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6일 월요일

간단한 하반기 전망

지난주에도 그랬지만 이번주까지는 중앙은행 인사들의 발언을 빼면 특별한 지표나 일정이 없다. 다음주에는 월초 지표 밀집구간에 대한 대응을 생각해야 할 것이므로, 이번주에는 위클리보다 상반기 정리와 하반기에 대한 예상을 간단히 정리해 두는 것이 좋을 듯.


1. 미국 채권시장

상반기 미국 채권시장은 완만한 강세를 보였다. 작년 11월 초 1.82%에서 연말 2.64%로 약 80bp 상승했던 미국채 10년 금리는 현재 2.15%. 이는 작년 초 중국 리스크가 대두되기 직전과 비슷한 레벨인데, 당시 ISM제조업 지수는 48.6이었고 지금은 54.9라는 점에서 펀더멘털적으로 봤을 때 경기 상황에 비해 금리가 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0년물 금리는 왜 눌려있는 것일까?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하지만 결국은 1) 재정 확장 기대감의 축소와 2) 그럼에도 매파적인 스탠스를 유지한 연준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본다. 작년 12월, 재정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을 때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자 장기물 금리는 상승한다. 그러나 올 3월, 트럼프 정부가 정책 추진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자 장기물 금리는 하락하고 커브는 플랫되기 시작한다. 기대했던 재정 투입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연준의 인상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가 강력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이러한 사실을 연준도 모를 리는 없겠지만, 연내 3회 인상이라는 입장을 철회하면 시장이 그 자체를 경기 모멘텀 둔화의 시그널로 인식할 리스크가 있어 연준은 기존 스탠스를 고수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인상을 중단해야 할 정도의 지표 둔화나 정치적 이벤트는 아직 없다. 부채한도 협상이나 독일 총선이 9월에 몰려있으므로 추가 인상 시기는 9월보다는 12월이 조금 더 유력해 보이는 상황.

하반기 미국 10년물 금리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지금 레벨보다 금리를 더 하락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벤트들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미국 경기 사이클의 침체권 재진입 (ISM제조업지수 50 이하)

작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경기 확장 사이클이 마무리되면서 올 하반기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 다만, 지금 금리 레벨이 이미 2015년말 ISM이 50 이하일 시기의 레벨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경기 둔화를 이유로 금리가 더 하락하더라도 2%를 크게 하회할 것 같지는 않다. 즉, 경기라는 변수 하나가 금리를 강하게 끌어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

2) 트럼프 탄핵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만에 하나 탄핵 이슈가 부각된다면 초기에는 금리가 크게 하락하다가 탄핵 확정 이후 반등하는, 이벤트에 대한 시장 반응의 전형이 관찰될 듯.

3) 부채한도 협상 실패

가능성이 꽤 있고, 실제로 셧다운까지 가지 않더라도 8월 휴회 기간이 끝나는 무렵부터는 시장이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시작할 수 있다.

4) 중국 리스크 재부각

늘 잠재해 있는 리스크지만 하반기 내에 대두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5) 2회 이상의 추가적 기준금리 인상

점도표로 보나 연준의 입장으로 보나 실현될 확률은 낮은 이벤트. 연준이 지금보다 더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일 정도의 상황이라면 이미 금리가 상승해 있을 듯. 그런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매파적 입장을 강화한다면 10년 금리는 오히려 더 하락할 것이다.

6) 유가의 전저점 이탈

확률이 낮은 이벤트라는 입장이다. 추가 하락 시 미국 생산이 조절되어 하단이 지지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


그리고 위 이벤트들을 뒤집으면 아래처럼 금리 상승 요인이 된다.


1) 추가적인 경기 확장

소비는 밋밋하고 임금상승률도 정체 중이지만, 연초부터 가동률과 설비투자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점, IT 확장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미국 경기가 나쁘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특히 최근의 경제지표 둔화로 지금 금리에는 경기 개선 기대감이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7월 초 주요지표들에 대해서는 부진 시의 금리 하락폭보다 호조 시의 금리 상승폭이 더 클 것으로 생각.

2) 트럼프 정부의 정책 추진

감세와 투자 확대 정책이 통과되면서 부채한도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것. 정치적 문제라 예단하긴 어렵지만, 상반기에 탄핵 이슈까지 불거졌었기 때문에 현재 금리에는 정책 기대감이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즉, 경기와 마찬가지로 금리에 대해서는 하락 보다는 상승 리스크가 더 높아 보인다.

3)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상반기에 장기물 금리를 하락시킨 요인 중 하나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강행이었다. 연내 1회 추가 인상이 예상되고 있는데, 만약 추가 인상을 철회한다면 장기물 금리는 오히려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 자산매입규모 축소는 1) 이미 시장에 노출이 많이 되었고, 2) 결국 긴축의 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장기물 금리를 일방적으로 상승시키지는 못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시장이 주목하는 것 만큼 중요도가 높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

4) 유가의 반등

상반기 미국의 CPI가 일관적인 둔화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 금리가 물가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중.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은 쉽게 기대하기 어렵고, 단기적으로 물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것은 유가가 반등 밖에 없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하반기 경기와 정책이 모두 불투명한 상황이나, 상반기 채권시장이 경기와 정책에 대해 실망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경험했기 때문에, 하반기 미국 금리는 현재 레벨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2. 한국 채권시장

상반기 내내 금리와 커브 모두 정체되던 한국 채권시장은 최근 한국은행의 스탠스 전환을 계기로 플래트닝이 화두로 떠오르는 중. 한국도 하반기 금리의 상승 하락 요인을 대략적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하락 요인.


1) IT 업황 둔화

작년부터 대부분의 산업 관련 지표를 지탱 중인 것이 IT다. 섹터 담당하는 지인들의 견해를 들어보면 올해말까지는 확장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지표의 기저효과는 빠르면 여름부터 관찰되기 시작할 것.

2) 하반기 성장률 둔화

사실상 1번과 비슷한 항목. 상반기 수치가 워낙 좋다보니 하반기가 과연 더 좋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있다. 구체적인 자체 전망치는 위클리에서 업데이트할 계획.

3) 부동산 경기 냉각

정부는 냉각시키고 싶어 하지만 냉각을 위한 조치들이 오히려 가열찬 상승을 이끌어 낼 듯.


상승 요인은,


1) 하반기 성장률 추가 개선

IT업황 호조와 수출 개선이 지속되는 동시에 내수 소비가 반등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 쉽게 상상이 가지는 않지만 그만큼 현실화 되었을 때 시장 영향력은 오히려 클 듯.

2) 부동산 가격 부스팅

역시 1번과 연결되는 내용이나 마찬가지. 이미 상반기에 주식시장은 랠리했고, 최근들어 다시 꿈틀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랠리한다면 부의 효과로 내수 소비가 반등하는 1번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

3) 금통위 인상 소수 의견

하반기 중에 한 명은 인상 소수를 낼 수도 있을 듯.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뚜렷해지면서 소수 의견의 정치적인 인센티브도 커지고 있다고 생각.

4) 추경

'국채 발행 없이 11조원의 추경을 편성해 일자리 만들기에 투입한다' 는 문장이 장기물 금리 상승 요인이 되긴 어렵다.

5) 지정학적 리스크 재부각

안타깝게도 정부의 정책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성장률이 부스팅 될 가능성보다 정부의 어중간한 외교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될 리스크가 더 높은 듯.


이렇게 나열하면 한국도 금리 하락보다는 상승 리스크가 더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 그러나 한국은 1번, 2번, 4번의 금리 상승 요인이 관찰된다면 한국은행의 매파적인 색채가 더 짙어질 것이라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즉, 금리의 방향성을 잡는 것보다 플래트너를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해 보이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 금리에 대해 상승 견해를 가져가면서 무작정 네거티브 캐리인 플래트너를 가는 것은 부담이 된다는 것이 문제. 그래서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 상승에 연동된 국내 금리의 상승 시점을 활용해 플래트너를 구축한다는 마인드로 접근을 해 볼 계획.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간단하지가 않다. 나머지 국가, 자산들에 대한 생각들과 그래프는 추후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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