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5일 월요일

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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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옮긴 후 일상의 템포가 높아지면서 예전처럼 pdf로 구워 올리는 형태의 연간전망 업로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회사에도 전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상도덕상으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닌게 되어버린 상황. 예전 회사에서는 늘 아무 결론이 없는 무난한 전망을 요청했기에 그건 그것대로 만들어주고 내 생각은 따로 기록하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지만, 여기서는 뷰를 그대로 말할 수 있으면서 그것이 포지션으로도 직접 연결된다. 금통위 의사록 정리나 위원 매칭도 나름 내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엔 내부에서 정리를 하는 분이 계시길래 혹시해서 업로드를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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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을 쏟는 일이 생길 때 멘탈이 멀쩡하더라도 몸은 반응한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 2주 동안 좀처럼 가시지 않았던 신체적 피로감이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거의 다 회복된 느낌. 여행 중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했던 감기도 사실은 환경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가 유발한 것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엊그제 일부러 조금 무리를 해서 케틀벨 스윙을 했더니 하루이틀의 피로도가 더 높아지긴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된 듯. 풀업을 하고 싶은데 새로 이사 온 동네 근처 철봉을 아직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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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에 방을 얻었더니 출근 시간이 길어야 20분 남짓. 택시를 타면 15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루에 세이브되는 시간이 최소 1시간이고, 9호선을 타지 않으니 퇴근 후 진이 빠질 일도 잘 없다. 그렇게 확보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방을 얻은 것에 대한 실질적 비용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조금 긴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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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어떤 대화를 하는지 보다 누구와 있는지가 훨씬 중요한 것은 맞다. 그치만 좋은 사람과 서로의 취향과 생각을 공유하는 즐거움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하다. 뭘 먹어도 괜찮을 자리의 메뉴를 오히려 더 고민하게 되고, 더 많은 말을 해도 될 자리에서 평소보다 신중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상대가 수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 내에서 나의 취향과 생각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선택을 하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의 메뉴는 감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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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의 레벨도 레벨이지만 커브의 향방에 대한 논쟁도 상당히 활발하다. 나는 지금 스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편인데, 여기서 어떤 이슈가 등장해야 커브가 더 플랫될 수 있을지 감이 잘 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1) 연준의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지거나, 2) 경기가 다시 꺾여버리면 추가적인 플래트닝이 가능하겠지만 그런 시그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1) 인플레 관련 지표가 상방 서프라이즈를 보이거나, 2) 파웰이 시장의 예상보다 dovish 하거나, 3) 트럼프가 세제 개혁을 넘어 인프라 지출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거나, 4) 일각의 우려처럼 유가가 크게 오르면 커브가 지금 보다는 스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스티프너를 취하는 것이 메인일지, 스팁이 되었을 때 다시 플래트너 구축을 노리는 것이 메인일지가 문제인데, 1, 2, 4의 경우라면 후자, 3의 경우라면 전자가 맞는 컨셉이 아닐까 싶다. 즉, 나는 추가적인 재정 지출 없이는 장기 금리 레벨이 크게 오르긴 어렵다고 보는 쪽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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