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지표의 기존 트렌드가 하락 쪽이었으므로 지표에 대한 시장 반응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중의 코멘트는 완전히 틀렸다. 비록 허리케인으로 인한 음식료 섹터의 고용 부진이 노이즈 요인으로 작용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임금상승률이 튀어 오른 지난 금요일부터 인플레이션 반등에 대한 기대가 형성면서 포지션도 일정 부분 누적되고 있었던 것. 고용 이후에 금리가 더 상승하지 못한 것도 숏이 많다는 하나의 시그널이었던 셈이다. 수급적 단서들을 관찰하는 집중력이 부족했었다고 생각.
다만, 금요일 채권 강세에 따른 관성이 주초에 작용하더라도, 세제 개혁안과 차기 연준의장 지명이라는 잠재적 약세 요인은 상존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2~3주 내로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9월 말이고, 지난 주에는 테일러와도 접촉했었다는 점에서 지명은 조만간 이루어질 듯. 버냉키의 후임이었던 옐런의 지명은 2013년 10월 9일이었고 (당시에는 옐런과 경합하던 서머스가 9월에 포기 선언을 했다), 그린스펀의 후임이었던 버냉키의 지명일은 2005년 10월 24일이었다 (당시 버냉키는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었고, 경합 후보는 마틴 펠드스타인, 글렌 허버드였다). 지명 이후에는 상원 은행위원회와 상원 전체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인준 스케쥴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기타 정치적 일정에 따라 좌우된다. 버냉키는 거의 취임 적전일이 되어서야 인준을 받았었고, 옐런도 상원 인준을 받았던 것은 2014년 1월.
어떤 후보가 지명될 것인지 보다, 옐런보다 매파적인 나머지 세 명의 후보 중 하나의 지명 가능성을 시장이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가 사실은 더 중요하다. 베팅 사이트나 컨센 상으로는 이미 옐런의 재지명 가능성이 매우 낮긴 하지만, 가격에는 매파적 인사의 지명 리스크가 낮게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1) 연준의 내년 인상 횟수가 약 2회 수준으로 프라이싱 되어 있고, 2) 케빈 워시와 트럼프와의 접촉 때 미국 10년물이 2bp 수준의 약세를 보였던 것을 제외하면 연준 지명을 주제로 하는 시장 반응이 아직 없었기 때문. 따라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을 고려한 스티프너는 유지할 계획.
2. 미국 CPI
미국의 CPI를 부문별로 뜯어보고 드는 생각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음식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물가는 구조적인 CPI 둔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2012년 이후로 한 번도 의미있게 반등한 적이 없고, 긴 추이를 보아도 위기 이후의 기저효과로 인한 상승을 제외하면 90년대 초부터 상품 물가 상승률은 꾸준한 하락세였다. 글로벌라이제이션, IT산업의 팽창, 중국의 오버캐파 등의 세간의 언급되는 구조적 저물가 요인들은 다 상품물가에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상품 물가의 부진을 상쇄해 오던 것이 서비스 물가였다. 그리고 서비스 물가를 지탱했던 것은 CPI에서 가장 큰 비중(33.8%)을 차지하는 주거비. 올해 물가 지표가 일관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이유는 주거비 상승률, 헬스케어 물가 등을 필두로 서비스업 물가 상승률이 하락했기 때문.
3) 재정 확장이라는 수요 정책이 없다고 가정할 때, 고용시장 호조에 따른 임금상승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문은 서비스업 물가라고 생각한다. 주택시장은 낮은 재고, 최고점 근처를 유지 중인 심리지수, 반등한 모기지 대출건수, 등을 조합하면 조만간 다시 가격 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즉, 상품 물가의 구조적 부진으로 인해 CPI 상승률이 크게 반등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고용과 주택시장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서비스업 물가 개선에 따른 CPI의 반등은 조만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인 듯.
4) 정리하자면, 서비스업 물가의 반등으로 인한 CPI의 개선 가능성은 높지만, 상품 물가 하락 압력이 남아있는 한 Core가 2%를 크게 상회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참고로 음식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의 CPI 내 비중은 18%,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의 비중은 60% 수준. 서비스업 물가가 개선되면 지표 전체가 개선되긴 할 것.).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의 연준의 단계적인 인상은 궁극적으로 커브를 플랫시킬 것.
3. Nikkei
USDJPY는 정체되는데 닛케이는 고점을 높이면서, 드디어 일본 주가가 완화적 통화정책의 서포트를 벗어나 펀더멘털 개선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경제가 완전하게 회복되면 통화약세와 무관한 주가의 강세가 관찰될 것이라는 점에는 나도 동의한다. 문제는 지금 그런 국면이 시작되었는지 여부인데, 아직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생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9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엔화 약세를 수반하지 않는 닛케이의 강세는 IT 버블 때 딱 한 번 있었다. 당시에는 워낙 글로벌리 주가가 강해 닛케이도 연동되었을 뿐이고, 미국 주가 상승률 대비 일본 주가 상승률로 보자면 닛케이의 수익률은 보잘 것 없던 시기. 즉, 글로벌 주가 강세 국면에서는 엔화와 닛케이도 괴리될 수 있다. 2)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2년 말 이후 지금까지, 둘 간의 상관관계(52주 기준)가 잠깐 낮아졌을 때가 두 번 있었는데 둘 다 닛케이의 강세 국면이었다. 즉, 아무래도 리스크온 시기에 USDJPY 보다는 닛케이가 더 뻗어나가는 경향이 있다(결국 1과 비슷한 이유). 따라서 나는 여기서부터 미국 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USDJPY도 상승하면 닛케이의 추가 강세가 진행되겠지만, 만약 미국 금리가 하락전환해 USDJPY가 하락한다면 닛케이의 상대적 퍼포먼스는 낮아질 것으로 생각. S&P와 나스닥을 보는 것과 비슷한 스킴이다. 만약 재정 확대 기대감으로 미국 금리가 상승한다면 닛케이도 고점을 높이겠지만, 매파적인 연준 의장 후보 지명으로 인한 미국 금리 상승이라면 닛케이의 상승세는 제한적일 듯 (미국 주가도 일시적 조정을 겪을테니). 나는 일단 후자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당장의 닛케이 추격 매수에 대해서는 유보적.
4. BOK watch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한은의 중립적인 스탠스를 고려했을 때 연간성장률을 2.9%로 소폭 상향하는 편안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총재는 완화의 정도를 축소한다는 등의 매파적인 코멘트를 할 개연성이 있고, 최근 북한의 도발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일형 위원의 인상 소수 의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시장이 이미 한은의 매파적 스탠스 전환 가능성을 반영 중이고, 차기 연준의장 지명에 따른 미국 금리 상승 가능성이 있어 3Y-10Y 플래트너 구축은 여전히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방향성 전략이나 3Y-10Y는 수요일까지의 레벨을 보며 다시 생각하고, 주 초반에는 3Y-20Y, 혹은 5Y-20Y 플래트너 진입을 고려할 계획.
5. Trading note
스티프너에 달러 강세를 얹을 것이면 비중을 더 낮게 가져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국내 금리는 아예 캐리로 가거나 초장기물 플래트너를 잡았어야 했고, 글로벌리는 3월 이후의 약달러와 미국 금리 하락에 편승했어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과 2015년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고 느끼고 있는 한 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