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1일 화요일

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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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오랜만에 홍팀장님을 뵀다. 중상위 레벨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증명했는데, 10%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 운용 컨셉을 바꿔보고 있다는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매니저만큼 실컷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직업이 없다는 생각으로 매니저를 해오셨지만, 압도적인 수익을 내는 일도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과연 그런 게임을 해보지 않아도 정말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셨다고 한다.

나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이 결국은 큰 수익을 내는 것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일을 즐기는 것 만으로는 불충분해서가 아니라, 큰 수익을 내는 일의 난이도가 워낙에 높아 달성했을 때 가장 즐겁기 때문이다. 일에서 흥미를 느낄 정도로 호기심이 충만한 사람이라면, 돈을 버는 메커니즘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기가 어렵다. 리서치하고, 읽고, 쓰고, 대화하는 것 모두 즐겁고 흥미롭지만, 돈이 되는 콜을 하거나 매매를 하는 것이 훨씬 흥미롭다(가장 어려우니깐). wclee형이 언젠가 편하게 즐기며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즐겜유저' 라고 지칭한 것이 생각난다. 스터디나 리서치 모두 이런 맥락에서 보완할 점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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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는 미국채 롱을 가지고 있다가 완전히 틀려버렸다. 이미 연준이 긴축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정 확장 이슈가 부각되지 않는 이상 임금이나 고용이 호조를 보이더라도 10년물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배경이었다. 생각의 로직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임금이 잘 나와서 기대인플레가 자극되어 금리가 상승했다' 라는 식의 풀이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스팁이 되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 문제는 가격과 수급이었다고 생각. 고용 발표 전일 금리가 미국 주식의 조정을 빌미로 4bp 정도 하락했는데, 강세가 된 상태로 고용을 소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2.90% 수준이 상단' 이라는 근거 없는 레벨 설정을 했다. 그리고 수급적으로 롱이 가볍지 않다는 단서들도 계속 있었다. 리스크오프성 요인들이 등장할 때 미국채 강세 탄력이 거의 없었던 것 (심지어 전주에 회사에서 미국채는 숏이 아니라 롱이 무거워 보이지 않냐는 이야기까지 했었다).

최근에 과거 매매 기록들을 정리하며 역시나 중요도는 가격, 수급, 재료 순서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중인데, 이 때문에 가격과 레벨대응이라는 명제에 어설프게 빠져 불편한 신호들을 너무 가볍게 봤던 것 같다. 아직 outright long의 유입이 적극적이지는 않겠지만 플래트너는 재구축되기 시작할 듯. CPI나 소매판매, 장기물 발행을 플래트너로 맞는 것은 리스크가 낮아 보인다. 다만, 수요일 BOJ의 장기물 매입과 목요일의 ECB가 오히려 플래트너 입장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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