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9일 일요일

15/04/18

마크 로스코, no 1970.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1.
지지난주 로스코의 red를 접했을 때 느낀 감정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희열이었다. 그의 마지막이 과연 비극적이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조금 이상하단 느낌이 들어서 다시 보러 갈 생각. 미술은 재미를 붙여보려 노력하던 와중 입대를 하게되어 흥미가 끊겨버린 분야였는데, 로스코전 관람이 계기가 되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오랜만에 책장에서 나오게 되었다.



2.
옵션을 거래하다 보면 시장의 흥분과 기대가 선물과 옵션 가격 흐름의 비대칭으로 나타날 때가 가끔 있다. 예를들어 선물이 횡보하거나 심지어 조금씩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call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이 있는 것인데, vol과 방향성에 대한 기대가 시간가치 하락분을 압도하기 때문에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럴 때 기초자산에 대한 강세 뷰가 있다면 유리한 매매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장의 기대감이 내 포지션의 버퍼 역할을 수행해 주기 때문이다. 뷰가 맞으면 기울기가 극대화되고, 틀려도 아주 쉽게 본절에 나올 수 있다.

지난주에는 글로벌 자산간의 흐름에서도 위와 같은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닛케이와 나스닥 S&P를 비교했는데, 미국 주가지수 선물들에 비해 닛케이의 흐름에 상승 기대감이 조금 더 탄력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 닛케이 롱에 관심이 갔다. 주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기대감은 급감했지만, 관찰 시점서 1~2일 안팎의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기대를 버퍼로 조금 편하게 베팅할 수 있는 기회가 옵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3.
평일 저녁 약속을 주 2회 이하로 유지하려고 노력 중인데 어쩌다보니 이번 주에는 매일 약속과 야근이 있었고, 결국 감기에 걸려버렸다. 일주일치 읽을거리가 고스란히 쌓였고, 목소리가 잘 안나와 영화 약속 하나를 캔슬했다. 아무래도 시간의 밀도를 조금 더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듯. 나보다 훨씬 바쁘면서도 더 많이 읽고 쓰고 놀 수 있는 사람이 상당 수 존재한다.



4.
낙하산으로 채용된 금수저 앞에서 말실수를 했다가 큰일날 뻔 했다는 모 회사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 들었다. 그리고 그날 또 다른 모 회사의 지인은 나에게 '페이를 너무 적게 주다보니 이 회사에는 오히려 부자들만 남게 되는 것 같아' 라는 말을 했다.

취업의 가치가 급등한 반면 국내 증권/운용 직업의 가치가 급락한 데에 따른 현상들이다. 만성적 취업난과 저물가로 취업의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에, 누군가의 자식이나 지인을 채용해 주는 행위는 상대에게 대단히 비싸고 좋은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팀을 넘어 본부레벨 이상의 퍼포먼스까지 묶여 흐릿해진 성과급 체계, 실적부진, 바닥에 붙은 운용보수 등으로 제도권 투자 직군의 가치는 급락했다. 주요 대학 증권 동아리들의 인기는 이미 시들해진지 오래다. 표면적으로 그럴듯해보이는 Job title 정도만 남게 된 상황인데, 금수저 청탁취업의 목적이 어차피 좋은 결혼 정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물용으로 이보다 더 훌륭한 직종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아마도 이쪽 업계의 일자리는 앞으로 더 빈번하게 누군가에게 선물될 듯.

그러나 그러한 현상들이 업계의 쇠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똑똑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여전히 높고, 특히 퍼포먼스의 차별성이 높은 직무일수록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대부분은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부분까지 인지하고 있어 다들 나름의 길을 모색 중이다. 그 길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결국 금융, 특히 자산관리업은 존속하겠으나 서비스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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