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7일 토요일

근로시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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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쯤 일어나서 간밤의 시장을 체크하고 FX모닝까지 하면 대략 6시 15분. 15분 동안 푸시업, 케틀벨 스윙, 싯업을 돌아가면서 하고 씻고 준비하고 나가면 7시. 회사 건물에 도착하면 7시 20분.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데스크로 가면 7시 35분. PC가 켜지면 체크해 둔 간밤의 시장 흐름을 빠르게 정리해서 바로 오전 미팅에 들어간다. 회사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지난주부터 새로 만들어진 루틴. 그리고 5시가 되면 강제로 퇴근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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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정도 소위 말하는 '워라벨'을 겪으며 확실히 느끼는 것은, 이러한 근로 시간 단축 정책이 매우 비가역적일 것이라는 점. 나름 일을 즐기시는 분들도 PC가 셧다운되니 처음에는 황당해하셨지만 이제는 '뭐 이 시간에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하며 퇴근들을 하신다. 일은 지옥일 뿐이고 퇴근만이 천국인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굿뉴스. 직무별로 나눠서 생각해 보면, 특별히 성과 측정을 하지 않는 백이나 미들 오피스 입장에서는 아주 반가운 정책이고, 그냥저냥 다니는 프론트 사람에게는 꽤 좋은 정책, 성과를 더 내고 싶어하는 프론트 사람들은 어차피 일과와 퇴근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으니 별로 신경쓰지 않는 정책. 그래서 이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 조성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하게 반기를 들만한 부류가 거의 없기 때문. 리서치하기가 매우 불편하긴 하지만, 다들 정책에 반기를 들어 피곤해지느니 퇴근 후 알아서 리서치하는 방법들을 모색하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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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 대한 컨센이 '진작에 이랬어야 한다'라서, 어디 모르는 자리에 가서 함부로 근무시간 단축 때문에 불편하다는 말을 하기가 꺼려질 정도. '불편하면 사람을 더 뽑아', '그거 더 한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지나' 라는 반응이 태반이다. 그치만 내가 진짜로 불만인 것은 그런 불편함이 아니라, 정책의 단세포적인 디자인 그 자체. 실업이 문제이니 공무원을 많이 뽑는다, 실업이 문제이니 기존 근무자들의 근무 시간을 줄여 채용을 확대시킨다, 재개발하면 집값이 뛰니 재개발을 못하게 한다, 처럼 고민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로직들에 짜증을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정책들이 다시 되돌리기 힘든 형태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 마치 포지션을 청산하지 못하는 만기 보유 계정에 '채권 중에 30년물이 금리가 가장 높으니깐 이걸 왕창 사두자' 라고 별 생각 없이 주장하는 사람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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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기업들의 생산성을 낮추게 될 정책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규 채용은 줄어들 것이고, 기존 근로자들만 시급이 높아지는 효과로 혜택을 볼 것이라는 주장을 스터디 멤버 중 한 명이 했는데 맞는 말 같다. 그런 점에서 직장인들이 정책에 우호적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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