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1일 목요일

what the market says (10) - 중국

지난번 글에서 달러와 엔화에 대한 KRW short을 유지하고 미국채 10년물 long을 본 것은 좋았다. 그 날 미국 10년 종가가 2.12%였는데 글을 쓰는 지금은 대략 1.98%수준. 다만 랠리하는 동안의 변동성이 워낙 컸었기에 실제 포지션이었다면 중간에 정리해버렸을 가능성이 높았을 듯 싶다. 한편 한국 10년물 금리는 별로 하락하지 않았고, 특히 어제 장 막판 확산된 리스크온 센티먼트에 오히려 꽤 상승해 버렸다. 아무래도 원화가 약세로 가는 것이 국내 채권과 주식에는 혼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연초부터해서 오늘까지 시장이 난리가 난 배경에는 역시 중국이 있다. 중국의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을 공부하다가 거의 일주일을 날렸는데, 정리한 내용과 최근의 중국 상황을 섞어 간단히 기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해외에 있는지라 좀 더 상세한 내용은 다음주 정도에 따로 써 볼 게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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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경기 부양도 하고 싶고, 위안화 가치도 유지시키거나 최소 아주 천천히 절하시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역외 CNH시장에 개입해 hibor 금리를 60%까지 급등시키기도 하고, 다시 유동성을 풀어 진정시키는 과정을 반복 중이다. 즉, 위안화 절하가 싫어서 위안화 유동성을 빨아들였다가, 금리가 너무 올라 부담이 되자 다시 위안화를 푸는 패턴을 반복 중인 셈. 이것은 거울을 뒤에 놓고 고개를 빠르게 뒤로 돌려 본인의 뒤통수를 보려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바보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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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뷰에 따르면, hibor금리 급등이 홍콩 은행들의 solvency risk를 건드릴 가능성은 낮다. 홍콩 브랜치들의 자금 조달은 대부분 CNH가 아닌 USD나 HKD로 이루어지기 때문. 다만 역내에서 이런짓을 했다가는 재앙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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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해 앞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1) 위안화를 한 번에 크게 절하한다
김이사님과 크루그먼이 제시하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 추가적인 위안화 절하에 대한 기대를 불식시켜 자본유출을 막을 수 있고 통화정책의 유연성도 확보된다. 작년말 연간전망을 쓸 때만 해도 나는 점진적인 절하가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 경우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완전히 설득되었다. 중국 외채의 절대 규모는 1조달러에 육박하지만 GDP 대비 외채 규모는 10년 넘게 10%수준에서 관리되어 왔기에, 위안화가 단번에 크게 절하되더라도 외화표시부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다. 일부 기업의 디폴트는 있겠지만 은행시스템이 감내 가능한 수준일 것.


(2) 위안화를 점진적으로 절하시킨다
이 시나리오에는 최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위안화 약세를 억지로 저지하려는 중국당국의 노력 때문에 산발적인 단기금리 급등이 야기된다. 이것은 은행의 시스템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가중시킨다. 중국 은행 대출의 75%는 기업대출이다. 변동금리이거나 단기고정금리 롤오버 형식이기 때문에 단기금리 급등의 영향에서 기업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시중 유동성 고갈과 단기금리 급등은 자산버블 붕괴의 위험도 높인다.

둘째, 추가적인 위안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어 꾸준히 자본이 유출된다. 이 역시 자산버블 붕괴의 위험을 높인다. 찾아보니 수출업체들이 받은 USD를 바로 CNY로 바꾸도록 당국이 관리하는 식의 통제가 많은데, 완전한 자본통제를 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규제를 지속하면 아르헨티나처럼 달러 블랙마켓이 형성되어 버릴 것이다.

즉, 중국이 이 길을 택하면 은행 시스템 리스크도 확대되고, 자산 버블 붕괴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기업들도 힘들다(경기 부양 효과가 없다).


(3) 위안화 가치를 유지시키고, 기준금리 인하도 하지 않으며 방관한다.
단기적으로 시장이 가장 안심하게 될 시나리오. 그러나 중국은 이미 기업부채만 GDP의 150%를 넘고, 실질금리도 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시장이 단기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중국 기업들의 연속적인 디폴트로 연결될 것. 그 시점이 대략 언제일지, 그리고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가 은행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리서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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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국이 위 시나리오 중에서 (2)와 (3)의 중간 정도를 택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자산버블 붕괴와 기업의 디폴트가 겹치며 은행 시스템까지 무너지는 최악의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원래는 마켓에 대한 뷰나 포지션이 떠오르면 쓰는게 'what the market says' 였지만, 오늘은 휴가 전에 생각을 정리해두기 위해 포스팅. 기존의 USD/KRW, JPY/KRW long과 미국채 10년 long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특히 중국에 대한 위의 어떤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KRW short은 참 매력적이다. 다만 오늘 wclee님의 제안대로 다음주 FOMC가 dovish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다음주 월~화 중에는 포지션을 한 번 접고 가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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