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1일 수요일

기준금리 인하의 당위성

한국 채권시장과 환율시장의 흐름을 보면, 이미 3~4월 내 한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시장에 60% 이상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금리 인하에 대한 회의적 의견들이 꽤 있는데, 그 의견들에 대한 나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1. 미국이 금리를 올릴텐데, 한국이 금리를 내리면 자본 유출이 발생한다.

2005년대 중반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었던 사례도 있지만 뚜렷한 자본유출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이미 블로그에 밝혀온 바 있다.

블로그 글 1 링크 - How much time is left for the BOK?
블로그 글 2 링크 - 불황의 경제학

기준금리 역전은 한은 입장에서 분명한 부담요인이지만 역전까지 룸은 아직 남아있고, 오히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한 달이라도 빨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오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님의 '미국의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은의 금리 인하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인터뷰가 보도되기도 했다.



2. 금리 인하를 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될 것이다.

가계부채 총량의 증가세가 금리 인하 시에 가속화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자비용 부담은 오히려 경감될 것이고, 특히 금리 인하와 함께 고정금리 대출로의 전환 정책이 병행된다면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운신의 폭까지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 역시 비슷한 맥락의 글을 포스팅했었다. 연습 중인 영어 글쓰기라서 엉망이긴 하지만.

블로그 글 링크 - Will BOK's rate cut aggravate the problem of household debt in Korea?



3. 금리 인하를 해서 더 나아질 것이 없는데 왜 인하를 해야 하나?

교과서적으로 떠오르는 금리 인하의 효과는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이 자금을 싸게 조달해 투자에 나서고, 가계도 레버리징을 해 소비를 한다' 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를 할 곳이 없어 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투자 확대 효과가 없고, 가계는 임금정체와 부채부담 때문에 금리 인하에 따른 소비 확대 효과도 없다는 논리일텐데 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금리를 왜 내려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한데 주변국들이 완화정책을 펼치고 있어 한국이 상대적인 통화긴축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 내린다고 따라 내려야 하나, 라는 의문은 심정적 거부감에 불과하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미국이 금리 올린다고 우리나라도 따라 올려야 하나.

오늘 공개되었던 금통위 의사록에서 지적한대로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절상 중이다. 2012년 통안채 발행잔액이 164조이고 최근 잔액이 178조 정도인데, 증가율이 8%에 불과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불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오히려 위 포스팅 링크에서 그렸던 금융계정의 유출이 그나마 원화 강세를 저지해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것만으로 유로와 엔의 동반 약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꽤 늦은 감이 있지만 결국은 환율 관리를 위한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다. 원의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은 더욱 둔화되고 기업경기도 엉망이 될 것. 최근 수출 부진이 유가하락에 따른 석유/화학 수출 가격 하락에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철강, 자동차, 전기제품 등의 품목도 하향 추세인 것은 매한가지다.


게다가 '금리 인하를 해서 더 나아질 것이 없는데 왜 인하를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은 근거를 떠나 문장 자체에도 허점이 있다. 금리를 동결하면 그야말로 나아지는 것이 단 하나도 없을텐데, 그렇다면 왜 금리 인하를 주저해야 하는가?



4. 1월 지표가 나쁘지 않다.

1월의 한국 산생지표의 전월비 부진은 12월 자동차 밀어내기 생산에 따른 기저효과이며, 물가도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백번 양보해서 1월 지표가 나쁘지 않았다고 인정하자. 그러나 1월 지표가 좋았다고 인정하더라도 길게 보면 그것은 2012년 이후 3년간 부진에서의 일시적 개선이었을 뿐이다.


'그 관점이라면 지표는 이미 3년째 둔화 중인데, 이제와서 지표를 가지고 금리를 내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왜 이제와서 내리는가? 진작 내렸어야지.



5. 금리 인하는 양극화를 초래한다.

통화완화정책은 자산가격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완화정책의 고질적인 부작용이다. 특히 자산 중에서도 부동산의 보유 여부는 한국인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화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부스팅은 많은 논란을 낳는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해 부동산 가격을 끝장내면 어떻게 될까? 드디어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면서, 그 동안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고 착실히 돈을 벌어온 소위 서민들에게 집을 구매할 기회가 오는 것일까? 실제로는 주담대를 받아 집을 구매한 간당간당한 중산층은 파탄이 나고, 전세로 살며 집값 하락만을 기다리던 가계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지도 못하고, 은행의 위기가 기업으로 전염되어 한국 경기는 침체로 접어들 것이다. 아마 집을 제외한 현금을 50억 이상 가지고 있던 기존의 부자들 정도만 폭락을 즐기며 좋은 집을 헐값에 사들일 것이고, 몇년 뒤 경기가 회복되면 엄청난 수익률을 거둘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집값의 하락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가, 아니면 집값의 상승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가? 지금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일부 용인하며 경기를 부양해야 할 때인가, 아니면 경기가 망가지더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우려해 통화 긴축을 해야 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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