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6일 월요일

1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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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에는 뭔가를 잘 못 먹고 급체를 하는 바람에 주말을 날려 버리고 주 중에도 컨디션 난조로 고생을 좀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포스팅을 하던 템포도 그 주부터 깨져버렸다. 바쁜 시기일수록 컨디션 관리 실패의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럴수록 먹고, 자고, 운동하는 일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선천적인 체력이 엄청나지 않은 이상 셋 중에 하나만 삐끗해도 생산성이 급락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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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금리 상승과 스티프닝, 2월은 flash crash와 cpi 호조, 3월은 FOMC 등 월마다 적어도 한 번씩 기회가 있었는데 4월에는 요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역전쟁이 테마이긴 하지만 여기에 엣지를 걸고 미국채를 거래하기엔 이슈의 선도가 이미 떨어져버렸고 관련 뉴스의 등장도 너무 빈번하다. 이 정도의 노이즈에도 미국금리가 크게 하락하지 못한다는 점이 불편하긴 해서, 만약 시리아를 이유로 월요일에 미국채가 강세 출발한다면 숏을 고려하는 정도만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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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자리를 옮긴지 대략 3개월이 지났다. 전에는 평화로운 산간 마을에 머물면서 도서관을 찾아 병법서를 들춰보고 양들이 풀을 뜯는 초원에서 혼자 나무 막대기를 이리저리 휘둘러보는 라이프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매일매일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힘을 겨루는 전장에 참여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구성원의 성격도 차이가 큰데, 확실히 이쪽이 뭘 해도 왕성하게 한다. 일도 많이 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운동도 많이 한다. 내가 가끔 모닝 번역을 스킵하는 날은 거의 100% 음주의 여진이 남아 있는 날이라고 보면 된다. 다음날 영향을 미칠 정도의 음주를 주 중에 하는 것은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단은 자리를 옮긴 초반이니 소속한 곳에 적응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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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내 라이프에 미친 또 다른 부분은 바로 골프. 액티브하거나 효율적 건강관리가 가능한 운동을 좋아하는 내 성향과는 정 반대에 위치한 운동을 어쩌다보니 시작하게 되었다. 네트워킹에 도움이 되는 스포츠라는 것은 잘 알겠지만 몸의 밸런스를 깨뜨리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골프가 나의 주종목이 될 가능성은 조금 낮아 보인다. 상체 근육에 걸려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 것을 피하고자 헬스를 거의 3주 쉬면서 스윙 연습만 했더니, 왼쪽 견갑골 부근 근육이 꼬여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이번주부터는 다시 밸런스를 잡고 체력을 높이는 운동에 집중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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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요구받는 리서치, 트레이딩, 잡무의 믹스가 달라졌다는 것. 전 회사에서는 셋을 약간씩 요구할 뿐이어서 남는 시간을 자체적인 리서치나 트레이딩에 썼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는 때로는 리서치나 트레이딩이 불가능할 정도의 잡무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그런 잡무를 다 소화하면서 리서치와 트레이딩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미션. 밀도 높은 일상이 주는 스트레스에 둔감한 체질이 아니라면, 번아웃될 리스크가 상당한 성격의 조직이다.

나의 경우는 잡무를 일종의 캐리로 보고 있기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기는 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서 일을 처리하게 되는 것 같다. 돈을 받아가면서 베팅에 참가하려면 뭔가 귀찮은 일을 하긴 해야 한다고 본다는 뜻이다. '나는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잡무는 하지 않는게 합리적이다' 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 갖춰야 하는 생산성의 수준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매일 새로운 셔츠를 사 입고 버릴 정도의 소득이 아니라면 귀찮아도 빨래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곳 특유의 시스템 미비는 가끔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빨래를 하러 갔더니 세탁기가 아닌 빨래판과 방망이가 놓여져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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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플레이어 원을 봤다. 지인들이 엔씨의 2040년 시총이 영화에 나온 것 아니냐는 등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확한 후기였던 것 같다. 덕분에 유난히 짧았던 주말 저녁 시간을 알차게 썼다. 생각해보면 나는 오프라인에서 스스로를 온라인 닉네임으로 소개해 본 적은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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