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6일 일요일

brexit 후기

어제 오전 출근길에 시황을 체크해보니 미국 주식은 대부분 1% 이상 상승, 파운드는 1% 가까운 강세로 1.50에 근접해 있었고, 미국채 10년 금리는 대략 5.7bp정도가 상승해 있었다. 쉽게 정리하면 bremain을 상당한 수준으로 프라이싱 하고 있었던 셈.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AUD short, KRW short이 좋겠다고 봤고 국내 채권도 long도 유효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로 bremain을 미리 반영했다면 1) 실제 bremain이 되더라도 추가로 risk-on이 전개될 폭은 크지 않을 것이고, 2) 만약 brexit가 된다면 risk-off가 깊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 목요일 점심에 홍팀장님께서 brexit 뷰가 어떻냐고 물으시길래 '잔류 가능성이 높긴 하겠지만 포지션은 어쨌든 risk-off요'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간밤에 risk-on이 한 단계 더 진행되면서 risk-off에 베팅할만한 매력도가 더 높아진 것. 회사 포지션은 이미 그렇게 맞춰져 있었고, AUD만 0.7560에 short으로 본 후 회의에 들어갔다. loss cut을 전일 고점인 0.7620에 두면 부담도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회의를 다녀오니 지역별 개표 상황이 의외로 brexit쪽으로 기울어지며 이미 상당한 폭으로 risk-off가 진행. 이제 remain이 되더라도 본전에서 정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개표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오전 10시반쯤에 wclee형에게서 잉글랜드 쪽 개표 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면 brexit로 간주해야 하지 않겠냐는 메신져가 왔다(나중에 보니 이 형은 그 시간에 실제로 포지션을 brexit 대응 쪽으로 조정). 그리고 몇일 전부터 bremain쪽으로 포지션을 뒀던 지인분들이 본전 수준에서 정리. 11시가 넘으면서 brexit는 점점 선명해졌고 점심시간을 지나 가격의 움직임도 극에 달했다.

마침내 brexit가 확정된 이후에는 대부분의 자산 가격들이 오히려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이때가 brexit 베팅을 청산할 수 있는 최적 포인트였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1) AUD를 고른 것 자체가 brexit 문제가 위안화 리스크를 촉발시키지 않을까 싶은 기대에 기댄 것이었고, 2) 콕스 의원의 피격이 있었던 날의 레벨 보다는 더 가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22일의 저점인 0.7415를 stop으로 두고 관망하기 시작. 이 때  지인 한 명은 거꾸로 미국채 숏을 잡았다. 결국 미국장 초반 위험자산들이 가격을 회복하면서 AUD는 0.7415를 터치했고, 미국채 금리는 상승해서 1.56%에 마감. 결과적으로 AUD를 셀렉해 본 수익폭은 145핍 정도.

배우고 느낀 점이 많은 이벤트였는데,

1) 이번에 내 주위에서 최고의 트레이딩을 한 지인은 콕스 위원의 피격을 듣자마자 GBP long을 해서 대략 4%의 수익을 거둔 후 이 정도면 많이 올랐다며 정리한 친구.

2) 나는 뷰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AUD를 고른 것이 첫 번째 실수. brexit가 이슈였다면 역시 GBP를 생각했어야 했다. brexit가 중국 이슈를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너무 비틀어서 골랐다. 이슈의 중심에 있는 가장 solid한 자산을 먼저 보는게 좋다.

3) brexit 확정 시점을 청산 포인트라고 생각 못하고 관망한 것이 두 번째 실수. 뉴스에는 일단 정리하는 것이 맞다.

4) 역시 큰 이슈가 있을 때 크게 벌어야 한다.

5) 나는 brexit 우려가 점증하는 것에 베팅했다가 콕스 위원의 죽음 이후 접었고, 누군가는 콕승 위원의 죽음 이후 risk-on에 베팅했다가 투표 전에 접었다. 난 다시 투표일에는 risk-off에 걸었다가 나왔고, 누군가는 투표 확정 이후 다시 risk-on에 베팅했다. 재밌다. 그래도 가까운 지인 중에서 '투표 결과가 remain일 것으로 예상 되니깐 투표 당일에 risk-on을 잡자', 또는 'brexit가 확정 되었으니깐 이제 risk-off를 잡자' 라고 말하는 바보는 한 명도 없었다.

6) 미국 주식과 GBP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콕스 의원의 죽음이 있었던 레벨 수준으로 돌아와서 금요일 종가를 형성했다(AUD는 거기까지도 가지 못했다). 어차피 brexit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즉, bremain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금요일 변동성이 극대화 되었을 뿐이지, 실제 brexit 자체가 주는 영향력은 그렇게 높지 않다.

7) 위안화 환율이 드디어 연초 중국 이슈가 불거졌던 레벨을 훌쩍 뛰어넘었다. 당장 중국 리스크가 재확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이제는 언제 갑자기 1월과 같은 난리가 나더라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점심 먹고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가 좀 들떠보였는지 회사 동료가 '형은 예상하셨어요?' 라고 묻길래 '브렉시트를? 아니.' 라고 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예상을 내가 할 수 있으면 베스트겠지만, 잘 모르겠더라도 옳은 포지션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 KRW와 CNH short이라는 긴 호흡의 뷰만 유지하며 다음 흐름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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