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일 월요일

2017년의 시작

간만에 주말 시간을 몽땅 휴식에 썼다. 아무런 부담 없이 쉰 것이 참 오랜만이다. 이런 저런 일들로 근 3개월은 몸은 쉬더라도 생각이 복잡했던 것 같다. 생각을 복잡하게 하는 일들이 다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의식적인 긴장의 끈을 잠깐 풀어둔 채 책 읽고 운동하고 요리하고 술도 양껏 마셨다. 집 근처에 실력이 좋은 바텐더가 있는 바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면서도 리스크다.

내가 적어둔 글들을 내가 읽으며 2016년에 겪은 시장을 돌아봤다. 연초 중국 리스크가 불거질 때, 그리고 시장이 다시 중국 문제에서 벗어날 때의 전망과 대응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중국문제가 재부각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KRW short에 너무 집착한 것은 바보짓이었고, 그나마 본전 수준에서 뷰를 접으며 덜 바보가 될 수는 있었다. 그리고 6월엔 기준금리 인하가 있었는데 콜을 하지 못했다. KRW와 6월 금통위에서 모두 아주 많은 반성과 공부가 가능했다. 브렉시트 대응은 대체로 만족스러웠지만 AUD를 골랐던 것은 아쉬웠고, 너무 비틀어서 생각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점을 배웠다. 여름부터 시작된 소강 국면은 가을까지 이어졌고, 이 때가 참 쉽지 않았던 장이었다. 흐름이 바뀔 것 같은 분위기는 형성되었는데 이렇다 할 모멘텀이 없으니 노이즈만 많았다. 그러다 결국 11월에 트럼프가 한 방을 날려줬다. 전망과 전략이 제대로 조합되는 경험을 했고, 특히 스티프너는 친구와 대화하다가 도달한 결론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브렉시트와 미국대선은 두 이벤트 모두 기대에 대한 가격의 반응을 극대화시키면서 아주 값진 경험을 선사했다. 12월에는 특별한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그래도 찬스를 한 번은 살릴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어려운 한 해였다고는 해도 분기당 한 번의 기회는 있었던 셈이고, 더 박하게 보더라도 최소 두 번의 기회는 있었던 셈. 예전에 김상무님을 처음 뵀을 때에도 2015년에도 크게 네 번은 기회가 있었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시장이 아무리 녹록치 않아도 돈 벌 기회는 반드시 온다. 이 점을 명심하고 있어야 피곤한 소강 국면에서도 기회를 찾아다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간단한 시장리뷰를 마치고, 2017년에 해야할 일, 혹은 하고 싶은 일들을 쓰자면,

1. 커버가 가능한 상품이나 지역을 확대한다. 다양한 자산을 보면 그 자산들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음과 동시에, 기존에 다루던 자산의 뷰를 강화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역을 확대하려면 가격을 관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단 지표를 제대로 뜯어봐야 한다.

2. 전망을 하고 전략을 짜서 실행한다, 는 것은 문장만 보면 간단하지만 매우 어렵다. 셋 다 아직 갈 길이 먼데 특히 올해부터는 전략을 짤 때 포지션 사이징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보려 한다. 올해 브렉시트랑 트럼프 때에도 전략의 방향 자체는 괜찮았지만, 사실은 그런 찬스에서 사이즈를 최대한 끌어올릴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한데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큰 찬스를 크게 활용해야 한다.

3. 2의 포지션 사이징을 수월하게 하려면 캐리전략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정한 수익을 담보로 잡아야 큰 찬스를 크게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캐리전략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해 볼 것.

4. 영어는 말 할 일이 자꾸 없어져서 전화영어를 신청했다. 쓰는 것은 하반기 이후로 하지 못했는데 다시 해보려 한다. 어차피 정기적으로 쓰는 것을 영어로 하면 어떨까 싶어 금통위 의사록을 시도했던 것인데 차라리 광공업 생산을 하는게 나을 듯. 국내 시장에 대한 컨텐츠를 영어로 제공하는 것에는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

5. 토요일에 가벼운 무게로 클린앤저크를 해봤는데 손목 통증이 없다. 손목 부상은 대충 나은 것 같으니 무게를 천천히 회복시켜야겠다. 가능하다면 헬스 아닌 운동을 하나 배워보고 싶다.

6. 일드커브의 이해 스터디에 이어 바로 새로운 스터디를 시작했다. 시간을 봐서 어쩌면 스터디 한 개 정도는 추가할 수도 있을 듯.

7. 생각보다 포스팅을 많이 했다. 시장 얘기도 아닌 단상들까지 공개 포스팅을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지인들이 오히려 그런 포스팅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주 사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공유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블로그에 적용되는 시간을 자동으로 한국 기준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이제야 알고 바꿨다. 과거 포스팅들의 시간이 좀 틀어지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듯.

8. 독서량이 조금 줄었다. 그치만 나는 일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 무리해서 독서량을 확대할 생각은 없다. 나는 일도 전부 소화하며 서평까지 꾸준히 쏟아내시는 분들만큼 좋은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다사다난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고 감사한 인연들을 만들 수 있는 한 해였고, 올해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후임들이 어떻게든 난관을 돌파했으면 한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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