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1일 일요일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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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블랙 먼데이로 인해 참 길게 느껴졌던 한 주. 월요일에 미국채 2년 롱이 좋다고 봤었는데, 1) 그 전주 금요일 비농업 고용에서 임금 호조에도 2년 금리가 오르지 못한 것은 2년 숏이 한계라는 시그널로 보였고 (지표 호조는 단기금리 상승으로 연결되던 것이 작년 3분기부터의 흐름), 2)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레벨에 대한 부담도 없었으며, 3) 2월에는 파웰의 증언이나 코멘트가 예상보다 dovish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 즉, 가격은 편안하고, 임금 호조 이후의 반응에서 수급적 단서를 찾았고, 재료는 파웰이라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파웰이 아닌 급작스러운 주가의 조정으로 2년 금리가 월요일부터 크게 하락. 매매에 있어 중요도의 순서는 역시 가격, 수급, 재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가격과 수급을 근거로 진입하면 지루할 수는 있어도 크게 엇나가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이번처럼 생각하지 못했던 요인이 포지션을 작동시켜주기도 한다. chlee가 평소 자주 말하는 '꼭 기대했던 컨셉이 아닌 다른 컨셉으로 가격이 움직인다' 라는 현상이 무엇이고  왜 발생하는지 대략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역시 의미있는 포지션은 큰 맥락을 전환시키는 재료에 대한 인지 없이는 어렵지 않나 생각. 파웰을 겨냥하고 월요일부터 점진적인 포지션을 빌딩을 하려던 나는 결국 약간의 롱에 만족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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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위험자산의 강세를 수반한 장기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이 있었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킨 요인이 달러 약세에 따른 유가의 상승이다, 라고 보는 것도 일리는 있지만 일전에도 포스팅했듯 본질은 트럼프의 정책이라고 나는 생각. 이번에 배운 점은 이벤트를 앞둔 기대로 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막상 재료가 예상에 부합하면 실현이 나오는 전형적인 전개가 적용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세제 개혁안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이었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시기는 세제 개혁안이 완전히 통과된 12월부터였다. 이벤트 확정 전까지 반영이 얼마나 되어 있을지가 관건이겠지만, 대개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의 전환기에는 재료가 노출된 뒤에 따라가도 취할 수 있는 폭이 어느정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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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좋아서 장기금리가 오르는데,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주가는 조정을 받는 근래의 패턴은 공교롭게도 스터디를 했던 94년과 많이 닮아 있다. 미국의 성장률이 5%를 넘나들고, 설비투자가 연율 10%를 기록하던 당시에 장기금리 상승과 더불어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자 주가는 오히려 정체된다. 그러나 주가는 말 그대로 정체될 뿐 약세장으로 접어들지는 않고, 금리는 주가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결국 갈 길을 간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된다는 것이 지금 가진 베이스 시나리오. 당시의 경기 상승세가 지금보다 더 가열차긴했지만, 대신에 지금의 연준은 그때의 연준보다 훨씬 덜 공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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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지난주의 흐름들은 조금 오버라고 생각. 2년 롱은 그래서 화요일 아시안 타임에서 접는 것이 좋다고 봤고, 일련의 소동이 마무리되는 쪽에 베팅하는 수단으로는 KRW롱이 어떨까 싶었다. KRW 롱이 그 동안 지나치게 유행했었다는 것은 사실이나, USDKRW가 갭업 후에도 상승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봤을 때 USDKRW 숏스탑은 대략 다 나온 것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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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려 중인 주요 전환 포인트들은 1) 파웰의 증언이나 인터뷰, 2)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계획 발표 두 가지. 수요일 CPI는 발표 전까지의 우려만 취하고 결과에 대한 베팅은 하지 않거나, 한다면 컨트래리안적 접근이 나을 것으로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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