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7일 월요일

최근의 달러원 환율 흐름에서 배운 내용


처음 달러원 롱을 잡았던 레벨은 지난 12월의 1,160원이었다. 1월 FOMC직전 30%정도를 1,205원쯤에 정리했다가 바로 다시 비슷한 레벨에서 애드. 그리고 2/19 구두개입이 있던 날 1,232원에 조금 남은 잔돈을 다 애드. 그리고 지난 목요일 1,218원에 80%를 비운 뒤 금요일 1,210원에 나머지를 전부 청산했다. 결과적으로 벌긴 했지만 1월말 이후엔 전부 뻘짓을 한 셈인데, 애드가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청산을 제 때에 못해서 수익이 감소한 부분을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 (참고로 이런 개인 거래의 대상은 당연히 ETF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짬이 나는 점심시간이나 동호가 시간 등을 활용한 것들)

돌이켜보면 2월 중순부터 말일까지 달러원을 1,230원 위에서 청산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물론 지나고 나서 제일 좋은 가격에 청산하지 못했음을 아쉬워 하는 것이 의미 없을 때도 있다. 진입과 청산을 최저/최고점에서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르다. 논리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최소 2월 말에는 한 번 접어두는 것이 맞았다. 2월 말에는 CNH나 AUD가 강세로 가도 이상하게 KRW만 눈에 띄는 약세를 보였었다. 동남아 어떤 EM과 비교해도 KRW가 약했고, 그나마 KRW보다 약세를 보였던 것은 브렉시트 우려를 반영하던 GBP뿐이었다. 한마디로 KRW 혼자 약세로 가야만 하는 이유는 딱히 없었다.

게다가 기술적으로도 캔들이 상향하는 불린져밴드의 상단을 계속 터치했다. 지난 포스팅에서 교조적인 밴드지표 활용에서 벗어난 밴드 돌파 활용법을 소개했지만, 밴드 상단이 상향하고 있다면 해석은 많이 달라진다. 가격은 가끔 밴드를 이탈해 분출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밴드가 일정 수준으로 수축 중이거나 최소 횡보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일이지, 상향 중인 밴드를 같은 방향으로 뚫고 전진하는 일은 어지간해선 잘 없다.

글이 다소 복잡해졌는데 정리하자면,

1) KRW 혼자 약세로 갈 이유를 찾을 수 없었고,

2) 기술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있었다.


즉 정리를 하고 생각하는게 옳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잘못 생각했다.

1) KRW 혼자 약세로 갈 별다른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약세로 가는걸 보니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이다.

2) 진입 레벨이 좋으니깐 조급하게 청산할 필요가 없다.


1)의 오류는 특히나 내 기본적인 뷰가 원화 약세이기 때문에 빚어진 측면도 크다. 완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약세였지만 '한국 펀더멘탈이 엉망이니 약세로 가겠지'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팀 신입이 데일리 시황을 쓰다가 나에게 '원이 지금 왜 약세인가요?' 라고 물어봤었는데, '나도 KRW 혼자 약세라 좀 이상한데 한국 펀더멘탈이 깨지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할 듯 해요' 라고 대답했다. 가끔 가격 반응 자체를 마켓 파악의 단서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모든 가격에 스토리를 붙여 이해해 버리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는 점을 배웠다. 내가 마켓을 잘 팔로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은 이상한 것이 맞다. 이상하면 일단 마켓에서 나와서 생각한다. 굳이 마켓을 이해해 주면서 버티고 있을 필요가 없다. 탁월한 트레이더들은 이해할 수 없으니 달러원 롱을 청산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아마 숏을 잡아 수익을 냈을 것이다.

2)는 그냥 문장 자체가 오류다. 좋은 진입은 뷰가 실현되기까지의 노이즈를 버틸 수 있는 심적 안정감을 선사하지만, 진입이 좋았다고 해서 멍때리고 있으면 곤란하다. 늘 현재의 최선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 뒤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각종 트레이딩 및 베이지언 서적에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못 떠올렸다.


내 뷰가 맞을텐데 마켓이 이상하다며 거꾸로 가는 포지션을 손절하지 않고 버티면 죽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켓이 이상한데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이해하며 멍때리면 수익의 기회는 없다. 결국, 아무리 생각해도 마켓이 이상할 때 손절을 설정하고 진입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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