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1일 수요일

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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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훌륭한 성과를 냈던 투자가 가끔 머릿속에 떠오를 수는 있다. 그런데 과거의 경험에 감정을 올인하고, 오로지 그 순간들만을 추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이후 그 사람의 투자가 형편 없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당시의 뷰가 기가막히게 예리했고, 수익률이 좋았어서 추억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후로 돈을 벌지 못해 추억하는 것이다. 지금 좋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과거에 매몰될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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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하다 보면 가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손실과 상처를 입는 순간이 있다. 이때 정신을 잘 차리면 그것을 다 메꾸고도 남을만한 포지션을 곧바로 잡을 수 있지만, 감정에 지배 당하면 점점 더 망가지게 된다. 나를 패닉에서 꺼내 줄 수 있는 기회는 대개 패닉 직후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다만 그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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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모임서 뵙게된 한 존경하는 트레이더님은, 시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냐는 질문에 결국 수익을 내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풀리지 않는다는 답변을 하셨다. 이 얘기를 회사 동료에게 했더니, 사내에도 정확히 같은 말을 했던 분이 계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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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세 문단 역시 투자에만 적용되는 내용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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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내색하지는 않았었지만 나의 연말연시는 최악이었다. 많은 일들이 뜻하지 않게,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쏟아졌고 내 의지와 뜻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정확히 8년 전 겨울이 지금과 비슷했는데, 생각해 보면 내 20대 시절의 도약은 대부분 그 시기에 이루어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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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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