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2일 월요일

15/01/11

1.
내가 일을 시작하며 가장 실망했던 점 중 하나는, 회사의 인프라가 학생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유료 raw data를 실컷 만져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리고 외사 리서치를 질리도록 읽을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이 곳에서는 없다. 아마도, 돈을 내면서까지 그런 것을 꼭 봐야하는지에 대해 회사 경영진은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물론 나는 그런 회사가 영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렇게까지 한다고 성과가 반드시 잘 나오는 것은 아니야'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나 조직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경쟁력 있고 발전하는 조직을 가지지 못한다고 해서 회사가 당장 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경영진의 판단은 그 나름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것일 수 있다.

2.
가수들은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의 포지셔닝을 고민한다. 가창력이 충분히 좋은데 인기를 얻고 있지 못하다면, 트렌드에 맞는 음원을 발매하거나 예능에 출연해 대중성을 보강한다. 또는 지금 인기는 있는데 가창 능력이 형편 없다면, 온갖 트레이닝을 통해 최소 본인 곡 라이브가 가능한 수준까지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성취를 얻는 방법은, 오히려 본인의 강점을 극대화해 버리는 데에 있다. 즉, 아예 이효리가 되거나 김범수가 되는 것이다.

투자자도 트레이딩과 뷰 사이에서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뷰가 좋은데 성과가 그에 못 미친다면, 트레이딩 타이밍에 대한 테크닉을 보강하면 좋을 것이다. 반면 매매 감각은 좋은데 승률이 낮다면, 펀더멘탈 공부를 해서 뷰의 수준을 끌어올리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의 세계에서도 한 쪽의 강점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면 더 큰 성취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즉, 뷰가 좋다면 통찰력의 최대치를 발현시키고, 트레이딩이 좋다면 그것을 끝까지 파 보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결국 버핏 또는 제임스 사이먼스와 싸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택도 없지만, 현재 나의 지향점은 사이먼스 보다는 버핏을 향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아주 공교롭게도, 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진로를 고민하던 동생은 올해 빅데이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나중에 만약 같이 투자를 하게 된다면 꽤나 즐거울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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