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일 토요일

2015년을 되돌아보며, 그리고 짧은 2016년 계획

2015년에 회사에 제공한 전망들은 나쁘지 않았다. 금리는 3월 기준금리 인하를 맞히진 못했지만 2월 말부터 단기물 금리 하락을 주장했고, 6월에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했지만 듀레이션 확대 콜은 넣지 않았다. 7월말에는 계속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금리 인하와 미국의 경기 개선을 배경으로 하반기의 커브 스팁 전개 가능성을 전망해서 틀렸지만, 8월에 바로 뷰를 철회했다. 8월 수출이 공개된 9월의 첫날 다시 시장금리 하락 전망을 했고, 10월 인하를 전망했다가, 인하 전망은 9월 금통위 이후 철회 했다. 방향성을 가장 크게 틀렸던 달은 11월이다. 3년물 1.70%부근에서의 매수 접근을 주장했지만 금리는 1.80%까지 올랐다. 가장 좋은 전망을 했던 달은 12월이다. 미국의 11월 비농업고용이 공개된 후 첫 거래일인 12월 7일, 이제 연준의 12월 인상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국내 지표는 깨질 일만 남았으므로, 1월 금통위 즈음엔 3년물이 1.70%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전망에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나라는 미국이다. 8월까지만 해도 나는 유가하락에 따른 소비 증대로 하반기부터 미국이 본격적인 선순환 사이클에 진입한다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다. 산업지표가 망가지고는 있었지만, 소비만 올라온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소비심리지표의 개선과 폭발적인 자동차 판매는 마치 미국의 하반기 소비 증대를 시그널링 하는 듯 했다. 그러나 9월을 기점으로 뷰를 바꿨다. 소비는 밋밋하고 인플레는 바닥인데 제조업 경기 둔화와 중국의 침체는 목전에 닥쳤기 때문이었다.

모든 전망을 통틀어 가장 timely하게 큰 변화를 예상해 짜릿함을 맛본 것은 8월의 위안화 절하였다. 위안화 절하 쇼크가 발생하기 일주일 전, IMF의 위안화 SDR편입 보류 보도를 보고 회사와 지인들에게 위안화 절하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제 중국이 억지로 통화강세를 유지할 유인을 잃었으니, '아몰랑 절하' 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요지였다. 가장 삽질했던 전망은 4월의 유가 전망. 6월을 기점으로 유가가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바보같은 커멘터리를 했다.

시장 외에 내 머릿속에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었던 것은 지금 속한 회사의 방향성과 수준이었다. 황현산 명예교수의 '말이 안되는 소리를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계속 듣고 있어야 하는 고통보다 더 큰 고통도 드물다. 무식하고 편협한 인간이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죄악이다' 라는 트위터 멘션에 바로 회사가 떠오르는 것은 안타까운 경험이었다. 1년 내내 바꿔 보려는 온갖 시도를 지속했지만, 올해에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에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조직과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기로 했다.

이쯤에서 2014년 말에 썼던 2015년 계획들을 되짚어 보면,

1. 블로그는 계속 쓰고, 한 달에 하나는 영어로 포스팅을 한다.
-> 블로깅은 2015년에 더 많이 했다. 영어는 포스팅을 하는 대신 뉴욕에 있는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었는데, 다시 포스팅을 시작할 생각.

2. 점심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사람들을 만난다.
-> 점심시간은 나름 잘 활용했다.

3. 좋은 인상을 받았던 사람에게 먼저 다가간다.
-> 노력은 했는데 여전히 잘 하지는 못한다.

4. 책을 읽을 때 메모와 정리를 적극적으로 한다.
-> 메모는 많이 했는데 블로그에 정리는 잘 못했다.

5. 운동은 지금 하는 헬스와 검도로 족하다.
-> 검도는 치아교정을 시작하며 그만두었다. 헬스는 어언 6년차.

6. 무리 없이 아웃소싱이 가능한 것들은 최대한 아웃소싱하여 내 일에 집중한다. 매크로 분석력과 리서치 업그레이드를 위한 기본적인 공부에 시간을 더 할애할 것.
->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효율적인 시간 쓰기는 아직도 젬병.

7. 평일 수면 시간을 더 줄이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주말 수면 시간은 줄일 수 있을 듯 하다.
-> 평일 수면 시간이 줄고 주말이 늘었다. 잠을 참다가 몰아자는 습성은 학생 때부터 있었는데, 과연 이걸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8. 여행 횟수를 줄인다.
-> 자의반 타의반으로 줄었다.


아쉬움은 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느낌도 든다. 이제, 2016년 계획을 나열해 보면,

1. 블로그는 시장 관련 포스팅에 집중하고, 영어 포스팅도 재개한다. 이메일 주소도 다시 적어두기로 했다.

2.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의도적으로 넓게 만나 보려는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다. 좋고 훌륭한 사람을 자주 만나는게 더 낫다.

3. 책읽기는 일에 도움이 될 때도 많지만, 그래도 여가적인 속성이 더 강하다. 독서 보다는 공부에 더 집중하자.

4. 헬스는 스쿼트랑 복근운동 비중을 확대. 등이나 어깨 운동은 목~토요일에만 한다. 특히 등운동을 주초 평일에 하면 회사에서 앉아있기 너무 힘들다.

5. 평일에는 늦어도 11시 반에는 잔다.

6. 교정 때문에 입술이 자유롭지 못해 발음과 발성이 많이 망가졌는데, 하반기에 교정이 마무리되면 다시 신경써서 고칠 것.

7. Understanding yield curve 공부를 완전하게 끝내고, 미국 지표 뜯어보고 정리하기는 상반기까지 마무리한다. 이사님이 말씀하셨던 과거 골삭 리폿으로 공부하기에도 도전.

8. 집 앞의 바는 한 달에 한 번만 간다.


2016년에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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