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일 수요일

3월 금통위 의사록

월요일 한국 채권시장에는 장 막판에 이르러 양봉 하나가 치솟았다. 전 구간에 거쳐 금리가 2~3bp 가량 하락하는 강세였는데, 다름아닌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 보도 때문. 대충 요약하자면,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지만 저물가 기조는 우려스럽고, 올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상당폭 낮을 것이고, 가계부채 문제는 주시하겠으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내용. 꽤나 dovish한 느낌이었고 시장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기존의 보수적 스탠스는 상당히 삭제되었고, 어찌되었건 방향 자체는 맞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 취임 1년 기념 기자회견이었는데, 작년 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늦었지만 대단한 방향 전환이다.

오늘은 3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되었다. 인하를 주장하는 네 명의 위원을 보면, 공통적으로 1) 1~2월 한국의 경제지표 둔화, 2) 실질실효환율의 절상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저물가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물가에 대한 판단은 인하를 주장한 의견 간에도 미세한 의견 차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이 지표 둔화, 실질실효환율 절상, 실질 금리 상승, 물가 하락 리스크를 모두 언급했는데 아마도 하성근 위원인 듯하다. 기저효과로 5월 이후 한국 지표의 미약한 headline 개선이 나타난다면, 향후 인하 주장 진영에게 남는 것은 실질실효환율과 물가 정도인데, 환율을 거론하기 싫어하는 한은의 특성 상 5월 이후 금통위원들간의 논쟁거리는 물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한은이 저물가에 대한 언급도 꽤나 꺼려한다는 것. 결국 2분기 내 많아야 2회 정도의 추가 인하 후 또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아서게 될 듯.

이번 의사록에서의 압권은 역시 동결을 주장한 두 위원의 발언들. 위원 1은 1)1~2월 수출 물량은 좋았으니 3월 지표도 괜찮을 것이고, 2)물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반등할 것이며, 3)가계부채가 우려된다, 는 점들을 동결의 근거로 들었다.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가능한 주장이다. 특히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계대출을 제외한 기업대출에만 신용을 공급하다면 가계부채 증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기부양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추가적 금리 인하는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지 못한 채 한계기업을 연명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구조개혁을 가로막는다' 는 부분은 이해불가. 쉽게 말해 한국의 금통위원들 중 한 명은 '망할 곳들 좀 망해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통화정책이 경기회복을 위한 마법은 아니고, 재정정책을 쓰자' 라는 주장도 참 대단하다. 통화정책의 효과에 회의적인 사람이 통화정책 결정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데, 효율적 시장 가설을 믿는 사람이 주식매니져를 하고 있는 격이다. 어떤 주식이 좋을지 토론하기 위해 종목회의를 열었더니 하는 말이 종목을 잘 고르는 것이 수익률 개선을 위한 마법은 아니란다.

오늘의 주인공은 동결을 주장한 위원 2. 설명이 필요 없다. 몇 부분만 발췌해 보겠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회복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시스템 및 이에 대한 국민 신뢰의 위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국민들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잠재성장률의 회복 제고에는 한계가 있음'

'추가적 금리 조정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길을 가는 것. 새로운 길이라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등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저물가에 대한 대책으로) 종래 물가상승기에 도입된 각종 공공요금 및 서비스 요금 억제 관행에 대해서는 해당 정책당국에 정상화를 요청할 필요가 있음'

퇴근하고 읽다가 정말 박장대소했다. 세상에. 최근 블로깅 했던 'A story of the hospital of Korea'가 소설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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