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2일 토요일

나의 스승님들

내가 투자(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라이프 전반)의 스승님으로 생각하는 분이 두 분 계시다. 스승님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존중을 넘어 존경을 한다는 의미고, 내 능력으로 드릴 수 있는 것에 비해 받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그런 존재를 둘이나 만나뵐 수 있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탁월한 사람이 본인의 탁월함을 타인에게 나눠주려는 의지까지 가진 케이스가 워낙에 드물기 때문이다.

한 분, 홍팀장님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뵙게 되었다. '나는 매니저란 투자자가 되는 길에 거치는 단계라고 생각해' 라는 말씀과 함께 각종 자료와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다. 나와 회사의 주니어급 동료 몇을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점심을 같이 하며 소화해 내기 힘들 정도의 영감을 매번 주셨는데, 우리는 그것을 버핏과의 점심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다른 회사에 계시고, 이제 주기적으로 하는 그 식사 자리는 버핏과의 점심이 아닌 버핏과의 저녁이 되었다.

다른 한 분, 김이사님은, 우연히 접했던 책이 웹상의 인연으로 발전해 뵙게 되었다.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문장들에 이끌리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팬이 되어 있었다. 책은 물론이고 과거에 쓰셨던 글들을 모조리 출력해서 읽고 다녔다. 각 잡고 카페에서 읽었던 적도 있고, 여행다닐 때도 몇 편씩 챙겨서 들고 다녔다. 뭔가 살짝 죄송스럽지만, 화장실에서도 종종 읽는다. 12월부로 지금 계신 곳에서 나와 독립하신다고 한다. 건승하시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홍팀장님께서 기업분석의 틀과 아이디어를 잡아주셨다면, 김이사님은 경제를 보는 방법과 마켓을 해석하는 사고방식을 만들어주셨다. 두 분이라면 어떻게 해석하고 예상하실까, 라는 문장이 내 생각들의 출발점에 늘 위치해 있다. 내가 그 분들과 같은 뷰를 가지게 되었을 때, 또는 내가 드린 글을 재밌게 읽어주실 때면,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의 정답을 맞힌 기분이라 늘 그것을 다음 공부를 할 원동력으로 삼았다. 지난 10월에 홍팀장님께서 따로 전화로 '앞으로 금리는 너에게 물어볼게' 라고 해주실 때 기분이 좋았는데, 김이사님께서는 이번에 쓴 내 연간전망을 재밌게 읽으셨다며 지인분들께 공유까지 해주셔서 거의 날아갈 뻔 했다. 덕분에 내 실력에 비해 과분한 관심과 멘션을 받았다.

김이사님의 공유를 계기로,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이 공간의 손님들이 조금은 많아진 듯 하다. 이 블로그는 애초에 주변 지인들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한편, 나의 글쓰기를 좀 더 습관화시키기 위한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방문자가 늘었다고 완전한 비공개 블로그로 돌려버릴 이유는 딱히 없는 듯 하다. 방문자 수가 높아진 것을 보고 조금 부담이 되어 회사와 관련된 포스팅을 몇 개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공개해도 무방한 글이 비공개 글보다는 많다. 오히려 이메일로 지인들과만 나누던 마켓 관련 이야기 중에 문제가 없는 것들은 이곳에 더 공유할 생각이다.

아무튼, 내 블로그 포스팅의 컨텐츠, 로직, 아이디어, 문체 등 거의 모든 것의 지적 저작권은 스승님들께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을 알린다. 특히나 트레이딩에 관심이 많고, 채권시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나로선 블로깅을 함에 있어서 김이사님의 영향력이 지대했다. 내년엔 더 많은 스승님들과 동료들을 만나게 될 것만 같다. 올해를 넘기기 전에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좋은 모티베이션을 충전하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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