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ini tantrum
유럽판 잭슨홀 미팅으로 알려진 Sintra 회의에서의 드라기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트리거가 되어 지난주 글로벌 채권 시장 전반이 약세 압력을 받았다. 유럽 지표가 나쁘지 않다보니 상반기 내내 시장에서는 hawkish ECB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지만, 그런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던 것이 드라기 총재였다. 그만큼 드라기 총재의 매파적 발언은 의미가 있다. 하루 다음 날 '시장이 드라기 총재의 메시지를 오독했다' 는 ECB측의 견해가 보도되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시장의 과잉 반응을 관리하기 위한 코멘트 개입은 있겠지만 큰 방향성은 긴축 쪽으로 선회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듯.
이런 이유로 관심의 중심이 되었던 독일 10년 금리는 박스권 상단에 도달해 있는 상황. 1) ECB의 hawkish한 코멘트가 추가되거나, 2) 유로존 지표가 호조를 보여야 박스를 돌파할텐데, 주 중에 무게감 있는 일정이나 지표는 없는 듯. 이번 주의 포커스는 역시 ISM과 고용 발표가 있는 미국이다. 따라서 독일 금리의 상승에 연동되어 미국 금리가 상승했던 것이 지난 주라면, 이번 주에는 미국 금리의 방향성에 따라 독일 금리의 향방이 좌우될 것. 만약 미국 금리가 더 상승한다면 독일 금리도 박스권을 상향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의미.
미국 지표 일정을 크게 나누면 월요일의 ISM제조업지수, 화요일의 헬스케어 법안 상원 표결, 수요일의 FOMC 의사록, 목요일의 ADP와 ISM서비스지수, 금요일의 비농업고용 정도. 시장 영향력이 큰 것은 ISM제조업지수와 비농업고용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주에 이미 약세 트렌드가 형성이 되었으므로, 만약 ISM제조업 지수가 부진해 지표 기대감이 축소되어 금리가 다시 하락하면 비농업고용을 노린 숏을 구축하기에 편안한 상황이 된다. 문제는 월요일부터 지표가 호조를 보여 금리가 추가적으로 상승하면 포지션 진입이 어려워진다는 것. 특히 지난 금요일 시카고 PMI의 호조로 후자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월요일 아시아 타임에서 미리 소량을 진입한 후, ISM에 대해서는 강세 시 숏 조건을 걸어 두는 전략을 고려 중. 지표 부진을 노린 채권 롱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2. 한국 금리
드라기 발언의 영향으로 한국 채권시장에도 전반적인 약세 압력이 가해지며 커브도 소폭 스팁. 지난월 초 한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 이후로는 마땅한 대내적 요인이 없어 대외 요인에 종속되는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 주에 포스팅했던 하반기 전망에서 1)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더 좋을지 미지수이고, 2) 한은의 스탠스가 더욱 매파적으로 전환될 리스크를 고려해 플래트너를 떠올렸지만, 글로벌 채권시장이 약세 분위기인 상황에서 플랫을 미리 잡는 것은 무리. 다만, 금통위가 다음주로 다가왔기 때문에, 금주 미국 금리의 추가 상승으로 3Y-10Y 스프레드가 고점에 재근접하면 금통위까지 짧게 캐리할 플래트너 구축을 고려할 계획. 연준, BOE, BOC, ECB 등 대다수 중앙은행의 스탠스가 전환되는 국면이라 한국은행에 대한 경계감도 형성될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
3. 장기금리와 주가
주식 시장도 금리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진원지인 유럽의 주식 시장은 ECB의 긴축 신호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 장기금리와 주식시장의 관계는 생각보다 꽤 오묘하다. 이를테면 경기가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장기금리가 급등하면 주가는 경기 개선이라는 호재와 장기금리 급등이라는 악재(유동성 축소) 사이에서 갈등한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고 주가는 상승은 하지만 지표로 확인되는 경기 상황에 비하면 상승폭은 미약하다. 94년이 그랬다. 이제 경기가 다소 냉각되지만 침체로 접어들지는 않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오히려 인하 한다. 주가가 본격적인 부스팅을 받는 것은 이 시기다. 그리고 중앙은행이 경기 대비 과도한 인상을 진행하게 되면 랠리는 막을 내린다.
이런 스킴에 입각해보면 드라기 발언이 촉매가 되었던 지난 주의 금리 상승이 주가에 악재였다는 점이 더 뚜렷해진다. 지표 호조에 따른 금리의 상승은 주가에 중립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지표 호조를 수반하지 않는 중앙은행발 금리 상승은 유동성 긴축 시그널일 뿐이다. 특히나 상반기에 주가를 강세로 이끌었던 요인이 경기의 확장 보다는 금리의 하락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드라기 발언의 영향력은 더 컸다. 앞으로가 문제인데, 만약 미국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주가의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고, 지표가 둔화되면서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미국 주식의 하락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자의 가능성이나 시장 민감도를 높게 보는 내 입장에서는 성장주보다 가치주의, EM보다는 DM(정확히는 미국, 일본)의 아웃퍼폼을 예상하는 중.
4. RBA watch
6월에 호주 채권시장은 꽤 일관적인 약세를 보였는데, 호주 지표 자체보다도 중국의 통화 긴축 중단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인민은행은 연초부터 진행한 통화 긴축을 6월 들어 중단했고, 이에 중국 채권 금리의 상승세도 잦아 들면서 주가와 철광석은 강세를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통화 긴축을 중단했음에도 위안화의 약세는 제한적이었고, 특히 지난 주 인민은행은 꽤 가파른 절상 고시를 이어갔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내일부터 홍콩을 통한 중국 본토 채권 시장으로의 직접투자가 시작되면, 중국 금리 안정화와 위안화 강세라는 조합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두 조합이 이어지면 철광석이나 주가의 강세가 연장될 수 있고 이는 호주 채권시장에 꾸준한 약세 압력을 가한다. 지난월 발표된 GDP와 고용 호조에도 불구하고 RBA가 매파적 견해를 강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중국 자산의 부스팅 가능성이 상존하는 이상 호주 채권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관점을 유지할 계획.
5. Trading note
6월말까지 위험자산을 하나 캐리하고, 7월초 지표 밀집기를 앞두고 채권 숏을 구축하는 것이 기존 계획이었다. 그런데 닛케이 선물은 26일 오전 flash crash로 스탑을 터치하고, 금리는 드라기 발언으로 미리 상승해 이곳에 기록도 하지 못했다. 전망과 전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특히 전략을 구현하거나 표현하는 수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한 주. 조금 어색하더라도 일단 콜을 기록하는 스타일을 바꾸려는 시도를 해 볼 생각. 5월 이후로 P&L table에 FX 추가하고, 위클리에 MS 커브 모니터와 비슷한 것을 추가하는 단순 작업이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분기 초라 당장은 어렵겠지만 밀린 리서치 몇몇을 포함해 7월 안에는 마무리가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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