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0일 수요일

4월 금통위와 한은의 수정경제전망

오늘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했다. 전일 유가 반등이 유발한 리스크온으로 오전에 2bp 정도 상승해 거래되던 국고 3년 금리는 한은의 기자회견 이후 하락 전환해 결국 1.2bp 하락한 1.50%에 마감. 시장은 총재의 기자회견을 꽤 dovish하게 받아들인 셈이다. 달러원 환율은 13.9원 하락한 1136.3원을 기록했는데, 금리 동결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리스크온으로 아시아 통화 전반이 강했던 영향이 더 컸던 듯. CNH도 장 중에 조금씩 강세 트라이를 하는 모습.

총재의 코멘트는 대략 1) 금리 인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같이 고려해야 하고, 2) 금리정책은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정책 효과가 제한되므로 타이밍이 중요하며, 3) 성장률과 물가의 하방리스크는 커졌지만 금융 안정 리스크는 줄었고, 4) 통화정책은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병행되어야 의미가 있다는 정도였는데, 이 중 1~3이 특히 부각되어 dovish하게 해석되었다. 그러나 내가 해석한 바로는 1)은 기존에도 되풀이했던 발언이고, 2)는 금융시장이 안정적이었으면 안정적이기 때문에 내리지 않았을 것이며, 3)은 수정경제전망 하향을 인식한 면피 코멘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즉, 한은은 여전히 금리를 내리기 싫어한다. 내 예상으로는 4월말 발표되는 산업생산은 소폭 부진에 그치고, 5월초 발표되는 4월 수출은 3월보다 마이너스 폭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이 정도 데이터를 가지고 신임 멤버들과 함께 5월 인하를 단행한다는 스토리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내릴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성장률 전망을 깎은 이번 금통위에서 내렸을 것. 결국 금리는 또다시 1.50%을 중심으로 소폭의 등락만 반복할 확률이 높아졌다.

2분기 이후 성장률의 반등을 예상한다는 발언도 있었는데, 내 생각엔 15'년 2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2분기는 반등하겠지만 3분기부터는 오히려 하방리스크가 확대될 것. 한편 한은이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의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민간소비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가정하며 연간 2.3%를 봤지만 내 기준에선 너무 낙관적인 수치. 설비투자는 상반기 -1.1%, 하반기 2.8%에 연간 0.9% (과거 5년 평균은 연간 3.1%)를 전망하는데 역시 업사이드 리스크보다는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크다. 작년 한은이 주장했던 '수출 부진을 소비와 투자가 상쇄한다' 는 논리가 올 1분기에 허망하게 깨지고 있음에도 총재가 모른척 언급하지 않는 모습이 참 무책임해 보였는데. 그런 무책임함을 감안하면 오늘 수정전망에 표기한 소비와 투자 숫자는 꽤 양심적이긴 하다. 지난해보다 소폭 높은 수준으로 전망한 건설투자(연간 4.4%)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제일 큰 문제는 수출인데 한은은 상반기 -0.3%, 하반기 1.8%에 연간 0.8%를 전망한다. 15'년 수출 부진이 하반기무터 본격화됐기에 상저하고를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하반기 1.8%라는 수치는 역시 너무 높아 보인다. 아마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2.7%정도로 추가 하향한 뒤, 10월에는 다시 2.5%로 깎고, 실제 성장률은 작년(2.6%)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내 추측.

결론적으로 5월 인하 가능성은 역시 높지 않고, 지표도 2분기까지는 한은이 원하는 '반등' 의 모양새를 나타낼 것으로 생각. 한국 채권시장은 추가 인하 기대감만 유지되면서 실제 인하는 자꾸 미뤄지는 근 2개월간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다시 초점은 신임 금통위원들과 정부의 행보에 맞춰질 듯.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