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24일 월요일

미국에 대한 생각 - 침체와 번영의 경계에서

지난주 목,금 양일간 미국 주식 시장은 크게 하락했다. 올해 내내 좁은 박스에서 응축되던 시세가 결국 아래로 먼저 뚫렸다.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국 주식이 가격 조정을 보이면 long view를 가지는 것이 기존 계획이지만, 하락의 기울기가 이 정도로 급격하면 사실 두려움이 앞선다. 단순 가격 조정이 아닌 대폭락의 시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장 7년간의 금융완화를 끝내고 정상 궤도에 본격 진입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대침체로 회귀할 것인지. 미국은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큰 그림을 체크해 보아야 할 시점.

먼저 미국을 자금순환표 관점에서 조망해보자.


이 자금순환표는 리처드 쿠가 즐겨 활용하는데, 어느 주체가 0% 위에 있으면 순저축자임을, 반대로 아래에 있으면 순투자자임을 의미한다. 해외가 0보다 높다는 것은 미국이 돈을 해외에서 빌리고 있다는 것. '15년 1분기 기준이며, data를 미세 가공하지 않아서 조금 어지럽지만 큰 추이를 보기엔 문제가 없다.

리처드 쿠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경제는 가계가 맨 위에 순저축자로 위치하고, 기업이 맨 아래 순투자자로 위치하며, 정부와 해외는 0 근처에 위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만약 대공황, 대침체와 같은 자산가격 폭락 위기가 발발하면 기업과 가계의 대차대조표가 크게 손상되고, 이들이 동시에 순저축에 나서게 된다. 위 그래프로 보자면  기업과 가계가 동시에 0% 위에 위치하는 2009년에 해당.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금리를 내리고 QE를 해봤자 기업과 가계가 대출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금융완화는 아무 의미가 없고, 정부가 나서서 수요를 창출해줘야 한다는 것이 쿠의 주장이다. 물론 파란색 선을 보면 미국은 재정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나는 대차대조표 불황 하에서의 금융완화는 기업과 가계의 레버리징을 도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자산 가격 폭락 시 금융완화는 자산 가격의 추가 폭락을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차대조표가 더 망가지지는 않게 시간을 벌어 주는 것이다. 즉, 나는 2008년과 같은 위기에서는 재정과 통화정책을 둘 다 적극적으로 쏟아 부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경제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나의 오리지널한 생각이라기 보다는 크루그먼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해두면 적절할 듯.

여하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금 체크해야 할 것은 두 가지. 1)대차대조표는 다 회복되었는가, 2)자금순환표 상 지금 주체들의 위치는 어떠한가. 일단 일본이 15년이 걸렸던 것에 비해 미국은 5년이 지난 2013년~2014년경 대차대조표를 회복했다(자료는 추후 첨부). 그리고 현재 자금순환표에서 주체들의 위치는 비교적 이상적인 편.

여기서 가계 부문을 한번 들여다 보자. 그래프에서 보면 가계 부문은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말까지 줄곧 하락한다. 대출을 확대해 소비하고 있었다는 의미. 90년대 말 IT버블이 터지지만 이 추세는 이어져서 급기야 2000년대 중반에는 마이너스권에 이른다. 이것은 지속 불가능한 일이었고 결국 금융위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가계는 다시 저축을 하며 망가진 대차대조표를 회복 시킨 것.

이쯤에서 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식의 주식시장 강세에 익숙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제 다시 보라색 그래프가 하락해야, 즉, 가계가 왕창 쓰기 시작해야 강세장이 오는 것이 아닌가' 라고. 그렇다면 가계가 여전히 자본잉여 기조에 있고, 기업과 정부의 투자가 cover하던 60년대  초반에는 주가가 안좋았을까? 그렇지 않다.


중간마다 부침은 있었지만 60년대에는 S&P 500이 60에서 100포인트까지 65%상승하는 약 10년간의 강세장이 연출되었다. 90년대만큼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강세장은 강세장이다. 대공황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기준금리도 normalization 중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과 오버랩 되기도 한다. 가계의 re-leveraging이 관찰되지 않더라도 강세 뷰를 가지는 게 가능한 것이다. 물론 기업과 정부의 순투자가 전제되기에 이 부분은 계속 관찰해야 한다.

아래 조지프 엘리스의 차트를 보더라도, 65년~80년까지 가계의 잉여세가 반드시 부진한 PCE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전제되는 것은 실질임금의 증가인데, 차트의 우측 끝을 보면 현재 실질임금은 견조한 편.

결국 민간 대차대조표 회복과 자금순환표의 정상화, 실질임금과 실질소비자 지출의 추이를 종합해 봤을 때 최근의 미국 주식 폭락은 대침체로의 귀환 보다는 일시적 가격조정에 가까워 보인다. 그것은 결국 조정의 끝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이번 조정이 매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뷰를 유지.

아래는 살짝 손을 본 기술적 지표로 S&P500을 긴 관점에서 바라본 것.


기술적으로는 1,940 포인트 부근 지지가 어렵다면 1,800포인트까지의 조정도 가능해 보인다. 그리는 김에 여러 지수들을 간만에 살펴봤는데, 첨부하진 않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늠한 코스피의 '16년 타겟은 1,450포인트. 틀리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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