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9일 목요일

crowded trade에 대한 생각

어제 화제가 되었던 것은 단연 유가. 원유재고 발표를 트리거로 단숨에 5% 가까이 급락하더니 지금도 추가 하락해 50불을 깨고 내려가 있는 상황. 유가 숏을 지난달 초에 떠올렸다가 재미를 보지 못했던 입장이다보니 어제의 급락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유가가 상승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점을 경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숏이 유효하다고 봤던 것인데, 기대하던 롱포지션들의 손절이 한 달이 지난 어제가 되어서야 나타난 셈. 주변에서는 wclee형이 3월 중순까지는 리스크 오프이고, 미국 증산은 유지되고 비오펙 감산이 유지되기 어려우며, 55불이 저항인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근거로 월요일에 원유 숏을 갔다(이것으로 이 형은 올해들어 무려 3안타를 기록). 주변에 아이디어 제공자가 있었는데도 왜 나는 가지 못했는지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3월 FOMC에만 몰두하면서 상품가격에 대한 로직을 체킹하는 것에 면밀하지 못했고, 2월에 한 번 헛발질을 했던 자산이다보니 외면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했던 듯. 7%가 넘는 움직임이다보니 3월엔 이 것을 능가할 포지션을 찾긴 어려울텐데 참 아쉽다.




배우거나 느낀 내용을 정리해두자면,

1) 수급적으로 유리해 보이는 포지션을 찾았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단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바로 포지션을 잡는 방법이 있다. 이런 경우 언제 반대 방향으로의 가격 흐름이 폭발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간 리스크와 가격 변동 리스크에 둘 다 노출된다. 만약 포지션이 네거티브 캐리라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해지고, 포지션을 구축했던 근거 자체가 희미해질 수 있으며, 중간에 가격까지 변동하면 청산 욕구가 커진다. 즉, 이런식의 포지션을 가려면 가격이 엄청나게 좋아야 한다. 그래야 시간과 가격의 스윙을 견딜 수 있다. 이번 유가를 예로 들자면, 만약 2월부터 유가숏을 계속 캐리하고 싶었다면 55불과 아주 가까운 가격에서 숏을 잡았어야 한다는 것.


2) 두번째로는 괜찮아 보이는 포지션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가격을 관찰하다가, 어제와 같은 분출에서 따라잡는 방법. 포지션을 미리 잡았을 때의 단점이 전부 없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그만큼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일단 분출하는 시세를 곧바로 따라잡을 수 있는 순간적인 판단력을 필요로하며, 그런 판단력이 있더라도 이런 경우 큰 사이즈는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기까지 모니터앞을 비우기 어렵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


3) 마지막으로는 유리해 보이는 포지션을 역시 인지해두는 동시에, 시세 분출이 촉발될 요인들을 체킹해 그 전에 포지션을 잡는 것. 아무리 수급적으로 유리한 포지션이라도 트리거 없이 분출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 방법을 택하면 위 1과 2의 단점이 어느정도 사라지는 대신,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포지션을 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2월의 내 경우처럼. 그리고 그 중간에 원유재고 발표도 여러번 있었다). 이런 식으로 계획된 매매를 하려면 가격과 이슈를 체킹함에 있어서 엄청나게 꼼꼼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4) 내가 지향해야 하는 방법의 우선 순위는 아마도 3, 1, 2.


5) 주변 지인의 뷰는 적어도 두 번 이상 고려해 본다. 뷰가 아니라 포지션이라면 세 번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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