 지표를 볼 것이 아니라 상승하기 시작한 주식을 사면 될 것이다. '지표가 더 좋아지기 힘든 레벨에 도달했다' 라는 접근 역시 유혹적이지만 자주 틀리게 되는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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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는 레인지를 보되 살 때는 장기물, 팔 때는 단기물이라는 구도를 유지. 미중 갈등 격화 문제에 대해서는 KRW나 CNH을 건드리기보다 EUR이나 JPY를 사는 것이 더 편안해 보인다. 컨퍼런스에서 BCA 측이 이탈리아나 중간선거는 사실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진짜 정치적 리스크는 무역갈등이라고 주장한 것에 공감했었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주는 여러모로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맞이하게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