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Questions that I have been asked (1) - 왜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하는가

각국 중앙은행이 명시하는 통화정책 목표의 디테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거나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한다. '물가 허용범위 내에서'라는 조건이 붙는 경우도 있으나, 그 허용 범위라는 것이 결국 '성장률을 해치지 않는 물가 허용 범위' 이기 때문에 사실상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목표는 '경기 대응을 통한 성장 경로 조절' 하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화정책은 '신용'을 통해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돈을 빌리는 부담이 줄어들어 가계나 기업이 빚을 내서 소비나 투자를 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돈을 빌리는 부담이 커지므로 가계나 기업은 빚 내는 것을 멈추고 소비와 투자도 줄이게 된다. 즉,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대응을 한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신용(부채)을 컨트롤한다는 뜻이다.

위와같은 기준금리 변경을 통한 경기 대응은 대부분의 경기 국면에서 아주 잘 작동한다. 그러나 1929년의 대공황,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큰 위기 직후에는 문제가 생긴다. 슈퍼부채사이클, 혹은 밸런스시트 불황 등으로 표현되는 이러한 디레버리징 국면에서는,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가계나 기업이 돈을 새로 빌리지 않는다. 자산가격 급락으로 망가진 밸런스시트를 복구하느라(빚을 갚느라) 새로 돈을 빌릴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가계와 기업의 '새로 돈을 빌리지 않으려는 태도'는 밸런스시트를 완전히 복구한 뒤에도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공황 이후 미국의 민간 부문이 돈을 새로 빌리기 시작한 시기는 무려 30년이 지난 1959년이었고, 버블로 망가졌던 일본의 밸런스시트는 2000년대 중반 복구되었지만 일본 민간의 신용 증가는 여전히 미약하기만 하다.

이처럼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낮췄는데도 기업과 가계의 신용이 증가하지 않으면, 중앙은행은 QE를 통해 본원통화를 찍어내기 시작한다. 신용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통화 유동성의 감소를 의미하므로, 이를 상쇄하기 위해 돈을 새로 찍어내는 것이다. 만약 QE를 통해 통화량을 유지하지 않으면 시중 유동성은 메말라 버리고, 이는 자산 가격의 하락을 가속화시켜 가계와 기업의 밸런스시트를 더욱 망가뜨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통화량을 유지하면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라는 통화주의적 시각에까지 동의하지 않더라도, QE는 자산 가격 급락을 저지하는 역할 그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QE를 통해 통화량을 유지시키더라도 가계와 기업의 신용이 증가하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다. 통화량의 유지는 경기회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통화를 찍어낼 수는 있지만, 찍어낸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자산을 매입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이 때 정부가 나서게 된다. 기업과 가계가 빚을 지지 않으려 할 때, 정부가 빚을 내서 투자를 하면 유효수요가 창출된다. 알다시피, 이것이 케인지언들의 주장이며 미국에서는 현재 크루그먼이나 래리서머스가 이러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표적 인물에 속한다. 그들은 '통화완화만 해서는 소용이 없고,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이 불황을 끝낼 수 있다' 라고 주장한다.

위 내용들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대한 정말 기초적인 내용들이지만, 내가 받았던 질문들의 상당 부분은 위 내용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파생된 것들이었다. 따라서 위 내용을 차분하게,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내 필력의 부족함으로 이해가 어렵다면, 레이 달리오의 동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4rn0kYeoZLo)을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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