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은 2017년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6%로 상향했다. 상반기는 2.4%에서 2.6%로, 하반기는 2.6%에서 2.7%로 올렸는데, 2016년 성장률이 2.7%에서 2.8%로 조정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2017년 수치는 거의 0.2%p 이상 조정된 것과 마찬가지(2016년 수치를 높이는 것 자체가 2017년 성장률을 낮추기 때문). 성장률 전망이 0.1%p 상향 조정된 것에 비해 구성항목별 수정폭은 훨씬 크다. 연간 기준으로 민간소비는 1.9%에서 2.0%로, 설비투자는 2.5%에서 6.3%로, 지식재생산투자는 2.9%에서 2.7%로, 건설투자는 4.3%에서 4.5%로, 수출은 2.4%에서 3.3%로, 수입은 2.3%에서 4.0%으로 각각 수정되었다. 민간소비는 상반기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면서 하반기 개선폭이 조금 더 확대될 것으로, 설비투자는 IT업황 호조와 수출 반등으로 기존 전망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한국은행은 예상 중. 건설투자는 연간 수치를 상향하면서도 하반기 둔화 리스크가 꽤 높은 것으로 전망하는 듯 하다. 수출 역시 상반기 수치 중심으로 수정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하반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스탠스를 유지하는 모양새. 수입은 수출과 투자 전망치 상향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 듯. 금리를 내리기는 싫고 올리기는 무서운 한은의 입장이 반영된 중립적인 수정경제전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은의 입장 변화는 대선 이후 정부 정책 스탠스에 대한 윤곽이 잡힌 후에야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
2.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지정학적 우려 부각으로 한국 채권과 원화는 장중 대응이 만만치가 않은 상황이다. 5년 CDS premium은 저점 대비 20bp가량 상승했고, 다른 이머징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연중 최고점을 경신한 나라는 한국 뿐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북한 리스크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1)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짙어 어디까지가 지정학적 리스크인지 가늠하기가 어렵고 (EMBI스프레드 vs 한국 CDS를 지수화해보려 했는데 회사 블벅에서 받아 오는 것을 잊었다), 2) 4월 채권시장 내 외국인들의 동향 역시 3년 선물 1만3천 계약 순매도, 10년 선물 975계약 순매도, 현물잔고 1조 확대, 라는 애매한 조합이라 이것을 매매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 북한 리스크 해소를 노린 롱 진입도 리스크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열병식은 끝났고, 의도적 불발로 보이는 미사일 발사도 있었으니, 다시 미국 금리 움직임에 종속되는 흐름을 전제로 기회를 찾아볼 계획.
3. 미국지표 부진
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0.2%MoM으로 기대치인 +0.1%MoM을 하회했다. 자동차판매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머지 항목에서의 반등폭도 미약한 상황. building materials와 gasoline station, auto를 전부 빼고 봐도 3월 소비는 약한 편이다. 한편 3월 CPI도 -0.1%MoM을 기록하며 기대치인 +0.2%MoM을 하회. 3월의 유가 하락이 에너지 관련 섹터 전반을 끌어 내렸고, 에너지와 식료품 제외 상품물가도 -0.3%MoM이었으며, 약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shelter cost의 상승폭도 +0.1%MoM으로 둔화되었다. 월말에 발표될 미국 1분기 성장률 속보치에 대한 기대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1) 1분기 성장률이 부진할 가능성 만큼이나 2분기 성장률 반등의 가능성이 높고, 2) 달러약세, 유가반등, 금리하락 등의 금융여건 완화로 5월초에 발표될 soft data들이 긍정적일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 상황에 따라 1분기 성장률 발표를 오히려 미국채 숏 찬스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당분간 미국채는 롱이 유리하다는 점은 염두에 두되, 지역연은지수와 NAHB주택지수 등의 soft data 둔화 여부를 관찰할 것.
4. 트럼프와 중앙은행들
저금리 정책을 선호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단기물이 아닌 장기물 중심의 미국 금리 하락을 부추겼다. 아직까지 시장은 트럼프의 압박으로 인해 연준이 인상을 멈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의미. 다만, 연준은 앞으로 추가 인상을 지연시킬 일이 있을 때, 트럼프 때문에 올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펀더멘털에 의거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해야만 하는 피곤한 입장이 됐다. 한편, 13거래일 동안 역레포 자금공급을 중단했던 인민은행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 역레포를 통해 700억 위안을 공급했다(13일 동안 회수된 유동성 규모는 4900억 위안). 1) 큰 관점에서 중국의 통화긴축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이 어디까지 이루어지는지, 2) 유동성 공급이 철광석 가격의 급락을 저지할 수 것인지가 관찰 포인트. 호주는 중국의 유동성 공급과 고용호조가 통화는 강세로 이끌고, 글로벌 리스크 오프에 연동되어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는 오묘한 국면에 놓여 있는 상황.
5. Trading note
북한과 트럼프 리스크가 잔존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soft data가 발표되고, 주 후반에는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도 있어 전략을 미리 설계하는 것은 무리. 터키 문제도 월요일부터 얼마나 반영해 나갈지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프랑스 대선을 주제로 독일금리나 유로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그나마 노이즈가 적을 수는 있을 듯 싶다. 경거망동하지 않고 이슈들과 가격 레벨을 차분히 관찰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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