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30일 일요일

복잡했던 한 주

한 주간 금리가 꽤나 가열차게 상승했다. 국고 10년은 주간 상승폭이 약 9bp로 금요일 종가가 오랜만에 1.70%을 넘어섰고 3년은 6.5bp 오른 1.45%에 마감. 캐리랑 롤링이 그나마 괜찮은 2년 쪽 매수는 고려해 볼 법 하지만, 한은의 인하가 가시적이지 않고 연준의 인상경계가 작용했던 작년 11월 기준금리와 3년의 스프레드가 30bp 가까이 확대되었었다는 점에서 3년 1.45%라는 레벨을 자신할 수는 없는 상황. 단기자금시장 역시 한은이 나름 신경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 11월말은 지나야 타이트한 상황이 풀릴 것이란 뷰가 많아 다들 현금을 들고 가는 분위기다.

25일에 포스팅을 한 이후 미국채와 엔의 약세도 눈에 띄었지만, 중간에 노이즈가 너무 많아 포지션이 있었더라도 십중팔구는 로스컷 터치를 경험했을 듯. 25일 저녁 잘 전개되던 약세가 CB소비심리지수 부진에 도루묵이 되었는데, 고작 이 정도 지표에 반등할 정도면 롱심리가 우위인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러한 내 생각을 들은 친구가 '근데 금요일 GDP전까지 엔 숏에 별로 방해될 게 없다면 지금 레벨에서 숏 트라이를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야?' 라고 말했고 수, 목 양일간 시장은 그렇게 갔다. 특히 영국 GDP 호조와 더불어 딱히 인상적이지 않은 내구재 주문에도 미국채와 엔이 약세로 반응하길래 이제 다시 시장이 연준에 대한 경계를 반영하나 싶었다. 문제는 어제 미국 GDP에 대한 시장의 반응. 나름의 re-stocking과 순수출 호조가 소비와 투자의 부진을 완충하며 기대치인 2.5%를 상회한 2.9%로 발표되었음에도, 미국채와 엔의 추가 약세는 제한되는 모습이었다. 다음주 연준에 대한 우려감을 배경으로 하는 가격의 한계는 여기까지라는 의미 같아서 미국채와 엔에 대한 숏 뷰는 바로 철회. 기술한 생각의 흐름이 복잡한 만큼 가격의 흐름도 복잡했던 한 주.

이런 시국에 마켓에 대한 글을 쓰고 있자니 마치 오너가 돈을 몽땅 횡령한 회사에 출근해 평소처럼 모닝커피를 마시는 것만 같은 불편함과 부조화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은 일이다. 지금 드는 생각들은,


1) 어제 GDP 발표 이후 지지부진하던 시장이 힐러리 이메일 재수사 뉴스를 계기로 risk-off로 진행. 미국채 10년에 비해 미국채 2년과 FX시장의 반응이 뚜렷했는데, 이는 결국 금주에 구축되었던 포지션들의 주제가 다음주에 있을 통화정책회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

2) 이메일 재수사 뉴스가 없었더라도 시장은 비슷한 방향성을 보였을 듯.

3) hawkish FOMC 우려를 배경으로 하는 금리 상승이 주초반에 재개되더라도, 미국채 2년 금리는 금요일에 형성한 고점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 숏 재료에 더 숏으로 가지 못했던 지점이라 의미가 있다.

4) 역시 지표를 확인하고 그 방향대로 따라가는 매매는 아주 위험하다.

5) 국내 주식 섹터들의 흐름을 보면 금주의 장기물 상승은 reflation 기대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 말은 채권 숏을 간다면 여력이 있는 구간은 역시 장기물이라는 얘기지만, 다음주 일정을 고려하면 지금 미리 행동하는 것은 무리.

6) 내 주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할 것이라는 뷰가 10%,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뷰가 40%, 모르겠다가 50% 쯤 되는 듯. 난 사퇴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오늘 전여옥의 조선일보 기고문을 읽어 보니 최순실의 지령 없이는 사퇴라는 큰 결정을 할 수 없는 인간인 것 같아서 생각이 꼬여 버렸다. '박근혜는 사퇴할 것인가' 라는 질문은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사퇴하라고 시킬 것인가' 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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