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3일 토요일

조금 늦은 해피뉴이어

회사와 거처가 바뀌어서 정신이 없는 가운데 연말과 연초라는 시기적 요인까지 겹쳐 2018년이 되고 2주일이 지나서야 새해 첫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지난 4년 동안 거의 384개의 글을 포스팅했는데, 최근 2년간은 포스팅 개수가 매년 약 +50%YoY씩 늘어났다. 특히 작년에는 위클리와 가상 포지션을 보다 적극적으로 포스팅하면서 꽤나 많은 생각들을 기록할 수 있었다.  글이 많아진 것이 생각의 깊이나 실력의 신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 공간 자체에 대한 애착의 사이즈를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라는 약간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쓰지 않으면 생각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어렵고, 또 정리하는 것도 어려운 나 같은 사람에게 글쓰기가 해로울 가능성은 아주 낮은 것 같다. 쓴다고 더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쓰지 않았더라면 좋아지길 기대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17년의 시장 난이도가 2016년 보다 높게 느껴졌었고, 시장 외적인 라이프에서도 엄청난 부침을 겪었던 시기가 작년이다. 다행인 것은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배운 점도 꽤 많았다는 것. 전망과 전략과 실행간의 차이를 대략적으로나마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 2016년이었다면, 2017년에는 전략의 호흡과 실행의 사이즈에 대한 디테일을 고민했던 것이 가장 값졌던 것 같다. 그리고 경제지표에 경도되는 경험을 한 덕분에, 지표는 지표가 정책에 영향을 줄 것 같을 때에만 시장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되었고, 과연 무엇이 장기금리를 의미있게 상승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결론도 내릴 수 있었다. 시장 외적인 라이프에서의 어려움은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돌파가 가능했는데, 역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도움과 지지와 관심을 받아서 보은이 막막한 정도.

몇 주 전에 포스팅했듯이, 이제는 예전처럼 시장에 대한 생각을 실시간으로 기록하지는 않을 생각이라 어쩔 수 없이 포스팅 수는 줄어들게 될 것 같다. 본업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글을 공유하는 것이었지 글쓰기 자체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고, 아이디어가 있다면 내부에서의 공유도 충분히 가능한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에 대한 생각들은 약간씩 래깅하여 공개글로 기록해 놓을 계획.

많은 변화가 있었던 2017년이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의 시기는 단연 6월이었다. 아마도 6월이 없었다면 하반기의 부침이 수십배는 힘겨웠을 것이다. 늘 새해 계획을 이 공간에 포스팅하곤 했지만, 2018년의 계획은 부산에 있는 어떤 작은 바에 두고 왔다. 바깥과는 시공간이 완전히 분리된 신비로움이 가득한 바였어서, 그곳에서 계획을 세우면 어디선가 말을 할 줄 아는 토끼라도 나타나 '계획이 다 접수되었어'라고 말 할 것만 같았다. 모두가 연초에 잡은 목표와 계획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2018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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