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6일 목요일

달러강세와 유가약세

1. 달러 강세
나는 '달러 강세는 미국의 tightening을 암시한다'는 주장 보다는 '유로, 엔, 기타통화의 순서로 전염된 금번 달러강세의 원인은 통화정책의 디커플링이다' 라는 주장이 조금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달러 인덱스가 의미있는 상승을 보였던 것은 90년대 중반인데, 당시 연준과 달리 분데스방크는 마르크화의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source : Goldman, zerohedge)

즉, 미 연준의 tightening 자체만으로는 강력한 달러 강세를 유발할 수 없다. 구조적인 강달러는, 타 국가들에 비해 미국의 체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즉, 달러 강세를 충분히 감내하고도 남을만한 강도의 미국 주도형 경기 확장기에서만 나타난다. 만약 미국이 순조롭게 내년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달러는 추가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고, 그 때는 이머징 마켓의 통화들도 지금보다 큰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 외 '달러 강세는 연준의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한다'는 등의 일부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간신히 디플레이션 파이트를 마무리해 가는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박 보다 디플레이션의 부활을 더 두려워 할 것이기 때문. 크루그먼이 거듭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은 맥락이다.
If you’re at the Fed, would you rather wake up and discover that core inflation has risen to 3 percent or that you’ve become Mario Draghi?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4/10/03/wages-and-the-fed/?_php=true&_type=blogs&smid=tw-NytimesKrugman&seid=auto&_r=0)

달러 강세 관련 읽을거리로는 Valentina Bruno와 신현송 교수의 BIS 페이퍼를 첨부.
(http://www.bis.org/publ/work458.pdf)



2. 상품 시장
달러 강세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던 것은 상품 시장과 상품에 얽혀 있는 통화들. 공급과잉 이슈로 약세 압박을 받던 농산물은 폭락했고, 금 역시 생산원가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 중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유가의 약세. 역사적으로 유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경기 획장 국면은 없었기에, 유가의 하락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주 WTI가 90불 마저 하회하다보니, 셰일오일의 채산성과 Opec의 breakeven prices 측면에서 유가를 분석해보려는 시도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러나 셰일오일이나 Opec 관련 수급적 요인보다도, 'Fed가 tightening을 시작해도 될만큼 미국의 경기가 강한지'에 대한 의문이 유가를 약세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엔 어땠을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기 직전인 1993년 유가는 20불대에서 14불 근처까지 하락했다. 당시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요인은 1)공급과잉(영국과 노르웨이 등의 생산 확대)과, 2)수요감소(유럽, 미국, 일본의 경기침체), 3)OPEC 카르텔 기능 상실. 쉽게 말해 원유 수급 측면의 특별한 요인은 없었던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나치게 지난 금리인상 사이클에 모든 것을 끼워 맞춰보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과거 추이상 유가의 하락 자체를 경기침체 시그널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듯.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