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8일 월요일

버려지는 소들

소위 소몰이 창법으로 분류되던 몇몇 가수들의 최근 무대들이 꽤나 흥미롭다. 이제는 거의 모두가 힘을 빼고 노래하는데,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점은 1)톤의 감성이 8-90년대에 가깝고, 2)발성적으로 진보했고, 3)대중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것. 나는 대중 컨텐츠가 당대의 니즈와 수준을 잘 반영한다고 믿는 편. 하지만 문화 소비에는 노이즈가 많아 의미있는 생각거리를 얻어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박효신은 지난번에 포스팅 한 바 있고, 소몰이를 버린 또 다른 가수의 예로는 김진호.  

음색에서 이문세가 언뜻 느껴지고, 소리의 타점이 꽤나 균일하다. 안면 근육은 전보다 적극적이며, 서 있는 자세도 SG워너비 시절과는 많이 다르다. 아마도 운동을 많이 했을 것이다. 저렇게 반주 개입이 적은 도입부를 가진 곡에서 어색하지 않은 소리를 유지하려면 상상 이상의 스테미나가 필요하다. 아주 오래전 압구정 길거리에서 그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때의 어수룩한 이미지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그 땐 고민이 많은 실용음악과 학생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남자의 자격에 박칼린과 출연했던 뮤지컬 배우 최재림 같다. 자심감이 충만하다. 물론 원래 좀 닮기도 했다. 

이 외에도 휘성, 환희, 하동균 등의 가수들 역시 많이 바뀐 편에 속한다. 사실 관심이 다시 집중되기 시작한 것이 근 1-2년이라 그렇지, 이들이 소를 버리기 시작한지는 꽤 되었다. 조금 넓게 보면, 소 뿐만이 아니라 '감정 과잉'이라는 카테고리가 점점 버려지고 있는 듯.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곡들의 경박단소화는 아직 진행중이며, 가끔있는 서정적 곡들도 대개 가볍게 표현된다. 나는 문화가 사이클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이클 전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각기 다른 사이클을 경험한 사람들 간에 어떠한 차이가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태양의 눈코입을 듣던 학생이 히든싱어에서 김경호의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 같은 노래를 접하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실력있는 가수들이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 것 뿐인 듯 하다. 앞서 언급했던 가수들은 모두 펀더멘털한 보컬 능력이 갖춰진 가수들이었다. 본인의 기존 색깔을 버린다는 것에서 오는 심리적 불편함은 있었겠지만, 지금의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력은 했을 것이지만, 아예 처음부터 다시 노래를 배우는 만큼의 난이도는 아니었을 것이란 뜻이다. 자세히 들어보면 과거와 현재의 소리의 뿌리는 거의 비슷하다. 본인들의 실력을 바탕으로 변화에 적응한 셈.

이곳에 따로 적지는 않겠지만, 소를 버렸더니 아무것도 남지 않은 가수들도 있다. 구강 내의 얕은 컨트롤을 통한 표면적 허스키를 구사하던 몇몇 가수들은 여전히 재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재기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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